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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의약품 약국외 판매, 본질을 봐야 할 때
율전 2011/07/05 18:24    

“6개월 분량에 49,800원.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여기에 감기약 3종 세트를 1개월분 더 얹어주는 놀라운 서비스. 한 달 16,600원에 3개월 할부로 모십니다. 지금 바로 전화 주십시오.”

웃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앞으로 ‘조선TV’나 ‘jTBC’에서 자주 듣게 될지도 모를 의약품 광고 멘트일 것이다.

작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감기약 발언 이후 사회적 이슈가 된 ‘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는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의약품의 판매처를 약국으로 한정하고 있는 현행 약사법에 대한 개정 유무로까지 확대되었다. 그 과정에서 약의 안전성을 우선시했던 약사사회는 정부, 언론사, 뉴라이트계열의 시민단체, 의사단체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사회적으로도 직능이기주의의 화신인양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야간이나 공휴일에 국민들의 의약품 구입불편 해소로부터 촉발했던 이 문제가 장차 약국에서 판매 중인 거의 모든 약을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유통업체에서 24시간 판매 가능하도록 대폭 확대된 상황은 어딘가 석연치 않다.

당장 작년 12월 17일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업체의 생존을 위해 추진할 뜻을 밝힌 병의원ㆍ전문의약품 광고 허용 추진 방안과 5일 후의 이 대통령의 감기약 발언, 12월 31일에 전격 발표된 조ㆍ중ㆍ동ㆍ매ㆍ연의 종편채널 선정 그리고 올 초 방통위의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통한 광고 추진 등이 짧은 기간에 집중된 것을 결코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종편업체의 생존 보장을 위해 전문의약품 광고를 추진하다 의ㆍ약사, 시민사회 그리고 국회의 거센 반발에 밀린 방통위는 급기야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통한 광고 추진으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그리고 언론의 여론몰이를 등에 업고 의약품 재분류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착착 이루어가는 지금, 의약품의 약국외 판매 추진이 야간이나 공휴일의 의약품 구입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일 뿐이라던 주장은 홀연히 사라지고 국민들이 의약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약사의 조언보다는 광고에 의존케 하여 약 권하는 사회를 만듦으로써 조ㆍ중ㆍ동ㆍ매ㆍ연 종편업체에게 의약품광고라는 먹잇감을 안겨주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다.


그 규모를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2008년만 해도 상위 24개 제약사의 일반의약품 광고비만 해도 2,700억이 넘는다. 같은 해 방송 3사(TV와 라디오 합산)의 광고 수익인 KBS 5,311억 원, MBC 8,883억 원, SBS 4,792억 원과 비교해 보아도 굉장한 규모다. 더구나 2010년에는 더 증가하여 상위 10개 제약사의 광고비만 해도 1,636억에 달하고 국내 모든 업체들의 광고 상위 50순위 가운데 4곳을 제약사가 차지하고 있다. 고작해야 중소기업 수준인 제약사의 매출규모로 볼 때 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한 마디로 광고 시장으로서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업계라 할 수 있다.

반면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종편 채널 1개가 생존하기 위한 비용은 대략 1년에 2,000~3,000억 정도라고 한다. 이미 정부로부터 많은 특혜를 받았음에도 더 많은 특혜를 요구하고 있는 이들 종편업자들에게 광고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랄 수 있는 제약업계의 의약품 광고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생존 방편이랄 수 있다. 이들이 황금채널을 배정받아 서두에서와 같이 그럴듯한 광고로 의약품의 과소비를 조장할 경우 결국 우리 국민들은 그만큼 불필요한 의약품을 소비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국민들의 불필요한 의약품 소비가 많을수록 이들의 생존 환경은 더 나아질 것임을 생각하면 결국 의약품 재분류를 통한 일반의약품의 확대와 이들의 약국외 판매는 이들 종편업체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국민불편을 해소한다는 미명하에 정부가 밀어 붙이고 있는 의약품 약국외 판매가, 실제로는 조ㆍ중ㆍ동과 같은 극우보수 언론사에게 더욱 큰 권력을 쥐어주게 되고, 그들의 이념적 지원을 토대로 현재 이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시장만능주의 세력의 기반을 더욱 굳건히 만들기 위한 수단이라면 이보다 끔찍한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의 숨은 본질을 따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글은 한겨레의 '왜냐면'에 기고한 글입니다.

독자 의견 목록
1 . 이것도 역시 이씨 정권의 작품이라는 말이군 효박 2011-07-12 /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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