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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을 빛낸 인물, 조지 W 부시
부시를 따블로 조지고 부시자
율전 2005/01/12 04:34    

"이름값 한다."는 말이 있다. 사담 후세인에 있어서야 그 의미가 다를지라도, 후세인(後世人)들이 21세기의 처음 몇 년을 돌이킬 때 조지 W. 부시 현 미국 대통령을 가리켜 "세계 평화를 따블로 조지고 부신 者"로 기억할거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20세기의 전반기에 존재했던 역사적 인물 중 ‘없었으면 좋았을 법한 인물’을 꼽는다면 단연 히틀러와 스탈린을 꼽을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망각하고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600여만 명의 목숨을 빼앗은 히틀러나, 개인의 사상적 편향을 극복하지 못한 채 이념의 이름아래 수백만 명의 목숨을 빼앗은 스탈린은, 서구적 이념의 양 극단에 존재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서로 배를 맞대고 태어난 샴쌍둥이에 불과하다.

꼭 20세기의 전반기를 지칭하지 않더라도, 역사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 종교와 인종 그리고 민족의 이름으로 저질렀던 만행들을 질리도록 알고 있다. 중세 가톨릭의 마녀사냥과 이교도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그로인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종교적 자유를 찾아 신대륙에 당도했던 백인들과 그들의 후손에 의해 저질러진 인디언 도살과 흑인들의 노예화가 기억 밖의 일이라면 폴포트의 킬링필드와 후투족과 투치족의 서로에 대한 학살은 그제와 어제의 일들이다.

그러나 문명이 고도로 발달되고 지구화와 세계화가 남발하는 오늘에도 종교적 편향성과 국가적 우월성에 빠져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못한 채 단지 과거보다 더 정교하고 농밀한 방법으로 십자군과 코르테스의 흉내를 내는 무리가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가리켜 뭐라 부를 것인가. 더구나 그들이 지구상 최고의 문명국을 자부하는 미국을 정치적으로 이끄는 주도세력이라면, 말 다 했다.

그 정점에 조지 W. 부시가 있다.

역사에 있어 가정은 금물이라 한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가 가지는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만일 2000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플로리다의 유권자 537명 아니, 269명이 부시가 아닌 고어에게 표를 던졌다면 이후의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과 달랐을까?

말하자면 “그렇다.” 앨 고어는 조지 W. 부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올 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케리의 당선을 기원했던 것은 케리 그 자체에 대한 호감보다는 클린턴 행정부시기에 대한 향수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클린턴 이후 맛보았던 부시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부시에 대한 이런 안 좋은 감정이 꼭 한국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난 해 6월의 이탈리아 방문 때, 부시는 수십만 명의 反부시 시위대와 맞닥뜨려야 했다. 그 이전 해 동남아 순방 때도 부시는 그다지 환영 받지 못했다. 아일랜드의 일개 여기자에게 “세계가 한층 평화로워졌다.”고 했다가 인터뷰 면전에서 공박 당했는가 하면, 영국에 버금가는 동맹국 호주의 의회연설에서는 20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은 후진타오에 비해 야유만 받았을 뿐이다. 세계화의 시대답게 부시에 대한 혐오감은 그를 악의 화신으로 여길법한 이슬람국가들의 국민들과, 그를 철천지 원쑤 미제의 대빵으로 여긴다는 북한의 인민들을 넘어 “세계인의 일반적 감정이 되었다”는 말이 지나친 과장은 아니라는 사실을 위의 실례들은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영원한 우방=미국"의 대통령인 부시를 그토록 혐오하고 미워하는 것일까? 말레이시아의 한 작가인 카림 라스란이 했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그에 관한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

"부시는 경제 협의체를 찾아와 테러 얘기만 하고 갔다. 그는 우리를 오직 하나의 프리즘으로만 봤다. 우리도 테러에 대해서는 우려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그게 우리의 삶의 다는 아니다. 우리에게는 테러 말고도 문젯거리가 많다. 경제를 일신시켜야 하고 부상하는 중국에 대처도 해야 하며, 보건 환경 사회 문제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후진타오는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해 언급했다. 후진타오는 부시와 달리 그의 의제만 얘기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제에 대해 얘기를 한 것이다."

