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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夫餓死 枕厥種子
폭설 피해복구 그 뒷끝에서 느끼는 소회
양파사랑 2006/02/25 16:01    

『 폭설피해 농가 가운데 일부가 복구비를 만져보기도 전에 농사를 포기해야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


지난 주 화요일이던가?
지역 모 방송국 기자가 취재를 왔다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폭설 피해와 관련 확인할 사항이 있다며 몇 가지 내용을 물어온다. 사실, 피해 조사에서 부터 복구까지 필자가 전담했던 일이라면 속시원하게 대답을 해줬을텐데! 막연하게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된것 같다’ 라는 추측만 가지고는 취재에 응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피해 수습과정에서 경험한 일에 대해 얘기(?)를 해줬다.

‘그런 문제도 있었군요!’라며 한 번쯤 이슈화 시켜볼 필요도 있겠다는 반응을 보여 주는 젊은 기자의 모습이 참으로 미더웠다. 그렇게 해서 현장취재에 나서게 되었고, 또 인터뷰할 사람을 물색해 섭외(?)를 하다보니, 오전 한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방송 뉴스에 소개된 내용은 서두에 밝힌 그대로다.
요약하자면, 모자이크 처리에 음성까지 변조해서 소개해 드린 40대 중반의 농사꾼 아내가 겪은 황당한 사연이다.

△ 늘어가는 시름, 깊어가는 한 숨
쌀 농사만으로는 안되겠다 싶어 몇 년전 트럭 한 대를 구입 화물운송업을 했는데, 농사만 짓는 농업인으로 있을 때와 운송업을 겸했을 때 매달 내야 하는 국민연금 부담액은 차이가 많더라는 것이다. 감당하기 힘들어서 몇 개월간 납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다시 농사만 짓고 있는데, 체납된 국민연금을 받아내기 위해 자신의 주거래(?) 은행인 농협통장을 압류해 놓았더라는 것이다.

사실, 필자도 이곳에 와서 확인한 내용이지만, 요즘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4 ~50대 농민들치고 농협이 되었건, 은행이 되었건 부채가 없는 사람은 없다. 아니, 대다수의 농민들이 빚잔치(?)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해보려면 돈이 있어야 하기에 돈을 빌려 쓴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잘 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빚더미에 앉는다는 것이다. 자연재해로 수확을 포기하던지, 아니면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폭락으로 갈아 엎어야만 하는 일을 매번 반복해야 하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결국에는 처음 시작할때 빌린 돈만 부채로 채곡채곡 쌓여 간다는 것이다.

취재가 있기 몇일 전, 이 여자 분이 필자를 찾아 왔다. 농작물 피해에 대한 대파대 명목으로 통장에 들어온 복구비 210여 만원이 만져 보기도 전에 빠져 나갔더라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분명 통장이 한개 뿐만이 아니였을 텐데, 사전에 알았으면 복구비를 다른 계좌에 입금되도록 해줄 수 있었을텐데.. ‘언젠가는 내야 할 돈이고, 갚아야 할 돈이기에 누구를 탓한 줄 뭐하겠습니까?’라며 힘없이 사무실을 빠져 나가는 뒷모습이 어찌나 허탈하게만 보였던지 몇날 몇일 동안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방송에서 소개한 또 다른 사람은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다. 외부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인데 지인의 소개로 이곳에 와서 농장옆 콘테이너 박스에서 기거를 하며 농사를 짓던 사람이다. 그 분의 사례는 당시 피해조사를 나온 공무원한테 자신의 사정을 얘기 했다는 것이다. 부채가 많아 통장이 압류될 형편이니 자신한테 지급될 복구비를 제3자에게 위임해 달라고.... 그러면서, 그런 사정을 헤아려 주는 공무원들이 고맙다는 얘기도 빼지 않았다.

그렇다.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분야 피해에 대해 지급되는 복구비는 보상금이 아니다. 물론,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피해시설과 피해작물에 대한 복구비요.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구호차원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그런데, 몰인정하게도 그런 돈까지 한꺼번에 빼갔다는 것은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처럼 보여 조금은 잔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돈 장사를 해야 하는 이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일지 모르지만 인색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안은 다르지만, 얼마 전 미군기지가 새로 들어서게 될 평택의 대추리와 도두리의 주민들에게 강한 메시지 하나가 내려졌다. 기지확장 예정부지 농경지에 농사를 지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겠다는 국방부의 발표가 그것이다.

農夫餓死 枕厥種子(농부아사 침궐종자 = 농부는 죽어도 종자를 베고 잔다)라는 말이 있다. 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수 없듯 농사꾼은 어찌 되었건 농사를 지어야 한다. 폭설이 짓눌린 비닐하우스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고, 또 얼었다 말라 비틀어진 농작물도 갈아 엎고 다시 종자를 뿌려야만 한다. 또, 그렇게 하도록 해줘야 하는데 어디 그런가? 자본의 논리가 인간을 지배하고, 신자유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보니 어디 그런가? 최소한의 배려. 그 마져도 용납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잣대가 웬지 씁쓸하게만 느껴진다.

독자 의견 목록
1 . 박영훈 기자님께 감사 드립니다. 양파사랑 2006-02-25 / 18:49
2 . 그 놈의 돈이 뭐간데 하당우성 2006-02-27 / 09:33
3 . 님의 글이 올라오면 보지만 도토리 2006-02-27 / 12:55
4 . 고마워요 서해 2006-02-27 / 16:56
5 . 농심의 허허로운 저 눈길을 백창석 2006-02-27 /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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