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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강임원의 장편 창작소설 『 그 구멍의 그 부스러기 』 일부를 게재합니다.
무안 신안 목포지역을 주요 배경으로한 사회소설
강임원 2010/03/11 20:39    

『 그 구멍의 그 부스러기 』

목차

서분

제 1권
<제 1부 화원동(花源洞)>

1. 떳떳한 변명 ...................................1
2. 구원의 부스러기 ............................. 5
3. 생각을 안고 말아진 애벌레 ................11
4. 색신개안(色身開眼) ..........................17
5. 색신개통(色身開通) ..........................23
6. 후야(後夜)의 심원음(深遠音) ...............31
7. 뱃놀이 짝놀이 .................................40
8. 패거리는 외톨이를 잡순다 ..................63
9. 진다리 길 .......................................78
10. 백년초 연길 .................................102
11. 연적은 천적된다 ............................124
12. 일심동체와 천적의 차이 ...................149
13. 무덤산 ..........................................173

<제 2부 무안동(無眼洞)>

14. 엇갈린 서원(誓願) .............................191
15. 어사화(御史花) 좋구나 ........................204
16. 도인(道人)의 인도(人道) ...................... 209
17. 애수존(反愛爲壽救自尊) ...................... .234
18. 본래 제자리 ........................................257
19. 화원동의 비결(秘訣) ..............................264
20. 금생여수(金生麗水) 봉비황탄(鳳悲凰嘆) .....302
21. 청의환향(靑衣還鄕) ...............................319
22. 금의환향(錦衣還鄕) ...............................339

제 2권

23. 두 가지 암 1
24. 두 가지 정신병 24
25. 불륜시륜(不倫是倫) 56
26. 침몰례(沈沒禮) 73
27. 광종요조(光宗曜祖) 102
28. 천국의 담장 130
29. 주검나리 160
30. 전제(錢帝)의 사약(賜藥) 171

<제 3부 대동(大洞)>

31. 두 가지 죽음 194
32. 기사근생(饑死僅生) 216
33. 모든 도는 구멍으로 통한다 243
34. 대동(大洞)의 길목 271
35. 여인의 나라 289
36. 대동(大洞) 311
37. 화수미제(火水未濟) 332
38. 여사대남사(女事對男事) 354


서분(序分)/프롤로그

이 책은 땅님의 영감을 받아서 기록했다.
침을 뱉는 자 땅의 저주(咀呪)와 하늘의 노벌(怒罰)을 면치 못하리.
땅님은 하느님의 짝,
언제나 공명정대한 하느님,
우리(宇理)는 하느님의 자식이었는데.
사랑, 공의(公義), 지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모양 짓는 수컷의 유전인자들.
오늘은 하느님의 주검을 검시한 지 까마득한 기념일.
그 암컷 땅님의 시대다 바야흐로.
땅님의 단성생식.
땅님이 낳는 우리(牢)들에겐 무장 수컷의 유전자가 없다.
필요 없으니까 사라져갔다 용불용설.
오직 돈, 오직 출세, 오직 내 식구만 필요하기에.
오직 먹이, 오직 짝짓기, 오직 포유(哺乳)의 축생도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땅을 정복한 잔살도(殘殺道).
‘인생은 나그네길’이라니,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태초에 구멍이 있었다.
검은 구멍에 흰 폭발이 일어나 모는 것이 이루어졌다.
하느님의 의붓자식도 못되는 인생, 그것은 깊은 땅속의 기나긴 구멍,
무명흑암(無明黑暗)의 깊고도 깊은 동굴(洞窟),
모든 생각과 말과 행위와 꿈마저도 그 구멍의 그 부스러기더라.
모든 존재는 구멍에서 나오고, 모든 존재는 구멍을 파고들더라.
모든 도는 구멍으로 통하고,
구멍에는 무언가 들락거리고,
그래서 반드시 무언가를 낳고,
화원동(花源洞)은 종자를 내는 구멍.
무안동(無眼洞)은 아귀(餓鬼) 축생(畜生)을 내는 구멍,
마늘씨를 빼서 아이 잡아 술 담가먹는 문둥이 콧구멍.
대동(大洞)은 하늘같은, 정신이 온전한 사람을 내는 구멍.
대공(大孔)이요, 대공(大公)이요, 대공(大功)이요, 대공(大共)이요, 대공(大供)이요, 대공(大恭)이요, 대공(大空)이다.
날 수가 차서 땅님은 하느님에 육허기지고,
땅님의 구멍이 열린다(果) 할렐루야.
大洞! 大孔! 大公! 大功! 大共! 大供! 大恭!...
홈치! 수컷의 유전자가 들어온다 샥띠.
훔치 훔치! 암컷의 감창이 울린다 샥띠.
훔치 훔치 훔치! 조화선경(調和仙境)이로다 샥띠.
도마뱀 꼬리모냥 새 자식을 밴다 용불용설.
우르릉 쾅 대동문(大洞門)이 열린다(果) 바야흐로.
우뢰(宇牢)부서지는 흰 폭발음이로다 본서(本書)야말로.



제 1부 화원동(花源洞)


1. 떳떳한 변명

序下一卦★{서괘전하편(序卦傳下篇)의 제 1괘} 택산함(澤山咸)

彖曰, 咸은 感也라 柔上而剛下하여 二氣가 感應以相與하고 止而說하고 男下女하므로 是以亨하고 利貞하며 取女吉也라. 天地가 感而萬物化生하고 聖人이 感人心而天下和平하니 觀其所感하면 而天地萬物之情을 可見矣라. 象曰, 山上有澤이 咸이니 君子가 以虛受人한다.★{단(彖)에 가로되 함(咸)은 인륜의 시작인 부부관계로서 젊은 남녀가 서로 감동하는 곧 감응이니, 부드러움이 올라가고 강함이 내려와 두 기운이 감응하여 서로 함께하여 머무름에 기뻐하고, 남자가 여자의 아래에서 받듦으로써 형통하고, 곧음에 이로움이 있어, 여자와 함께하여야 좋으리라. 하늘과 땅, 양과 음, 남자와 여자가 감응하여 만물이 발생 변화 발전하고, 성인이 사람의 마음을 감화시켜 천하가 화평해지니, 그 감응하는 바를 자세히 관찰하면 천지만물의 정상(情狀)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상(象)에 가로되 산 위의 연못이 함(咸)이니 군자가 이것을 본떠서 허허롭게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본 소설에 주역의 괘들을 배치한 것은 일종의 그림 또는 우주적 프리즘으로서, 이야기를 전혀 다른 스펙트럼으로 감수(感受)하게 해준다.}

내 진의처(眞依處)★(진정한 의지처 또는 의거처) 승우(勝友)시여, 혹여 명일이라도 덜컥 형행(刑行)이 있을지는 모르겠소.

매 하루 매 찰나를 휴거 전야 맹신도모냥★(처럼. 같이. 모양. 어떤 이가 별로 맘에 들지 않을 때 모냥 또는 모냥대가리라 부름. 어떤 형상에 비추어본다는 맛을 내는 조사), 외입나간 엄마에 온고진★(어떤 일을 하지 못해 한이 되다) 외톨 아이모냥, 난 조금 어수선 열기에 들뜬 채, 모가지가 쭈욱 늘어지게 근사한 천국의 목댕기를 고대하고 있소이다.

공구(恐懼)도 공허도 소외도 함원(含寃)도 아조★{사사롭고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아주(我主)보다 공번된 의미로서의 아조(我調. 我助. 錒槽)} 무유(無有)하여 청정(淸淨)할 뿐이외다.

어쩌면, 내 다비식(茶毘式) 체야(逮夜)를 스스로 상주(喪主)되어 달애(밤샘)하면서, 자신의 험래과(驗來果)★(죽는 모양에 따라 그의 내세에서의 과보를 미리 증험하는 일)만 한 잔의 소주삼아 되새기고 있는지도 모르오. 보해(報害)소주★{전남 목포지역을 연고로 한 ‘보해(寶海)소주’에서 따온 말로 업보에 의한 현생의 폐해를 가리킴}도 좋고 진로(塵勞)소주★{서울을 연고로 한 ‘진로(眞露)소주’에서 따온 말로 삶의 모든 번뇌를 가리킴}도 좋고 삼학(三學)소주★{전남 목포시 삼학도(三鶴島)에서 유래한 ‘삼학(三鶴)소주’에서 따온 말로 불교의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을 가리킴}도 참 좋소.

어쨌거나 이 종자가 저지른 행업(行業)이나 현보(現報)를 넘어나★{넘(전라도 말로 남 또는 놈)+어(於. 御. 語. 禦. 圄)+나(我. 生. 裸. 奈. 羅). 타자만 부정하는 ‘너무’(너+無) 대신에 자신과 타자의 통일적 관계를 전제로 언덕을 넘어가는 자각적 부정의 뜻으로 사용. 넘어} 안타까워하진 마시오.

가까운 사람들이 나로 인(因)하여 애집(愛執)할수록, 내 정신도 끌리고 얽매어 통고(痛苦)에 빠지고, 결국 내게는 가중되는 형벌이요 더 무거운 죄수가 되고 말뿐이라오.

의연하게 가는 사람을 의연하게 보냄사(보낸다면야) 모도(모두) 당당한 것으로 남게 되오. 사람 놈의 떳떳하고 당당한 걸음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에너지, 어떤 혁명, 진정한 생명력이 아니겠소?

공경(恭敬)하는 승우시여, 비밀이 많은 숫처녀는 넘어나 외롭지만 정말 괴롭지는 않소이다. 앙가슴 속 깊은 데서 젖가슴 꽃까지 마비된 한숨모냥 저려 나오는 외짝사랑도, 한 가닥 빛이나마 잔류함사 처녀는 외롭기커녕 오지게 행복하기만 할 것이외다.

세상이 내게 어리석다고, 정신병이 있다고, 도를 넘은 극단이라고, 도덕 파탄자라고, 나름나름 되는대로 재단해버리고, 가래침을 뱉고, 짱돌을 던지고, 생매장을 하지만, 내 숫사랑은 십마야★(什麽也, 그 어떤 것에도. 무엇이든지) 미진(微塵)만큼의 서운할 것도 괴로울 것도 없소이다.

난 태생적(胎生的)이나 후생적(後生的)이나, 이런 세상에서 목소리 큰 것들의 보비위나 맞추어 부스러기나 얻어냄으로써, 황송무지 대만족하여 우쭐 배퉁기는 그런 삶, 그런 매대(賣臺)의 재주꾼이 되기를, 본래 전작(前昨)에 거부하였거니와, 그와는 아조 다른 계(界)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라오.

겨우 주워들은 쓰레기로 나를 내리치는, 잘났다고 착각하는 어리석은 풋내기들에 대해, 금강불괴(金剛不壞)★(금강과 같이 단단하여 결코 파괴되지 않음)가 된 나는 헛웃음만 흘릴 뿐이라오.

내 삶의 행로는 배척되고 고립당하는 ‘이단’의 길이었으나, 오랜 세월 한 인간이라는 보편과 성명자(姓名字) 가진 사람새끼의 특수에 합당한 사명과 홍복(洪福)을, 내 삼천대천(三千大千) 정신세계와 60조 색신(色身)세포까지도 제대로 수행했고, 정말 충분히 누렸던 것이오.

이제야말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마땅하고 옳은 존재의 근원 법도를 따라, 중중(重重)한 욕계(欲界)의 화신(化身)을 터억 놓아버리고, 경경(輕輕)한 존재 자체 청정법신계(淸靜法身界)로 깨춤 추며 들어가, 무위자연(無爲自然)히 법등(法燈)의 별로 변역(變易)될 것이외다.

또한 이 순간의 나는, 지난 사십이 해만큼 치열하고, 밀도와 비중 있는 새 일 하나를 보듬고, 육박전 벌이는 병사모냥 한계적 상황에서 한판 게임을 벌였기에, 오직 충만한 에너지와 진지함과 한발 한발의 실천만 남아있을 뿐, 다행히도 팔만사천 번뇌에 조금이라도 감염될 여지조차 없는 상황이외다.

