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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지상주의라는 광란의 춤
경제적 이익만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사회
아찌 2006/01/26 15:39    

국가의 발전이나 어려운 경제난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모두가 동의하고 수긍하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안이 개발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동일한 답을 가지고 있다. 헐벗었던 때나 선진국 문턱에 도달해 있을 때나 답은 똑같다. 그게 지금에 와서는 시대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 따져보지도 따져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래도 개발, 저래도 개발 오로지 개발 타령뿐이다.

중앙 정부나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개발은 어떤 개발이 되었든 국가와 지방의 발전을 위한 개발이므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다가올 미래의 선진국을 그려보면서 박수부대가 되어 기립박수를 치기만 하면 된다.

그들의 행위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국가를 위한 충정에서 나온 것이지 애초의 개발 계획에 환경을 훼손하거나 환경을 파괴하려는 의도는 전혀 담겨져 있지 않기에 그렇다.

그리고 국책사업이란 타이틀을 걸고 시행되는 대형개발사업 일수록 국가적 차원에서 벌이는 더 중요한 개발 사업이므로 그 개발의 추진 과정이나 환경 파괴에 대한 염려 등에 대해서도 추호의 의심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부수적인 것쯤은 그때그때 기술상의 문제로 봉합하고 땜질하면 눈에 안보이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건설의 역사는 이렇게 저렇게 임기웅변 식으로 대응하면서 세계적 경제 기적을 이루며 눈부신 발전을 해 왔다.

천성산 관통터널공사가 중단되어 입게 되는 손실은 정부가 졸속으로 공사를 시행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므로 그 책임 소재는 정부이지 지율 스님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터무니없는 액수로 부풀려 무분별한 개발을 막은 지율 스님에게 그 책임을 뒤집어 씌웠다. 이런 황당한 계산법이 어디 있으며, 잘못된 개발을 바로잡고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범법자인 양 지목하여 공개적인 비난과 인격 모독을 가하는 것도 모자라 국가 발전을 가로막은 매국노로 매도하고, 여론의 몰매와 지탄을 받아 일개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이란 사회에서 국가적 이익에 반한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한 자가 당해야 하는 당연한 업보다.

그리고 공사가 중단된 기간을 손실로 계산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절차상의 하자로 불가피하게 잠시 중단한 상황이기 때문에 공사 기간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봐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거꾸로 된 계산법으로 계산을 한다. 경부고속철도 노선도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착공에 들어갔던 관계로 입었던 손실과 지질조사조차도 하지 않았기에 탄광 갱도가 나와 노선을 변경하면서 입었던 손실 등 이런 것이야 말로 명백한 손실이다.

그러나 이런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손실에는 별 문제를 삼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율 스님의 단식으로 공사가 중단되자 이때는 사회적인 몰매가 일개인에게 가해졌다.

이 문제를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해 보자. 람사협약에 가입한 회원국이 아니더라도 고산 습지가 분포한다는 사실이 확인 되었을 때는 국가가 스스로 보전가치를 인정하고 터널 공사를 포기하던지, 자진해서 공사를 중단하고 면밀한 조사를 한 후에 공사를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했어야 할 사안이다.

지율 스님이 끼어들 틈이 없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가 이런 할 일을 다 하면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상식선에서 해야 할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민의 혈세가 스님 한 사람 때문에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것처럼 못된 언론과 한 목소리로 욕했다.

선진국에서는 고산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공사를 포기하고 시간이 더 걸리고 돈이 더 들더라도 우회노선이나 대안노선으로 문제를 풀어갔을 일인데 우리는 왜 반대로 문제를 풀어갈까. 자연을 보전 했을 때의 가치가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미련하고 어리석다고 보기 때문일까.

선진국과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나라에서 왜 선진국식의 해법을 이 상황에서는 무시하는지 모르겠다.

지구상에서 이런 경우를 손실로 잡아 계산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손실은 보전가치가 있는 자연을 훼손하려는 직전 상태까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공사가 진행되었을 때 들어간 공사비가 손실이다.

또한 우리야 개발로 환경이 파괴 되더라도 지나간 일이고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되지만 돈으로 계산되지 않더라도 보전가치가 높은 자연이 파괴되었을 때는 개발로 더 많은 것을 잃은 손실로 봐야 한다. 반면에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조사 기간은 공사가 포기되든 재개되든 손실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다.

왜 이런 기본 상식이 무시되는 몰상식적인 일이 벌어지는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국가의 대응을 보면서도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지율 스님과의 합의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겠다는 국가의 결정은 곧, 국가가 허술하게 적당히 거짓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해 왔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가 기관인 고속철도공단에서는 합의를 깨고 조사를 하더라도 결과는 같을 것이니 공사를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야비하게 여론을 조작하여 한 개인만 죽여 놓으면 간단하게 속개가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 속에 저질러진 짓일 것이다.

고속철도공단이 이런 짓을 저질러도 정부가 뒷짐 지고 있었다는 얘기는 지율 스님을 존중해서 합의안을 받아준 것이 아니라 100일 단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 준 것이 된다.

