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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다시, 용산에서
이명박은 대통령인가? 전제 군주인가?
아찌 2010/01/04 20:14    

성탄절 예배를 드리기 위해 용산의 남일당 골목 성당을 방문한 이후, 이 싸움은 해를 넘기기 쉬울 거란 예상을 했었는데 갑자기 극적인 타결 소식이 전해졌다. 이렇게 오래 끌어 올 사안이 아니었으므로 뒤늦게나마 합의가 이루어졌으니 잘된 일이다.

그런데 기뻐야 할 이 소식이 나를 더 슬프게 한다. 1년이 다 되도록 망자들을 장례조차 치러주지 못하고 냉동고 속에 안치시켜 놓을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심정과 진실을 규명하여 억울한 누명을 벗겨줘야 하지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현실 앞에서 당장은 하나를 접어야 하는 유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더 착잡할까?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체면을 세우면서 최대한 관용을 베푼 해결책으로 읽힐 수도 있는 모양새를 취했으니까 이런 선에서 마무리 짓겠다는 듯이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원하는 진실 규명이란 명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미궁 속에 빠져 허공을 떠돌며 언제일지 기약할 수 없는 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는 용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실감한다. 사람들을 불태워 죽인 것도 모자라 시체를 빼돌려 유족도 모르게 부검하고 시체를 난도질하여 토막을 내어 잘라놓았을 뿐 아니라 자신들에게 불리할 게 뻔한 수사 기록 3,000여 쪽을 공개하지 않는 만행을 저지르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가지고 일방적으로 재판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건 명백한 민주주의의 압살이다. 누구도 이의를 달거나 범접할 수 없던 전제 군주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 이 시대,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 대통령을 선출하였지 전제 군주를 선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전제 군주의 위용을 용산 참사를 계기로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를 직접 거론하며 비판하는 행위는 전파를 탈 수 없으며 자신을 반대했던 전력이 있던 인사는 어디서든 물러나게 만들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와 베를루스쿠니를 너무도 닮아 있다. 부시가 정보를 왜곡시켜가며 이라크와의 전쟁을 감행했던 불량정권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주었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문명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용산 참사로 6명의 인명을 불태워 죽여 놓고는 도심테러리스트니 배후세력의 개입이니 하며 단정 짓고, 철거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있지만 그렇게 큰소리치면서도 구체적인 증거나 수사 기록 3,000여 쪽은 끝내 내놓지 않고 있다.

베를루스쿠니가 이탈리아의 방송을 장악하고 자신을 비판하던 코미디언들을 다 잘라 버렸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불온한 전력을 가진 자로 의심받는 사람이나 자신을 비판한 연예인과 방송인을 속속들이 솎아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와 베를루스쿠니의 속성을 닮은데 그치지 않고, 경찰을 친위대로 앞세워 반대 세력을 위협하고 린치를 가해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어 사전에 봉쇄시켜 버림으로써 그 어떤 민주적인 주장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측면을 가진 더 악질적인 인물이다.

나는 부시나 베를루스쿠니가 자신의 정책을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사전에 경찰을 동원하여 집회 자체를 못 열게 막고 어떻게든 무산시켜 버렸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선진국의 엄정한 법집행은 정부 정책과 관계없는 국제회의를 반대하는 시위 등에 적용할 뿐이지 특정 정권이나 대통령의 독단적 정책을 반대하는 행위를 원천 봉쇄시키는 경우는 없다.

2009년 9월 18일 목포에서 열린 용산참사 관련 집회 모습 ©우리힘닷컴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이러한 최소한의 상식도 통하지 않는다. 권력을 잡고 있는 특정 정권의 정책은 어떤 정책이 되었든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 있어서 찬반이 갈리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정책을 추진하려면 갈라진 양쪽이 똑같이 발언하고 비판할 수 있게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함은 물론,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상대를 나와 같은 입장에 있지만 견해가 다른 상대로 인정해 주는 게 옳다.

그러나 이런 지당한 기본 상식마저도 우리 사회에서는 작동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몽니를 부리면 그걸로 끝이다. 억울하면 권력을 잡으라는 식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법위에 군림하면서 내국인인데도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자신들이 앞장서서 민주주의와 법질서를 유린하고 농락하고 능멸하면서 상대방에게만 편향적으로 법을 적용해 구속을 남발하고,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벌금을 물려 사회적으로 매장시켜 가는 일까지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이런 현상의 압권은 4대강 사업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예산 편성이 안 된 상태에서 서둘러 사업을 착공하질 않나, 시행령을 마음대로 자신들이 유리한대로 뜯어 고치는 행위를 저지르지 않나,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이 탈법과 편법이 난무하는 가운데 무엇 하나도 법과 민주적인 절차를 따라서 진행된 것이 없다.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이 땅이 공유지가 다 대통령의 소유가 되거나, 그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특권이 부여되어 있거나,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기 소유의 사유 재산을 가지고 자기만의 배타적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처럼 생태계의 원천인 이 땅의 강을 마구 파헤치는 극악무도한 짓이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지고 있다.

대통령의 눈에는 억겁의 세월을 통해 형성된 강의 모래가 남들이 못 보는 자원이자, 얼마든지 널려 있는 돈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대통령에게는 4대강이 자신의 정원에 인위적으로 조성해 놓은 작은 도랑이나 실개천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뽑아준 대통령이니 업적주의에 빠져서 굵직한 업적을 남겨야 하는 게 지상 과제이자 자신에게는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지름길이겠지만, 말없는 이 땅의 자연은 또 무슨 죄란 말인가? 용산에서는 눈부신 욕망의 상징물을 세우기 위해 사람을 6명이나 불태워 죽였으니 그깟 자연이 파괴된다는 걱정쯤은 안중에도 없나보다.

이 땅은 군주의 땅이기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아무리 큰 국책사업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임기에 맞추어 최단기간에 무엇이든 군주의 뜻대로 관철시켜 완성하는 것이 당연지사고, 그 외의 주장은 다 헛짓이고 다 무시해도 되는 무의미한 것이 되어야 하는가? 나는 대통령과 살아오던 시대를 살다가 전제 군주를 모시게 되고나니 아직도 적응이 안돼 영 불편하고 못마땅하다.

독자 의견 목록
1 . 용산참사가 '타협'? 살인자들, 용서는 없다 벼리/펌 2010-01-06 / 18:47
2 . 진보와 보수 또는 보수와 진보 ㅂ ㅗ ㅅ ㅜ 2010-01-18 /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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