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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을 들여다보다
한용현 2008/03/15 18:35    

제18대 총선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관련 전권을 행사하는 박재승 표 공천심사위원회의 “공천혁명”이 정치 불신, 정치 혐오증에 걸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질세라 한나라당은 안강민을 영입하여 기존 한나라당 판 정치질서를 바꾸려 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등 군소 정당은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진 만큼 공천신청자가 적어 당선가능성이 큰 후보자를 골라잡아 공천할 형편이 아니다.

에드문드 버크(1729~1797)는 “정당은 합치된 노력으로 국가적 이익 증진을 위해 모두가 동의하는 어떤 특정의 원칙에 근거해 뭉친 사람들의 집합체이다.”라고 정당의 성격을 정의하였다. 여기에서 중요한 세 가지 내용은“합치된 노력” “국가적 이익증진” “모두가 동의하는 어떤 특정의 원칙”이다.

곧 정당결성과 운영의 민주성. 공익성. 공직후보자 공천과정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힘주어 주장하고자 한 것이다. 버크는“도당”에 대해서도 그 성격을 규정하였다. 도당은 “특정 인사를 중심으로 무원칙하게 모인 집단”으로써 이 집단이 정치를 지향하고 정당을 결성. 운영하거나 당내 계보 등 파당을 형성할 때는 “국가 전체적 이익증진”이 아니라 “특정 개인들의 이익추구”만을 앞세워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공천과정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한국의 정치가 이제까지의“도당정치”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 참다운“정당정치”로 발전할 수 있는 희망의 근거를 발견하고자 함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공천과정과 결과가 국민적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영남. 호남 등 특정지역뿐 아니라 전국에서 이들 정당이 공천한 국회의원 후보자의 당선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들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군소정당 공천으로 출마할 때는 당선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이러한 사실은 오랜 시간을 거쳐 오면서 경험으로 축적하였고 여론조사 등 현재상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공천(公薦)은 “정당이 당원 또는 외부 영입인사 중에서 공직선거에 나설 후보자를 경선. 지명 등의 방식으로 선출. 선거관리위원회와 유권자에게 공식 추천하는 정치적 행위”를 말한다. 정당은 국민의사를 수렴해 정강과 정책공약을 만들고 대통령. 국회의원. 광역. 시도지사와 시도의원.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 등을 뽑는 공직 선거에 후보자를 공식 추천해 국민.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대의정치를 앞장서 이끌어간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당이 없는 민주정치. 대의정치란 이제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대이다. 정당은 국민의사를 수렴하여 국가. 지방자치를 이끌어가는 핵심 주도세력의 결집체로서 그 정체성과 공익성. 조직운영의 민주성 여부는 국가. 지방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대한민국 헌법 제8조 2항을 보면 “정당은 그 목적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곧 일반적인 정당 활동. 공직후보자 공천과정과 결과 등 모든 당 내외 활동의 민주성을 강제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대부분의 정당은 그 조직형성과 운영.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등 모든 면에서 결코 민주적이지 않았다. 군사독재체제를 합리화하는 정당 뿐 아니라 이에 대항하여 민주적 국가 정치질서를 세우고자 한다는 정당도 정당운영과 공직후보자 추천에서 비민주적이고 사회여론에 반하는 결과를 국민. 유권자에게 강요한 적이 많았다.

군사독재체제가 무너진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군사독재의 어두운 유산은 우리 사회 전반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그중에서도“정치”부문이 가장 심각하다. 모든 정당. 정치인이 정치발전. 정치개혁으로 새로운 나라. 발전하는 지역사회건설에 앞장서 국민. 유권자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일에 봉사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선거 때의 호언장담과 아름다운 약속이 임기 말까지 지속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혐오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만을 키워왔을 뿐이다. 이러한 부조리한 정치현상은 대부분 신진정치인의 충원과정인 “정당공천”의 불투명성. 비민주성으로부터 출발한다.

공직선거에 나서고자 하는 이의 무소속 출마는 당선가능성이 너무도 낮다. 보다 당선가능성이 크고 안전한 정치활동을 위해 지역을 장악한 정당의 공직후보자 추천 즉 공천에 정치생명을 거는 것이며 이를 위해 국민유권자의 의견은 일단 무시하고 정당의 핵심지도자나 과점지도자 즉 계파 보스에게 줄을 서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돈을 통하여 공천장을 사고파는 반민주적인 현상이 상식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부조리한 과정이 수십여 년을 거쳐 반복되어오는 동안 대한민국 정치는 뒷걸음과 제자리걸음을 거듭해 왔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오랜 정치관행을 거부. 타파하고자 하는 박재승발(發) 충격이 국민정서에 영합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이를 두고 “공천혁명”이라고 말한다. 한나라당 또한 통합민주당 공천의 국민정서 영합에 자극받아 지역안주형 다선의원을 중심으로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정치질서 바로잡기에 나섰다.

박재승 식 “공천혁명”은 정확히 말한다면 공천혁명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계파별 나누어 먹기나 돈을 주고받는 공천장사. 무조건적 충성을 강요하는 줄 세우기가 아닌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에 다가서고자 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진정한 정당민주화로 가는 과도기적 현상 중 하나일 뿐이다.

정상적이고 민주적인 정당이라면 정당의 정강정책. 지도체제나 공직선거후보자는 정당에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 모두의 선택으로 결정하고 그 최종책임도 진성당원 모두가 져야 한다. 정당이 자신의 의사와 노력으로 내부 토론과 투표를 통하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 인사에게 맡기는 현상을 보면 여야 정당의 조직. 운영상 비민주성의 뿌리가 깊음을 알 수 있다.

4월 9일 국회의원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공천과정과 결과가 국민 유권자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최종 결재권자인 국민 유권자의 선택이 기다려진다.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개혁을 지속할지 과거로 돌아갈지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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