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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정몽헌 회장의 죽음, 대안은 있는가?
율전 2003/08/05 06:13    

故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 그가 갔다. 다시 못 올 저편으로. 다른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그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그러나 죽음에 이르는 방법은 그 스스로 선택했을지 몰라도 죽을 시기마저 그 스스로 선택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길지 않은 유서의 내용만을 보더라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업을 이루기 위한 그의 집념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집념이 꺾일 수밖에 없도록 만든 장본인들이 누구누구인지 여기서 거론하지는 않겠다. 굳이 내가 거론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죽음이 몰고 올 파장과 그에 대한 대비책을 나름대로 피력하고자 할 뿐이다.

예측컨대, 그의 죽음이 몰고 올 파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그나마 민간 경제라인으로 존재하던 대북 채널이 거의, 완전하게 끊기고 말았다.

현 정부 들어 이미 기존에 존재하던 정치권의 대북 채널은 끊긴 상태다. 쉽게 말해서 DJ로부터 이어져서 임동원, 박지원으로 퍼져 나갔던 정치권의 대북 채널은 '대북 송금 특검'에 의한 당사자들의 수감이나 입지 축소로 말미암아 바닥이 났다. 그 결과 남한의 정치권에서 북한의 정치권에 직접 의사를 전달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다. 그 간극을 그나마 매워 왔던 것이 현대를 통한 민간 경제라인의 활용이었다. 그러나 이제 故 정몽헌 의장의 죽음으로 그 의사교류 통로마저 완전히 끊기게 된 것이다.

이는 향후 현 정부가 대북 접촉라인을 개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98년 DJ가 남한의 권좌에 오르고 나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있기까지 만 2년 4개월의 시간이 양측의 소통라인을 굳히는데 소요됐었다. 그나마 이는 북한 정권이 DJ정권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걸린 시간이다.

특검의 수용으로 인해 현 정부에 대한 시각이 호의적일 리 없는 북한과의 의사 소통라인을 'DJ정부 정도의 격'으로 개설하는데 소요 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자못 걱정이다. 더구나 지금의 대외 정세는 북핵에 관한 열강들의 설왕설래로 말미암아, 말 그대로 나라의 운명을 한 치 앞도 제대로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 때 그 때 북한과의 입장조율을 해야 할 현 정부로서는 대북 소통라인의 단절이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다.

둘째, 현대가 주도해 온 남북경협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故 정 의장은 남북경협 중 특히 개성공업지구 건설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북한 정권은 故 정 의장의 이런 노력에 적극 화답하여 왔다. 그러나 故 정 의장의 죽음으로 인해 당분간 불가피하게 현대의 개성공업지구 건설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비록 故 정 의장이 김운규 현대아산 사장을 그간의 대북 사업에 대동해 왔다 하더라도 정부의 대북 경협지원이 끊기고 현대아산이 자금위기에 몰려 있는 현 상황에서 김운규 사장이 故 정 의장과 같은 정도의 추진력과 자금 유통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성공업지구의 건설은 남과 북에 단순히 경제협력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사업이다. 만일 현대의 개성공업지구 건설이 차질 없이 진행되어 남한의 기업과 시민들이 다수 북한 땅 내부로 출퇴근하거나 그 곳에 상주하게 된다면,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전쟁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남한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북한의 질 높은 노동력의 결합으로 말미암아 그 곳에서 생산되는 상품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 자명하다. 말 그대로 남북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사업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꿈과 같은 미래가 故 정 의장의 죽음으로 상당 부분 불투명해 진 것이다. 물론, 이 점을 모를 리 없는 북한 정권의 경우 개성공업지구 건설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현대가 故 정 의장의 죽음으로 올 내부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당분간 이 꿈은 꿈으로 접어놓을 수밖에.

