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19년 7월 26일 금요일
손님 환영합니다..



[동영상] 목포 쭈꾸미낚시


 졸음운전,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
 여름철 물놀이 안전수칙
 여름철 건강관리 요령
 완강기 사용법
 비상구 등 피난.방화시설 관리방..
 기획공연 연극『난영』 공연
 일본역사테마기행
 삼학도 문화제전 사진모음
 해남군립예술단 성인합창단 신규..
 2007 삼학도문화제전 행사진행표
 법과 규제가 사람을 죽이[evil]..
 도둑은 수천이라도 잡아야 하며 ..
 함평군립 미술관 건립 추진을 충..
 "왜"함평군은 군민의 눈,귀,입를..
 [동참] 부패한 종교, 시민의 힘..
 실손처리하세요
 오늘의 날씨
 제네시스
 제네시스
 아파트 쇼핑
독자칼럼


야간 응급실에서
최기종 2010/09/12 10:10    

야간 응급실에서



최기종



어머니 : (링겔 꽂은 손을 들어 보이며) 에미야, 바늘 좀 빼라. 아파 죽겄다.

며느리 : 조금만 참아요. 빨리 나으셔서 집에 가야지요.

어머니 : (퉁명스럽게) 나, 집에 안 갈란다. 너무 아프고 힘들다. 그냥 죽어 버릴란다.

며느리 : (깜짝 놀라면서) 아니, 바늘을 빼시면 어떻게 해요? 화장지 화장지.... 어디 있지? (화장지를 찾아서 어머니 손목을 누르면서) 조금만 참아요. 아니! 이렇게 눌러도 지혈이 안 되네. (카운터로 고개를 돌리고 다급한 목소리로) 간호사님! 간호사!

간호사 : (어머니 손목을 잡고) 이런 환자는 처음이에요. 이번이 다섯 번 째요.

며느리 : 그래도 어쩝니까? 너무 아파서 그러시는데....

어머니 : (잡힌 손을 뿌리치면서) 나, 주사 안 맞을란다. 집에 갈란다.

간호사 : (속삭이듯이) 이걸 맞아야 빨리 나아요. 기운도 회복되시고...

어머니 : (간호사에게 눈을 흘기면서) 이런 것 맞는다고 내 병이 낫는데! 나는 죽을병이야. 그냥 죽어 버릴란다.

간호사 : 그래도 살아지요. 가족들이 얼마나 슬퍼 하겠어요. 빨리 기운을 회복해서 맛있는 것도 드시고 여행도 가시고 성당도 가야지요. 이리 손을 줘 봐요. 어서요. 하나도 아프지 않게 할게요. 자요.



고개를 돌리고 손만 내민다.



간호사 : (주사를 놓고 그 자리에 테이프를 세 겹으로 단단하게 붙이면서) 이제는 잘 빠지지 않을 거에요. 어머님, 갑갑하더래도 견디셔야 해요. 알았지요?

어머니 : (간호사가 멀어지자 삿대질하며) 저년은 말로만 그래. 내 병이 어떤 병인디....

며느리 : 그래도 이젠 바늘만은 빼지 마세요.



어머니는 주사 바늘에다 눈을 주고 계속 바늘을 빼려고 한다. 며느리는 그런 어머니를 막는 것을 반복하면서 어머니 손목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어머니 바늘 빼려는 것을 포기하고 드러 눕는다.



어머니 : (한참을 멍하니 누웠다가 옆자리 간병인을 가리키며) 참 무심도 하지. 아들은 저렇게 아파서 배를 감싸고 뒤척이는디 어미란 작자는 엎드려 저렇게 잠만 퍼자고 있네 그려.

며느리 : 그러니까요. 그래도 잠이란 놈이 웬수지요. 어디 사람 맘이야 저러고 싶겠어요.

어머니 : 그렁게 말이다. 에미년을 무참하게 만드는 저 잠이란 놈이 정말 무섭구나.

며느리 : (침상 밑에 깔개를 깔면서) 그렇군요. 잠이란 것은 누구도 내쫓지를 못하지요.

어머니 : 그런디 에미야, 너 밑에서 뭐 하냐?

며느리 : (어색하게 머리를 만지며) 저도 잠 좀 잘려구요. 잠이 와서 죽겠어요. 어머니, 화장실에 가려면 부르세요?

어머니 : 그래라. 잠이란 놈은 누구도 못 말리지. 잘 자거라.

며느리 : (하품 소리를 내면서) 네, 어머니. 저 잡니다.



며느리 자리에 눕자마자 가볍게 코를 골면서 잠이 든다. 그때 응급실 한 쪽에서 어린애의 자지러지는 소리가 난다.



어머니 : (귀를 쫑긋 세우며) 에미야, 애기가 운다. 우리 애기가 울어. 우리 애기가 배고프다고 울어. 에미야, 젖 좀 줘라 제발



며느리는 잠에 빠져서 기척도 없다. 아니 알면서 모르는 척 한다. 어머니는 계속 불러댄다. 옆자리 간병인이 못견디고 깨어나서 며느리를 깨운다.



간병인 : 이보세요. 이보세요. 댁내 어머니께서 부르잖아요?

