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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밭둑만 이라도 제초제를 지치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없을까?
양파사랑 2009/07/13 10:45    

“불탄 뒤끝은 있어도 물난 끝은 없다.” 라는 속담이 있다. 화재가 나면 다 타고 난 뒤 재라도 남지만, 물난리가 나면 모조리 휩쓸고 가버리기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 7일 자정 무렵부터 아침까지 200mm가 넘는 양의 비가 내렸다. 시간당 최고 77mm가 넘었으니, 기상관측 이래 단시간에 내린 비의 양으로는 최고기록이었다. 오죽했으면 ‘하늘이 구멍 났다.’ ‘물 폭탄이 투하되었다.’ ‘악몽과도 같았다.’ 라는 말들이 자연스럽게 들리니 말이다. 아무래도 최근 몇 년 동안 비다운 비가 없었으니 이런 표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고자 하는 얘기는 기록을 갱신한 강우량이 아니라 ‘재해는 있어도 재난은 없다’ 라는 슬로건이 더 이상 공직자만의 전유물(?)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여름철 그것도 장마기간이니 언제 고온다습한 공기와 한랭건조한 공기가 충돌하여 비구름을 형성 국지성 집중호우로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예상되는 피해에 대비를 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밤이 늦도록 텔레비전의 한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후~두둑 하는 소리에 밖을 내다보니 장대 같은 빗줄기다. ‘이제 저수지에 물이 좀 차겠지!’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6시16분 ‘위기상황’ 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서둘러 집을 나서려는데 무릎까지 차오른 흙탕물을 보니 사태가 심상치 않았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아수라장이다. 서류를 펴보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방천이 난 농경지는 물이 벙벙하게 잠겨 있고, 밀려온 토사로 벼 포기들은 엉망이다. 수박을 심어놓은 하우스에까지 물이 차서 수확 직전의 농사를 망쳐놓았다.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럴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그럼 그렇지!’ 한 여름 땡볕아래 풀을 베는 작업이 버거웠던지 논 밭둑에 제초제를 치고, 또 농로의 가장자리는 물론이고, 제방의 옹벽까지 파헤쳐 종자를 들여 놓은 광경이라니!

그렇다면, 논 밭둑에 제초제를 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는 없는가? 고구마 밭두둑을 지을 때 수직방향이 아닌 수형방향으로는 지을 수 없을까? 아니 작업여건 때문에 그랬다면 아랫부분 두어 두둑 정도는 토사유출을 막기 위해 수직방향으로 지으면 안 되는 것일까? 또, 시멘트농로의 측구까지 파헤쳐 콩을 심고 참깨를 심는 농심(?)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눈앞에 펼쳐진 현실 앞에 오만생각이 다 든다.

순박(?)한 이들만 남으라고 하면 도리가 아니다. 공무담임권을 행사함에 있어 이들의 이런 의식을 바꿔주지 못한 책임은 크다. 시멘트구조물로 개거를 설치하고, 하천이나 농경지의 배수로를 정비함에 있어 흔들림(?) 없이 위쪽이 아니라 아래쪽 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위로 거슬러 올라가지 못한 것도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또, 공사시행기관이 다르고 설계가 다르더라도 잔여구간까지 마무리를 하도록 해서 물길이 막히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데....


눈밭을 헤집고 다니는 강아지마냥 그렇게 쏴 다니다 사무실로 들어서니, ‘보상’ 운운하며 피해조사를 안하느냐는 전화가 빗발친다. 또, 장비를 지원해 달라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하지만, 지구상 어디에도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 주는 나라는 없다. 다만, 농어업 생산시설이나 동·식물피해에 대해 복구나 입식을 전제로 합당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복구비만 지원해 줄 뿐이며, 또, 풍수해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도 논 밭둑은 물론이고, 하천의 제방까지도 풀 한포기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그 독한 제초제로 깔끔하게 다듬어 놓고는 '호우' 때문에 논 밭둑이 무너지고,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며 대책을 호소하며 콘크리트 구조물로 개거를 설치해야한다 라고 하니! 이 노릇을 어찌할꼬?

양파와 마늘을 뽑아내고 농경지를 덮었던 비닐을 걷어내면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이곳의 농경지는 작부체계상 후작물이 뿌리를 내리고 잎을 드리우기 전까지는 불과 몇 mm의 비만 내려도 침식은 정해진 수순이다. 하지만, 논 밭둑에 식물체가 뿌리를 내린 채 하늘을 가리고 있다면 문제는 다를 것이다. 그것은 논 밭둑이 붕괴되어 배수로가 막히거나 흐르는 물의 진행을 방해하지는 않을 테니까! 또, 아스팔트 도로 위까지 시뻘건 모래흙이 흘러내리지도 않을 테니까!

언제 다시 무너질지 모르는 논 밭둑을 다시 쌓고, 배수로를 준설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논 밭둑만이라도 제발 제초제를 치지 말아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독자 의견 목록
1 . 젯밥에 눈독들이기는 어디나 마찬가지... 들밭 2009-07-15 / 19:36
2 . 공감합니다. 한바다 2009-07-19 /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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