그럼 정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으면서 잘못을 인정한 것처럼 하면서 지율 스님을 우롱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원래 세상은 그렇고 그렇게 도는 것이고 정부나 시정잡배나 똑같이 다 믿을 수 없다는 말인가?

지율 스님의 말씀처럼 나도 정부이기에 믿고 싶다. 그러나 정부는 믿을 수 없는 배신을 지율 스님에게 끊임없이 저질러 왔다.

어느 교수가 진단했듯이 이 나라는 개발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거대한 개발 세력들에 의해 개발만이 살길이라는 오직 한 길로 내달려가는 토건국가로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나라이다.

우리 사회는 재벌을 축으로 하는 건설 자본과, 건설교통부를 축으로 하는 토지공사나 도로공사 등의 건설 공사, 든든한 자금줄이자 정치적 치적이나 생색내기로 안성맞춤인 개발에 줄을 대는 정치권이, 삼각동맹을 맺어 이들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라는 진단 역시 맞다.

이들은 암세포처럼 빠르게 자가 증식을 하면서 더 빨리 더 많이 먹기를 주문하고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선진국이 목전에 다 달았다는 주술을 계속해서 외쳐대고 있다. 이 마술에 걸려 개발 세력의 수장이자 국가라는 개발주식회사의 수장 역할을 하는 대통령은 모든 지자체에 고르게 개발이라는 떡을 나눠주고 있고, 지방의 토호세력과 주민들은 돈독이 올라 계획대로 약속대로 개발이 되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선심 쓰듯 개발을 나눠주어 개발을 부추겨 놓고 투기만은 용납하지 않겠다니,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없는 한은 이게 제대로 먹혀들 리가 없는데도, 정부는 정부의 개발을 위주로 하는 경제정책 자체에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

이렇게 정부 정책마저도 개발에 고착되어 있고 세상 적 가치관이 돈과 개발로 귀착된 가운데, 누가 더 자연을 파괴하고 누가 더 자연을 완벽하게 개조해내느냐가 탁월한 능력으로 칭송받고 있으며, 그런 자의 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 지지율 1위로의 부상이라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 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길은 노동자는 세계화를 위한 하나의 기계속의 부속품으로, 국가는 주식회사처럼 기업의 경영 방식을 도입하여 경제성의 원리에 따라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곧 경쟁력과 자본이 모든 걸 삼켜버리는 아귀다툼의 세상이다.

하지만 이래야 경제 성장의 지표가 되는 각종 수치들은 수치상으로는 상향 곡선을 그리게 되므로 어려운 사람들의 생활이야 어찌되었든 적절하고 무난한 국가경제 운영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져가고 있는데도 경제는 회복되고 있다고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국민들을 현혹하는 더 달콤한 말은 개발을 나누어 주고 개발에 대한 환상을 심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든 자기 지역으로 개발만 따오면 하루아침에라도 지역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마다 경제 회복에 가장 빠르게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개발이란 해법으로 이 문제를 풀어왔다. 그런고로 개발이란 해법이 가장 매력적이고 유일한 만고불변의 해결책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이 나라는 국가 발전을 위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개발을 빙자한 기만과 사기극을 마음대로 저지를 수 있는 건설 족들의 나라가 된 것이다.

이 땅의 자연이 건설 족들에게 있어서는 한껏 거드름을 피우면서 우아하게 마음껏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화려한 만찬장이다. 이들의 게걸스런 만찬 행위는 아이러니하게도 나라를 위한 애국으로 격상되어 국가의 발전과 맞닿아 있다.

이런 국가의 안위와 발전을 논의하는 품위 있는 사람들만의 격조 높은 만찬장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불현듯 나타나 특정 음식만을 문제 삼으며 이 음식은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니 뱉어내라고 떼를 쓰고 있으니, 이게 먹혀 들 리가 없는 것이다.

지율 스님, 이 땅에는 불도저로 다 밀어버리고 생명이 깃들 수 없는 콘크리트 무덤이나 인조 자연으로 개조할 땅은 있어도 스님을 위해 예비 된 자리는 한 치의 땅도 없나 봅니다. 개발 족들의 만찬장에 메뉴의 하나로 올려진 음식은 요리가 끝난 음식이니, 더 이상 아무도 문제를 삼아서는 안 되는가 봅니다.

꿈이 현실이 된다는 말은 스님이 추구하는 세상과는 정반대로 갔을 때만 가능해지는 일이고, 진정 스님이 원하는 세상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인가 봅니다. 당연히 요구하고 추구해야 할 세상은 오지 않는다니, 목이 짓눌려지듯 답답하고 꽉 막혀 어디에도 토로할 수 없는 심정을 억누르고 저는 비굴하게 살아갑니다.

내가 낸 세금으로 이들에 의해 추구되는 국토 건설의 대역사는 언제나 끝날 것인가? 내가 가늠하기에는 아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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