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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가 아니면 살 수 없는 나라
지율 스님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아찌 2006/01/2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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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가 넘쳐나는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애국이 넘쳐나는 사회를 살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다 각양각색의 자기 나름대로의 애국이 담겨 있다.

노무현은 소득 2만 달러라는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신자유주의에 국운을 걸고 세계화를 전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며 원래 가진 것이 없어 몸뿐인 노동자들의 양보를 끊임없이 요구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살리기 위한 애국에 전념하고 있다.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은 현 정권을 좌파 정권으로 규정하고 개혁을 무산시키기 위해 함량미달인 개혁적 입법안마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 선동하며, 기득권 세력들이 여전히 뽐내면서 대대로 영화를 누릴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자고 반공주의 시대의 과거 지향적 애국을 설파하고 있다.

그런데 애국은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황우석 사건을 통하여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정치적 비판의 과잉과 함께 자라기 시작한 애국주의적 성향은 보편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다 자기 나름의 애국이란 상징을 만들어 냈고, 이게 곧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더 희망이 없는 세상에서 그래도 버틸 수 있는 삶의 의미로 작용하였다.

실수투성이로 보이는 현 정권을 증오하기 위해 조선일보에 의해 촉발된 조선일보 식 애국주의가 아류에 아류를 양산하면서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을 더 감동시켜 사회 전반에 애국주의 광풍이 일어날 수 있는 전조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황우석에 의한 애국주의도 사실은 독버섯이 자랄 수 있는 그런 토양이 오래 전부터 조선일보에 의해 준비되어왔었기에 가능했고 싹을 틔운 작업까지 조선일보가 해주었기에 일시에 불 지펴진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누구나의 마음의 중심에 소중하게 자리 잡고 있던 애국주의가 미묘한 정치적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시시때때로 거침없이 애국이란 이름으로 표출되고,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애국을 빙자한 폭력적 행동과 발언을 부끄러움 없이 쏟아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작동 원리는 비교적 간단한데 국익과 경제 성장(경제적 이익), 서울 중심적 사고가 모든 걸 결정한다. 우리에게 있어 국익과 경제 성장, 서울 중심적 사고는 참이자 선이자 진리이다. 국익이 곧 경제 성장과 직결되고 서울 중심적 사고와 직결되었을 때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불변의 진리가 된다. 우리는 언제나 사회적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여기에 적용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왔다.

굵직굵직한 대형 국책사업을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벌이는 사회적 논란의 해결 방식도 국익이란 말 한마디로 얼마든지 잠재울 수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과 천성산 관통터널공사의 운명은 국익이란 명분으로 이미 그렇게 결정이 끝난 과거의 일이다. 개발이 국익이고 국익이 경제적 이익이라는데 말해 무엇 하겠는가.

국익 우선의 논리 앞에서는 환경이니, 미래적 가치니 하는 따위는 거론할 가치도 없는 하위 개념으로 전락되며, 환경을 함께 고려하자는 주장은 강단 좌파같이 무조건 반대만 하려고 드는 한가한 사람들의 입에 발린 허접 쓰레기 같은 말로 치부되어 버린다.

지율 스님을 마주대했던 정부 관계자 그 누구도 지율 스님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고, 알아들으려 하지도 않았으며, 너무나도 순진하고 너무나도 뭘 모르는 사람의 한 갓 넋두리를 그냥 심각하게 듣는 척 하는 모양새를 보여 주었을 뿐이다.

애초에 정치인들에게는 표를 의식한 말장난에서 시작된 무책임한 개발 공약이 허황된 말에 그치지 않고 무모하게 감행되었다 하더라도 어떤 개혁적인 정치인도 이를 막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 국익 논리를 펴며 그럴듯한 언술로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오로지 정치적 논리로 국가를 위한 국책사업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고 결정한다. 이들의 결정에는 국익과 정치적 논리만 있었다. 자신의 정치적 결정이 어떤 후환을 몰고 올 것인지와 자손들의 먼 미래와 환경은 제대로 고려해 본 적이 없다.