방편이지만 또 하나의 실재이기도한 새 몰두를 통해, 내 자신이 넘어나 잘못이 많아서, 넘어나 던지러워서, 넘어나 악랄해서, 그래서 넘어나 부끄럽기만 하여, 자꾸만 옷자락 속에 감추어버렸던 본모습을 여실히 개화(開花)시켜, 말하자면 처음으로 포장을 뜯어내고 드디어 그 내용물을 사용하게 되는, 고해성사(告解聖事)★(천주교에서 신부에게 죄를 고백하는 의식)나 사구백비(四句百非)★{사구는 정립(定立)ㆍ반정립(反定立)ㆍ긍정종합(肯定綜合)ㆍ부정종합(否定綜合), 백비는 온갖 것에 대해 부정(否定)하여 보다 본질적인 차원에서 판단하는 것}의 참회(懺悔)․포살(布薩)★{스님네가 모여 계경(戒經)을 설하여 들리며 보름동안에 지은 죄를 참회하는 의식}․자자(自恣)★{같이 공부하던 스님네가 모여 서로 본 것, 들은 것, 의심이 가는 것을 지적해서 그 동안의 잘못을 고백하고 바르게 가도록 하는 의식}와는 비할 수 없는 참된 해방감, 참된 존재감을 만끽하려 한다오.

아체(我體)★(나라고 하는 존재의 본질이나 본성적 측면)의 거풍공명(擧風共鳴) 말이외다.

백양(白陽)에 깨댕이 홀랑 벗어, 나라는 놈이 이런 물건이라고, 속살 시커먼 뒷구멍이고 꼴리어 나불거지는 앞대가리고 번하게 벌려 거풍시키며, '깐 나'★{자신의 일생 진기를 자신이 모아서 깐(‘엮어 꼰’, ‘알을 낳은’의 전라도 말. 껍데기를 벗긴) 즉 ‘자신이 자각적․실천적 과정을 통해 완전히 객관적 결과물로서 창조한 나’라는 뜻의 조어. ‘그저 자연 사물에 불과한 나’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내적 에너지에 의해 부화하여 실세계를 날개 짓하는 운동에너지 체’로서 ‘스스로 완전히 객체화시킨 주체로서의 나’를 뜻함. ‘참나(眞我)’ 또는 ‘영아(靈我)’와는 전혀 다르다.}는 덜렁덜렁 춤추며, 내가 나를 온전히, 그래서 우주를 온전히 즐기려는 거지요.

호상공명(互相共鳴)하는 맥놀이 춤, 대적광(大寂光) 공진(共振)의 춤, 존재들의 우주적 너나불이★{전라도 말, 사람의 성교. 천지공사(天地工事). 택산함(澤山咸. 음과 양, 땅과 하늘, 여와 남이 교감 호응하여 만물이 발생 변화 발전하는 괘)을 일컫기도 한다. 너나들이와 생식활동을 뜻하는 불이가 조합된 듯} 말이외다.

어둠의 빛, 혼돈의 에너지는 공진으로 밝은 빛이 되고 밝은 세상을 이루잖소? 수십억 년 날아온 빛 알갱이가 내 눈 속으로 들어와서 감상을 일으키고 나를 변화시키고 자신은 차츰 멸해가고, 나 또한 그러는 것이 공진의 춤이요 우주적 너나불이지요.

영원한 낙원이란 어디에도 무유(無有)★{‘없다’는 뜻으로 단순히 있다 없다의 그것과 달리 중도(中道)의 공사상(空思想)모냥 있다고 생각하는 개념을 부정하는 ‘없다’임}하지만, ‘깐 나’가 공진을 일으키는 그 시간과 그 공간은 낙원이 되는 거라오. 천당이나 용화세계나 후천개벽의 상상 속 세계란, 실제에서는 그러한 상호적 운동양식이고 이야기라는 거요.

따라서 이번 작업도 저번 거사에 이은 두 번째의 공진이요 우주적 너나불이인 셈이외다. 마하반야바라밀! 나무비로자나불!


승우시여, 내 깨벗기는, 무안에서 살던 어느 후야(後夜)에 보았던 꿈 비슷한 것과 무안반도통합(務安半島統合) 찬반 활동이 얼크러진 데서부터 허리끈을 푸는 게 좋을 것 같소이다.

꿈도 자신과 세계에 관한 파편화된 이야기고, 인생도 파편화를 극복해 가려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인지라, 결국 꿈과 인생은 서로를 섭취(攝取)하니까요. 사람들은 ‘인생은 나그네길’이라고 낭만적인 말을 해쌓지만, 실제의 인생이란 기나긴 구멍이외다.

그 흑암(黑暗)의 벽 안에서 제 부스러기들을 흘리고 쏟아내고, 제남의★(저와 남의)부스러기들을 끌어들이고 주워 삼키는 구멍일 뿐이외다.

꿈도 생각도 사랑도, 모든 행동거지도 바로 자신의 파편들이라오.

그 구멍의 그 부스러기들 말이오.

어쨌거나 나는 그 때부터 완전히 말길이 막혔고, 그 누구와도 통하지 못했기에, 몸뚱아리로 연행(演行)했던 것이고, 지금은 오직 이 글짓기로 연행하는 것이라오.

그 날의 얽힘은 그저 평범했던 내 인생을 결코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전환점이요 결박업(結縛業)이 되었던 것이오.

그 날로부터 사변적 문제와 먹이사슬문제, 보편 상식과 논두렁식 무댓보, 우물 밖 개구리와 아집에 사로잡혀 사나워질 수밖에 없는 우물 안 개구리, 꼬끼오 거리려는 장탉과 악다구니 굶주린 돼지들, 제 깐에 선비 따라간다는 물렁팥죽 뚱딴지 고진★(아조 고지식한 사람을 일컫는 전라도 말)과 감때사나운 들때밑 패거리, ‘또라이’ 대 ‘정신병자 무리’ 간의 긴박(緊縛)된 비타협적 충돌과 적대적 상호작용이 지리하게 발발했던 것이외다.

그런 과정에서 나는 전적으로 부정당하여 완전히 고립되었고, 극심하게 담금질당하여 알맹이만 내 중심 방향으로 굳어졌으며, 마침내 지금의 금강불괴가 된 거라오.

아무튼 이 작업을 통해, 무간(無間)히 불뚝 불뚝 일어서는 본능과 중생의 그럴듯한 문화란 것이 얼마나 불결하게 타협하여 얼마나 살인적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이 ‘똘것’이 본능과 정신의 압력과 제도와 문화라는 질곡 사이에서 어떻게 요동쳤는지, 결국 나라는 종자가 어떤 물건인지 승우께서 자알 좀 이해하시게 된다면, 내 가사(袈裟)를 제대로 전한 셈이 되오이다.

승우께서 ‘대동(大洞)’의 인사들과 만나거든, 양념을 많이 쳐가면서 그 물견짝이 이러저러 하더라고 즐겁게 들려주어, 내 미안함을 덜어주시구려.

나무관세음보살!


글짓기는 아래와 같이 시작되는데, 작업이 되는 대로 바로바로 보내드리겠소.

머지않아 이 삼혼칠백(三魂七魄)을 천지가 거둬갈 것이라, 그래도 그 ‘깐 나’는 여전히 속세와 공진(共振)하지만, 자연 서두르게 되오.

엉성하고 지루할지라도 늘차분허게 심심풀이 쓰루메★(するめ, 마른 오징어포) 씹듯 보소서. 조언도 자주 해주시고.

혹 갑작스레 작업이 중단되면, 형제 의리와 동지의 사명으로, 승우께서 나머지 맺어 주길 당부하고 믿소이다.

승우의 삶에 마장(魔藏)★{여래장(如來藏)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마성(魔性)에 의해 진여(眞如) 법성(法性)이 전혀 드러나지 못하는 번뇌(煩惱)무명(無明)의 암흑}이 깨끗이 걷히고, 분다리화(分陀利華)★{백련화(白蓮花). 깨달음을 의미하는 연꽃 중에서도 가장 수승한 연꽃}가 훤히 피어나 연향(蓮香)이 연화장(蓮花藏)★{연화장세계. 법신(法身)인 비로자나불이 있는 공덕무량(功德無量)․광대장엄(廣大莊嚴)의 세계, 즉 무진연기(無盡緣起)의 진리를 형상화 한 것. 이 세계는 큰 연화로 되고, 그 가운데 일체국(一切國)․일체물(一切物)을 모두 간직하였다고 함. 「화엄경」에는 세계의 맨 밑에 풍륜(風輪)이 있고, 풍륜 위에 향수해(香水海)가 있고, 향수해 중에 큰 연화가 나고, 연화장세계는 그 속에 있어 사방이 평평하고 깨끗하고 견고하며, 금강륜산(金剛輪山)이 이 세계를 둘렀다 함} 삼계삼세(三界三世)에 가득 퍼지길 성심으로 기원하나이다.

전우순(全祐循) 합장(合掌).

다리러다로리로마하디렁디리대리러로마하도람다리러다로링디러리다리렁디러리★{옛 무가(巫歌)「성황반(城隍飯)」에 나오는 후렴성 주문(呪文)으로 세상의 안전을 빌고 귀신을 쫓는 의미가 있다. 무당의 주문과 기독교의 방언(方言)과 불교의 진언(眞言)은 그 형태가 비슷하고, 본질적으로 거의 비슷한 목적에 쓰인다. ※ 본 소설에서 이러한 후렴은 등장인물이나 시추에이션의 자기추임새․되새김질․회광반조(回光返照) 기능을 한다.}

공시만인의 사여만인욕 인수온유화 남해사위공(公是萬人義 私如萬人慾 人須溫柔和 男該死爲公).★(공번됨은 모든 이의 의요, 사사로움은 만인의 온갖 욕심과 같네. 된 사람은 모름지기 온유 조화하고, 남자는 공을 위해 살고 죽음이 마땅하리.)



2. 구원의 부스러기

序下二卦★{서괘전하편(序卦傳下篇)의 제 2괘} 뇌풍항(雷風恒)

彖曰, 恒은 久也라 剛上而柔下하고 雷風相與하고 巽而動하고 剛柔皆應恒이다. 恒亨无咎利貞은 久於其道也라. 天地之道는 恒久而不已也하고 利有攸往은 終則有始也라. 日月得天而能久照하여 四時變化而能久成하고 聖人久於其道而天下化成하니, 觀其所恒하면 而天地萬物之情을 可見矣라. 象曰, 雷風이 恒이니 君子가 以立不易方한다.★{단(彖)에 가로되 항(恒)은 오래가는 것이니, 강함이 올라가고 부드러움은 내려오며, 우레와 바람이 서로 어우러져 공손하면서도 움직이므로 강함과 부드러움 모두 호응하는 것이 항이다. 항이 형통하며 허물이 없고 곧음에 이로운 것은 그 도가 오래가기 때문이다. 천지의 도는 항구하여 그치지 아니하며, 나아갈 바 있음이 이로운 것은 끝마침에는 곧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해와 달은 하늘을 얻어서 능히 오래도록 비추어, 사시사철이 변화하여 오랫동안 이뤄내고, 성인이 오래도록 그 도에 있으므로 천하의 교화가 이룩되니, 그 항구함을 관찰하면 천지만물의 정상(情狀)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상(象)에 가로되 우레와 바람이 항(恒)이니 군자가 이것을 본떠서 항구적인 것을 세우고 방향을 바꾸지 아니하는 것이다.}


‘참말로 미치고 환장허겄네이~. 이리 짚은(깊은) 허구렁에서 차를 끄집어낼 꼬닥수(꼼수)도 없고 니밀헐. 이런, 탈것(乘)이 문제가 아니라, 몸뚱이라도 올라가야 된디, 아이고메 닌장 맞을.’

절벽 틈에다 사지(四肢)를 걸치려고 이러저러케 분화구 절벽을 허비적여 본다. 요상시럽게도 어디나 문적문적헌 암벽이라 폴짝 뛰어봐야 여치 좆, 말짱 황이다.

‘뭔 놈의 존(좋은) 꼬라지 본다고 여그까지 왔던고, 미친놈의 중생이.’

뭔 볼일인가로 몰고 왔던 내 차는 어느 날담보(날담비)가 훔쳐갔나 그림자 찌끄러기도 안 보인다.

