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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용산을 외면한 민주회복은 헛구호다
용산은 과거가 아닌 우리의 현재와 미래다
아찌 2009/08/13 10:36    

이명박이 가진 자들의 민원 해결사 노릇을 하느라 전격적으로 경찰 특공대를 투입하여 무자비한 진압을 하는 바람에 아까운 생명을 6명이나 잃게 한 사건이 용산 사태의 원인이다. 사람만 죽지 않았더라면 이명박은 기득권 세력 앞에서 개선장군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절호의 기회였는데, 예상치 못한 인명 피해 때문에 최면을 약간 구기긴 했다.

하지만 이명박의 입장에서는 잃은 것이 하나도 없다. 깔끔하지 못한 일처리가 반대 세력들에게 빌미가 되어 대통령의 사과와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와 시위가 더러 일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기에 묵살하면 그만이다.

용산 사태는 이명박이 대통령이라는 직분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기는 하지만 실제 행사하는 권력은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데 있고, 자신은 곧 재벌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과 한 몸이라는 사실을 동맹군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준 계기가 되어 준 사건이다. 그래서 용산 사태는 용산 사태의 진실은 철저히 감추어야 하고 억지로라도 짜여진 각본에 맞추어 피해자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만행을 저질러야 하며, 그러고는 태연하게 불가피한 엄정한 법 집행이었다라고 항변할 수밖에 없는 정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심판대의 역할을 하는 사건이다.

그러므로 용산 사태는 국가가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을 총동원해서라도 대통령과 권력을 지켜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부와 공권력의 불찰이 전혀 없는 가운데 내려진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라고 결론지어져야 하는 사건인 것이다. 그걸 입증하기라도 하듯 처음부터 유족들의 의견을 묻거나 공개하지도 않고 시신을 부검하는 엽기적인 초법적 행위가 자행됐고, 검찰은 수사 기록 1만여 쪽 중 용산 사태의 진실 규명에 결정적 열쇠가 될 가능성이 높은 3천 여 쪽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고 버티면서 법원의 제출 명령까지 묵살한 채, 정부 측 입장에서만 일방적으로 사건이 처리되어 가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 권력의 방어막의 역할을 자임하는 경찰과 검찰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법을 적용하는 야비하고 비겁한 방식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면서 힘없는 유족들과 성직자들의 목소리를 틀어막고 모르쇠로 일관하며 최소한의 인권과 자유마저 유린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과 요구는 다 불법으로 규정되어 용산 일대를 에워싼 경찰의 무자비한 완력에 막혀 매일같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짓밟히고 찢겨져 가면서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버텨내고 있을 뿐이다.

용산 사태의 해결이 없이는 정권에 의한 방송 장악 음모 등의 와해되어가는 민주주의나 쌍용차 사태와 같은 약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부당한 처사가 사회 도처에서 아무리 크게 발생하더라도 하나도 지켜낼 수 없다. 용산은 그 모든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첫 번째 관문이자 거역할 수 없는 통과 의례요, 우리의 양심을 일깨우면서 나 자신부터 양심의 회복이 우선되어야만 진정성을 가지고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가는 행동하는 투쟁의 길에 함께 동참할 수 있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 주고 있다.

백주에 공권력 행사라는 명분을 내걸고 살기 위해 망루에 올라간 사람들을 처참하게 불태워 죽이는 장면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목격했으면서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렇게 사람을 죽여 놓고도 공권력을 앞세우기만 하면 무엇이든 다 정당화되는데 앞으로 무슨 짓이든 못할 것이 무엇이며, 앞으로 무슨 짓을 하든 문제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우리는 양심이 없거나 방조자임이 분명하다. 용산을 외면한다는 것은 곧 우리가 가진 양심을 포기하는 행위요, 민주주의의 근간이 뿌리 뽑히더라도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뿌리치는 행위이며, 자신들의 과오를 숨기기 위해 사실을 뒤집어 버리고는 공권력은 불변의 진리처럼 신성한 것인 양 위장을 하더라도 무조건 수긍하는 행위이다.이게 우리의 맨 얼굴임을 용산은 그대로 증명해주고 있다.

용산에 가면 야만적인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종교적 양심을 지켜가는 골목 신부와 그의 인간적 면모에 매료되어 추종하는 몇몇 사람들만이 외롭게 정지된 시간 속에서 시대의 양심에 호소하는 작은 등불로 남아 근근이 지탱해 가고 있다. 용산은 그렇게 우리로부터 외면 받으며 과거의 역사로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용산 사태의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유사한 사태를 용인해주는 면죄부를 준다는 것이므로 용산은 어디서든 어떤 형태로든 또다시 재현 될 수밖에 없고, 용산을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모든 싸움은 필연적으로 패배를 할 수밖에 없으며, 항상 패배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용산을 외면한 덕에 우리가 받는 당연한 업보인 것이다.

나는 용산에서의 폭압적인 진압보다 용산 사태에 대한 민주화 세력이나 양심 세력들의 침묵이 더 무섭다. 말로는 현 시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넘쳐나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려는 진지한 논의나 행동으로 연결되는 실천이 뒤따르지 않고, 각자 따로 노는 형국만을 연출하고 있어 문제다.

이제부터라도 용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제 세력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진정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이 열려야 한다. 전쟁이 할퀴고 지나간 듯한 폐허의 현장에 나와 억울한 죽음으로 애통해 하는 유가족들을 위로하면서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된 남루한 골목에 둘러앉아서라도 힘을 모아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용산은 우리의 양심을 향해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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