어떤 환경 파괴도 개발을 부추기는 개발 세력에게는 엄청난 개발 이익만을 가져다 줄 뿐, 환경을 무참히 파괴하고도 정책을 결정한 당사자가 아니었으므로 일찌감치 환경을 파괴한 책임에서 벗어나 면책특권을 누려왔고, 오히려 국익의 이름으로 각색되어 환경 파괴에 비례하여 업적이 커지고 더 높이 칭송되어 왔기에 환경 파괴는 아무 일도 아닌 걸로 무시되어왔다.

그러므로 시화호 같은 환경재앙을 겪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쉬쉬하고 넘어가고 있으며, 호수가 썩어 문제가 되면 매립하여 버리면 된다는 식으로 뻔뻔하게 적반하장의 논리를 펴고 있다.

국익 우선의 논리 앞에서는 정치인들의 결정도 답은 오직 하나로 뻔한 답이 나올 수밖에 없고, 대법원의 판결도 정치인들과 똑같은 뻔한 답이 될 수밖에 없다.

지율 스님처럼 거부할 수 없는 모성애 때문에 이 땅의 뭇 생명들과 신음하는 산하를 여리 디 여린 가슴으로 상처를 보듬고 사랑으로 끌어안으려는 몸부림은, 어린 철부지의 말도 안 되는 투정쯤으로 치부해 버리는 개발 외에는 대안이 없는 국가 폭력 앞에 꺾일 수밖에 없으며, 한 생명은 그렇게 스러져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발주의 시대를 넘어 환경과 생명을 화두로 하는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너무나 당연한 시대적 요구도 국익 앞에 묵살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사람은 비애국자로 몰아 질식시켜 죽이는 이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선진국이란 구호는 과연 무엇을 달성하기 위함인지 자못 궁금하다.

지율 스님이 살 수 없는 나라, 이 나라는 분명 야만의 나라다. 이 분의 요구가 전국방방곡곡에서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계속 제기되고, 이제는 시대가 시대니만큼 이런 요구가 대폭 수용되고 관철되어서 자연과 생명이 우리의 삶속에 공존하는 사회, 국가 관리의 시간표와는 무관하게 많은 농촌에서는 시간이 지체된 가운데 전통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농촌 공동체가 복원되는 사회로 희망을 담금질해 가는 사람들이 농촌으로 대거 몰려들어서 지율 스님이 외치는 바로 지금, 현실 속에서 농촌도 살고 도시도 사는 이런 사회가 하나하나 실현되어야 지율 스님이 살 수 있는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선진국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이런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왜 우리는 선진국이 되자면서 전국의 서울 화라는 도시 국가를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번쩍 번쩍하게 한반도 전체를 세계 속의 도시 국가로 만들자는 전략인가?

서울은 우리나라의 어느 한 쪽에 위치한 그렇고 그런 도시 중의 하나로 내가 사는 곳과는 생활권이 다르기에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 그냥 다른 지자체와 같은 하나의 다른 지자체 정도로 인식이 되어야 하는 도시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음을 부인할 수 없을뿐더러 우리나라에 사는 한은 서울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과 내 삶의 모든 영역에 서울 중심의 사고가 강요되고 주입되더라도 그게 표준이고 기준임을 알고 달갑게 받아들여야 한다.

서울에 있는 언론사에 근무하는 기자는 출신 성분이 서울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서울의 명문대 출신이므로 농민들이 왜 저런 폭력 시위를 벌이는지 알 수도 없고 알아야 될 일도 아니다.

서울은 농촌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이 보이는 세계 속의 국제도시이며, 농촌은 서울에 의해 쓸모가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는 종속적인 존재이므로 이제는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농업을 폐기해야 하는 시대이니만큼 절대 다수가 과감히 버리는데 동의한 농업은 이미 사망 선고가 내려진 사양 산업이다.

그래서 서울공화국인 이 나라에서는 아무도 농업을 말하지 않는다. 외국에 나가서까지 국가 망신을 시키며 폭력 시위를 주도한다는 비난만 난무하고 있을 뿐이다.