‘이놈의 반디★(곳의 비속어)도 도적질 허는 놈이 있는가? 그나저나 어찌 올라가야 될꼬.’

궁리는 아찔 다급하나, 도무지(道無地) 얼크러져만 간다. 아실아실 절벽 쩌 우에 어뜬 놈들이 내려다봄서, 비웃듯 칼칼칼칼 킬킬킬킬 뭐라 따댁이고★(지껄이다) 자빠졌다. 씨불대기는 영락없이 해어름★(해거름) 갈대숲의 개개비들이 왜장치는 소리다. 제 놈들끼리 개개대는 소리지만 분명하게 알어묵을 만허다.

“쩌 보초대가리★(보추대가리) 없는 것, 언젠가 꼭 저런 꼴 당헐 줄은 내 진작 알았이야!”

“똥구녁 삐일건 것이 코밑에 것만 살아서, 까치 발바닥★(까치 뱃바닥의 와전된 사용) 같은 소리만 내불쳐쌓드니 꼬올 조오타.!”

“인자는 저 꼴린 대로 난리 부르스를 쳐봤자 지까짓 것이 대책 없제이?”

‘이런 호로자석들. 인정머리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야비헌 독사 새끼들. 정녕 저것들이 날 죽일라고 여그다가 빠뜨렸겄다.’

의심에서 상심으로 나라는 종자는 점점 차츰, 이제는 절망으로 월래월★(越來越, 무엇을 하면할수록 더) 쪼그라든다.

‘설마 그랬으까? 맞다, 동창회라고 여그까지 차를 몰고 왔지. 싹아지 없는★{싸가지 없다. 싹(萌)과 눈(芽)과 가지(枝)가 없으니 어떠한 결실도 기대할 수 없다는 데서 온 말}것들, 농사 폴세(벌써) 튼★(글렀다는 뜻의 전라도 말. 동이 트니 밤일이나 밤이슬 맞는 일을 더 이상 하기는 글렀다는 데서 온 듯) 것들이 이런 짓을 헌당가?’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아무리(我無理) 생각해도 남섬부주(南贍部洲) 동양 대한민국의 현실은 절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분명 꿈은 아닌데? 이게 뭐야? 어쨌거나 곰탱이모냥 올라만 갈라고 헛방 버둥거릴 건 없고. 궁즉통이니... 무슨 대책이 없으랴? 나무람사 뿌리만 처박고 서있음 그만이지만 이거.’

눈깔을 쫑그고 한 놈 한 놈 뜯어보니, 웬걸 이놈들 모도(모두) 이물없는★(흉허물 없다, 스스럼없다) 동창이나 동무들이다. 별로 못 잘난 쌍판대기들이 지척마니로(지척처럼) 훤허니 잘도 보인다. 저녀러 낯바닥들을 볼수록, 이녀러 오장육부는 불 벼락김치 담근 맹키로(것처럼) 배신감에 녹아내린다.

‘배신이야말로 질로(제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엑기스인디... 어쩌지도 못하는 이 몸뚱이야말로 한심스럽고, 짜잔허고★(하찮다), 별 볼일 없고, 대책 없는 물견짝이로다, 아이고메!’

음마★(어머. 이런. 저런. 아니. 가벼운 뜻의 아이고)! 웬 목사님 같은 형체가 내려온다. 밧줄이라도 타야 내려올 건데 휘익 나는 듯이 그냥 내려온다. 저 양반이 학띠란가 매띠란가 까마구 띠란가? 반가워서 궁둥이 꼴랑지랑 허리 아남해★(싸잡다. 포함하다. 모두 합하다) 대가리까지 날쌘 꽃뱀모냥 뒤흔들고 싶다.

‘저럼사★(저런다면야) 당연 날 끌어올려 줄 수도 있겄지. 친구 놈들이라고, 궂은(짓궂은) 짓거리는 해도 저런 양반을 보내준 모냥이구만. 쪼까(조금) 귄대가리★(귀염, 구성의 비속어)는 있는 자석들이구만.’

앞에 은진미륵상 뺨치게 떠억 버티고 선 방그작작 목사는 검정 신부(神父)복 맨드리가 자클허다. 느긋헌 품세가 어쩐지 부처님 냄새도 나는 것 같고, 이상도 허고 야릇도 허다. 목사람사 풍겨나는 숨 맥히게 일방적인 목적의식 비슷한 냄새는 정말 눈꼽 배꼽만치도 느낄 수 없다.

“아이고오~, 어쩌다가... 기왕에 이런 운명이니, 우리 선생님은 시방 바로 구원(救援)을 받아야 되겠어요. 다른 선택 여지가 없는 줄은 선생님이 더 잘 아실 것이고이~.”

이웃집 아저씨나 고물장수모냥 퍽이나 친근감을 주지만, 좀 생뚱스럽고 우스운 말투다.

‘요 정도의 수수께끼는 제대로 풀어야 멍충이가 안 된다.’ 수수께끼 놀이는 땅꼬마 때부터 익힌 우리 민족의 기본기니까 자신이 있다.

‘저런 양반이... 설마 예수천당 불신지옥 식 얼뚱애기 어르는 구원은 아닐 게고. 어려서부터 질리도록 들었지만. 그러니까 구원(九元)이나 구원(舊怨)을 말하는 건가?’

“그렇지요... 아홉구에 구원(九元)...?” 나는 손가락으로 아홉구 자를 그리면서 물었다.

목사는 선수끼리니까 말이 필요 없다는 듯 삐그적적 끄덕 거린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선생님 자신이 일원은 가지고 있으니까, 구원만 더 있으면 십 원짜리 눈깔사탕이라도 사먹을 수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어쨌거나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아무리 못해도 십 원은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요. 구원은 그런 겁니다.”

‘이게 농담 따먹기라냐, 선문답(禪問答)이라냐?’ 분명 농담 같은 거존데 어딘지 심오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나는 되레 혼란스러워진다. 상황을 파악해 보려다가 회심의 질문인지 시문(試問)인지가 떠올라서 던져본다. 순간적으로 머리 굴려 찾아낸 핵심 고리 맥(脈)이다.

“눈깔사탕...? 사먹어요?”

“그래야 현실의 진정한 실체가 되는 것 아닙니까? ‘체상용(體相用)★(體는 쉽게 변하지 않는 본질, 相은 본질에 의하여 밖으로 나타나는 일정한 형상이나 여러 가지 모양, 用은 작용이나 공능)’의 완전한 통일과 우주적 일치지요.”

통일부장관 이름과 같은 체상용이란 말에 내 체세포까지 어떤 돈오(頓悟)를 경험한 것 같다. 나는 속어림으로 그것을 뇌 안에다 전심전력 정리해본다.

‘뙤이뙤이★(對對, 맞다 맞아)! 우주 자체가 빅뱅모냥 무극(無極)에서 출발해서 결국 다시 하나로 돌아오는 일원(一元)이고, 그럼서 양의(兩儀, 음양)의 분열과 통일인 이원(二元)이기도 허제. 그렇듯이 삼원(三元)이기도 사원(四元)이기도 허고, 그런 식으로 십원(十元)까지 간다는 말이지? 그 원리만 제대로 파악험사 수십 수천 원까지 나가게 되고, 하느님을 넘어선 어떤 존재로까지 발전이 이뤄지게 되어 있을 거야.’

‘그런께 삼원은 뭐드라. XYZ축의 삼차원 공간? 천지인(天地人)? 과거 현재 미래? 물질 생명 정신? 나 너 그 같은 것? 사원은 XYZT,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같은 거고, 오원은 오행의 상생 상극 관계고, 육원은 육신통(六神通)의 그건가? 육근(六根), 육식(六識), 육법(六法)의 그건가? 칠원은 月火水木金土日 같은 것? 칠성님? 빨주노초파남보 같은 것? 어쨌거나 팔원은 팔괘 같은 길흉화복의 원리일 거고... 진짜 쉽게 가닥 잽히네. 구원(九元)은... 구만리를 날아올라 대변신 허는 붕(鵬)새를 말헐까? 아니지. 이건 차원의 문제고, 그게 9차원일 순 없으니까.’

“목사니임, 아니 신부니임...? 대사님? 하여튼 저... 선생님, 구원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이 사람 보게, 우선 여그서 나가는 것이 구원 아니겄는가?”

그러고 보니 목사는 내 깨복쟁이 불알동무 박상태(朴祥台)다. 안심이 됨서도 방해꾼을 만난 것모냥 몽클 질투심 비스무리한 게 오목가심을 치고 올라온다. 기왕 남들이 모르는 진리를 득달(得達)하는 김에 제대로 정리정돈을 하고 나서 상태랑 상의해도 몰문제★(沒問題, 문제없다)할 것 같다.

“으응, 동무, 나도 그러코 생각허고 있네.”

내 입으로 대답은 그리 허지만, 머릿속은 나름 돈오한 진리를 초고속으로 계속해서 정리해나간다.

‘원(元)들이 순열구조로 엮어졌나? 아마도(我魔道. 暗我道)?’

그러고 보니 이상한 방정식 하나가 떡모래 바닥에 그려져 있다. 금방 이해할 것 같은데 알려고 할수록 이해할 수 없다. 뿌리와 싹이 알구 전면(全面)에 난 양파 같은 그림이 보인다.

‘교회에서 맨 날 구원만 외치는 것 본께, 구원(九元)이란 객관의 세계가 아니라, 이 그림모냥 전적으로 각자의 주관인가? 일체유심조(一切有心造)?’

“저어 친구, 일체유심조란가...?”

“모든 것 자체가 맘 먹기락 안 허든가?” 상태는 목울대에 힘을 주고 마이크를 잡은 듯 허세스런 목소리다.

‘맘먹기에 달렸담사 여그서 벗어나는 것도 맘먹기란 말인가? 말도 안 되지. 주관적 관념론은 자기 속임수 말장난인디. 아, 시방 바로 구원을 받으랬는디... 나랑 잘 맞지 않는 놈이라... 필시 날 둘려 먹을라는 것 같은데?’

“일단 여그서 나가는 것이... 중요허지 안은가 친구이?” 나는 다급하고 의심하는 내심을 싹 감추면서 내동★(일껏, 애써서, 일부러) 태연하고 다정스레 묻는다.

“그렇지만 하늘에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천만분의 일초도 거스를 수 없습니다.” 진짜 도인 같은 상태의 경건한 말투다. “선생님 잘 들으십시오. 세상만사 새옹지마,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 꼬옥 만날 그 때가 있을 것이오.” 시를 읊는 신선이 따로 없다.

동무란 놈이 뜬금없이 왠 깎듯헌 존댓말을? 생각해보니 깨복쟁이 동무임엔 틀림없으나, 상태는 과금(過今)에 나와 아무런 실질적 인연이 무유(無有)한 쌩판 남남일 뿐이다. 나는 화들짝 조급해진다. 그래도 우리는 한 동네서 자란 죽마고우라는 뜻을 전하려는데 그런 말조차 꾸려지지도 나오지도 않는다.

‘말이란 원래 좀 뻔뻔한 마음으로 번지르르 꾸며야 되는 거라 이러나?’

상태의 손이라도 허둥지둥 붙잡으려고 하지만, 이놈의 손발조차 좆도 염병허게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텅 빈 분화구 허구렁에는 이제 아무도(哦無道) 없다.

‘사람도 슬쩍해 가나? 니밀헐. 뙤이★(對, 맞아 또는 그래의 중국어. 예로서 ‘뙤이 못된 놈’), 상태가 내 핑계로 동창들을 꼬셔갖고, 차도 울거묵고★(알겨먹다), 지가 대장노릇도 해 묵을라고 요다구★(흉계)를 꾸민 건디... 모든 게 다 그 자석의 쑌디 말이여.’

그러나 허망허고 시커먼 빛만 꾸역꾸역 이슬거리로 내림서 나를 모포 덮는다. 아트만★(나, 영혼)은 발악하여 울부짖으나 소리마저 몸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한다.

