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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과 무안을 잇는 다리 명칭에 대한 소견
영산강은 지역을 차별하지 않고 흐른다.
은적산방 2006/02/23 00:38    

* 영산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이름은 '주룡대교'로 함이 옳다

△ 주룡나루터와 미교리

영산강을 가로질러 영암과 무안을 잇는 다리 이름을 놓고 지금 논의가 한창인 것 같습니다.
우리 군에서 군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니 영암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미력하나마 소견을 피력해볼까 합니다.

다리 이름을 거론하기 전에 먼저 전남 도청이 남악 회룡리에 세워진 지리적 환경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남악(南岳)은 북악(北岳)에 대응하는 지명입니다. 북악은 서울 경복궁(景福宮)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인왕산과 더불어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지명입니다. 최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이 북악산을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주기로 해서 관심의 대상이 된 산입니다. 북악은 말 그대로 북쪽의 큰 산을 뜻하는 것으로 한반도 북부 지역, 더 나아가 동북대륙을 향해 뻗어나가는 기상을 대표하는 지명입니다.

풍수학자인 최창조 교수는 북악에 상응하는 지역으로 전라남도의 남악을 꼽았습니다. 그는 북악이 대륙을 관장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면, 남악은 남쪽 바다, 즉 해양을 경영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수려한 경관과 광활한 수산자원과 뱃길이 있는 남해바다를 경영하기 위해서, 그리고 통일 이후 대한민국이 저 광대한 대양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포석으로 이곳 남악에 생태행정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입니다.

최창조 교수 이야기를 더 들어보면, 남악은 유(儒), 불(佛), 선(仙) 삼도(三道)가 회통(會通)하는 터입니다. 유학을 상징하는 목포 유달산(儒達山), 불교를 상징하는 무안 승달산(僧達山), 그리고 선(仙)(신선사상을 나타내는 도교)을 상징하는 영암 미암면 선황산(仙皇山)의 각 정상을 꼭지점으로 하여 선을 그으면 반듯한 삼각형이 그려지는데, 그 삼각형 중심이 바로 무안 남악리이고 이곳이 바로 유불선 삼도회통의 자리라고 합니다.

남악 신 도청이 들어선 곳에 오룡산(五龍山)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룡산 아래 마을 이름이 회룡리(回龍里)입니다. 다섯 마리의 용이 구슬을 다투다 되돌아오는 땅이라는 뜻입니다. 남악 신 도청 앞을 흐르는 영산강은 선사 시대 사람들의 생활근거지이자 고대 왕국의 터전이었고, 삼국시대 이래로 중국과 일본으로 통하는 해상 항로였습니다. 영산강 하구둑을 건설하는 바람에 옛 영화를 잠시 잃었지만, 이제 후천개벽 시대를 맞아 다시 부활할 때가 된 것입니다. 여기서 말한 후천개벽은 일부 종교인들이 말하는 세상의 종말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성했던 것(양)들이 점차 쇠하고, 지금까지 천대받고 움츠려들었던 것(음)들이 성하여 진다는 뜻입니다. 즉 양지가 음지로 변하고 음지가 양지로 변한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영산강 주변의 지역과 사람들이 얼마나 핍박받고 설움을 받아왔습니까? 호적까지 바꿔가며 남도사람이라는 것을 속여야 했던 시절이 불과 몇 년 전이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인식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 남도는 이제 깨끗한 자연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불굴의 저항 정신은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찬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면에서 차별받으며 살아온 여성들의 지위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부장적 색채가 강했던 호주제가 폐지되었고(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긴 하지만), 여성들의 사회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남아선호 사상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도 점차 투명해지고 있습니다. 공직사회를 보면 알겠지만, 요즘 얼마나 행정 절차가 투명해지고 간결해졌습니까? 권위주의적인 태도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바로 후천개벽 현상인 것입니다. 힘이 약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고, 시민들의 권리와 인권이 보장받는 사회가 바로 그런 세상인 게지요.

남도의 땅 남악 회룡리에 도청이 들어선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역사성 이외에도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지명의 예언성입니다. 영암 은적산 아래 미교리(美橋里)라는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마을이 있습니다. 15년 전부터 비포장도로일 때 오토바이를 타고 자주 들렀던 마을인데, 마을 이름을 볼 때마다 참 의아스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도대체 ‘아름다운 다리’가 없는데 왜 ‘美橋마을’이라고 했을까?...

그 의문점이 몇 년 전에 풀렸습니다. 많은 지명에는 역사성이 들어있습니다. 동시에 예언의 성격도 지니고 있습니다. 미교마을 앞에는 아름다운 다리가 건설되리라는 것을 조상님들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죠. 마치 삼호(三湖)가 세 개의 호수를 거느리는 지역이 되리라는 것을 예언했던 것처럼...

미교마을 아래에 미교포가 있었고 매월리 아래에도 매월포가 있었습니다. 미교포에 있던 미교나루를 ‘주룡나루’라고도 불렀습니다. 그런데 강 건너 미교리 맞은편에 주룡포와 상사바위가 있습니다. 주룡포는 불과 20년 전 까지만 해도 일로와 독천의 우시장을 왕래하던 상인들이 많이 이용했던 나루였습니다. 미교마을 주룡나루와 무안 주룡포 주룡나루는 같은 이름으로 불리어졌던 것입니다. 영산호가 생기고 나서 사촌 형님과 함께 미교마을 앞에 있는
주룡나루에서 낚시를 했던 기억이 세삼 떠오릅니다. 그 아름다운 추억 때문에 이 영산강변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오기까지 했었습니다.

