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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일본 농업연수를 다녀와서
일본스러운 것들
느러지(법어) 2009/09/09 21:41    

△ 일본의 벼
전남생명농업대학 제5기 벼반에서는 2009년 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 5박6일 동안 일본의 친환경 벼 재배에 관한 연수를 하였다. 해외연수는 생명농업대학 과정의 꽃이니 만큼 그 기대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일본 연수에 대한 많은 기대를 안은 버스는 엿새의 일정을 품고 7월 27일 새벽 2시 30분에 인천공항을 향해서 어둠을 뚫고 달리고 또 달렸다.

물 건너 일본 땅을 밟은 느낌은 그리 개운치 않았다. 20세기에 일본이 우리나라에 끼친 역사의 잔재를 말끔히 걷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현실의 일본 땅에 발을 디딘 것이 못내 아쉬워서다. 내게 일제 강점기의 36년은 한국사에서 배운 것에 불과하지만 그러한 역사의 응어리를 내심 깊게 생각해왔던 나는 아키타 공항에서 내려 숨 쉬는 일본의 공기는 한국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실에 적이 실망하였고 일본에서의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의 풍경과 사람 사는 모습이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과 너무 비슷하여 놀랐다. 일제 36년의 굴곡과 강요가 얼마나 깊었으면 고스란히 일본의 모습을 내 나라 한국이 갖고 있을 수밖에 없었을까? 일제 강점기의 강요된 근대화에서 우리 것을 거의 잃어버린 내 나라 내 조국 한국에서 물 건너 일본까지 와서 무엇을 배우겠다며 이렇게 돌아다니는 행위가 목숨을 걸고 항일독립운동을 했던 우리의 선조께 누가되지 않을까하는 답답한 생각이 연수 내내 내 가슴속을 후비고 있었다.

비 내리는 아키타 공항은 불편하지 않았다. 입국 수숙을 밟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기다렸지만 그것이 일본의 첫인상을 나쁘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일본연수는 시간과 싸움하듯이 빼꼼이 추진되었다.

아키타농림수산기술센터와 후쿠시마농업시험장의 두 곳의 국가기관을 방문하여 공부를 하였다. 일본의 이 두 기관을 방문하여 느끼고 배운 점은 일본 공무원의 대민 자세와 그들의 업무 태도다. 예를 들면 그들은 오랫동안 실제로 유기 재배한 농민보다 기술이나 경험이 풍부하지 않아 유기재배에 성공한 여러 농가의 사례를 분석하고 잘 정리하여 해당지역에 맞는 유기농 메뉴얼을 만들어 새롭게 유기농을 시작하려는 사람이나 농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들이 만든 메뉴얼에 대해서는 그들이 책임 있게 보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경험을 가진 유기재배농가와 농업관련기관이 긴밀히 협조하여 우리나라의 여건에 맞는 유기재배 메뉴얼을 만들어 농민에게 보급하고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유기재배에 관한 백인백색이 있고 농업관련 공공기관들은 관련 연구와 성과를 농가에게 책임 있게 보급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느낌과 판단은 짧은 시간에 기차를 타고 차창의 풍경을 보듯 스치고 가기 때문에 피상적이며 단편적이리라.

오오가타에서 유기재배 농민과의 만남은 그들이 벼 재배에 관한 모든 사항을 얼마나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 기록은 실제로 벼농사에서 현실적으로 투입된 모든 것이었으며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그들이 실제를 반영한 메뉴얼이 잘 갖추고 있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기재배에 관한 백가지 만 가지 농법이 있는 (실상 제대로 된 메뉴얼이 없는)우리에겐 실제를 기록하는 건 너무 허술해 보여서 그럴싸하게 보이도록 거짓 치장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농사를 짓는 사람으로서 꼼꼼하게 영농일지를 작성하는 일이 얼마나 지루하고 거추장스러운 일인지 잘 알기에 그네들의 그 치밀한 기록은 가히 본받을만한 일이었다. “무엇으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것인가? 그것은 이 기록카드 밖에 없다.”는 예순 넘은 오오가타의 농사꾼 할아버지 얘기가 귓등을 때리며 긴 여운을 남겼다.