이 나라는 서울이 곧 이 나라이므로 서울 시민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국가 정책의 근간이 결정된다. 농촌과 지방을 희생시켜 현재와 같은 서울의 발전이 이루어졌고 지금도 서울이란 블랙홀 속으로 다 집어 삼켜버리면서도 자기들 잘나서 이룬 성과라면서 더 많은 걸 내 놓으라는 협박을 넘어 삶의 기반인 농지까지 서울 사람들의 여가를 위한 개발지로 쉽게 용도 변경을 할 수 있게 법을 바꾼 다음, 애물단지인 땅을 팔아 땅값 두둑하게 받고 손 털고 떠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정책들이 국제도시로 도약하는 거대도시 서울을 지탱하기 위한 선택일 수는 있어도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선택일수는 없는데도, 서울이 곧 이 나라이므로 지방과 농촌은 서울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운명을 말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이 나라에서는 농촌을 위한 정책을 펼 때도 농촌과 농민은 철저하게 배제되고, 서울 중심적 사고에 젖은 관료들에 의해 서울과 국익이란 관점에서, 농업을 포기하고 농촌을 해체시키고자 하는 방향으로 농업 정책이 결정된다.

식량안보란 말은 식자층의 머리에서나 떠도는 실체 없는 유령이고, 불확실성의 시대에 안전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농업과 농지를 어떻게든 유지하고 보전하자는 주장 역시, 서울이란 도시 국가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 격에 불과한 말일 뿐이다.

세계 속의 서울이란 국제도시의 배후지인 지방과 농촌은 그 용도가 경제적 이익을 위한 각축장이나 부속된 개발 예정지로서의 토지 공급원이지 그 외에는 별 쓰임새에 없어 보이는 곳이다. 서울 사람들에게 있어서 더 중요한 다른 것들은 세계 모든 나라에 얼마든지 널려 있고, 모든 게 돈으로 살 수 있는 소비 상품이므로 다 돈으로 해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더러는 언제든지 나가서 골프를 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사람들을 위한 골프장으로 속속 개발되어야 할 예전의 농지가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이고, 전원생활을 흉내 내기 위해 장난삼아 농사짓는 땅으로 쓰일 어설 푼 농지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할 것이다.

농산물 등의 먹거리는 돈으로 해외에서 수입해와 다 해결할 수 있으므로 굳이 공해와 오염에 찌든 국내에서 생산을 고집할 필요가 없고,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감상하려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 국내와는 비교가 안 되는 멋진 자연적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 소비 상품으로 감상하면 되기에, 굳이 국내의 개발 예정지를 보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방에 사는 우리에게 강요하는 삶은 서울의 이익이 곧 국익이니 국가시책에 맞추어 서울에 종속된 서울의 식민지나 변두리에서의 삶을 살라는 것이다.

서울은 워낙 크고 인구가 많은 도시이니 서울에서 길이 막히는 것은 참을 수 있으나, 변두리에서까지 길이 막히는 것은 참을 수 없으니, 변두리에는 사통팔달로 거미줄처럼 고속도로 망이 뚫려야 하고 전국 어디로든 막힘없이 달려야 한다. 이 때 우리는 어부지리로 교통이 편리해졌다고 좋아하면서 그 길로 서울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고스란히 보내주어야 한다.

세계적인 도시 국가에 기반한 서울 중심적 사고 속에서는 끊임없는 개발이 서울을 위해 필요하고 지방적 삶이나 지율 스님이 꿈꾸는 세상은 무참하게 파괴되고 짓밟히기 마련이다. 이런 식민지적 삶이 구속하는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나라를 위해서 국가적 영웅이나 애국주의에 희망을 걸고 목을 매면서 살아야 하나.

독자 의견 목록
1 . 지율이 우리속에 내재된 망령과 싸우고도 있는줄도 모르죠 장원영 2006-01-25 / 22:07
2 . 지율과 환경 그으한 2006-01-27 /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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