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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대한 바른 고백은 미래를 여는 힘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신사참배와 부일협력에 대한 죄책고백 선언문’ 발표를 보고
박의배 2007/09/30 20:20    

누구에게나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가 있다. 아픈 과거를 굳이 들추고 싶지 않은 것이 모두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숨긴다고 해서 다 숨겨질 것이 아니다.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가 학력위조에 대한 것이다.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다 드러나게 되었다. 어떤 이는 조사를 통해서, 어떤 이는 스스로의 고백을 통해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다.

개인의 삶에서도 이런 과정이 있는데 하물며 역사를 통하여 일어난 일은 분명하게 그 사실이 드러나야 한다. 잘못된 것은 고백하며 죄를 달게 받고, 왜곡된 것은 바르게 해야 한다.

선교 123년을 맞는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선교 초기 다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몰지각한 선교사들의 잘못된 행태도 있었지만 문명의 개화와 축첩 문제 등 사회 문화 질서를 바로 세우고 근대화에 기여했다. 거기에 더하여 1919년 3.1만세운동을 통하여 민족의 독립을 위하여 주도적으로 항일운동을 전개했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한국 기독교는 1970년대와 80년대를 통하여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고 지금은 인구 다섯 명에 한 명이 그리스도인이다. 물론 현 시대의 한국교회를 보자면 급격한 우경화가 염려되는 실정이지만 여전히 한국교회는 여러 가지 봉사와 그 활동을 통하여 우리 사회를 위해서 크고 중대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1938년 장로교 27차 총회에서 가결한 신사참배 결의문
하지만 한국교회의 선교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가장 치욕적인 것이 일제식민지배하에서 저질러졌던 신사참배의 문제이다. 1937년 중일전쟁 시기부터 1945년 일제가 패망하기까지 한국교회의 부일협력 활동은 기독교 연합기관과 장로교·감리교·성결교·구세군 순이었고, "이 시기 한국교회는 교세만큼 부일했다."고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실장인 김승태 목사는 지적하고 있다.

1938년 9월 10일 제27회 장로회 총회(총회장 홍택기 목사)가 가결한 성명서는 신사참배에 솔선하여 힘쓸 뿐 아니라 적극적인 전쟁협력까지 약속했다. 조선감리교회 양주삼 총리사는 “신사참배는 종교가 아니다”라는 총독부의 설득을 문자 그대로 수용했다. 양 총리사가 1936년 4월 10일자 감리회보에 ‘신사문제에 대한 통첩’을 게재한 뒤 감리교회는 신사참배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이후 조선감리교단(통리 정춘수)은 1944년 3월 3일에 개최한 교단상임위원회 결의로 24개의 교회를 폐쇄하여 그 재산을 팔아 비행기 3대의 헌납기금으로 바치기까지 했다.

또 성결교는 1943년 12월 29일 해산한 뒤, 이명직 목사 등이 잔무처리위원으로 남아 일제 당국의 지도에 따라 교회의 재산을 처분하여 일제에 모두 헌납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사참배와 부일 협력에 대한 여러 가지 변명도 있을 수 있다. 교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 글을 쓰는 본인도 그 시대의 목사였다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과연 순교의 길을 갈 수 있었을까?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인 한성대 윤경로 총장은 “기독교인이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신사참배를 공식화하고 일제에 부역하는 등 한국교회에 어두운 과거사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고백하고 회개하지 않았던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하면서 “신사참배를 공개적으로, 교단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시인했기 때문에 바로 그때부터 한국 교회가 갖고 있었던 저항의 역사가 훼절된 된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신사참배와 부일협력에 대하여 고 한경직 목사를 비롯한 몇몇 원로 목사들의 신사참배에 대한 개인적인 회개가 있기는 했지만 기독교 전체적으로는 아직도 교회의 과거사 반성과 성찰이 부족하다. 집단적이고 공개적인 반성과 회개가 있어야 한다.

일제강점기에 장로교가 헌금해 만들어진 일본전투기 "조선장로호". 작은 사진은 양주삼 목사

이런 집단적이고 공개적인 반성과 회개가 올해 처음으로 장로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고백되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2007년 9월 11일부터 14일까지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 92회 총회에서 ‘신사참배와 부일협력에 대한 죄책고백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1. 신사참배의 죄를 회개합니다. 2. 일제의 침략 전쟁에 협력한 죄를 회개합니다. 3. 신사참배와 부일협력의 죄를 참회하고 청산하지 못한 죄를 회개합니다.’의 죄책 고백을 담고 있다. 또한 2008년 3월 첫째 주일에 3.1절 기념예배를 ‘신사참배 회개주일’로 정하여 전국의 교회로 지키도록 결의하였다.

만시지탄이지만 그럼에도 교단 차원의 가장 빠른 고백이니 역사를 바로 보는 기장에 박수를 보낸다. 기장을 시작으로 장로교의 다른 교파들도, 감리교와 성결교 등 다른 교단들도 죄책을 고백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겠다고 결단할 수 있었으면 한다.

E.H 카아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현재를 바로 보고 미래를 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역사에서 기독교가 범했던 과오에 대하여 죄책을 고백하면서 오늘 이 시대에서도 기독교는 바른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한다. 진리를 지키며 사랑을 나누며, 평화를 이루기 위해 일하는 참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 나타나기를 소망한다.

독자 의견 목록
1 . 예수를 믿습니까? 율전 2007-10-02 / 00:45
2 . 한국교회! 자기 반성이 필요합니다 은빛연어 2007-10-02 / 10:30
3 . 과거와현재와의 어긋난 대화 교촌리 2007-10-02 / 22:37
4 . 박수를 보낼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박수를 보냅니다. 과객 2007-10-02 / 23:12
5 . 2프로 부족 뻘건몸빼바지 2007-10-04 /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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