△ 故 정몽헌 의장의 영정. 남북 경협을 위한 고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

셋째, 첫째 둘째와 동일한 맥락으로 말이지만, DJ정부 시절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 온 남북 간의 신뢰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북한 정권의 DJ정부에 대한 신뢰야 논외로 치더라도 북한 정권이 현대에 대해 가졌던 신뢰는 故 정 의장의 죽음으로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간 북한 정권은 남한에서 故 정 의장과 현대가 겪는 고초에 대해 故 정 의장의 방북 시의 환대로 화답을 했다 한다. 그 만큼 故 정 의장에 대해 암묵적으로 미안함과 감사함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에게 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故 정몽헌 의장은 자본주의 경제학의 전도사 같은 역할을 해 왔다. 말 그대로 북한은 현대를 통해 자본주의 경제학의 실체와 자본이 가지는 실질적 힘의 의미를 배워 온 것이다. 자국의 경제 위기를 제한 된 자본주의 경제를 받아들임으로써 돌파하고자 했던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훌륭한 과외선생에 다름 아니었다. 더구나 지난 청진ㆍ나진 경제특구 지정을 통해 이미 섣부른 자본주의 경제 도입의 실패를 맛보았던 그들의 입장에서 兩 정씨 부자의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경제적 도움은 그들에게 대단한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국을 중심으로 한 대외 경제협력의 우선 대상으로 항상 현대를 직ㆍ간접적으로 지목해 왔다. 그러나 이제 故 정 의장의 죽음으로 이런 남북 간의 소중한 가치가 사라질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말 할 수도 있다. 실제 개성공업지구의 착공과 남북 철도 연결은 사기업 현대가 아닌 남한의 공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노라고. 그렇기에 현대가 없어도 남북 간의 경제협력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노라고. 그러나 혼인은 중매쟁이가 있어야 하고 공사는 사업주로부터 발주를 받아내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아무리 혼기가 가득 찬 아들네미 딸네미가 넘쳐나도 중매를 서 줄 사람이 없으면 자식들 결혼시키기가 난망 한 것이다. 물론 자식들이 알아서 혹은 부모가 나서서 혼사를 치를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말이다.

넷째, 그간 현대가 심혈을 기울여 온 대북 경제사업들이 가져 올 경제적 수익이 현대가 아닌 다른 국내 기업들이나 세계의 거대 자본들에게 돌아 갈 공산이 다분하다.

故 정 의장의 죽음에 대한 재계의 반응을 보면 이는 명확해 진다. 대부분의 반응이 '남북경협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이다. 어떤 기업체는 앞으로는 자신들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단다. 언제부터 이들이 남북경협을 입에 올렸단 말인가. 이들이 말하는 '남북경협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는 무슨 뜻인가. 현대가 그간 남한의 배타적 수구세력들에게 갖은 매도를 당하며 일구어 온 시장을, 그로부터 파생 될 이득을 손 안대고 꿀꺽 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들이 이런 생각을 가질 때 시장 개척에 혈안이 되어 있는 세계의 거대 자본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모르긴 몰라도 앞에서는 경악하는 시늉과 더불어 화장실에 가서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군침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故 정몽헌 의장의 죽음은 단지 평범한 한 사람의 죽음이 가져오는 사회적 파장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의 죽음이 몰고 올 이러한 파장을 남북한 정부가 어떻게 최소화시키고 고인의 유지를 이루어 낼 것인가 이다.

△ 정주영 일가는 북한에게 자본주의 경제의 전도사 역할을 했다. 개선공단지구를 향해 가는 길목에 선 故 정몽헌 의장과 김운규 현대아산 사장
첫째, 노 대통령께서는 무조건 빈소에 조문을 가야 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남북경협은 고인의 유지대로 차질 없이 진행 될 것이다' 고 선포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단순히 휴양지에서 이와 유사한 말 몇 마디 던지고 말 상황이 아니다. 사람의 말은 언제 어디서 했느냐에 따라 동일한 내용이라도 그 가치가 달라진다.

노 대통령께서 휴양지에서 하는 말과 고인의 빈소에서 하는 말은 그 중량감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있다. 휴양지에서 하는 말이 단순히 립써비스 차원이라면 수많은 내ㆍ외신 기자들이 몰려 있는 빈소에서 하는 말은 대외적 선포에 다름 아니다. 노 대통령께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이용해 '남북경협이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국내ㆍ외의 딴지 세력들에게 확실하게 못 박아야 한다.