이처럼 영산강을 사이에 두고 같은 이름을 가졌던 나루가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몽탄과 시종을 연결하는 몽탄나루입니다. 무안 몽탄은 고려 태조 왕건의 꿈 이야기와 관련된 지명인데 주로 옹기와 분청사기를 생산하던 지역입니다. 지금도 옹기와 도자기가 생산되고 있지요. 무안 몽탄에서 생산된 옹기는 몽탄나루를 통하여 영암지역으로 물류이동이 이루어졌습니다. 무안 ‘몽평요’에 가면 몽탄나루에서 나룻배로 옹기를 실어 나르는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이와 같이 영산강을 사이에 두고 영암과 무안 지역이 서로 다른 나루터를 똑 같은 이름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두 지역민들이 정서적, 경제적으로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영산강은 영암과 무안을 나누는 경계가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터’였던 것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미교마을과 주룡포 상사바위 아래를 흐르는 지역을 주룡협곡이라고 부릅니다. 강폭이 좁아지면서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지역입니다. 영산강 하구둑을 막기 전에 큰 비가 내리면 상류지역에서 시뻘건 황토물이 밀려 내려옵니다. 밀물 때가 되면 목포 앞 바닷물이 강물을 밀고 들어와서 푸른 바닷물과 시뻘건 황토물이 부딪치게 되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구불구불한 강줄기를 타고 흐르는 모습이 붉은 용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주룡협곡(朱龍峽谷)이라고 불리어졌습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까지만 해도 여름 장마가 지면 지금의 서호강은 물론 몽해들까지 완전히 붉은 황토물로 뒤덮였습니다. 철없던 우리들은 홍수가 난 논에서 수영을 하고 놀았었지요^^

조상님들의 예언대로, 영암 미교마을 앞 주룡나루와 무안 주룡마을 주룡나루를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기부터 다리 이름을 놓고 이견이 분분하고 있습니다.
만일 ‘무영대교’로 이름을 정한다면 영암 지역민들이 반발할 것이고, ‘영무대교’로 한다면 무안 지역민들이 반발할 것입니다. 서로 자기 지역 이름을 앞에 두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영산강은 원래 영암과 무안을 딱 둘로 나누는 경계가 아니라 두 지역민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조화롭게 공존했던 생활터전이었습니다. 양쪽 지역에 같은 이름을 가진 ‘주룡나루’가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습니까?

역사성을 따져 보아도 그렇고, 지리적인 특성을 따져 봐도 그렇습니다. 영암과 무안의 협력과 공생을 의미하는 “주룡대교”를 다리 이름으로 정하는 것이 백번 옳다고 생각합니다.
몽탄교는 이미 있으니까요.

‘무영대교’는 지역성을 띠는 이름이긴 하지만, 감정적인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며 또한 역동성이 없습니다.

그리고 다섯 마리의 용이 돌아오고 오행이 상생하는 터, 남악 오룡산 회룡리와 연관지어 생각해봐도 역시 “주룡대교”가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비단 전라남도의 미래 뿐만 아니라 통일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남악에 다섯 마리의 용이 이 “주룡대교”를 타고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영산강은 남도 관광의 메카로 등장할 것입니다. 영산강에 인접한 각 시군이 경쟁적으로 생태문화관광명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영암군도 기존의 월출산과 왕인박사 유적지만으로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은적산 주변과 서호강, 그리고 영산강 유역을 적극 활용하면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장천리 선사 유적지는 정말 멋진 곳입니다. 가볼수록 정감이 가는 문화유적지입니다. 금바위 매향비 또한 신비스러운 장소입니다. 그리고 도기 문화센터에서 신흥동을 지나 모정마을과 양장마을을 거쳐 금강 태백으로 가는 구릉지대 또한 참으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주룡대교’와 바로 연결되는 관광도로가 될 만한 곳입니다. 그리고 ‘신금대교’가 생긴다면 시종 마한 역사공원과 구림마을을 이어주는 관광도로가 될 것입니다. 이 도로 주변에 가로수를 심어 가꾸고, 또한 구릉지대 곳곳에 전망대로 설치하여 쉼터를 만들어 놓는다면 머지않아 관광명소가 될 것입니다. 특히 황촌고개 봉우리에 전망대를 설치한다면 월출산과 광활한 영암평야와 영산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샛강들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쓰다 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 의견 목록
1 . 많이 배우고 갑니다(냉무) 관전자 2006-02-23 / 13:01
2 . 향토사랑. 역사사랑의 마음 한용현 2006-02-23 / 14:02
3 . 무안과 영암의 관계자 분들이.. 율전 2006-02-24 / 02:30
4 . 주룡대교라!!! 도토리 2006-02-24 / 21:51
5 . 괜찮은 생각이네요 향수 2006-04-20 / 17:41
6 . 옳소 체게바라 2009-08-15 / 17:51
7 . 주룡대교 이라... 정종석 2010-08-04 /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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