‘여그는 우주의 너불이★{전라도 말, 사람의 자궁. 현빈지문(玄牝之門). 곤위지(坤爲地, 크나큰 포용력과 안정의 바탕 괘)를 일컫기도 한다. 너그럽다 너누룩하다 너부죽하다 너불거리다 따위와 생식활동을 뜻하는 불이가 합성된 듯}라는디... 상태 같은 놈이 그리 농간을 부릴 수 있으까? 내가 옛구(舊)에 구원(舊怨)을 아홉구(九)에 구원(九元)으로 잘못 안 모냥이구나.’

찬찬히 뜯어보니 분화구도 아니고 어두운 우물일 뿐이다. 우물은 진짜 너불이모냥 쫄끔쫄끔 조여들어 온다.

‘저 웃쪽에 거웃으로 돋아있는 건 상태나 다른 놈들이 변장한 게 틀림없어.’ 그것들은 마치 형무소 철조망모냥 음모(陰謀)스레 우물 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그런 꼬라지가 씨언허고 꼬숨서도 덜컥 겁이 치민다. 우물(愚物)은 월래월(越來越) 뜨거워져간다.

‘이게 연옥이당가 초열지옥이당가? 내가 언제 죽었나? 아이고메!’

무섬쩡★(무서움 증)에 울떡징★(덥거나 울화가 치밀어 생긴 심한 갑갑증)만 돋는다. 이런 건 분명 현실이 아닌 것 같다. 나 자신부터 깨워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듣게 하려고, 최고가청의 데시벨로 “으아아아악!” 고함을 지른다. 강아지 낑알그리는 소리만 “끄으으으응.” 입에서 귓구멍을 꿰며 배앵배앵 맴돈다.

옴마니반메훔옴마니반메훔훌랄라울랄라알랄라알라알라할렐루야




3. 생각을 안고 말아진 애벌레

序下三卦★{서괘전하편(序卦傳下篇)의 제 3괘} 천산돈(天山遯)

彖曰, 遯亨은 遯而亨也니 剛當位而應이라 與時行也요 小利貞은 浸而長也이니 遯之時義가 大矣哉라. 象曰, 天下에 有山이 遯이니 君子가 以遠小人하되 不惡而嚴하니라.★{단(彖)에 가로되 돈(遯)은 물러감이니 형통하다 함은 물러가 은둔함으로 형통하다는 것이니, 강함이 마땅한 자리를 맡고 응하는 것이라 때에 따라 행함이요, 곧음이 조금 이로우리라 함은 가라앉으나 자라나기 때문이니, 돈(遯)의 때와 바름이 크나크도다. 상(象)에 가로되 하늘 아래에 있는 산이 돈이니 군자가 이것을 본떠서 소인을 멀리하되 혐오하지 아니하고 엄숙하게 하느니라.}


‘오늘은 벨나게(별나게) 생골★(生骨, 해골의 반대개념 조어) 복잡허고 요상시런 놈의 꿈인가? 생각인가? 상상인가도 다 있네.’

나는 이런 류(類)의 것을 자주 꿉니다. 자는 둥 마는 둥 머리를 억지로 고속 회전시켜서 골이 띵하지만, 전우순이라는 종자는 꿈인지 몽상인지를 통해서 무언가 얻은 게 있는 것 같아 한 구석지가 뿌듯하기도 합니다.

‘꿈이 넘어 생생허믄 예시적인 의미가 있다는디... 꿈속의 동무는 나 자신을 의미한다니까 별 일이야 있을라고? 꿈이란 생리적인 일시적 정신분열이라 해몽이란 것 자체가 백해무익 헛짓거리라고도 허니까.’

나는 몽계(夢界)에서 아조 빠져나와버리기가 아쉬워서 생각의 늪 밑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거기서는 언어로 된 생각과, 주로 이미지로 된 상분(相分)★{심식(心識)이 인식작용을 일으킬 때 그와 동시에 인지(認知)할 그림자를 마음 가운데 떠오르게 하여 대상을 삼는 것}과, 나에게 고정화된 주관과, 끝없이 다양한 요소를 가진 객체와, 요동치는 내 마음과 마음 밑자리까지도, 그리고 그 요소 하나하나까지도 모도 대등한 독자적 실체로 뒤섞입니다. 뒤섞임 자체가 여실히 영화이면서 현실세계입니다.

‘어쨌거나 인간 자신에게서 나온 모든 것은 다 그 인간에게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지. 꿈은 자신의 파편이니까. 꿈이란 인생의 구멍에서 나오는 그런 배설물. 모든 배설물은 생명대사의 결과물이고, 그 대사활동의 양상을 반영하고 있으니까. 오줌발로도 그 사람의 건강이나 성깔이나 부부잠자리나 가정의 화목, 비약허믄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문제까지도 찝어(끄집어) 낼 수 있을 정도지. 애매헌 걸 가지고 지나치게 절대기준으로 삼음사 지가 저 속이는 짓거리지만, 어쨌거나 어느 것 하나 의미 없는 것은 없는 법.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으니까. 삼라만상 자체가 연기(緣起)라는 하나의 줄에 꿰어져 있고, 이 정신조차도 인드라망(帝網)★{제석천(帝釋天)에 있는 보배그물로서 만사만물을 중중무진(重重無盡) 상즉상입(相卽相入)하게 한다고 함}에 걸려 있으니까.’

생각 상상 몽상은 빠져들수록 속도를 내게 되고, 제약된 현실의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멀어져, 독자적이고 이질적인 영역을 만들기 마련입니다. 일정한 방향성을 띠게 되면 육도(六道)도 연화장세계도 삼천대천세계도 금방 만들어집니다.

‘터무니없는 걸 꿈에서 보았닥 해도, 터무니 있는 현실을 비춰보는 보조수단으로라도 씀사 나쁠 건 없겄지. 꿈은 의식(意識)보다 체계성은 없지만, 진폭이 훨씬 넓고, 그래서 꿈에 예시적인 의미까지 있는 건 아닐까? 체계 없이 토막 난 것들이라, 기존의 고정되고 습관화된 틀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차원의 무엇인가를 비추는 거지. 그렇다면 꿈은 나 자신과 내 세계를 재료로 한 또 다른 일종의 예술이라 할 수 있을까? 울퉁불퉁한 반사유리 같은 거? 삼세(三世)를 꿰뚫는 해파리 다리 같은 끈? 알듯 말듯 상징적으로 삼세가 비치는 불완전하고 파편화된 예술?’

나는 꿈에 대해 전에 없이 흥미를 느끼며, 꼭 「꿈의 해석」같은 책들을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 몰래 다가오면 이상한 기운을 섬뜩 느끼고, 큰 물고기가 휙 지나가면 그 앞뒤의 물이 동시에 들썩 움직이는 것모냥... 과거로부터 비쳐지는 앞쪽의 그림자? 어떤 예감이나 영감 같은? 말허자믄 과거와 미래를 이어가는 현순간(現瞬間)의 인생행로에 자연스레 들리는 내 발자국소리 같은 것? 산길이냐 물길이냐, 차라리 날 죽이쇼 가기 싫은 길이냐, 깨 벗고 보릿대 춤 춤서 가고픈 길이냐, 쫓기는 길이냐 한 많은 미아리고개 끌려가는 길이냐. 하이튼 섣달에도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모냥, 내 가는 길의 시십마★(是什麽, 무엇인가), 즘마양★(怎麽樣, 어떠한가)을 간접적으로 귀띔해주는 발소리 같은 것 말이야.’

나는 신경증이나 몽환증이 있는 환자모냥, 꿈도 공상도 생각도 아니랄 수 있는, 어떨 땐 논리적인 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걸 자주 꿉니다.

나는 솜 요 우에 엎드려,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어쩌면 합당한 것 같기도 한 꿈같은 생각의 환영을, 거기서 열심히 탐구했던 구원의 진리에 대해, 전두엽 안에 차곡차곡 정돈해 보려 합니다.

‘왜 그런 인물들이 보였을까? 내가 남들로부터 죄도 없이 맬겂는★(합당한 이유가 없는) 총알을 바가지로 맞다 본께 그런가? 꿈의 예시는 피해갈 수 없다고들 허든디. 앞으로 더 고립될 수도 있겄지. 어쨌거나 꿈대로람 시기를 놓치지 말고 나 자신이 나를 구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걸. 내 참, 우주의 너불이라는 분화구가 있고, 그것이 우물이고, 거웃까지 돋은 진짜 너불이라니. 황당★(荒唐, 말도 안 돼)! 언어도단심행처멸★(言語道斷心行處滅, 우주의 진리는 너무 깊고도 미묘하여 말길이 끊어졌으므로 말로 제대로 할 수 없고, 마음으로 미칠 것이 아니므로 생각이 멸하였다는 뜻)!’

‘따져보자믄... 나란 놈이 바로 그 허구렁이란 말인가? 내가 그 전 선생님과 동일허기나 헌가? 사실상 나란 실제가 그 비웃던 친구 놈들인가? 거웃이 되야분(되어버린) 미륵불 탁헌(닮은) 목산가? 어쩌그나 아무리(我無理) 생각해도 좋은 꿈은 아니구만.’


거무칙칙한 후야(後夜)의 밀창은 맑은 신조풍광(晨朝風光)을 꿈꾸며 여직 어룽더룽 잠뜻을 합니다. 씨바(Shiva)와 깔리(Kali)부부★{인도 신화에서 Shiva는 죽음, 생식, 생산 및 재생을 관장하며 불교에서는 그 화신이 대자재천(大自在天), 부동명왕(不動明王), 항삼세명왕(降三世明王), 대흑천(大黑天) 등이라 함. Kali는 Shiva의 처 중 하나로 시간의 여신, 암흑의 여신이며 샥띠(性力성력, 여성적 에너지, 창조의 힘) 그 자체를 상징하는데,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머리를 손에 쥐고 희생자의 살을 찧어서 입에 넣는 악마적인 모습으로 묘사된다. 인도에서 19세기까지 Kali여신에게 인신공희(人身供犧)가 이뤄져왔는데, 브라흐마(우주의 내재적 절대자로 깨어나면 삼계가 창조되고 잠들면 파멸과 혼돈으로 돌아간다 함)조차도 샥띠에 의해 비로소 존재하게 된다고 함} 권속이 주섬주섬 철수준비를 합니다.

밤이라는 해 그림자 속에 위치하는 난 다시 눈꺼풀 철문을 슬슬 내리닫고, 조울조울 물속에 가라앉다가, 꿈의 문턱에서 용궁으로 저승으로 끌려갑니다. 이런 종류의 꿈이란 깊이 빠져들수록 대체 정신을 종잡지 못하게 하고, 생골을 번잡케 하는 독거미 줄만 같아서, 내 자신 거미줄 얼크러진 폐가(廢家)만 같아서, 그 놈의 거미줄을 그냥 확 걷어버려야만 됩니다.

좌안(左眼)의 눈꺼풀 철문을 힘겹게 열어봅니다. 그래도 머릿속의 것들은 꺼지지 않는 원동기마니로 꼬리를 물고 웽웽 돌고 있습니다. 우안(右眼)의 철문도 열어봅니다. 역시 원동기는 꺼지지 않습니다.

눈을 감은 세계와 눈을 뜬 세계는 영판 다른 법인데, 왠지 비슷하니, 약물이나 이상한 기운에 취한 것만 같습니다.

‘밀창만 열믄 생골 복잡헌 거미줄이 걷히겄지. 오탁악세(五濁惡世)에서는 정신이라도 맑아야지.’

그러나 창을 열고 싶지는 않습니다. 밀창을 열어서 외기와 접촉하면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생길 것만 같아서.