△ <이나사와 옹>
치바현에서는 무경운보급회장 이나사와 옹의 강의는 오랫동안 농사를 품어 온 선생의 오기와 연륜에 더불어 확신에 찬 농업 종사자로서의 경외감이 들었다. 이나사와 옹의 가르침으로 20여년을 동기담수무경운으로 7ha의 벼재배를 하고 있는 후지사끼 씨의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모습은 한없는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나사와 옹의 무경운 재배법이 일본 내에서도 그렇게 일반화되지 못한 것은 동기담수무경운 재배가 가능한 농지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장에 우리지역에선 겨울철에 논물을 가둬두면 논이 수랑이 되어 이앙기도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고 더욱이 수확기에 콤바인 작업은 가당치도 않게 된다. 어쨌든 경운도 하지 않고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도 관행농보다 품질 좋은 나락을 더 많이 생산하여 훨씬 비싼 가격에 판다니 조건이 된다면 시도 해봄직하다. 이 재배법은 무엇보다도 자연과 공생하며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아마 후지사끼 씨의 표정이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조화스러웠던 건 하잘 것 없는 미물과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자부심의 발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같은 치바현에서 조합법인을 만들어 유통까지 겸하고 있는 다카야키 씨의 고군분투는 한국에서 진정으로 유기농하신 고집 있는 농사꾼의 모습을 본 것 같아 “아! 일본도 우리와 같은 독불장군의 농사꾼이 있구나.”하는 느낌이 팍 왔고 “그럼 사람 사는 곳이 어디 별 다를까?”하는 공감을 주어 고마웠다.

후쿠시마 현에서 들른 전농(JA)후쿠시마가 운영하고 농산물직매장의 현황과 그 직원들의 태도만으로도 일본의 농협이 농민에게 얼마나 밀접하게 다가가서 일을 하고 있는지가 보였다. 그들의 일하는 태도와 전일본 농산물 시장의 60이상을 농협 유통망이 장악하고 있어서 농협이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고 그래서 농민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만 매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러웠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협은 농민과 조합원을 위해 있는지 농협조직을 위해 있는지 모를 지경이어서 더욱 그랬다.

일본을 버스와 기차로 바쁘게 이동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도심이든 시골이든 모든 공사현장이 위험하지 않게 노출되어있어서 시민들이 공사장에서 공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볼 수 있게 되어있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공사현장은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게 울타리가 키 높이 이상으로 쳐져있는데 그네들의 오픈된 공사장은 나의 시각을 붙잡기에 충분했고 어떤 현장이든 말끔하게 정리하면서 일하는 그들의 꼼꼼한 작업 자세는 내게는 가장 일본스러운 모습으로 비춰졌다. 우리나라 공사현장도 모든 시민에게 공개된다면 부실공사나 못된 공사 관행을 많이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일조궁에서 바라본 일조궁 진입로
△ 천왕별장에서 바라본 하코네 호수












연수 틈틈이 일본의 유명 관광지인 도쿠가와 이예야스 신사가 있는 일광의 일조궁과 천황의 별장이 있었던 하코네 호수의 관광은 연수에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인내의 대명사 도쿠가와 이예야스는 일본을 천하통일하고 260년간 일본의 막부를 장악케 했던 인물이 모셔져 있는 신사니 만큼 그 섬세함과 치밀함이 극에 달한 것 같았다. 일조궁에서 내게 더 깊이 다가온 것은 섬세하고 치밀한 건물도 건물이지만 둘레가 수 미터는 될 삼나무들이었다. 오랜 세월 잘 가꾼 나무가 인간이 만든 건축물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여행사의 더없는 서비스와 가이드의 품격 있는 농업관련 일본어 통역이었다. 대부분 단체여행을 하면 관광사를 통해서 하게 마련이다. 그런 여행을 한번쯤 안 해본 사람이 없을 터이니 나는 여러 여행사를 경험해보았지만 이번처럼 감동을 주었던 여행 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마로니에 여행사의 친절한 서비스와 품겨있는 농업관련 일본어 통역에 감사한다.



독자 의견 목록
1 . 매뉴얼 fogtracer 2009-09-12 / 12:27
2 . 일본 znfhtkzldlclrh 2009-09-13 / 20:23
3 . 일본 벼농사 인간人 2009-09-13 /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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