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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북한의 핵 보유 그리고 장영달 의원의 발언..
율전 2004/10/17 00:13    

근자에 북한이 공공연히 핵무기 보유를 유추할 수 있는 "핵 억지력 보유" 운운하는 저변에는 북한이 현재 느끼고 있는 위기감과 절박함이 그대로 담겨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6∼8개 보유하고 있다는 장영달 의원의 주장도 그런 맥락 - 북한에 대한 지원사격의 입장 - 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좋게 생각해도 장 의원의 경우 좀 성급했다고 봅니다.

현재 동아시아의 정세는 상당한 위기국면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에 관한 그럴듯한 '설'들이 끊이지 않고 돌고 있습니다.
그 '설'들 중 공통된 내용은 미국에 의한, 북한 내의 핵시설에 대한 제한된 '정밀'폭격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미국의 네오콘들이 북미간에 극도의 긴장상태를 유발하여 난망해진 부시의 재선을 획책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등장하는 사실들이 미 군인들의 후방배치, 미 해군력과 공군력의 남한 내 증파, 미사일 방어망의 남한 내 증파 등입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비록 현실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러한 미국의 조치에 대한 북한 정권의 위기감은 극도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고조된 위기감의 결과 "선제 공격은 미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느니, "핵 억지력을 이미 갖추었다"는 식의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봅니다. 즉, 설사 미국이 선제 북폭을 시도한다 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보복 공격을 - 그것도 핵무기에 의한 - 받게 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김으로서 미국의 폭격에 대한 억지력을 유도하고자하는 거지요.

실제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지라 만일 미국이 북폭에 나설 경우 북한의 보복조치가 어느 선까지 행해질 지 역시 오리무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휴전선 부근에 배치된 장사정포로 남한을 공격할 지 아니면 두차례 시험발사를 통해 그 사거리가 괌에 미치는 것이 확인된 대포동 미사일로 일본과 남한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위치한 미군기지에 대한 공격을 시도할 것인지 그도 저도 아니고 무조건 남한, 미국, 일본을 상대로 전면전에 돌입할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바로 이렇게 베일에 가려진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 - 베일에 가려져 있기에 만일 공갈이라 할 지라도 통할 수 있는 - 가 지금처럼 위기 고조의 주체가 미국인 상황에서는 대단한 전쟁억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미 대선 이후에도 계속해서 핵 보유를 유추할 수 있는 주장을 펼지는 의문입니다. 부시가 재선되든 케리가 당선되든 미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북한이 계속해서 핵 보유를 주장하는 것은 북ㆍ미간 협상에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보다는 크게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미국에 의한 전쟁'억지력은 여전하겠지만, 북한의 핵 보유는 당연히 주변 나라들의 극한 반발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남한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래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서 지난 1992년의 '한반도 비핵지대화 선언'을 들어, 그리고 북한의 핵 보유는 필연적으로 주변 국가들의 핵무장을 불러 올 수 있고 그에 따라 동아시아의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서 남ㆍ북한의 화해ㆍ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을 우려해 적극 반대해 왔습니다.

일본 역시 북한의 핵 보유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물론 그 한편으로는 자국의 군사대국화를 위한 빌미로 북한 핵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핵 폭격을 받아 본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MD 외에는 뚜렷한 미사일 방어망이 없는 일본으로서는 이미 확인된 핵무기 운반체(대포동 미사일)와 더불어 북한의 핵 보유는 악몽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에게 북한의 핵무기가 그 자체로서 악몽이라면 중국에게는 북한 핵이 동아시아 각 국에 몰고 올 핵 도미노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즉 북한의 핵 보유는 필연적으로 일본과 남한 그리고 대만으로 이어지는 핵무장 사태를 불러일으킬 것이고, 이는 동아시아에서 극도의 긴장을 몰고와 당분간 체제정비와 경제발전에 역점을 두어야 할 중국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부시(미국)가 북한 핵을 빌미로, 그러나 내심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MD에 탄력을 주어 대만에 대한 힘의 우위를 지속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과 끝없는 군비경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중국으로서도 북한의 핵 보유는 결코 용인하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할 것입니다.

북한을 둘러 싼 국가들 중 어느 한 곳도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기가 쉽지 않은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현재와 같이 급박한 위기상황이 아닌 경우(미 대선 이후)에도 여전히 핵 보유를 주장하기란, 그래서 쉽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이러한 주변 국들의 반발은 결국 북한의 국가적 신뢰를 크게 손상시킴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북ㆍ미간 협상에서 북한이 필요로 하는 주변 국들의 지원사격을 받기가 쉽지 않음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북한의 핵 보유는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미국에 의한 전쟁 억지력'이라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북한이 미국이나 혹은 주변국들과의 협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원하는 목표인 체제안전보장과 경제회생을 위한 주변국들의 지원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거나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어느 정도 위기상황이 지나갔다고 생각되면 기존의 "핵 억지력 보유"발언을 부인하거나 또는 "핵 억지력 보유" 발언이 곧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북한의 '쟁점 사안에 대해 애매모호로 일관하다 부인하기' 식 전법은 제2차 북ㆍ미간 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2002년 제임스 켈리 특보의 "북한이 농축우라늄 보유를 시인했다"는 주장에 애매모호로 일관하다 그 이듬해 정식 부인했던 전력으로 보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 장영달 의원
이런 상황에서 장영달 의원의 '북한 핵무기 보유 기정 사실화' 주장은 상당히 성급하다는 생각입니다. (좋게 생각해서) 설사 장영달 의원이 북한의 '미국에 의한 전쟁 억지력' 의도를 지원사격하기 위해서 꺼낸 발언이었다 하더라도 이는 핵무기 보유에 대해 애매모호한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북한의 의도를 넘어서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장 의원이 근거로 든 자료가 미국 측에서 제공된 자료이기는 하지만 그런 과정이 되풀이됨으로써 가정이 실제로 둔갑하는 경우를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습니다.)

설사 장 의원의 그러한 발언이 국내에 머무는 수준에 그친다 하더라도 이는 갈수록 기세를 더 해가는 국내의 수구 냉전세력들의 입지를 두고두고 키워줄 우려가 다분한 것입니다. 때문에 현재의 위기상황이 지나간 후에는 도리어 장 의원의 그 같은 발언이 북한의 입지를 좁히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할 것입니다.

미국의 대선을 앞 둔 몇 개월의 황금같은 기간을 냉각기로 대체해 버린 지금에 와서야 남ㆍ북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미국의 군사적 도발을 공동으로 대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 은 서글픈 일입니다. 또한 그나마 벌이는 일이라는 게 너무 근시안적인 접근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남ㆍ북의 위정자들은 혹 지금까지의 자신들의 사고와 그에 근거한 행위가 자신들의 정파적 이해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었던가 되돌아 볼 일입니다. 다시 한 번 남ㆍ북 위정자들의 분발을 촉구합니다.


P.S> 장영달 의원에 대한 평이 다양함을 알고 있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장 의원이 북폭을 원하거나 북한과의 긴장상태 지속을 통해 정파의 이익을 추구하는 숭미파에 속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때문에 그러한 관점에서 이 글을 썼음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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