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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전에게
마지막이다.
김철홍 2004/01/12 21:47    

1. 비난과 비판

율전에게 비난과 비판의 구분은 독자와 상대방의 몫일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아니다.
그것은 나의 <책임>이다. 나의 비판과 비난은 <지향점을 향해가는 태도>로써만 존재한다고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나는 율전이 나와 얘기를 하면서 그것도 그의 <첫번째 반론글과 같은 내용속에> '다른 노동자들은 너처럼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사실이 내게는 놀라웠다. 어딘가 아렸다. 그리고 힘도 풀렸다.

아, 율전도 급하면 저런 말을 <방패막이>로 쓰는구나. 나는 그런 말속에서 상대방을 본다.
그것이 상대의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그의 일부를 거기에서 본다. 나는 그런 <태도>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지역주의>에 둥지를 틀고 때만 되면 호남인을 위한 정치를 거들먹거리는 참새들과 뭐가 다른가. 사람은 어려울 때, 진정한 사람이 보인다는 사실을 나는 여전히 믿고, 확인하며 살기 때문이다. 오래 전 나를 잘 따르던 한 후배가 나와 서울 사창가 근처를 우연히 지나면서 사창가 쇼윈도를 보며"정육점 분위기 난다"라는 말을 장난처럼 던진 적이 있다. 그것이 무슨 뜻 인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의 그런 <태도>를 반기지 않는다.

율전도 오프상에서 나에게 위와 같은 말을 했었다면 나는 분명 율전에게 실수를 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지 아무리 교수나 이름 좀 있는 사람이라도 나에게는 그는 아니올시다이다. 그것이 아무리 사실에 근거한다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일하는 현장에 대해서, 나의 일상에 대해서 가감없는 말을 나는 율전에게 해보겠다. 먼저, 나는 책 읽는 일을 대단히 좋아한다. 그리고 그 뜻을 헤아리는 일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습관처럼 한다. 조선소에는 취부라는 일과 용접이라는 일과 사상이라는 일이 있다. - 얼마 전 드라마에서 용접공으로 분해서 주인공으로 나온 남자 주인공이 '장래 희망이 조선소 용접공이 되는 것'이라는 대사를 듣고,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 리얼하다. - 취부는 2인이나 3인이 1조가 돼서 일을 한다. 나는 용접을 택했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고 소박하다. 탱크나 블럭을 기어다니면서 일을 하더라도 <혼자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그 시간이 <꼭> 필요하다. 오로지 그 시간이 내 스스로 묻고 대답하고, 계획하며, 사유하는 시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일상이 거대한 기계에 끼여서 실려가는 느낌을 율전은 이해 할 수 있겠는가. 한 달에 세번 있는 원청에서 나오는 돈을 받기 위해서는 나의 한달에 하루 이틀을 제외하고는 도저히 계획자체가 불가능한 그런 삶 말이다. 하루 출근하면 몇시까지 일을 끝내고 언제 집에 갈 수 있는지를 예측할 수 없는 그런 삶 말이다. 왜? 저 일이 안되면 월급이 힘들단다. 어쩌겠나. 또 기어야지. 나는 임신한 아내와 함께 몇 달 전 한진중공업 김주익씨가 크레인 위에 올라 목을 맨 그 동영상을 보면서, 새벽내내 몇 시간을 함께 울었는지 모른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6명의 조선소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어나갔다.

노동력을 상실할 정도로 다친 노동자까지 하면 나는 그 수를 잘 모르겠다. 왜 이 지역은 그들의 죽음에서 공통점을 발견하지 못할까. 왜 이 지역의 기자란 놈들은 해마다 죽어나가는 죽음 앞에서도 뭔가 의문한번 품어보지 않을까. 왜 이 지역의 모든 경제 논리나 뉴스는 성장 퍼센트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일로 끝나는 것일까. 대불에, 삽진에 분양이 다 끝나고 들어서면 지역경제 좋아진다는데, 과연 그럴까. 아니면 그것이 시민경제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하는 그 <허와 실>에 대한 상상을 왜 시작해 보지 못할까. 나는 이런 이유로 한 노동자의 죽음보다 그의 외로움이 여전히 더 서럽다.

