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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 곧 발전인가(3)
학교와 나무
아찌 2005/01/06 17:52    

새벽 어둠속에서 눈을 뜨자 평소 존경해 오던 지율 스님과 권정생 선생님이 불현 듯 떠올라 눈시울을 적시며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다가 뒤늦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나를 슬프게 만든 건 어제 학교 부근을 지나면서 도로공사를 위해 허물어 낸 학교 담과 그 안에서 학교와 함께 해온 나무가 당장 잘리어 나갈 운명에 처한 채 서있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그 나무들을 살리고자 노력했지만 그건 애시 당초 불가항력이었고 그 누구의 관심도 끌 수 없는 허황된 일이었습니다.

제가 정명여고에 온지 십 수 년이 지났는데 학교 담을 에워싸고 이중의 담을 이루며 즐비하게 늘어선 나무와 100년 전통의 학교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수십 그루의 고목나무, 누군가에 의해 소중하게 가꾸어진 화단의 나무들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무가 많은 탓에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낮에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끊이질 않고, 밤에는 박쥐들이 떼로 몰려와 장관을 연출하고 가끔은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하늘소가 날아와 자못 놀라게 하기도 했던 과거의 일들이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런데 그 많던 박쥐 떼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지금은 이런 생명체의 향연을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는데 이는 목포 주변의 갯벌이 시가지로 다 개발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하당이란 이름으로 개발된 신시가지의 광활한 갯벌, 북항을 중심으로 산재해 있던 갯벌이 상태축의 역할을 하며 도시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건 다 옛 이야기 일 뿐입니다.

제가 정명여고 뒷담 길 소방도로 공사로 학교 담이 헐리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어떻게든 지켜보려고 발버둥 쳤던 이유는 그래도 도심 속에 유일하게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음으로 해서 불완전하게나마 녹색 공간의 기능을 갖는 곳이고, 공공시설물로서 교육의 장이자 꼭 지켜지고 보호받아야 할 교육 환경이기에,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발을 할 수 없는 곳이기에 극구 반대했던 것입니다.

학교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무도 하나의 생명체로 지켜야 하고, 나무가 주는 편안함과 여유를 사람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고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경제 논리에 앞서 학교에서 만큼은 더 큰 가치로 지켜져야 합니다.

그러나 목포시는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도시 계획 선에 학교를 넣어서 도시 계획을 세웠고, 한번 그어진 도시 계획 선은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억지를 쓰면서 학교 측에 합의를 요구하였고 기존의 자기들 방식대로 도로공사를 강행하여 현재에는 학교 담을 허물어 낸 상태에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 도시 계획 선이라는 것이 일방적으로 시청 측에 의해서 그어진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 담긴 결과물이기 때문에 자기들의 이익에 부합되는 쪽으로, 자기들의 입맛에 따라 자기들 편리한대로 그어져 있어서, 당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는데 큰 문제가 있습니다.

정명여고 뒷담 길 소방도로 역시 이런 불합리한 점을 그대로 담고 있는데, 60년대에 세워진 학교 건물을 따라 3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나무와 벽이 있는 이 3미터 정도의 공간으로 도로 계획 선이 지나가게 선이 그어져 있고, 바로 맞은 편 가옥은 땅 한 평 건드리지 않게 선을 그어 놓은 관계로 계획선 대로 시행할 경우 가옥에 대한 보상비는 한 푼도 물 필요가 없고, 주민과의 마찰이 일어날 수도 없는 상태에서 학교 땅만 수용하여 공사를 하면 되게끔 되어 있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선을 그것도 학교가 있는 담 안으로 그어 놓고 계획선 변경 불가를 외치면서 강행하는 것은 공사비를 줄이고 주민 반발을 사전에 없앨 수 있는 방향으로 공사를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여 속 보이는 짓으로 보이지만, 학교 측의 합의만 얻어낸다면 시청 측에서야 이 보다는 더 좋은 방법이 없겠지요.

실제 시청 측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은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고 있으므로 정명여고 구간 공사는 돈 안 쓰고 거저 한 공사나 마찬가지가 되었는데, 시청 측은 정반대로 땅 한 두 평정도 잡아먹고 들어가는 것은 학교에 아무런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닌데도 학교를 위해 새로 담을 쌓아 주는 시혜를 베푸는 양 큰 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시에서 장기적인 안목 없이 당장 돈을 적게 쓸 수 있는 방안만 강구하려 한 결과, 돈을 적게 쓸 수 있는 방법이라면 무슨 방법이든 써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 때문에 학교 담을 허무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시청 측이 하는 방식과 주장대로라면 학교는 반대 할 방법이 없다는데 그럼 학교 측은 합의를 해주지 않고 버틸 수도 없고 반대를 한다고 될 일도 아니므로 시청의 요구대로 들어주되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는 수밖에 답이 없습니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이런 일이 목포시 지자체에서는 아직도 통용되는 게 상식이 되고 있으니 우리가 대체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끝까지 반대하면 강제 수용 절차에 들어가니 결국에는 반대하더라도 학교 땅은 수용되는 결과로 귀착이 되는 게 대한민국의 법이라고 법대로 하겠다는 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과거 군사 독재 시대나 써먹던 낡은 과거의 관행이므로 버려야 하고 강제 수용을 운운하는 것도 법에는 살아 있는지 모르지만 그런 방식을 써서도 안 되고 그런 엄포를 놔서도 안 되지요.

하여튼 학교는 시청의 이런 주장에 학교 땅을 내어주는 것으로 허락하였으므로 시청은 법적 절차적 하자 없이 일을 진행하고 있고 이해 당사자의 동의까지 받아냈으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을 아무런 문제없이 하고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무소불위의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인 양 모든 일을 이런 식으로 밀어 붙이는 목포시의 행정에 질식할 지경이고, 지자체의 이런 브레이크 없는 개발 정책에 우리의 미래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이런 일은 지역 언론이 나서줘야 하는데 이제 지역에서도 상호 비판이 활성화되어 상호 자정 노력을 할 수 있는 풍토가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희망의 불씨를 지피면서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독자 의견 목록
1 . 환경과 인간성 한 용 현 2005-01-07 / 12:34
2 . 파내고 허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것 같습니다. 신흥동 2005-01-07 / 13:16
3 . 행정편의주의 법달 2005-01-07 / 20:05
4 . 마음만 보태드립니다. 중앙시장 2005-01-09 /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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