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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봉화의 꿈은 사라지는가?
최기종 2009/05/25 09:49    

어제 창립대회 기념 행사에 참여하려고 서울로 가는 길이었다. 전세버스 속에서 돌아가면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급보가 날아왔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갑자기 공동화 현상이 벌어졌다. 인사고 소개고 뭐고 할 것 없었다. 모든 생각들이 멈춰 버렸다. 우리는 모든 진행을 중지하고 멍한 상태에서 티비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오전 9시경이이었다. 자막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고 쓰였는데 뉴우스에서는 아직 심폐소생술 중이라고 나온다. 현재 돌아가시지 않고 응급치료 중이라고 해서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붙잡고들 있었다. 휴일이라 뉴우스 속도가 느린지 아니면 모든 정보가 차단되어서 그런지 한 시간이 지나도 방송 내용이 현장과는 동떨어지게 자료 화면에 치중하고 있다. 10시가 되어서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공식 발표를 경찰이 했다.

하지만 단순 실족사인지 자살인지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 정부측에서 부담감 때문에 사건의 진상을 재단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갔다. 내가 볼 때 자결한 것이 틀림이 없고 그 사실이 너무 엄중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 동안 진행 되었던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견디다 못해 투신 자살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 현 이명박 정부가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초로 고향으로 내려간 전직 대통령이었다. 거기서 친환경 농법으로 지역민과 함께 하면서 디지털 민주주의를 번성시키겠다는 꿈을 꾸었던 것이다. 이에 국민들은 열렬히 환영하면서 박수를 쳤다. 봉화마을이 단숨에 관광 1번지가 되었고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도 네티즌 검색이 쇄도했다.

이에 현 정부에서는 위기를 느낀 것 같았다. 퇴임한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보다 인기가 높고 갈수록 지지도가 올라갈 것 같아서 은근히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모종에 깎아 내리기 살수를 펼치지지 안했는지 의심이 갔다. 그 일례를 든다면 이지원 서버 사건을 들 수 있다. 청와대 주요 기록을 담은 이지원 서버 복사본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계속 열람하는 것을 가지고 이명박 대통령측이나 국가기록원, 검찰, 언론이 보였던 일련의 과잉 대응을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버를 반납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그런 자그마한 꼬투리를 확대 해석하고 왜곡시켜 가면서 법적인 책임으로까지 몰고 갔던 것은 볼성 사나웠던 모습이었다. 그 뒤로도 먼지털이식으로 꼬치꼬치 캐내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원수인 대통령으로 직무를 수행하다 보면 통치 방법적 차원에서 법의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은 범국가적 차원에서 바라볼 문제라고 본다. 그런데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는 전방위적으로 확대된 것 같았다.

내가 볼 때 박연차 사건에도 문제가 많다고 본다. 검찰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의 뇌물수수 혐의를 직접적인 증거도 없으면서 단순히 박연차 씨의 입만 바라 보면서 사건을 인지한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알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포괄적 뇌물죄가 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것 같다. 더군다나 그것을 법적인 수속으로 옮기면서 전직 대통령을 모욕했던 것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현 정부나 검찰은 전직 대통령을 예우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립서비스였을 뿐이었다. 청와대는 끄떡하면 전직 대통령을 공격적인 언사로 비난했고 검찰은 법정에서 밝혀져야 할 수사 내용을 끊임없이 까발려서 여론 재판 몰이식이 되게 했다.

그것도 직접적인 증거도 없이 심증만 가지고 포괄적 뇌물죄라고 전직 대통령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간 것이다.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도덕적 프라이버시가 무너진 것을 애통해 하면서 자진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지금 전국이 공황 상태에 빠져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줌 재가 되는 부재 상태에서 이제 봉화마을은 어떻게 될 것인지, 이제 봉화의 꿈은 사라지는 것인지 이런 복받치는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국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하기를 기대했고 지역 사회가 하나 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나버린 봉화 마을은 훵한 바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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