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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학소주 한 잔을 기울일거나~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손에 잡히질 않은 봄
양파사랑 2011/03/12 00:20    

겨울의 끝이 보일듯 말듯..
아니, 봄기운이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질 않으니.. 정녕 봄은 이장희 시인의 ‘고양이인가 보다.

구제역과의 전쟁도 그렇다. 끝이 비추는가 싶더니 엄뚱한 데서 한 건씩 불거지는 의심신고 보도가 또 한번 우리를 미치게 한다.

싸게싸게.. 속전속결.. 조기종식.. 하지만, 급하게 먹는 밥이 채하는 법.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야 어쩔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허술하기만하니! 차라리 침출수로 인한 '2차 피해'라도 나타나지 않게 온 대지가 꽁꽁 얼어 있었으면.. 하는 삐딱한 속내를 드러 내는 이도 있으리라!

하지만, 驚蟄(경칩)이 지났으니 절기상으로도 완연한 봄이다.
11시 까지 유지해 오던 상황근무도 3월이 되면서 한 시간 앞당겼다. 또 방역초소도 공무원은 오전만 근무를 하게 되었으니 타 실과소 직원들께 미안함이 줄게 되어 천만 다행인 셈이다.

갈 길이 먼 직원 먼저 들어가라고 하고서 인터넷에 접속을 하니, 별의 별 얘기들로 시끌벅적하다.
'사람사는 세상이니 그렇기도 하겠지!' 라면서도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현실 앞에 눈알을 부라려야 하고, 또 두 주목을 불끈 쥐게되니!
아! 나는 어쩔 수 없는 빨갱이(?)인가보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만수무강에 장애가 될까봐 10시를 알리는 시보에 맞춰 사무실을 나선다. 바깥 바람이 엄청 매섭다.

텅빈 오피스텔로 돌아와 지친육신을 눕혀 보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정신만 초롱초롱할 뿐 잠이 오질 않는다. 아마도 할일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대로는 잠을 청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무엇인가를 찾는 데... 개뿔~~
중국산 고량주에 담긴 장뇌삼 뿌리가 뒷물하고 욕실문을 나오는 여인네의 실누엣처럼 번쩍 눈에 들어온다. 흐흐윽 ~

소시적 변변한 안주감도 없이 됫병 삼학소주를 양재기에 따라 드시던 아버지와 삼촌들의 40여전 전의 모습이 섬광처럼 스친다. 그 무렵엔 그 맛이 어떨까? 궁금도 했었다. 그러면서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오늘 따라 술 생각이 간절하다.(물론, 난 술꾼이 못된다) 자정이 다 돼가는데, 청승맞게 술잔을 비우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뭔 청승이냐!'라며 한 마디 하겠지! 이래 저래 복잡하기만 하다.
세상의 근심걱정 이고지고 갈 필요 뭐가 있나! 그냥 되는대로 살면 될 일을...

그러나 저러나 오던 봄은 어디로 숨었을까? 비록, 동강 난 생낙지 안주는 없고, 또 아버지와 삼촌들이 드시던 삼학소주를 대신한 중국산 고량주에 장뇌삼의 향취가 묻어나는 술잔을 비우며 “더 갈데가 없는 사람들이 와서 동백꽃처럼 타오르다 슬프게 시들어 버리는 곳...”으로 시직되는 문병란님의 ‘목포’라는 시를 되뇌어 떠 올려 보는 밤이다.

6~70년대 국민주의 대명사였던 삼학소주(출처: 구글 이미지 사진)

목 포

더 갈데가 없는 사람들이 와서
동백꽃처럼 타오르다
슬프게 시들어 버리는 곳
항상 술을 마시고 싶은 곳이다.

잘못 살아온 반생이 생각나고
헤어진 사람이 생각나고
배신과 실패가
갑자기 나를 울고 싶게 만드는 곳
문득 휘파람을 불고 싶은 곳이다.

없어진 삼학도에 가서
동강난 생낙지 발가락을 씹으며
싸구려 여자를 바라볼거나
삼학소주 한 잔을 기울일거나

벌거벗은 빈 산
돌멩이 만지며 풀포기 뽑으며
서쪽 끝에 와서
삐비꽃처럼 목을 뽑아 올리다
로빈손크루소가 되어버린 사람들
실패한 첫사랑이 생각나는 곳이다.

끝끝내 바다로 뛰어들지 못한
목포는 자살보다
술맛이 더 어울리는 곳
술이 취해서 봐도
술이 깨어서 봐도
유달산만 으렁으렁 이빨을 가는구나

[문병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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