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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불
박남인 2011/11/09 21:47    

와불


술은 알고 있다
절 아래 첫 주막 낡은 탁자
키가 다른 젓가락과 짠 지쪽
청태 두른 사발에 가득 부어진
술은 알고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당신의
아침부터 애간장을 다 녹였는지
허리 휜 아버지가 떠난 뒤
그 흔한 욕도 매운 눈초리도
다 잊어버린 어머니는
봄날에도 늘 침침하다며
반침마루를 좀체 내려오지 못했다
하여 술은 알고 있다
탁자 건너 아직도 서성이는 그림자
가늘어진 호흡 적시던
한 잔의 막걸리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껴안은 시대 저물고
병원에서 요양원으로 떠도는 낙엽
온 몸 구석을 다 후비던 핏줄
안으로 잠겨버린 채 곱게 누운 와불
어머니는 기난 긴 사유를 풀어버린 반가상
무릎을 곧게 펴고 하얗게 누웠다
이제 내가 마시는 술은
저 닫힌 주막 마당 안에서
무엇을 기억으로 담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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