그래도 애벌레모냥 모기작모기작 오족(五足)의 움직임을 월래월 감하면서 창께로 무장무장★(차츰차츰의 전라도 말. 주로 부정적인 뜻을 내포하여 사용. 예로 ‘예뻐하니까 무장무장 못된 짓만 한다’) 다가갑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아종(亞種)에서도 황인종 몸땡이니까, 5령 누에쯤 되나? 세세히 나누어 따지믄 나란 놈이 어떤 품종일까? 사람도 신체와 정신과 행동과 생활 특성대로 분류해서 품종등록을 허믄 영판 많은 품종으로 나누어지겄지. 품종분류에 따라 나라를 만든다믄 재밌겄네. 거그서 거그 도로아미타불일까 생판 차별지게 될까? 오십이위(五十二位)★<불도(佛道) 수행 계급을 52로 나눈 것. (가장 낮은 수행으로부터) 믿어 의심이 없는 위치인 10신위(信位){신심(信心), 염심(念心), 정진심(精進心), 혜심(慧心), 정심(定心), 불퇴심(不退心), 호법심(護法心), 회향심(廻向心), 계심(戒心), 원심(願心)}, 마음이 진체(眞諦)의 이치에 안주(安住)하는 위치인 10주위(住位){발심주(發心住), 치지주(治地住), 수행주(修行住), 생귀주(生貴住), 구족방편주(具足方便住), 정심주(正心住), 불퇴주(不退住), 동진주(童眞住), 법왕자주(法王子住), 관정주(灌頂住)}, 이타(利他)의 중생제도에 노력하는 지위인 10행위(行位){환희행(歡喜行), 요익행(饒益行), 무진한행(無瞋恨行), 무진행(無盡行), 이치란행(離癡亂行), 선현행(善現行), 무착행(無着行), 존중행(尊重行), 선법행(善法行), 진실행(眞實行)}, 지금까지 닦은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여러 가지 행을 일체 중생을 위하여 돌려주는 동시에 이 공덕으로 오경(悟境)에 도달하는 지위인 10회향위(廻向位){구호일체중생 이중생상회향(救護一切衆生 離衆生相廻向), 불괴회향(不壞廻向), 등일체제불회향(等一切諸佛廻向), 지일체처회향(至一切處廻向), 무진공덕장회향(無盡功德藏廻向), 입일체평등선근회향(入一切平等善根廻向), 등수순일체중생회향(等隨順一切衆生廻向), 지여상회향(眞如相廻向), 무박무착해탈회향(無縛無着解脫廻向), 입법계무향회향(入法界無量廻向)}, 온갖 중생을 짊어지고 교화이익하는 것이 마치 대지(大地)가 만물을 싣고 이를 윤익(潤益)하는 것과 같은 10지위(地位){환희지(歡喜地), 이구지(離垢地), 발광지(發光地), 염혜지(焰慧地), 난승지(難勝地), 현행지(現前地), 원행지(遠行地), 부동지(不動地), 선혜지(善彗地), 법운지(法雲地)}, 등각위(等覺位{등정각(等正覺)을 한 위로서 부처와 거의 같은 위}, 묘각위(妙覺位){온갖 번뇌를 다 끊고 묘리원만(妙理圓滿)한 과(果)를 증득(證得)한 부처의 위(位)}>로 나누믄 삼계육도(三界六道)의 나라가 되는 건가?

되는 일도 없이 코 박고 이런 공상 같은 생각만 하다간 고치 속에 갇힌 번데기가 되고 말테지. 번데기도 가만히 기다림사 날 수 있으니까 것도 괜찮겄네. 벌레가 아닌 사람이니까 혼자 고치 틀고 들어가믄 그게 딱 또라이 정신병자지. 두 발짝만 더 진행되믄 내가 그리 될 단계고.’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밀창에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아 배밀이를 멈춰버립니다. 요즘은 모든 것이 두렵습니다.

‘아, 인연들. 그 인연에 매여서 그리 맴돌면 내내 그게 그거고, 그 모냥 그 꼴. 언덕을 넘어야 허는디. 변신... 환골탈태 헐라믄, 묵묵히 비상을 기다리는 번데기모냥, 고치 안에서 과거 틀이나 외적인 것과는 완전히 차단 분리되어야 돼. 그러면서 순전히 내적 운동을 통해 자기변역을 해야지. 그러니까 인생에 있어서도 새알이나 고치의 존재양식이 질적 발전의 필연적 존재양식일거야.’

먹새벽의 방 공기는 되게 싸늘합니다. 몸뚱아리는 애벌레가 가느다란 가지하날 붙들고 똘똘 말아지며 번데기로 변해가는 것과 똑같이, 생각을 안은 쪽은 월래월 물렁물렁해지고, 생각이 없는 등껍질은 무장무장 돌모냥 단단해집니다. 참의로(旵義露)★(참으로의 변말. 산에 해가 비치듯 있는 그대로 속까지 드러내는 것이 옳게 적셔주는 것, 즉 참을 여여히 드러내는 것이 도요 덕이라는 뜻) 겉은 돌 같고 속은 젖 같은 고치가 되어버립니다.

‘이상(李箱)의 「날개」주인공 그대로구만.’

나는 안해의 화장품을 가지고 노는 대신, 수많은 눈총들, 맹과니 송충이 떼의 눈살들, 그런 것들을 피해 슬금슬금 도망치다가, 그런 꼴 보기 싫은 눈살이며, 칼 달린 혓바닥을 징글징글 생각하기도 싫어서 고치 속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순전히 다수 패에 가담하려고, 그래서 주류(主流)의 무오류를 입보해주려고, 덩달아 나서서 맨맛헌(만만한) 사람을 중상모략, 홍어 좆으로, 벌레로 만들어버리는 것들이 정말 싫습니다.

고치 안은 눈살도 입살도 없고, 잘난 체나 옳은 체나 가진 체나, 아예 무언가를 목표로 동작을 일으킬 필요란 게 없으니, 평수 큰 맨션도, 고급 승용차도, 뱃지도, 별의 별 놈의 생필품도 아무런 필요가 없습니다. 밀엄정토(密嚴淨土)★{신구의(身口意) 3밀로 장엄한 대만다라 도장. 대일여래(大日如來)의 정토}입니다. 정말이지 한없는 공간을 온전히 차지하고 만유를 다 느끼고 다 주관하면서도 조용히 시간만 먹고 사는 청정법신(淸淨法身) 비로자나가 됩니다.

청정법신은 제 되고 싶은 대로 부처도 되고 공자도 예수도 맑스도 되고 단군(檀君)도 되고 대붕(大鵬)도 됩니다. 정말입니다. 그냥 저절로 그런 화신(化身)이 되는 겁니다.

바깥 세계와 접촉하는 것은 나에게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요사이 만나게 되는 것들마다 내게 씁쓸한 뒷맛을 주고, 날 중상모략하는 별별 소문에 곁방망이질 치고, 깨소금을 볶음서 고소해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법 벗바리가 좋은 나지만, 근자에는 나를 아조 잘 아는 벗들이 되레 내 흠집을 들어내고, 나를 적대시하는 몰강스런 뱁새 떼들은 흠집도 아닌 흠집을 즈그들 입맛대로 재가공해서 더욱 공박하는 것입니다.

말이란 것은 세 사람만 건너가도 쥐 한 마리 죽인 것이 살인으로 바뀌는데, 극단의 악의를 가지고 수년 동안 모함을 해대니, 나라는 놈의 인격은 파렴치한 중에서도 파렴치한이요, 짜잔한 물견 중에서도 제일 찌질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나는 입음성(入音聲)다라니★{음성에 대한 지혜. 음성과 언어가 찰나 찰나마다 나고 없어지므로 필경공(畢竟空)을 깨달은 자는 아무리 욕설이나 칭찬을 많이 들어도 그것에 끌려 화를 내거나 기뻐하지 아니한다 함}를 깨닫지 못해선지, 예의와 체면을 넘어나 중시하고, 광문★(廣聞, 좋은 소문이 널리 퍼짐) 나는 것은 좋아하지만 작은 악 소문이라도 극도로 못 견디는 체질이기 때문인지, 내게 끝도 없이 악의를 첨가해서 확대 재생산시키는 그런 악소문들이야말로 정말 비상(砒霜)보다 더 지독한 극약이요 악성 병원체로, 심신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뼛속 깊이 골병들게 합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백서른 근 색신(色身)의 무게에 오기가 스물두 근★{22근(根)을 빗댄 것. 22근은 6근인 안근(眼根)․이근(耳根)․비근(鼻根)․설근(舌根)․신근(身根)․의근(意根)과 남근(男根), 여근(女根), 명근(命根), 그리고 5수근(受根)인 우근(憂根)․희근(熙根)․고근(苦根)․낙근(樂根)․사근(捨根), 5선근(善根)인 인근(仁根)․의근(義根)․예근(禮根)․지근(智根)․신근(信根), 3무루근(無漏根)인 미지당지근(未知當知根)․이지근(已知根)․구지근(具知根)을 통틀어 말함. 130근에서 22근을 빼면 남은 것은 108근 즉 백팔번뇌라는 비유}인 나는 몰강스런 그들에게 맞서려는 듯 심호흡을 들이키며 벽을 짚고 일어나서, 끼이익끽 뻑뻑한 밀창을 기어이 밀어젖힙니다. 황소바람이 확 밀고 들어옵니다.

가로등 불빛에 황사가 자욱해서 한밤중모냥 되게 어둡고 짙은 안개 속 같습니다. 황사가 이리 짙은 경우는 흔치 않은데, 덕분에 이렇게 훤히 정면으로 세상을 마주보지 않아도 되니 아 정말 다행입니다.

빚바지꾼이 쳐들어오겠다고 엄포를 놓고서는 뒈져버린 것모냥, 꽁꽁 숨어서 우세스런 구들막농사나 생생히 들여다본 것모냥, 느긋해지면서도 흥분되고 오져 죽겄습니다.

어디선가 매화향이 썬듯 흘러옵니다. 매화바람에 머릿속 찐득찐득 헝클어진 거미줄도 걷힙니다. 생각이 없음 골빈 놈이락 해쌓지만, 엿 같은 생각쪼가리를 대충 털어내 버리니, 모범생은 여영 못 되더라도 정상인 비스무리 된 것 같습니다.

가라앉은 태양(太陽)이 해중(海中)에서 목욕하면서 때 빼고 광내고 부상(浮上)하려 하면, 육신계(肉身界)에 가라앉은 태양기(陽氣)도 부력을 받습니다. 그래서 남자는 돛대를 세우고 슬슬 항해할 준비를 합니다. 여자들 달거리에 비추어, 남자는 해고 여자는 달이라는 말이 정히 맞는 것 같습니다. 나는 착한 어린이 생활규칙모냥 벌써 돛까지 걸어 올리고, 치따리며 돛대며 돛폭을 쪼무락쪼무락 만사 튼튼히 점검하여 탱탱히 잡아맵니다.

탱탱한 용총줄을 따라서 색신개안★(色身開眼, 육체의 성적인 눈뜸을 일컫는 조어)하여 자주열락★(自主悅樂, 스스로 주도하여 열락에 듦. 자위행위를 일컫는 조어)했던 그 시절의 정겨운 얼굴들까지 더듬어봅니다.

옴다롱디우셔마득사리마두너즈셰너우지샥띠



4. 색신개안(色身開眼)

序下四卦★{서괘전하편(序卦傳下篇)의 제 4괘} 뇌천대장(雷天大壯)

彖曰, 大壯은 大者壯也니 剛以動故로 壯하고, 大壯이 利貞함은 大者의 正也니 正大而天地之情을 可見矣리라. 象曰, 雷가 在天上이 大壯이니 君子가 以非禮弗履하니라.★{단(彖)에 가로되 대장(大壯)은 양(陽)이 장성(壯盛)하는 곧 큰 것이 장하다는 것이니, 강함으로써 움직이는 고로 장하다는 것이며, 대장이 곧음에 이로운 것은 큰 것이 올바르기 때문이니, 올바르고 크면 하늘과 땅의 정상을 볼 수 있으리라. 상(象)에 가로되 우레가 하늘 위에 있는 것이 대장(大壯)이니 군자가 이것을 본떠서 예가 아닌 길을 밟지 않는 것이니라.}

물때는 한순간도 고정되지 않고 변한다.
조수(潮水)는 수십억 년 한순간도 쉬지 않고 바람과 희롱한 기념물로 족움나리★{조금의 지방말인 조굼과 나루의 지방말인 나리를 합해서 조굼나리인데, 한자로 쓰기 위해서 솔바람 소리와 물새소리와 파도소리가 일품인 나루므로 족음도(足音渡)라 쓰다 보니, 본래의 조굼나리가 족움나리로 변형된 것으로 보임}를 바다 가운데다 뱀모냥 쑤욱 새끼 낳아 놓았다.