개인 사이에도 자신의 뜻을 일방적으로 강요 하는 사람은 어디서나 환영받기 어렵다. 더구나 그 강요가 도덕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하거나 논리적 정합성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힘을 바탕으로 할 때 더욱 그렇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 경제 강국이다. 부시는 그런 미국의 대통령이다. 그런데 부시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말만 할 뿐이다. 그것도 도덕적 우월성이나 논리적 정합성은 실종된 채 오직 테러, 대량살상무기, 미국의 가치 등으로 상징되는 몇몇 단어만 앞세울 뿐이다. 그를 통하여 강자의 약자에 대한 배려나 스스로의 도덕적 우월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뿐만 아니다. 그 앞에서는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나 교토의정서와 같은 국제협약 그리고 전쟁을 반대하는 일반적 세계여론도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그나마 가끔씩 입에 올리는 자유니 민주주의니 하는 말은 단순한 수사에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니 그가 미군을 해방군으로 선언했을 때 정작 해방된 당사자들은 고작 7%만이 그에 화답했을 뿐이고 그의 종전선언에도 불고하고 더 많은 미군이 바로 그 ‘해방지’에서 죽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세계인들이 못마땅해 하는 부시식 ‘일방주의’의 정체다.

그리스도는 “원수를 사랑하라.”일렀건만 기독교 근본주의자로 알려진 부시는 단지 자기 자신과 자신을 뒷받침하는 미국의 유권자들만을 사랑할 뿐이다. 그 외의 것은 보이지 않거나 볼 수 없다. 아니, 볼 필요도 없어 보인다. 그의 시야 밖에 존재한다는 것이 불행이자 행복한 아이러니다.

그러나 아이러니는 아이러니에 그치는 법, 잘못된 역사의 서술을 바로잡는 것을 우연에 기댈 수는 없다. 안 그런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올 해 미국의 대선에서 세계인의 다수가 케리를 지지했던 것은 케리 개인을 지지했던 것이 아니다. 단지 부시이외의 누구나(Anything but Bush)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곤란하다. 부시만 빼고 누구나가 아니라 반드시 부시는 아니어야(Bush, never!) 한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케리가 한동안 앞서 나갔던 것은 케리 자체의 힘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평화와 인간의 보편적 존엄성을 인정하는 모든 사람들의 염원이 녹아 든 결과였다. AB제곱(Anybody but Bush)이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파괴를 반대하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각 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특수성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에 대한 존중을 기본으로 하는, 다시 말해 보편적 인류애를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문화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의 염원이 표출된 결과였다.

2004년 미국 대통령선거의 결과는, 부시식 혹은 그를 따르거나 추동하는 무리들의 일방주의를 추인하고픈 마음이 없는 많은 세계시민에게 아픔과 좌절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그에 그치랴. 하다못해 이 나라에서 정파적으로 갈려 아웅다웅거리는 사람들마저 온전히 그를 용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에 남아있는 희망이다.

부시식, 미국식 일방주의를 반대하고 어느 하나의 민족, 어느 하나의 이념, 어느 하나의 종교적 관점을 지양하고 다수가 공존하는 세상, 서로의 이념이 어우러져 다수의 인간의 삶을 보다 높일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매진하는 세계, 한 무리의 패권을 추구하는 시대가 아닌 모두가 공존하는 시대를 위해 투쟁하는, 진정한 세계인들이 앞장서야 할 때,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그런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같은 의지를 가진 세계인들의 연대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에게 있어 그 연대의 공고함을 나타내는 당면한 지표는, 부시의 침략전쟁에 동원된 우리의 젊은이들을 하루 빨리 이 곳으로 무사귀환시키는 데 있을 것이다. 우리의 그러한 노력만이 문명화된 현대의 야만 부시와 그 일당을 역사에서 몰아내는 적절한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희망을 꿈꾸어야 할 시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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