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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죽음의 무게
용산은 과거가 아니다
아찌 2009/06/2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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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이 사라졌다
유감스런 도시 용산




민주화 과정에서 우리는 숱한 죽음을 목격하였고 그 많은 죽음과 피의 대가가 사회적 공분을 사면서 민주화를 압박하는 동력으로 작용해 왔기에 이만큼이나마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진전시켜 왔다. 하지만 지금 그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푸념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어렵게 쌓아온 민주주의 토대라는 것이 그리 긴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견고하게 잘 뿌리내리지 못한 불완전한 현재 진행형에 머물러 미완의 숙제를 풀어가면서 나름의 진화를 거듭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 과정마저 쉽게 무시해 버리고 과거를 무조건 부정해 버리는 수구적 정치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자 어처구니없게도 한 순간에 이 땅의 민주주의는 속속들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

나는 민주주의를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부속물로 전락시킨 그 장본인인 현 대통령을 탓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와 한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에게는 현 상황에 대한 일말의 책임이 없는지를 한번 진지하게 되묻고 싶은 심정에서 이글을 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전에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시위와 용산에서 재개발에 반대하는 철거민들의 저항을 경찰 특공대를 조기에 투입시켜 6명의 목숨이 처참하게 불태워지는 현장을 TV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목격하는 일을 겪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주도 세력이 없이 누구든 내 문제라는 생각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무수한 군중의 힘에 힘입어 정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래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 결정이 얼마나 큰 국민적 저항을 불러 올 수 있는지를 일깨워 주었다.

하지만 촛불시위가 사위어진 후 이 정권은 촛불 시위 참여 단체나 개인에게 철저한 보복을 가했고, 검찰을 앞세워 PD수첩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전방위적인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현 정부는 촛불시위가 안겨준 값진 교훈을 제대로 새겨듣지 못하고 가차 없이 걷어차 버리기는 하였지만 현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촛불시위가 보여준 바와 같이 정부가 국민의 뜻에 역행하였을 때 어떤 국민적 저항이 따르는지를 보여준 의미 있는 저항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에 터진 용산사태는 민주화 이후에는 더 이상 일어날 것 같지 않던 무참한 죽음을 또다시 목격해야 하는 서글픈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공권력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일거에 말살해버린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자 유린이며 폭거였다.

이 사건은 사건의 특성상 전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수 있는 사건이 아닌지는 모르지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왔거나 민주주의 토대가 허물어지는 현실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가슴 아픈 사건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용산사태는 그 지역의 철거민과 철거민 연대세력만의 싸움으로 고립된 채 아무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과거의 사건으로 잊혀져 가고 있다.

나는 이 시점에서 반문해 보고 싶다. 용산사태는 이 사회의 양심 세력을 불편하게 하고 이 사회의 양심 세력한테까지 외면 받아야 하는 보잘 것 없고 흔하디흔한 작은 죽음이자 작은 사건의 하나인가? 공권력의 폭압적 진압에 의해 한순간에 다섯 명의 세입자가 불에 타 숨진 용산 참사는 과거 독재 권력에 항거하다가 고문으로 숨진 여느 민주 열사들의 죽음과 무엇이 다른가?

물론 다른 점도 있다. 그 다른 점이란 죽음의 무게가 다른 이 사회의 약자중의 약자였다는 사실과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배경과 학벌일 것이다. 민주화를 외치던 사람들 속에서도 학벌은 운동권 안에서나 시민사회단체 안에서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비중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용산의 희생자들은 민주인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레벨의 사람들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이 사회에는 분명 죽음의 격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러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는 물론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걸 인정한다하더라도 우리는 너무 큰 죽음에만 관심을 두고 거기에만 큰 의미를 부여하는 반면, 하찮아 보이는 작은 죽음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뻔한 죽음으로 깎아 내리며 이중적 잣대로 보는 못된 버릇을 죽음에도 적용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을 품어 본다.

인권 유린과 민주주의의 침탈 행위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분명하고도 뚜렷한 실체인 용산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와 동떨어진 변방의 이방인들처럼 철저하게 외면 받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민주인사를 자청하는 사람들은 막연하게 민주주의가 위기라며 걱정하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용산을 외면하고 방관한 탓에 용산사태를 전담 수사했던 검사들은 출세가도를 행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촛불시위는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사과까지 했으면서 뒤로는 철저하게 보복하는 뒤통수를 치는 치졸한 수법을 써서 국민의 요구를 묵살한데 비해, 용산사태는 민주인사들의 이해 못할 침묵이 면죄부를 주어서 합법이란 명분만 내세우면 권력에 의해 향해지는 어떤 탄압도 강행할 수 있고 정당화될 수 있음을 암묵적으로 용인해준 결과를 낳았다.

용산사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전주곡이었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공안사건으로 접근해 수사하는 무리수를 두었고 각본에 따라 짜맞추기 수사로 일관해 가는데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이런 검찰의 잘못된 행태는 노무현 전대통령 수사에서도 효과적인 수사 관행으로 그대로 답습되었다. 이제 이런 검찰의 수사 방식과 공안몰이가 용산에서 쌓은 공안 검사들의 혁혁한 공에 힘입은 덕에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 가차 없이 선제적인 대응으로 전면화할 공산이 커졌다.

용산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 모순을 감추기 위해 권력의 횡포와 탄압이 얼마나 도를 넘어 인권과 민주주의를 갈기갈기 찢어 놓고 있는지를, 우리 사회의 약자이기 때문에 막 대하도 되는 존재로 여기며 가공할 공권력의 폭력에 마구 짓밟히는 만행이 저질러지는 용산이란 구체적 실체를 통해 그 원형을 사실대로 보여준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모든 열쇠는 용산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용산의 실태를 보면서도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그러기에 오늘날 처하게 된 전면화 된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은 용산을 수수방관했던 우리의 책임이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만큼이나 크다는 것이다.

용산을 외면하면서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한탄을 쏟아내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용산을 외면하면서 외치는 인권, 정의 역시 아무 의미 없는 외침일 뿐이다. 어떤 억울한 죽음을 당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는 약자라는 숙명을 타고 났으므로 그 억울함을 가슴에 묻고 체념하며 살아야 한다는 무서운 진리를 우리 사회의 양심 세력들이 깨우쳐 주는 것 같아 영 서글프다.

언제까지 “남일당 골목성당”의 70이 넘으신 노신부님 한 분에게 그 모든 짐을 지라 떠맡겨 놓고 뒷짐 진 채 서있을 것인가?


독자 의견 목록
1 . 망나니놈아, 죽어간 열사앞에 무릎꿇어라! 민들레홀씨 2009-06-26 /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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