모래추★(沙灘, 모래톱)의 먼지 하나라도 정수(精水)와 바람기의 그런 역사를 다 간직하고 있다. 족움나리는 아스라이 5리나 길게 늘어선 거송(巨松)들이 용트림을 하며, 물결이 말끔하게 빚어놓은 금빛 모래사장 한 켠을 덮고 있어서, 에덴동산보담도 멋진 중생대 낙원 그대로였다.

물때섬★(간만과 물때에 따라 섬이 되기도 하고 육지가 되기도 하는 땅을 이르는 조어)인 족움나리를 대개의 동네사람들은 ‘너불나리’라 부른다.

바다로 뻗어나간 모양이 꼭 나불이★{전라도 말, 사람의 남근. 천지대주(天地大株). 건위천(乾爲天, 무한한 위대함의 원동력)괘를 일컫기도 함. 나불거지다 나불거리다 또는 나부 따위와 생식활동을 뜻하는 불이가 조합된 말인 듯}를 닮아서 나불나리라 불러야 될 것 같은데, 양 옆 수로와 갯등★(갯벌의 높은 부분)의 지형이 너불이를 닮아서인지, 또는 솔개★(소나무가 보이는 바다. 족움나리 주변 바다를 이르는 고유명사)가 너불이 모양이라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인지, 또는 쭉 뻗어 있는 게 바다 가운데서 너불거린다는 뜻인지, 또는 음과 양의 묘용(妙用)이 있는 땅이라선지, 또는 여자가 아조 드센 곳이라서인지 확실치는 않으나, 마을 사람들은 굳이 너불나리라고 부른다.

족움나리 양 옆으로 개펄이 넓디넓게 펼쳐지고, 개펄 속에는 게며 낙지며 짱뚱어며 쏙데기(갯가재)며 온갖 생식하여 자라고 늙고 병들어 죽는 유정(有情)들이 들어 차 있고, 개펄 위에는 돌을 놓아서 만든 투석식(投石式) 석화(굴)양식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서북 쪽 바로 건너에 겨울철 감태(甘苔)로 유명 난 ‘여울섬’이 있는데, 보통 때는 족움나리 들머리가 물에 잠기기 때문에 화원동(花源洞)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하지만, 조굼(조금) 물때엔 든물(만조)인데도 들머리 감풀이 잠기지 않아서, 모래추 끝에 있는 나리(나루)까지 걷거나 차를 타고 가서, 나룻배로 건널 수 있다. 그래서 조굼나리, 변해서 족움나리가 된 것이다.

족움나리 들머리 쪽에는 화원동이 있다.
화원동은 잡성촌(雜姓村)이다.
잡성촌이란 대개 한 가지 성씨의 집성촌(集姓村)보다 훨씬 잡다한 것들이 조금은 무질서하게 공존하는 세계다. 여러 가지 종교나 사상, 정치성향에다, 너나없이 잘났다고 대가리 내밀고, 솔찮이(꽤) 분방한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갯마을이 거의 다 그렇듯 화원동은 본 마을로부터 떨어진 뜸도 없이 옹기종기 백여 가구가 밀집되어 촌락을 이루고 있었다.

큰 마을이지만, 논이 많지 않으니 지주계급이 없었고, 따라서 잘난 양반도 토반 사대부 대갓집이나 파벽(破僻)한 집안도, 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한 집안 하나도 없는, 고만고만한 각성(各姓)바지들이 순전히 자기 노동과 약간의 두뇌활동으로 먹고 사는, 그렇다고 불촉천민(不觸賤民)의 마을은 아니었다.

그저 그런 갯마을이지만, 집성촌이나 다른 마을에 비해서 심각한 억압구조가 무유(無有)하기 때문인지, 또는 먹거리가 풍부해서인지, 또는 마을사람들의 마음보가 펴져 있어서인지 사람들의 얼굴은 더 펴져있고, 얼굴 생김새도 더 잘생기고, 덩치도 더 큰 편이었다.


목포댁은 우순에겐 다정다감한 누나 같은 아짐(아주머니)이었다.

얼굴은 작고 생김새나 피부도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데다, 조금 암팡진 체격에 꽉 조이는 옷을 입고 다녀서, 잘록한 허릿매와, 가둥거리고 다니는 탱탱한 엉덩이가 우순의 마음을 왠지 매이게 했다.

중학교 2학년에 다니던 보리누름 저녁이었다.

우순은 학교가 파하고 급우 집에 놀러갔다가 늦게야 돌아오느라 얼마나 서둘렀던지 땀범벅이 되었다. 반달은 덩실 떠 있어도, 혼자 인적도 없는 솔수펑 속의 십오 리 비포장 돌흙 길을 가자니, 줄곧 등짝이 섬뜩하기만 해서, 자전거를 힘대로 급하게 몰았던 것이다.

화원동 들머리 모퉁이를 지나다가, 문득 자전거를 세우고, 조금 아래쪽에 있는 ‘동네시암★(마을공동 우물)’에 땀을 씻으러 갔다.

“누구요?” 목포댁 아짐의 깜짝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우순인디요.”

목포댁은 우순임을 확인하고 안심이 되는지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응, 우순이었구나. 너도 싳으로(씻으러) 왔냐?”

목포댁은 보리타작 뒷설겆이★(어떤 주요한 일을 마치고 부차적인 일들을 정리하여 마무리하는 것)를 끝내고, 늦게야 혼자 동네시암에 와서 등목(목물)하던 중이었다.

“세수 쫌 헐라고라우.” 우순이 시암으로 가야할까 말아야 할까 주저하며 대답했다.

“우순어이, 등걸이에 붙은 보리 꺼시락(까끄라기) 쫌 띠어 주고야, 허리막(등목) 허는디 물 쫌 멫 수대(두레박) 끼얹어 줄래? 꺼시락이 징상시럽게 안 떨어진다야.”

“야, 알았어라우.”

우순이 샘으로 다가와서 양철 두레박에 남은 물로 제 손을 씻고, 시암에서 물을 퍼 올렸다. 양철동우(양동이)랑 밀지게(물지게)가 있는 것이 씻기도 하고 물도 길러온 모양인데, 등에 붙은 꺼시락을 닦아내려고 젖은 수건으로 문지르다, 오히려 살 속에 꺼시락이 박힌 모냥이었다.

목포댁은 젖무덤을 가렸던 윗옷을 다시 샘가의 풀에다 던져놓고, 두 손을 넓적돌 바닥에 짚고 엎드렸다.

“보리쳤는 갑이요이★(보리타작했는가 봐요)?”

“아이고(我二苦)★(자신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둘로 분리되어 아상에 사로잡히면 사는 것은 괴로움이 된다는 뜻). 하래(하루) 종일 깔따구(깔다귀)를 뜯기고, 꺼시락은 한 바작이나 뒤집어쓰고, 징상시라서 죽는 중(줄) 알았다. 그래도 금년 보리는 많이 나온께 아조 옹굴지드라이★(옹골지다, 실속이 있다). 오톤가마이★(큰 가마니의 일종)로 한 오십 개 떨었응께.” 목포댁은 농사를 많이 짓는다는 걸 은근히 자랑하는 거였다.

우순은 목포댁의 등을 조심조심 손가락 끝으로 훑어보면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바늘 끝으로 미생물을 다루는 사람모냥, 살에 박혀 있는 작은 꺼시락 부스러기를 성심성의껏 하나하나 진지하게 떼어내 주었다.

우순은 목포댁의 등이 쓰라릴 것 같아 조심조심 물로 행궈냈다.

그래도 목포댁은 등 뒤의 꼴마리(바지춤) 안에 붙은 꺼시락 때문에, 자꾸 오른손 왼손을 뒤로 하여 꺼시락을 떼어내려고 했으나, 떼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짐, 내가 띠어 드리께라우. 그냥 계시쇼이.”

“쫌 그럴래? 넘어 꺼끄럽다야.” 목포댁은 면바지 걸단추를 풀고, 얼마나 껄끄러웠던지 꼴마리를 한참이나 아래로 확 젖혔다.

허옇게 단 한 번도 햇볕을 쐬지 않았을 때똥한★(두둑하게 덩실한. 우뚝한. 오똑한) 두 무덤 엉덩이와 어두운 엉덩이 골이 그대로 반쯤 드러났다. 우순은 순간, 학교에서 동무들과 보았던 도색잡지 속의 아조 흐벅지고 탱탱한 백인 여자 엉덩이가 떠올랐다. 그 대단한 곡선과 음영에 숨을 못 쉬고 ‘와아 이럴 수가’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꼴마리는 땀에 젖어서 축축했다. 우순의 손에 살짝살짝 닿는 엉덩이도 끈적끈적하게 땀에 절어 있었다. 꼴마리의 꺼시락을 세심하게 떼어 내면서, 엉덩이까지 꼭 개운하게 씻어주어야만 할 것 같았다.

“아짐, 여그도 비누칠해서 싳어 드리께라우.”

“아니 됐다. 내가 헐란다.”

“혼자 비누칠 허시고 헹굴라먼 손도 안 닿고 옷도 다 멍친께라우(망치니까요).”

“그러믄... 니가 거그 욱에(위) 쪽으로만 비누칠 잔(좀) 해서 행궈 줄래?” 잠시 망서리던 목포댁은 바지나 속곳이 젖지 않도록 꼴마리를 더 다리께로 내렸다.

우순은 목포댁의 절반도 더 드러난 엉덩이와 등짝을 비누칠해서, 천천히 문질러 씻고는 물로 깨끗이 헹구어 주었다.

우순은 목포댁의 허벅지까지, 그리고 살골 안에까지 끈끈한 것을 다 씻어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엉덩이를 씻어주는 일은 물을 허벅지로 흘러 보내지 않으려고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손에 닿는 엉덩이의 부드러움과 탄력은 등짝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았다.

우순은 씻어주면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살골 깊은 곳의 보일 듯 말 듯 컴컴한 곳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코를 가까이 대고 슬쩍 냄새도 맡아보았으나 비누냄새밖에 맡을 수 없었다.

“아짐, 등거리랑 옆구리랑도 다 비누칠 해야지라우?”

“비누칠 안허먼, 허리막(등목)이 개얀(개운)허질 않제.”

우순이 목포댁의 등이며 옆구리에도 조심조심 비누칠을 했다. 목포댁은 그냥 우순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우순은 목포댁의 온 몸에 땀과 먼지가 아조 많이 묻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어느 구석도 빠짐없이 다 씻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목이며 겨드랑이며 어깨며 배까지도 비누칠해주었다.

우순이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짐, 다른 데도 비누칠 해 드리께라우?”

“우순어이, 인자 물이나 멫 수대 붓고, 깨깟이(깨끗이) 쫌 훔쳐 내부러라이.”

“야.” 우순이 손바닥으로 등이며, 엉덩이 윗부분이며, 옆구리에 물을 일부러 천천히 부으면서 손바닥으로 밀어서 훔쳐내었다.

배 부분의 물기까지 훔쳐내야 하는지 판단이 안 섰으나, ‘기왕에 일은 제대로 하자’는 맘으로 배에 있는 물기까지 깨끗이 손으로 훔쳐내었다.

배의 물기를 훔쳐 내면서, 목포댁의 젖무덤이 우순의 손등에 살짝 살짝 몇 번이나 닿았다. 손등에 느껴지는 젖무덤은 물을 담아놓은 고무풍선모냥 여들여들 하기가 엉덩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우순은 목포댁의 흰 수건을 탈탈 털어서, 몸에 묻은 물기를 고들고들하게 닦아냈다.

목포댁은 갈아입으려고 가져온 흰색 윗옷을 탈탈 털어서 서둘러 입었다.

“너도 자진개(자전거)타고 멀리 오니라고 땀으로 모욕(목욕) 했겄구만.” 목포댁이 우순에게 미안한 모양이었다. “얼른 허리막을 해부러라. 내가 물 붓어 주께.”

우순은 시암에 올 때 목이나 얼굴의 땀을 씻으려고 왔지만, 아짐이 그렇게 말하자 시원하게 등목을 하고 싶어졌다. “그냥 수건으로 딱지(닦지)는 말고 물만 끼얹어 주쇼이.”