2. 율전에게

나는 율전에게 이미 힌트를 반복해서 줬다. 하지만 더 이상은 나도 이것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것을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리고 또한 그의 글에서 그가 자신의 글의 어디까지를 책임소재로 하는지를 보았다. 글을 더 써야하나 말아야 하는가도 고민했다. 율전의 이해를 구한다.

a. 율전의 말은 한나라당의 이재오가, 김문수가 민중당하다가 전술적 입당했다는 말인가. 김영삼이 전술적 입당을 했다는 말인가. 틀렸다. 그것은 <성향>은 버리고 손쉬운 <흥정과 지지>를 택했다. 나는 이것을 사실이라고 말하겠다. 왜냐하면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돌아 올 수도> 없다.

b. <정당만이> 정치적 사유를 하는 인간들을 온전히 가둘 수 없다. 이것은 참이다. 하지만 <어떤 정당>들은 여전히 <오랫동안> 인간들을 가둘 수 밖에 없다. 그 <오랫동안> 인간들은, 모든 사물들은 변한다. 나는 이것을 진리라고 말하겠다. 거기다가 자신이 진보주의자라고 한다면 발전까지 한다. 율전은 내게 왜 <정당>으로 개인의 정치적 사상을 수렴하느냐고 말하면서 그것이 나의 무리수라고 얘기한다. 나는 사실 이 부분에 대한 글을 쓰면서 고민을 훨씬 많이 했었다. 그냥 율전 생각이 났었다. 마지막이다. 율전과 나 사이에 논의됐던 그 <정당>이라는 논의의 틀은 <내가 임의적으로 한정지으며, 전제했던가>, 아니면 <율전의 첫 글에 근거했던가>.

나는 솔직히 율전이 이와 같은 <기초사실>을 모른 채로 나와 논쟁을 계속 진행했다고 생각하기가 힘들다. 그렇게 나는 나의 이전 글(영구기관)에서 '현실정당정치에서, 현실정당정치에서' 라고 그에게 일부러 말을 자주 반복하여, <그것이 그의 통합정당 관련 글에서 나온 논의의 범주임을>, 충분한 힌트를 그에게 계속 줬었다. 나로서는 이제 그것으로 족하다. 그의 수줍음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이제 이 논의는 이것으로 끝낸다.

c.나는 율전의 이번 <글>을 읽으면서 물구나무선 마르크스 혹은 헤겔을 본다.(독자들께 미안하다) 저 위에 내가 말했던 것처럼 율전이 지금과 같다면 <돌아올 수 없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면 그는 끊임없이 무정부주의자처럼 떠돌 것이다. 율전이 글속에 주장한 통합을 주장하는 그런 경우 - 이것은 <어떤 정당>에 속한다 - 에는 더욱 그러하다. 나는 율전에게 비판은 왜 하느냐고 물었다. 비판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은 또 다른 관계를 유발한다. 거기에는 하나의 마찰이 여전히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율전이 말하길 '별 차이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민주당과 우리당이 저렇게 <당씩이나>되는 차이로 떨어져 나갈수도, 굳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율전이 이해했으면 한다. 그래야 자신이 어디쯤에 서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이것에 대한 얘기도 그만 하고 싶어진다. 율전이 기꺼이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이끌고 산을 오르길 바란다.

d. 나는 유시민이 예전 어디선가 스스로를 <방법적 자유주의자>라고 말했던 글을 본 적이 있다. 오히려 그는 <어쩌면> 언젠가 왼쪽으로 올지 모른다는 상상을 나는 한다. 그것은 정치를 하는 그의 <태도>를 보면서 나로서 느끼는 느낌이다. 그것도 현실정치인이니 말이다. 하지만 율전과 강준만에게서는 유시민의 <태도>가 빠져있다는 걸 나는 느낀다. (율전은 현실과 원칙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태도라고 부르겠다.) 나는 율전의 이번 글을 통해 율전이 자신의 글에 대해 어디까지를 책임지려 하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율전이 - 아주 사소한 것이라고 율전은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 자신의 글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의 자세로 글을 쓰기를 바란다. 정당이 정치적 사유를 다 가둘 수 없다하더라도 외곽에서 무정부주의자처럼 떠돌기만 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정당이 수단>이라니. 나는 율전이 좀 더 신중히 발언하기를 기대한다. 하나의 당적이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잦은 입·탈당이 율전에게 무슨 자랑거리일리 없지 않겠는가. 그런 말은 그 어떤 당이건 당원의 책임성을 놓고 보더라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책임은 지도부나 간부만 지는 게 아니다. 개혁당이 쫑난건 결정적으로 지도부의 반성이 필요하지만, 지도부만 바라보던 해바라기 당원들은 책임이 없겠는가. 위의 <무한책임>이란 말 역시 추상수준이 높은 말이지만, 나는 이 지역의 <일부> 언론, 혹은 기자들 글쓰는 것에 나는 질려있다. 이들의 <글쓰기>는 하나마나한 소리 아니면, 무슨 건수 잡았다 이상이 아니다. 거기에 책임감이 있을 리 없다. 거기(언론사)에 또 무슨 성향이라는 명찰까지 스스로 달려고 안달을 하면 이것은 논리라는 것이 완전 지 꼬리 지가 물려고 돌아다니는 형국이다. 대가리 멍청한건 고치기 힘들더라도, 착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내가 예전부터 우리힘에서 <글쓰기>에 대해서는 거의 병적으로 발작하는 증세를 보인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힘의 태도>를 나는 여전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율전이 나와 함께 외줄을 타고, 작두를 타고, 희광이의 칼을 들고, 춤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전망하나 없는 저 고공에 줄을 걸고, 수많은 관객들의 짱돌을, 고립을 두려워 하지 않고서 말이다. 발만 내딛으면 착지하는 곳에 줄을 걸고 춤춘다면 그것은 희광이의 몸짓이 아닌 그 어릴적 계집애들 고무줄놀이 밖에 될 수 없으니. 나는 그것을 이 시대 지식인의 사명이라고 율전에게 말하겠다. 율전의 건승을 빈다.

