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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노조관
노조와 노동자는 다르다
아찌 2005/06/28 14:36    

현 대통령의 노조관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 “노동자들 많이 커서 내가 도울 방법이 없다”라는 말이 아닌가 한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도 대통령은 과거에는 힘이 없어 당하기만 하던 노조가 기업과 정부와 대등한 위치에 있거나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격세지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나에게는 왜 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물론 민주노총이니 한국노총이니 하는 양대 노총의 목소리나 위상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선진국 못지않은 수준으로까지 높아져 노동정책을 놓고 당당하게 노동자를 대변하는 하나의 주체로써 대표로써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어깨를 맞대고 앉아 함께 논의하고 협의하는 관계가 되었으므로 그런 표현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자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그들은 노동자와 멀어져 가고 있고 노동자를 이용하여 노동자 위에 군림하는 특권계급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에도 그런 성향이 약간 드러나기는 했으나 이렇게 노골화되지는 않았었다.

그들이 특권화 된 상태에서는 억울하게 죽어가는 노동자와 일치된 마음을 가질 수 없고, 아픔을 절절하게 함께 나눌 수도 없으며, 현장 노동자를 대변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는 현장 노동자와 따로 노는 별개의 다른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이들의 타락을 놓고 누구든 비판이 가능하며,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인다하더라도 어찌 전체 노동자를 욕 먹이는 이런 일을 자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동자들의 울분뿐 아니라 대통령으로서도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는 사안인 것은 맞다.

그런데 양대 노총이라는 지도부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해서 현장 노동자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아니고, 특권의식에 빠진 몇몇 지도부의 일탈 때문에 다른 현장 노동자들까지 욕먹을 일이 결코 아니므로 비판을 하되 분리하여 비판해야 옳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를 구분하지 않고 비판하고 있고 노동자를 다 양대 노총과 동일시하고 있으며, 노동자를 다 노동 귀족이라 헐뜯는 대기업 노조와 동일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비판의 대상은 당연히 노동자와는 다른 지도부 중에 본분을 망각하고 비리를 저지른 그 비리 행위 당사자를 지목해야 하고 물리력으로 정부 정책을 무력화시키려는 대기업 노조가 있을 때는 해당 대기업 노조만을 비판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정부를 상대로 하는 세력만의 힘이 과거에 비해 커졌으므로 그런 오해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걸 전제로 한다하더라도 대통령의 노조관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나의 진단이다.

그 하나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IMF 이후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되어 때론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는 판 비슷하게 현장 상황이 변해가고 있으므로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에 대해 자기들만 생각하는 사람들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규직 노조에서 나름대로 정규직만을 위한 어떤 요구안을 들고 나왔을 때 더 열악한 조건과 급여를 받고 일하는 비정규직에 속한 노동자들은 불만을 속으로 삭이며 정규직 노조를 원망하기도 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세계화로 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정규직과의 차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누가 해주어야 하는가라는 입장에서 보면 정부와 기업의 책임이 더 큰 문제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정규직 노조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겨왔다. 비정규직도 있는데 정규직들이 자기들만 생각하면서 배부른 소리나 한다는 식으로 말하게 되면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을 생각해서 월급을 삭감할 생각 이외에는 아무런 요구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이게 왜 정규직의 책임인가 말이다.

구조조정 이후 엄청난 순익을 챙기면서도 비정규직의 급여를 정규직의 절반 정도밖에 지불하지 않는 기업과 이를 알면서도 수수방관 하는 정부의 책임이지 노동자의 책임이 결코 아니다.

노동 귀족이라 불리는 대기업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할 때도 대통령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이 들고 일어나 집중 매도하는데 노동자는 현 대기업 수준 이상의 급여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헌법에라도 명시되어 있는가?
중요한 것은 매출액 대비 인건비의 비중이다.

인력 감축으로 노동 강도가 높아졌고, 인력 감축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으로 순익이 증가했으므로 여기에서 발생한 이익의 일부는 당연지사 노동자들의 몫으로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는 이들이 정당한 주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 묵살당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나라가 어려우니 당분간만 참아 보자는 말도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데 나라가 어렵다면서도 주주와 총수는 순이익 증가에 비례하여 계속 주주 배당 비율을 늘려가면서 노동자들의 요구는 왜 철저히 묵살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개선안 역시 노동자들의 고통만을 강요하는 개악에 불과하다. 왜 노동자들에게만 70~80년대의 공돌이 공순이 수준에 머물러 있기를 요구 하는가?

대통령은 조직화 되어 있지 않은 힘없고 파편화 된 노동자들이 조직화 된 노동자들에 비해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 그들만이 아니라 임시직으로 불완전 고용 상태에서 비참하게 용돈 수준의 돈을 벌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건강을 돌볼 틈도 없이 유일한 재산인 몸뚱이를 소진하면서 죽기 살기로 목숨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널려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겉으로 들어나는 노동자들의 부정적인 모습만을 보고 국가와 공동체는 안중에도 없는 가운데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막 되먹은 사람들로 쉽게 매도해서도 안 된다.
자동차 공장에서 생산 라인을 놓고 노동자들끼리 서로 싸운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어찌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구조조정으로 한 직장에서 고락을 함께 하던 동료가 하루아침에 잘려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노조도 자신들을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고 자신에게도 그런 현실이 곧 닥칠 거라는 위기의식 속에서 일할 수 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 놓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그런 행동을 유발한 것이 아닌가.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일이 우리에게는 사망 선고와 다름없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고 가족 전체가 천길 낭떠러지로 빠져 헤어 나올 길이 없게 되는 비참한 상황으로 전락한다는 부인 할 수 없는 사실 앞에서 이런 행동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노조를 비판하되 비판받아야 할 사람들만 비판하십시오. 노조를 만들 수 없는 여건 속에서 인권침해와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어디에다 하소연 한번 못하고, 명백한 노동착취를 당하면서도 자신의 못난 탓으로 돌리면서 내일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절대 다수의 노동자까지 같은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도매금으로 비판하지 마십시오.

우리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의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구차하게 그러나 군말 없이 살고 있을 뿐이므로.

독자 의견 목록
1 . 노조를 비판하되 비판받아야 할 사람들만 비판하라굽쇼 도토리 2005-06-29 / 09:12
2 . 경제가 성장하면 모두가 잘 살게되나? 아찌 2005-06-30 / 09:39
3 . 민주노동당이 대안입니다. 첫나들이 2005-07-01 / 17:37
4 . 경제의 ABC 도토라 2005-07-01 / 20:20
5 . 미국식 경제 성장주의가 지속가능한가? 아찌 2005-07-02 / 13:14
6 . 노조와 노동자는 다르다 도토리 2005-07-02 / 22:45
7 . 노조를 보는 시각차 아찌 2005-07-03 /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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