둘째,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북한 정권과의 의사 소통라인 개설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현재 북한이 요구하는 사항 즉, 6자 회담에 있어 남한이 미국 측의 입장(국제적 차원에서 대북 경제지원 중단과 북한체제 안전보장 거부)에 기울기보다는 북한측의 입장(국제적 차원에서 대북 경제지원 지속과 북한체제 안전보장 수용)에 동조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만일 현 정부차원에서 제대로 된 소통라인 개설이 어렵다면 일시적인 DJ라인의 활용이라도 감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맞게 될 6자 회담의 결말이 어떨지는 안 봐도 비디오가 아닌가. 전 CIA국장이었던 울시가 최근에 '남한은 제2의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고 떠 벌인 엄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미국 내 매파의, 6자 회담을 깽판치기 위한 분위기 다지기에 다름 아니지 않은가. 현 정부가 진정 북한과 평화번영을 구가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셋째, 정부는 현대의 대북 경협에 실질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엊그제, 현대에서 정부에게 금강산 관광지원비로 지급해 달라는 200억 원 중 국회에서 지원 허가를 받은 돈이 1억이었다. 애들 장난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그런 식으로 현대의 대북 경협에 딴지를 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DJ정부 내내 햇볕정책을 대북 퍼주기 정책이라고 딴지를 걸고 난도질 해 왔던 부류가 아니었던가. 그런 그들이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현대가 요구한 대북 경협자금을 지원해 줄 리가 만무한 것이다. 그런 그들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대북 송금' 운운하는 것을 보면 솔직히 코웃음이 난다. 한 마디로 웃기는 부류들인 것이다. 자기들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훼방만 놓겠다는 심사에 다름 아니다. 그런 그들에게 '국회 존중' 이니, '상생의 정치' 니 하는 성인 같은 말씀을 아무리 떠들어 봐야 떠드는 사람 입만 아플 뿐이다.

정부는 국회의 힘을 빌지 않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현대의 대북 경협에 관한 지원책을 적극 모색하고 그를 실천해야 한다. 현대의 대북 투자로 인해 남과 북에 가져온 평화무드는 단지 돈만으로는 도저히 따질 수 없는 엄청난 값을 지닌 것이다. 아니 단지 돈만으로 따져도 그것이 망가질 경우 소요 될 평화유지 비용에 비해 현대에 지원하는 경협 자금이 얼마나 경제적일지는 DJ정부 시절의 지난 5년 간 군사비 지출만 보아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 정부는 현대에게 남북 경협에 관한 자금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 [출처] 인터넷 한겨레
넷째, 셋째와 같은 맥락에서 현대의 대북 경협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그로부터 파생 될 수익을 고스란히 남한과 북한이 분배할 수 있다는데도 의의가 있다.

만일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에 외국의 거대 자본이 참여하게 된다면, 혹은 그것을 그들이 독식하게 된다면 그로부터 파생되는 수익의 상당 부분이 국외로 빠져나갈 것은 틀림없다. 구들장 깔고 군불까지 때고 나서 아랫목은 내주고 윗목에서 떨 수도 있다는 말이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가치가 어떠한지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민족의 평화를 위해 활용되어야 할 그 크고 소중한 가치가 외국의 거대 자본에 농락 당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故 정몽헌 의장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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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정몽헌 회장은 남북화해의 선구자 북항 2003-08-05 / 08:31
2 . 민노당 논평 비교분석 2003-08-05 / 08:48
3 . 개혁당 논평 비교분석 2003-08-05 / 08:49
4 . 민주당 논평 비교분석 2003-08-05 / 08:49
5 . 한나라당 논평 비교분석 2003-08-05 / 08:51
6 . 자민련 논평 비교분석 2003-08-05 / 08:53
7 . 한나라당 메인화면 여론란에 올라있는 글..(이래서 이들은 개망나니 집단) 비교분석 2003-08-05 / 08:55
8 . 노무현은 직접 조문하고... 그레이 2003-08-05 /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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