“수더배기★(수더분한 사람, 순박한 사람) 같이 수건에 물 묻히는 것 걱정허냐? 빨아 쓰믄 된께 얼른 울텅(웃통) 벗고 엎져라(엎드려라)이.”

우순은 웃통을 벗고 엎드려서, 허리춤의 단추를 풀었다.

“꼴마리를 확 내려야 낼(내일) 아칙에(아침에) 학교 입고 가제.” 우순은 어떻게 할까 망서리다가, 에라, 애들은 어른을 따라한다고 꼴마리를 엉덩이가 반이나 드러나도록 쑥 내렸다. 꼴마리 안쪽은 두텁게 광목(廣木)이 덧대 있어서 물에 젖으면 합섬인 다른 부분보다 훨씬 늦게 마르는 거였다.

목포댁은 우순의 등이며, 가슴이며, 배며, 엉덩이까지 구석구석 비누칠을 하여 자기 아들 목욕시키듯 씻어내고는, 수건으로 빡빡 문질러서 때까지 벗겨 주었다.

특히 배를 씻어줄 땐, 비록 바지 위지만 우순의 나불이가 아짐의 손에 열댓 번이나 건드려질 정도로, 불두덩 근처까지 빡빡 문질러 씻어주어서 우순을 당황하게 했다.

우순은 제가 아짐을 다 씻겨주고 싶었던 것모냥, 아짐도 제 몸을 다 씻어주고 싶어한다고 믿었다. 아짐이 아조 가깝게 느껴졌다.

우순은 엉뚱하게도 ‘둘이 요 아래 방죽에 가서 목욕을 허믄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꼭 그리로 가서 목욕을 하는 게 합리적일 것 같았다. 그 말을 하고 싶으나 오해받을까 봐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아조 모욕(목욕)을 해야 된디. 아짐도 아조 모욕을 해야 될 것인디라우...”

우순은 여자들이 따로 뒷물을 본다는 사실을 알 나이가 아니었다.

“여름에는 하루만 목간(목욕) 안해도 때자구(때꼽재기) 끼고 냄시(냄새)난께, 차꼬(자주) 좀 싳어라이.” 목포댁이 수건으로 우순의 몸을 닦아 주고 나서 등을 찰싹 때렸다.

“사나그(사내)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디, 니 기골이 아조 짱짱허다야. 니는 크먼 영낙없이 영화배우 감이다.”

“이러코 싳어분께 시언(시원)허긴 헌디...” 우순은 무언가 조금 아쉬운 맘이었다. “아짐은 목간(목욕)을 해부러야 개얀(개운)허실 건디요이?”

“니 덕에 인자 쪼깐(조금) 개얀허긴 허다. 니가 쬐깐헐 때 같으믄 목간이라도 시케(시켜)주겄는디, 인자 컷다고 사나그(사내) 티가 난께야.”

“아이고, 아짐도... 집에 가서 목간헐랑께 걱정 마쇼.”

“동네시암에서 목간허믄 여(이) 미나리꽝 미꼬락지(미꾸라지)들은, 니 꼽자구(때꼽재기) 묵을라고 좋닥 헐 것이다.”

우순은 ‘아짐도 나모냥 무언가 아쉬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우순은 아짐 나 목간 좀 헐랑께 수건 좀 빌려 주쇼이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내 가방에 빵 있는디, 쫌 드실라요? 보리 치니라고 시장헐 것인디...”

“나는 보리 침시로(치면서) 많이 묵었이야. 배고픈디 니 묵어라.” 목포댁이 우순의 손을 잡았다. “우리 우순이는 공부 열심히 허고...” 목포댁이 우순의 얼굴을 어루만져 주었다. “아이고, 이러코 이쁘고 실건(슬거운) 총각이 다 있으끄나?”

우순은 목포댁이 굳이 사양하는데도 물동우(물동이)에다 물을 가득 채워서 밀지게 양쪽에 걸고 집 앞에까지 지어다드렸다.

그런 경험 때문에 우순은 목포댁에게 아조 가깝고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우순은 목포댁을 볼 때마다 일부러 가까이 접근해서 인사를 했고, 목포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옷 안에 들어 있는 알몸을 상상하곤 했다.

짐작으로는 아짐도 우순의 그런 감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우순이 다가가서 인사를 하면, 입이나 코의 훈기가 우순의 뺨에까지 풍기도록 가까이 대고, 우순의 목이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거나 얼굴을 만지면서, 학교 공부나 부모님의 안부 따위를 묻거나, 아조 예의가 바르다고 칭찬하는 거였다.

그러고 나면, 아짐의 유난히 초롱초롱 반짝이는 별 눈망울과 약간 날렵하고 끝이 살짝 두드러진 콧날과, 숨결의 훈기가 그대로 우순의 색신과 정신에 박혀서 며칠씩이나 떠나질 않았다.

우순은 목포댁이 지나갈 시간에 맞추어, 거르맠★(대문 앞 길가)에서 목받고★(목을 지키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다) 있다가, 우연히 마주친 척 하며 인사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자전거 타고 돌아올 때는 꼭 동네시암에 들러서 손이라도 씻었다. 언젠가 목포댁 아짐이 땀에 절어 등목을 하고 있으면, ‘같이 방죽에 가서 멱감으믄 좋을 것이요.’라든가, ‘내가 지키고 있을랑께 지대로 목욕을 허시요.’라고 말해보리라 작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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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색신개통(色身開通)

序下五卦★{서괘전하편(序卦傳下篇)의 제 5괘} 화지진(火地晋)

彖曰, 晋은 進也이라 明出地上하여 順而麗乎大明하고 柔進而上行이라. 是以康侯가 用錫馬蕃庶하고 晝日三接也니라. 象曰, 明이 出地上이 晋이니 君子가 以自昭明德하니라.★{단(彖)에 가로되 진(晉)은 나아간다는 것이니 밝음이 땅 위로 나와 이치에 따라 크게 밝음에 붙고 부드러움의 나아감이 위로 행해지는 것이라. 그래서 편안케 하는 제후가 사용할 말을 여러 번 하사하여 하루 낮에도 세 번을 접견하는 것이다. 상(象)에 가로되 해가 땅 위로 떠올라 밝아지는 것이 진(晉)이니 군자가 이것을 본떠서 스스로 밝은 덕을 빛내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 남학생 정도면 많은 남자애들이 그렇듯, 우순도 동무들과 어울리다 우연한 기회에 자주열락(自主悅樂)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시험 삼아 이불 속에서 시행했는데, 이게 진짜 말 그대로 결과물이 나오는 거였다.

꽈리 말린 것 같은 것이 무장무장 중 알타리무만큼 커지더니 잿매답★(벼꽃의 전라도 말)이 솔찮이(꽤) 여물었는지 겨우 재미약물★(재미약물다. 개화기의 벼 수술이 밖으로 나와 수정하다) 만큼은 나오는 거였다. 그게 아조 더럽다거나 나쁜 냄새가 나는 게 아니라, 정말 수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락 뜨물모냥 조금은 달큼한 냄새가 나는 거였다.

한 번 그러고 나니까, 어려서부터 늘 상 건정★(말린 물고기)이나 장어를 먹고 자라서인지, 우순의 리비도는 넘어나 걷잡을 수 없이 거세서, 하루에 한두 번은 꼭 배설해버려야 견딜 수 있게 되었다.

그 미묘한 쾌감을 가져다주는 배설작용은, 압력이 지나쳐서 양물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약물이 안으로 밀고 들어가서 병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중1 때 배설을 넘어 참아서 큰 병이 났듯이 이런 배설을 넘어 참아도 큰 병이 날것만 같아 겁이 났다.

요상한 생각을 하면서 그러는 것은 사함 받을 수 없는 큰 죄라고 수없이 들었으며, 참으로 지당한 도그마지만, 한창 자라나는 우순으로선 엄청난 생리작용을 한낱 나약한 의지력으로 어쩌지 못했다.

그래서 숙명적으로 해소의 쾌감과 어마어마한 죄의 고통을 동시에 낳는 것이 그것이었다. 마치 밥도 해먹고 술도 해먹는 보리모냥 그 꺼시락을 옴스론이★(온전히. 모두. 몽땅) 덮어 써야만 수확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있으면 곧 두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남들과 히덕그리는 것도 괜히 이상하기만하고, 가만히 있는 것도 왠지 들썩들썩 불안해서, 낮이나 밤이나 틈만 나면 혼자 생각에 잠겨 바닷가에 서있거나, 너불나리 끝까지 걸어갔다 오기 일쑤였다.

며칠씩 밖으로만 싸돌아다니는 수캐가 집에 돌아오면, 축 늘어져서 턱 괴고 몽상이나 하고 있는 그런 꼬락서니였다.

푸르스름하면서도 연한 잿빛의 저질 화장지를 나불이에 넘어 자주 감아놔서 중독이 되었는지, 또는 넘어 세게 쥐고 작동시켜서 청개(멍)가 않았는지, 거기다만 온통 신경을 집중시키는데 죄책감이 넘어 커서 덧나버린 것인지는 몰라도, 자라 대가리 쪽이 항상 부은 듯이 아프고 푸르둥둥 변색된 데다, 이물감이 심하고, 정말 넘어나 신경이 쓰여서 그걸 잘라버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여튼 그 횟수가 늘어갈수록 죄책감과 불안도 더 많이 쌓여갔다.

우순이 그것을 배운지 석 달쯤 지난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어느 날 아침이었다. 해는 떴는데 낮달도 떠 있어서, 모캉★(판자 바닥이 깔린 마루 칸)에 걸터앉아 그걸 멀건이 바라보며, 아침이라 만물과 함께 일어난 제 나불이를 자연스레 개 능신★{화신(化身)이나 현신(現身)과 비슷한 뜻의 전라도 말로 주로 색탐이나 식탐이나 주탐(酒貪)이 많고 게으른 자에게 ‘개 능신’이라고 비하할 때 쓴다.}모냥 조무락거리고 있었다. 팬티 겸 활동복인 면 반바지라 나불이 주위가 시원하고 여유로워서 기분이 좋았다.

효숙(曉宿)이 누님이 대문 안으로 불쑥 들어섰다.

우순은 깜짝 놀라 손을 빼가지고 허벅지 긁는 시늉을 했다.

효숙은 우순보다 여섯 살 위인 동네 누나인데, ‘여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다니다 그만두고 집에 있다’고 했고, ‘차려입고 댕기는 것이 바람기가 있어 보인다’고 공자 왈 맹자 왈이나 하는 동네 노인으로부터 들은 적은 있지만, 우순의 눈에는 마을 젊은 여자들 중에서 차려 입는 것도 수승하고, 품위도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우순을 볼 때마다 아조 살갑게 대해주어선지, 보면 볼수록 성모마리아님을 빼다 박은 얼굴로만 보였다.

효숙은 우순의 볼이나 코를 잡으면서, ‘모시마(소년)가 넘어 잘 생기믄 안 된디이’ 라는 등의 말로 놀리면서 귀여워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넘어 귀엽다며 살짝 안아주면서 토닥거려주기까지 했고, 면소재지서 사야 될 물건이 필요하면 꼭 우순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우순아, 아부지 계시냐?”

“엄마랑 아부지랑 어디 가셨는지 안 보이요.”

“연장 좀 빌리러 왔는디, 끌이랑 기역자 좀 빌려주라. 장도리도.”

“연장은 아부지가 쇳대(자물통) 채놨을 것인디.”

“그러면... 뭐 쫌 기다려야지. 너 요즘 공부 잘 하지?”

“잘 허지는 못 헌디요.”

우순이 앉으란 말을 하지 않아선지 효숙은 서 있었는데, 우순의 무릎이 효숙의 하늘거리는 치마 아래 양 다리 사이에 끼어있어서, 맨 살끼리 슬쩍슬쩍 닿았다. 댓돌의 위치가 가까워서, 발 편히 그 위에 서면, 앉아있는 우순의 무릎과 닿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 댓돌이라는 것은 지시락받이★(처마 물이 떨어지는 곳)와 모캉 사이의 경계석도 되지만, 말이나 당나귀를 탈 때나, 지게에다 무거운 짐을 질 때나, 방문자가 편하게 서있거나,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오르기 편하도록 놓아둔 것이다.