3. 율전의 나머지 글

다시 읽어보길 바란다. 시민사회가 선거에 직접 참여하는 정당을 얘기했던 것이 아니다. 율전은 시민단체와 혹은 이름하여 민중단체를 구분하니깐 이러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서 그 둘은 분절되어 있지만. 나는 민주노동당 역시 시민정당이라고 얘기를 한다. 모든 단체는 시민단체로, 모든 정당은 시민정당으로. 이해가 좀 되는가. 노동자도 시민이며, 농민도 시민이다. 됐는가. 따라서 나중에 시간이 되면 현재 분절된 <예전에 약속했던>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접합의 지점을 나는 <대안>으로 제출하겠다. 그 당시 나는 현재의 당선(대안)운동을 염두했었고, 그 <결과로써> 표현될 전체 당의 형식이 시민정당으로의 <귀착>이란 말이었다.

현재의 한나라당, 민주당은 시민정당이 아니다. 이들은 철저한 지역당이다. 그 당시 개혁당이었으나, 현재의 열린우리당은 시민정당으로써 귀착 가능해 보인다. 한나라당은 틀렸고, 민주당은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변화 - 그 변화가 시민정당의 모습으로까지 귀착되기는 어렵게 보인다. 이런 식의 예측글 따위 쓰는 것 별로 안 좋아하는데 율전의 이해를 돕기위해 그렇게 됐다. 이해해라. 문제는 이 지역의 시민사회가 어떻게 기능하게 될지를 말했던 것이다. 나는 사실 이번 총선에도 <이 지역의> 시민운동단체의 생각을 잘 모르겠다. 내가 들은 바가 없어 그런지 몰라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따라서 나는 바로 지금부터 우리힘의 공간을 활용해서라도 이 <지역주의> 논의를 시작으로, 이 지역에서도 하나의 기획이 발생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율전은 글을 이런 식으로 쓰지 말았으면 한다. 나의 글을 계급투쟁이라 얘기해놓고, 내가 그대에게 몇 개의 문제를 내니, 또 저렇게, 너도 잘알면서라는 식으로 말이다. 나는 율전이 그런 즉흥적인 글쓰기를 이후로는 않기를 바란다. 또 하나, 이번 논쟁은 율전과 나의 문제였다. 이해되는가. 그래서 나는 일부러 처음 그렇게 신신당부까지 했다. '진영멘탈리티'까지 운운하며 말이다. 그런데 율전은 민주노동당원을 들먹이고, 현장활동가를 들먹인다. 내가 아무리 거칠고 날선 글을 써도 그대에게 그렇게 글을 쓰던가. 나의 글은 정확하게 <그대만을> 향해 날아간다는 말이다. 율전의 그런 글쓰기 버릇은 많이 안 좋아 보인다.

4. 축하

12월 30일 예쁜 딸을 출산했다. 요 며칠 이 곳에서 글쓴다고, 잠도 거의 3시간밖에 못 자고, 반나절은 일도 못나갔다. 아가와 아내에게 무심했다. 나 이제 구정까지는 집안에 충실해야한다. 이 책임은 율전에게도 있다. 그러니 축하해 주기 바란다.


독자 의견 목록
1 . 진심으로 저공비행 2004-01-13 / 19:42
2 . 득녀를 축하합니다 버버다리 2004-01-14 /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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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인터넷에서 자신의 인격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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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홍] → 율전에게[2] 2004. 0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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