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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유주의자들께..
네 살배기 아이의 죽음을 보고...
율전 2004/12/22 03:42    

네 살배기 아기가 죽었다. 그것도 영양결핍으로. 그런데 경찰은 아기의 부모에 대한 정신감정을 실시하여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정상인으로 판명 날 경우 검찰과 협의하여 그를 ‘유기치사’ 혐의로 형사 입건할 방침이란다. 참, 잘 하는 짓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나머지 세 목숨마저 줄줄이 염라대왕 앞으로 보내야 직성이 풀릴 모양이다.

△ 최근 대구에서 네살짜리 아이가 자신의 집에서 굶어 죽었다는 보도가 세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줬다.
그러더니 오늘은 난데없이 그 아기가 ‘선천성 척수성 근위축증’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었단다. 그리하여 아기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영양결핍과 부모의 무능력 내지는 무지 그리고 아기가 가지고 있던 선천성 질환의 삼위일체로 귀결되었다. 뉴스를 통해 접하는, 이런 내용들은 거의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로써 아이의 죽음으로부터 국가와 사회 그리고 그 안에서 부대끼고 살아가는 우리 그리고 나는 편안히 죄 사함을 받게 된 것일까?

천만에, 그것은 명백한 위선이다.

국가의 국민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무엇일까? 외부의 위협으로부터의 보호? 내부의 혼란으로부터의 해방? 이런 것들은 단지 국가가 국민에게 해야 할 의무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포괄해, 국가는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어야 하며 이것이 국가의, 국민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 할 것이다. 그러한 국가의 의무에 화답해 국민은 기꺼이 법과 질서를 지키고 부역을 하며 세금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개인의 국가에 대한 화답은 단지 국가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의무일 뿐 그것이 국가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부대끼고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무의 모두는 아닐 것이다. 즉 국가에 대한 의무와 병행해 국민 개개인은 서로에 대해서도 도덕성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적 책무를 갖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책무는 작게는 개인의 도덕적 양심으로, 나아가 불합리한 사회변혁을 위한 운동의 기제로 작동하여 국가의 변화를 이끌기도 한다. 이처럼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개의 국민은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결국 국가에 의해 공동체로부터 추출되는 유ㆍ무형의 국가적 자원은 다시 공동체로 귀속되어 국가 본연의 책무인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네 살배기 아기의 죽음은 국가와 국민, 개인과 공동체, 공동체와 국가 간의 이러한 연관성과 그에 기반을 둔 서로의 기본적인 책무를 완벽하게 무너뜨린다. 아기의 죽음을 두고, 국가는 개인을 탓하고 개인들은 국가를 향해 울부짖으며 공동체는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모두가 자신만의 죄 사함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각자의 그런 노력은 서로의 연관성을 외면한 채 벌이는 책임 떠넘기기일 뿐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통감하는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우선, 부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지 않은 국가는 부의 정점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해야 마땅할 것이다. 국가가 현재 누리는 온갖 영광은 결코 현존하는 소수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전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는,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가지는 개개의 가치는 결코 다르지 않다. 오히려 부를 독점한 10%의 사람들이 국가의 해체를 본위로 하는 세계화를 신봉하는 부류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불과 10%의 국민들에게만 그 기본적 책무를 다 한 죄를 국가는 깊이 통감하고 나머지 90%의 국민들에게도 국가로서의 기본적 책무를 다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한다. 극빈층을 양산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과도한 추종을 반성하고 완전한 사회보장제도의 설계와 운용 그리고 정착을 위한 노력은 그를 담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 전제라 할 것이다.

그 규모가 크건 작건, 사회라는 공동체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본연의 의미에 대해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예컨대 교회는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가정이란 무엇인지와 같은 것 말이다. 그러한 의미가 왜곡되고 퇴색될 때 공동체의 존재이유는 사라진다. 사라져야 함에도 사라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칠 때 그것은 전체 사회에 심각한 폐해를 낳는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그처럼 왜곡된 공동체는 현실에서도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교회는 세속적 세의 확대와 무관하게 조롱받고 있으며, 언론은 점점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고, 가정은 서서히 해체되고 있다. 종말이 되어서야 회개하는 존재는 결코 구원받지 못할 것이다.

개인은, 제 의무를 다 하지 못하는 국가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에 있어 좌파보다는 자유주의자의 그것이 더 깊어야 할 것이다.
현대적 국가의 개념은 많은 부분 자유주의로부터 왔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유주의는 자율성을 갖되 방종하지 않는다. 지금의 신자유주의란 ‘나의 무한한 자유를 위하여 남의 자유를 빼앗는 방종’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뒤틀린 자유주의로 무장한 국가나 단체에 맞서 진정한 자유주의적 양식을 가진 개개인은 서로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좌파와 더불어 벌이는 자유주의자들의 이러한 싸움이 새롭고 보다 발전된 공동체적 가치를 창조하는 일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 싸움은 '나 이외의 것에 대한 무관심'으로부터의 탈피 곧 '현실 참여'로부터 시작된다.

한 아기의 죽음을 두고 너무 확대해석을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지 모르겠다. 이러한 죽음은 도처에서 아무 때나 있는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항상 그랬듯이 잠시 울분을 토하다가 사그라지면 또 어느 땐가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듯 비참한 아이의 죽음이 세상을 변화시킬 원인이 되지 못한다면 도대체 무엇이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아기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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