그것 때문인지 또는 연한 화장냄새 때문인지 우순의 가슴은 두근거리고, 기분이 이상하게 설레어서 말을 하기도 힘들었다.

효숙은 저도 반도중학교를 졸업했기에 학교생활이나 교정이나 선생님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한참이나 그렇게 서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효숙이 물었다. “니 영어사전 있니?”

“글로벌 영한사전 있어요.”

“나랑 단어 몇 개 찾아보자. 누나가 서울다 사전을 놔두고 와서 말이야. 너희 아부지 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되니까... 메모지랑 볼펜도 있어야 되고, 그냥 니 책상에서 봐도 되니?”

“야.”

우순이 사전을 찾으러 방으로 들어가자, 효숙도 따라 들어왔다.

우순의 앉은뱅이책상은 어질러져 있어서, 효숙은 방바닥에 사전을 펴놓고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 있었고, 우순은 그 옆에 앉아서, 건성으로 사전을 들여다보았다.

“뭔 팝송 가사 찾기가 이러코 어렵다냐?”

효숙은 자세가 불편해서 뒤척이다가 아예 사전을 우순의 발에다 기대어 펴놓더니, 자신의 팔 하나를 우순의 가랑이 사이에 걸친 자세로, 차분히 엎드려 사전을 뒤적이면서 바닥의 메모지에 단어를 적곤 했다.

반팔 티셔츠를 입은 누님의 부드러운 팔이 우순의 맨살 다리와 닿고, 푹신한 젖가슴도 다리에 느껴졌다. 우순은 너나불이를 해본 적은 없지만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면서 월래월 나불이에 강력한 충동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효숙은 사전에서 찾으려는 것을 잘 못 찾겠다며 뒤척거리다 우순의 나불이를 팔꿈치로 살짝 건드리게 되었다. 우순은 말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부동자세로 앉아 있다가 침을 꾸르륵 삼켰다. 그 소리가 효숙이 누님에게 들렸을 것만 같았다.

“우리 우순이도 컸다고 꼬치가 많이 여물었는가 보네. 니 꼬치도 너같이 잘 생겼을 것이다이? 누나가 니 꼬치 한번 봐도 되냐?”

우순은 본래 거절을 못하는 종자다. 우물쭈물 하다가 “괘, 괜찮해요.” 우순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순은 꼰데꼰데 서 있는 나불이가 창피스러웠으나 갑자기 숨죽게 할 수도 없고, 그대로 내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효숙은 우순의 반바지를 반쯤 벗겨놓고 들여다보다가, 나불이를 튕겨보던가 만지작거리던가,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아보고, 꽉 쥐어보기도 하고, 뒤적뒤적 자세히도 살폈다. “남자애들 나불이가 이러코 생겼구나.”

효숙이 창문 쪽을 바라보면서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너도 누나 가슴을 만져보고 싶으면 만져 봐도 돼.”

꼼짝도 못하고 침만 꼴딱꼴딱 삼키던 우순은 갑자기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아나는지 자기도 모르게 효숙의 젖무덤을 손바닥 안에다 쥐었다. 옴짝달싹못하는 자신에 대한 반발이었는지도 모른다.

“한 번 보고 싶니?”

“예.” 우순은 대답을 해놓고도 뭔가 정신이 아찔해서 침을 꿀꺽 삼켰다.

효숙이 손을 등 뒤로 돌려서, 젖가리개를 끌러낸 다음, 티셔츠 목을 아래쪽으로 늘려서, 우순에게 왼쪽 젖무덤을 보여주었다.

“이런 젖 안 먹고 큰 사람 하나도 없겠지? 너도 누나 젖 한번 먹어 볼래?” 효숙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우순의 머리를 감싸서, 우순의 입이 제 젖꼭지에 닿게 했다.

우순의 입술에 닿은 효숙의 젖가슴은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젖꼭지가 단단하고, 젖무덤의 피부는 융(絨)보다 부드럽게 얼굴에 착착 감겼다. 우순은 차마 그것을 제 입안에 넣지 못하고 있었다. 효숙도 침만 꼴딱꼴딱 삼키고 있었다.

“괜찮아.” 효숙이 두 손으로 우순의 머리를 더 세게 잡아당겼다.

우순은 어떻게 할까 조마조마하다가 입을 살짝 벌렸다.

입 안으로 젖꼭지가 밀고 들어왔다. 젖꼭지는 달크작작★(달큼한 맛이 깊다)했고, 젖무더기는 곤두선 신경을 안정시키는 향기가 있었다.

그러나 우순은 입술이나 혀나 이빨을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다.

효숙이 우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우순은 그녀의 어린 아들 같았다.

효숙은 우순의 양쪽 볼을 손바닥으로 잡고서, 빤히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효숙이 누님의 얼굴은 정말 성모마리아님과 꼭 닮았다. 성모마리아상의 흰자위는 하얀데 비해서, 지금 누님의 흰자위는 청색기운이 돌면서도, 약한 홍색기운이 있는 것만 달랐다.

효숙이 우순의 입술에 입을 가져다 대고, 살짝 뽀뽀를 해서 우순의 입술에 효숙의 침이 묻었지만, 우순은 침이 더럽다고 생각되기 보다는 오히려, 결코 닦아내면 안 되는, 선악과(善惡果) 같은 신성한 것의 즙모냥 여겨졌다.

효숙이 우순의 입 속으로 제 혀를 밀어 넣었다.

우순은 사람의 혀가 그렇게 상큼한 맛이 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효숙은 우순의 아랫도리가 땀 때문에 끈끈해지자 우순의 바지를 벗겨버렸다.

우순의 궁둥이와 허벅지에 종이장판의 감촉이 고슬고슬하게 느껴왔다.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누나가 니 꼬치에 뽀뽀 한번 해도 될까?”

“야? 예, 괜찮해요.”

우순은 나불이에 느껴지는 혀와 입술과 침이 세상에서 가장 절묘하게 조합되어 있는 낙원의 어떤 용기(容器), 나불이가 그 안에서 아이스크림모냥 달큼하게 녹고 있을 것 같았다.

효숙이 누님의 손길은 비눗칠을 해서 따뜻한 물로 목욕을 마감해주는 엄마의 손길모냥 아늑한 만족감을 주었다.

효숙이 가끔씩 우순의 꼬치를 살짝살짝 깨물어 보았다.

그 이빨의 감촉은 마치 운저리(망둥어)가 낚시 줄을 드르륵 잡아당기듯 어떤 미지의 낙원으로 우순을 드르륵 끌어당기고 있는 것 같았다.

효숙이 혼잣말을 했다. “넘어 더운데... 아이 정말 땀찬다.”

우순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배려심이 유달라서 남이 저 때문에 불편한 꼴을 어쨌든 못 보는 종자다. 정말 효숙이 누님의 맘이 편해야만 제 맘도 편해질 것이다.

“더우믄 벗어도 된디...”

효숙이 치마의 걸단추를 풀고, 거추장스러운 듯 팬티까지 순식간에 벗어버렸다.

효숙과 우순은 얇은 반팔 티셔츠만 입고 손만 잡고서 맨 방바닥에서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우순은 티셔츠에 가려서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효숙이 누님의 불두덩을 내려다보면서, 깊은 곳을 넘어나 확인하고 싶었으나, 말을 꺼내지도 어쩌지도 못하고, 눈자리가 나게 거기만 쳐다보았다.

효숙이 몸을 틀어서 그곳을 감추어도 우순이 거기에만 관심을 보이자, 감추는 게 되레 어색한지 우순의 손을 끌어다 거기에 대어 주었다.

거웃 아래쪽은 축축히 젖어 있었고, 상당히 뜨거운 열이 나오고 있는 게 손가락 끝에 느껴졌다.

우순이 침을 꿀꺽 삼키고 물었다. “누나, 어째 이러코 축축허고 뜨가요(뜨거워요)?”

“니 꼬치는 안 그러니? 꼬맹이가 인자 다 컸다고... 아조 도깨비 불방매이(불방망이)구만.”

“누나, 인자는, 우리(宇理)는 어쭈고 해야 돼요?”

“우리? 그래... 그냥... 니 그거 안 해봤지?”

“뭐요?”

“어른 되면 다 하는 것.”

“해보지는 안 했는디... 잡지에서 보기는 했어요.”

“뭘 봤는데?”

“그냥 남자 거랑, 여자 거랑...”

“니 꼬치를 그런 식으로 대보믄 어떨 것 같니?”

“정말 그래도 돼요?”

“응... 괜찮아.” 효숙이 떨리는 목소리로 들릴 듯 말듯 나직히 대답했다. 이럴까 저럴까 계속 망설이는 눈치였다.

우순은 몸을 틀어서 겨우 대보았으나, 나불이 끝이 간지러운 듯 부드러운 촉감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 속에 넣어보고 싶었다.

효숙도 몸을 움직이면서 넣어 보려고 했으나, 자세도 안 맞고, 그게 필통에 연필 꽂듯 쉽게 되는 게 아니었다.

우순과 효숙이 함께 쓰러져서 우순이 힘을 가하자, 효숙이 작게 소리 질렀다. “아파, 살살 좀 해.”

우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했다.

“아파도 괜찮으니까, 그냥 니 하고 싶은 대로 해.” 효숙이 우순의 등을 손가락으로 토닥거렸다.

우순이 체중을 실어서 전진시키자, “아우으음!” 효숙이 누님은 속으로 삭이는 소리를 나지막이 흘렸다.

조금씩 배여 나는 땀에 젖은 효숙이 누님의 얼굴이 긴장인지 고통인지에 일그러지면서, 조금의 원망도 없이, 오직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상기된 모습은 넘어나도 아름다웠다. 예수님의 수난을 삭여내는 성모 마리아님의 성스런 모습 그대로였다.

문득 우순의 머리통 회백질 속에서「수난기약(受難期約) 다다르니」라는 성가(聖歌)가 전류모냥 자르르 자르르 흘렀다. ‘근심 중에 피땀 흘려 성부께 기도 하시네, 우리 죄를 대신하여 수난하고 죽으니, 우리들은 통회하여 보속과 사랑 드리세...’

우순은 마리아님을 위한 순교자가 되어야만 했다. 우순은 정말 순교자인 듯 왠지 슬픈 환희로 가득하였고, 몸은 새털구름으로 아득히 가벼워졌다.

로봇인 듯 마리아님이 시키는 대로 충(忠)과 성(誠)을 다했다.

마리아님의 젖무덤뿐 아니라, 자분치며, 모든 곳에서 은은하게 풍겨나는 해당화 향과 부드러움이 우순을 아늑히 감싸주었다.

아무 음성도 없이 손가락으로 등만 토닥거려주는 님의 침묵 속에서, 우순은 상품상생★{上品上生, 극락세계에 왕생(往生)하는 9품(品) 중 하나로 지성심(至誠心)․심심(深心)․회향발원심(廻向發願心)을 일으키고, 자비심이 커서 살생하지 않고 5계(戒)․8계․10계 등의 계율을 지키는 이, 진여(眞如)의 이치를 말한 여러 대승경전을 독송하는 이, 6념(念)을 하는 이들을 말함. 이들의 기류(機類)는 죽을 때에 불(佛)․보살(菩薩)들이 와서 맞아다가 극락세계에 나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깨닫고, 또 시방(十方) 제불의 정토에 가서 공양하면서 미래에 성불(成佛)하리라는 수기(授記)를 받고, 다시 극락세계에 돌아가서 무량(無量) 백천(百千)의 교법(敎法)을 듣고 그 뜻을 통달한다고 함.}의 해탈(解脫)열반(涅槃)에 들었다.

그렇게 우순의 색신은 개통되었고 성화(聖化)되었다.

효숙이 자기의 면 팬티로 우순의 거기에 묻은 불그스레한 것을 닦아주었다. “우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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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무안신안인터넷뉴스에 좀 더 보기쉽게, 더 많은 단원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강임원 2010-03-15 / 22:49
2 . 한문공부 좀해야겠네요. 류달용 2010-03-16 /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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