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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 값
일 년 새에 50% 넘게 올라...
임현석 2008/03/05 12:30    

△ 작년 늦은 여름날의 벼 @우리힘닷컴

농사짓는 사람에게는 아직도 예로부터 지켜온 우리의 세시 풍습이 잘 맞습니다. 설 새고 보름까지 푹 놀다가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합니다. 이만 때면 갈무리해 두었던 종자도 꺼내보고 얼어붙었던 논밭을 둘러보며 마음도 다지고 겨울작물의 상태도 살펴봅니다. 집에서 기르던 가축들도 봄내음을 맡으며 마른 볏짚을 사각거리며 먹습니다. 그러면 농심은 즐거이 기꺼운 마음이 되어 봄기운과 함께 절로 농사의 싹이 돋아납니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 햇수가 거듭될수록 기꺼움은 시름이 되어갑니다. 이 나라의 농정은 농민을 아우르며 보듬지 못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날 아침에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서 방명록에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습니다."다는 국정운영 지표를 남겼습니다. 그가 당선돼서 지금까지 농업인인 내게 어떤 희망도 제시하지 못하였고 그가 국민을 섬기고 있다는 어떤 증거나 징후도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그가 농수산식품부 장관으로 임명한 정운천은 성공한 농업인입니다. 모든 농업인이 정운천처럼 성공한 농업인이 되길 바라지만 그게 농업인의 1퍼센트도 안됩니다. 역시 이명박 정부는 농업분야에서도 1%만을 위한 정부답습니다.

비료 값이 지난 일 년 새에 50% 넘게 올랐습니다.

한국에서 제일 큰 비료공장인 남해화학은 농협중앙회가 주인입니다. 여기서 생산한 요소비료 20키로 한 포대를 작년에 이용한 단위농협의 판매가를 적용해서 산출한 값입니다. 작년 2월에 요소 한 포를 8,200원에 구입했는데 올 1월에 단위농협의 판매가는 12,400원입니다. 간단한 셈으로 12,400 빼기 8200하면 4200원의 차액이 나옵니다. 작년 2월의 8,200원을 기준가격으로 비료 값이 51.22%가 오른 겁니다.

이 사실을 이 사회의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습니다. 쌀값이 일 년 새에 50%넘게 올랐다면 이 사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합니다. 라면이 백 원만 올라도 언론은 야단법석이고 시민들의 걱정은 태산입니다. 라면이 오르고 기름이 오른 이유는 그 제품의 원료인 밀가루와 원유 가격이 올라서입니다. 그런데도 쌀을 생산하는 농지임대료, 비료, 농약, 기름, 농기계, 품삯 등 오르지 않는 것이 없는데도 쌀값은 생산원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몇 년째 현행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가 그토록 갈망해온 자유시장경제원리가 유독 쌀값에서만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농정 당국자와 '경쟁력'을 좋아하는 유능한 경제학자들과 정치인들은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개발아젠다),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대하여 농업이 대응하기 위해서 쌀 가격이 현재의 가격보다 더 떨어져야한다고 합니다. 결국은 쌀농사를 그만 두고 떠나라는 얘깁니다. 이 나라의 농업정책은 단 한 가지 탈농정책입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쭉 그래왔습니다. 그간에 농민들은 아무리 농사를 짓고 싶어도 밥 빌어먹고 살 길이 없으니 야반도주하듯 농촌을 떠나야했습니다. 탈농정책은 지금 이 시각에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제 농업인구는 300만입니다. 농업인구가 전체인구의 7.5%입니다. 정부는 현재의 농업인구 7.5%가 많다며 선진국의 수준인 3%가 될 때까지 정부의 탈농정책은 변함없이 진행될 듯합니다. 농업인구가 대량으로 도시에 유입되면서 그들이 도시에서 어떠한 삶을 사는지는 조정래의 소설 "한강"이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난 10여 년간 농사를 지으면서 정부가 집행하는 농업정책의 무서움을 몸서리치게 경험하였습니다. 정부가 농업정책 5년 계획, 10년 계획을 세우고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서 농민단체나 양식 있는 시민단체의 어떠한 반대가 있어도 정부가 정한 정책방향대로 실행되는 것을 보면서 관료조직의 무서운 힘을 느낌과 동시에 그들의 야만성도 함께 느꼈습니다. 결국 정부정책에서 벗어난 농업행위는 농업인의 죽음과도 같습니다. 그러니 정부정책의 요건에 맞는 농업종사자 자격증을 따서 한국의 3% 농민군에 속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만약 내가 운이 좋아서 3% 농민군에 속한다하더라도 내 아이를 교육시키고 그럴듯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농업정책이 목적한 예상을 벗어나면 누가 책임을 지며 그에 따른 농민의 희생은 어찌해야 할지도 의문입니다.

나는 농촌의 공익적 기능이니 식량주권이니 하는 따위로 도시인이나 정부나 국회에서 농업을 다른 산업부문보다 더 우호적으로 다루어야한다는 동정론이 그리 달갑지 않았습니다. 내가 농사지어 내 밥 벌어먹고 사는데 그깟 동정이나 받자고 하는 일이 아니니 그렀습니다. 하지만 농업이 농업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값싼 동정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써야할지를 결정할 때 맨 먼저 고려하는 것은 인굽니다. 정부가 쓰는 돈을 감시하고 그걸 법으로 제도화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입니다. 이 국회의원의 쪽수도 인구수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당장 이번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 지역의 국회의원이 한 명 줄었습니다.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고 한정된 자원을 분배하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결정하는 국회의원이 농촌인구의 감소로 줄어들고 그만큼 지역농민의 의사를 정부에 반영할 기회가 줄어듭니다. 농업인구가 줄고 농촌지역 국회의원 쪽수가 준다고 이 나라에서 필요한 농지가 줄지 않고 농촌의 면적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농촌인구가 감소함으로서 농촌이 동정은 받을지언정 제도로서 보장받을 기회가 사라지는 농업농촌의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이처럼 제도적 테두리에서 농민의 의사를 반영할 기회가 사라지니 농민들은 물리적으로 그들의 의사를 표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농업관련기관들을 폐쇄한다해도 농민을 대변할 국회의원 쪽수가 부족하여 농민을 대변하지 못하니 농민들은 자기 호주머니 털어서 상경하여 시위합니다. 언론을 보는 대다수 도시민들은 농민들이 맨 날 떼만 쓴다고 시큰둥합니다.

이제 농업농촌은 비료 값처럼 이 나라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합니다. 아무리 악을 써대도 반향이 없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농업농촌을 통제하고 관리합니다. 농촌의 희생을 계속해서 강요합니다. 여전히 농산물은 국민의 생필품이고 생필품의 시장가격은 정부의 주요 관리 대상입니다. 그 대푯값이 쌀값입니다. 정부가 쌀값을 통제해 왔고 지금도 여전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누가 누굴 위해서 희생하는 건 온당치 않습니다. 농업은 어떤 동정이나 도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농업농촌 자체로 존재가치가 충분합니다. 정부가 농지든 농산물이든 모든 걸 관리하면서 농민의 생활은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농민이 농민으로서 살아가기가 너무도 벅찹니다.


독자 의견 목록
1 . 비싸더라도 좀... 한바다 2008-03-06 / 22:30
2 . 자족농사는 고사하고 농업마저 말라죽이는 실정은 살인정치라고 봅니다.. 들국화밭에서 2008-03-07 / 00:49
3 . 농사꾼이 없으면 굶어 죽어요! 들국화밭에서 2008-03-07 /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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