며느리 : (눈을 찌푸리며) 아, 바닥에서 등이 떨어지지 않아요.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어머니 : 에미야, 에미야, 우리 애기 우니까 젖 좀 주란 말이다 잉? 애기가 울잖니. 안 들리니? 제발 젖 좀 줘라.

며느리 : (벌떡 일어나다가 침대에 머리를 찌으며) 아야! 어머니, 우리 애기는 없어요. 우리 애기들은 다 컸어요. 벌써 대학생이라구요.

어머니 : 그럼, 누구 애기냐? 그래도 에미를 찾아줘야지. 제발 애기 좀 울지 않게 혀라. 이러다가 머리 빠게지겄다.

며느리 :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아마도 애기 엄마가 없는 모양이에요. 우리 애기는 아니니까 그냥 주무세요. 저는 잠 좀 자야겠어요.



하면서 다시 자리에 눕는다. 얼마동안 계속해서 애기는 울어대고 어머니는 애기 젖 좀 주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간병인 : (혀를 끌끌 차면서 며느리를 깨운다.) 이보세요. 일어나세요. 아침이에요. 글쎄 댁내 어머니께서 애기 때문에 한숨도 자지 못했어요.

며느리 : (기지개를 켜면서) 아니, 그랬어요. 저는 잠 때문에 아무 것도 몰랐어요.

간병인 :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니까 어머니가 계속 애기 젖 좀 주라고 입엣말 하시잖아요.

며느리 : (어머니 손을 잡으면서) 어머니, 밤새 애기 때문에 주무시지 못했어요?

어머니 : 그래. 애기가 하도 불쌍해서 잠이 와야지. 아마 에미년이 죽은 모양이더라.

며느리 : 그러게요. 이젠 애기가 울지 않는군요.

어머니 : (천정을 보다가 화들짝 놀라면서) 에미야, 에미야, 저기 좀 봐라. 이상하구나. 배가 지나가는구나. 저 곳이 하늘나라 세상이구나.

며느리 : (따라서 천정을 보면서) 어디요? 아니, 저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요.

어머니 : 아니, 안 보인다고? 나는 저렇게 잘 보이는디.. 에미야, 저기 저 것 안 보여?

며느리 : 네, 암 것도 없어요.

어머니 : 그래? 이상하구나. (고개를 떨구고 바닥을 보다가 또다시 화들짝 놀라면서) 에미야, 저기는 풀밭이구나. 아이들이 풀밭에서 놀고 있구나. 뛰어다니고 고무줄놀이도 하고 삥치기도 하고 술레놀이도 하고 ....

며느리 :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아니요, 저는 암 것도 안 보이는데요.

어머니 : 아니, 안 보인다고? 저기 어른들도 안 보이냐? 저렇게 둘러 앉아서 고기도 굽고 노래도 부르고 술도 치잖아?

며느리 : 아니요, 저는 암 것도 안 보여요.

어머니 :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것 참 이상하구나. 나는 잘 보이는디 너는 왜 안 보일까?

며느리 : 어머니! 딴 세상을 보시는 거 아녀요? 그런데 저도요 그런 세상 보고 싶어요. 배도 타 보고 싶구요 풀밭을 뛰어 다니고 싶어요. 그러면 이렇게 피비린내나고 아수라장인 응급실에는 오지 않을 건데요.

어머니 : 그러게 말이다. 너하고 나하고 돛배를 타고 하늘로 가자구나.

며느리 : 그래요. 저도요 어머니하고 풀밭을 거닐고 싶어요.

어머니 : 그런디 이상하구나. 나는 저렇게 잘 보이는디 너는 왜 안 보일까?




독자 의견 목록



의견글 쓰기
글은 인터넷에서 자신의 인격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글쓴이 비밀번호
제 목
내 용



  [최기종] → 야간 응급실에서 2010. 09. 12
  [최기종] 군말산책 15 2010. 08. 23
  [최기종] 군말산책 14 2010. 07. 31
  [최기종] 군말산책 13 2010. 06. 17
  [최기종] 전교조 때리면 대박이 난다고 2010. 05. 25
  [최기종] 군말산책 - 부부성(夫婦星) 2010. 05. 20
  [최기종] 6·10의 날을 맞이하여 2009. 06. 10
  [최기종] 작은 비석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시 2009. 06. 05
  [최기종] 봉화의 꿈은 사라지는가? 2009. 05. 25
  [최기종] 어머니 2009. 05. 09
  [최기종] 귀 4 2009. 05. 04
  [최기종] 2009. 02. 04
  [최기종] 치자꽃[2] 2008. 08. 25
  [최기종] 촛 불 2008. 07. 13
  [최기종] 가오리연 (시) 2008. 02. 20
  [최기종] "한 번의 입시로 사회신분 결정, 대학평준화로 해결" 해야 2007. 12. 10
우리힘소개 | 개인정보보호정책 | 광고문의 | 기사제보 | 제휴문의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Copyright © 2003 인터넷신문우리힘닷컴주식회사 All rights reserved Tel : (061) 277-5210 / Fax : (061) 277-5290
신문 등록번호 : 전남 아 1 등록일 : 2005.08.11 발행인 : 김은정 / 편집인 : 오승우 18.206.238.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