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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명박스러운 서울시장
축제를 망친 건 경찰이었다
아찌 2009/05/05 17:34    


하이서울 페스티벌 개막 행사가 촛불 집회 참가자들에 의해 무산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갑자기 시위대로 보이는 군중이 광장으로 몰려와 의도적으로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저질렀고 급기야 단상을 점거하는 사태까지 빚어졌으니 주최 측으로서는 이만저만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현장에서 그 모든 상황을 목격했던 한 시민이자 촛불 집회 참가자인 나는 할 말이 많다. 촛불 1주년 집회 장소였던 청계천을 비롯하여 집회 신고를 마친 모든 장소는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행사 장소와 겹치는 곳이 대부분이었는데 서울시는 왜 하필 같은 장소를 미리 선점하고 동시다발적인 행사를 해야 했느냐고 따져 묻고 싶다.

내가 서울에 도착하여 청계천에 가보니 경찰차가 광화문에서 청계천 끝자락까지 철통같이 에워싸 집회 참가자의 접근을 완벽하게 차단한 가운데 청계 광장 안에서는 서울시 주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비가 온 탓인지 관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관객이 있어야 할 자리는 텅 비어 있고, 행사 안내자와 공연 참가자들만이 똑같은 단체복을 입고 공연을 하거나 공연을 기다리기 위해 도열해 있거나 그들만이 무리지어 오가는 이상한 행사였다.

행사 진행자들만 있고 관객이 없는 행사가 억지 춘향이식으로 청계 광장에서 열리는 걸 보면서 아까운 시민들의 혈세를 이렇게 낭비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수도 서울에서 참 한심한 관제 행사를 다 본다는 느낌이었다.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하이서울 페스티벌 개막 행사를 무산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전에 본의 아니게 작심하고 행사를 망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시민들의 반발을 사는 짓을 수없이 자행하고 공권력이라는 폭력을 남발하며 서울시의 행사를 우스운 꼴로 만들어간 당사자는 경찰이었다. 주요 행사장 주변을 전경 버스로 막아버린 것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킨다는 취지였겠지만 이것부터가 축제를 망친 핵심 요인임은 분명했다.

권력 상층부나 경찰 지도부나 서울시 관계자들의 발상부터가 이런 식이니 이래저래 이 축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축제였다. 촛불에 데 인 정권이 보인 히스테리적인 발작 증세는 가히 엽기적인 방법을 총망라하고 있는데, 경찰이 자작극으로 계엄령 하의 상황을 연출하고는 바로 앞에서 멋진 성공적인 축제가 개최되길 바란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내가 외국인이라면 경찰이 겹겹이 인의 장막을 쌓아 도로와 인도를 가득 메우고 길을 차단하는 상황에서는 축제를 즐길 기분이 나지 않으므로 왔더라도 다른 곳으로 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없는 상태에서 한 곳에서는 노래와 춤 위주의 흔하디흔한 축제가 열리고, 한 곳에서는 촛불 집회와 관련된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면 맘에 드는 한 곳을 찾아 재미있게 감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오세훈 시장도 이명박 대통령 이상으로 명박스럽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개막 행사가 무산되어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서울시의 이 촌스런 행사가 서울시민 중 몇 명이나 알고 있는 행사이며 외국인이 얼마나 찾는 행사인지 알기나 하면서 개막식 무산에 따른 민형사상 손해 배상 책임을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런 졸속적인 행사를 위해 돈을 쓰는 것 보다는 아예 행사를 없애는 것이 서울시의 이미지를 재고하는 길이고 헛되게 쓰는 예산을 줄이는 길일 수도 있다고 본다. 자신이 상식이 있는 보수주의자라면 유감 표명 정도로 끝내야 옳지 않은가 말이다.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고발과 무엇이든 돈으로 계산해서 수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행위는 가진 자들이 힘없는 사람들을 아주 손쉽게 무릎 꿇게 만드는 가장 비열한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촛불 집회 참가자의 일방적인 행위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 아니라 경찰이 원천봉쇄로 원인을 제공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과도하게 공권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빚어졌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오세훈 시장에게 한 가지를 더 짚고 넘어가야겠다. 시청광장은 서울시의 소유가 맞지만 서울시 지자체장이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시민의 소유물이자 광장의 주인은 곧 모든 시민들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왜 지자체장의 것인 양 누구에게는 장소를 허하고 누구에게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무조건 장소를 불허하는가? 비판자들에게도 똑같이 장소를 제공하고 비판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하지 않는가? 서울시가 정부의 부속물인가? 왜 정치적으로 판단하는가?

시청광장은 민주주의의 토론장이다. 광장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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