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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김철홍, 부메랑이 된 '영구기관'
율전 2004/01/12 00:11    

나는 김철홍의 이번 글이 이전의 글에 비해 훨씬 세련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어지럽다. 그와 나 사이에 벌어져 있는 사고의 괴리가 상당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비판'과 '비난'이 가지는 차이는 '이성'과 '감정'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처음 김철홍의 나에 대한 글은 '이성적이었던가?' 아니면 '감정적이었던가?' 그에 대한 판단은 김철홍이 하는 게 아니다. 그 글의 대상인 내가 하거나 혹은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다. 나는 다분히 '감정적 글쓰기'로 보았다. 그러나 김철홍이 의도한 바는 그것이 아니었다니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더불어 그에 대한 답 글에서 내가 보였던 약간의 비아냥에 대해서는 김철홍과 독자들에게 사과한다.

1.영구기관에 대해...

김철홍은 내게(내 글을 빌어) 말한다. 현실적 고려가 없는 [몽상(가)]일 뿐이라고. 그리고 자기가 내게 하나의 명확한 질문을 했음에도 내가 여전히 답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에 관해 분명한 답을 이미 건넸다. 다만 김철홍이 이해하지 못하고(혹은 이해를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김철홍은 내게 '정당정치에서 <성향>과 <지지>를 달리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묻고 있다. 이 부분에서 나는 김철홍이 대단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모든 사람의 정치적 사고를 현실에 존재하는 몇 개의 정당의 틀 안으로만 가두려 하고 있다. 그러니 정당을 벗어나 그 자체로 사고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반대로 말하겠다. 오직 정당조직만이 정치적 사유를 하는 인간들을 온전하게 가둘 수 있다는 말인가?

전술적 입당이 가능하냐고? 비록 상황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김철홍은 과거 재야에 머무르다 제도 정치권에 들어간 사람들을 보지 못했던가? 김철홍은 3당 합당 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던 김영삼의 말을 기억 못하는가? 또 선거 때마다 볼 수 있는 유권자들의 '사표방지 심리'에 의한 투표행위에 대해 김철홍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에겐 그런 것들이 모두 <전술적 입당>과 같은 의미의 행위로 보인다.

나는 김철홍에게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에 대해 생각 해 볼 것을 권한다. 내가 노 대통령을 비판했던 내용은 '나의 생각'이고 그런 면에서 나는 노 대통령과는 대척점에서 '존재'한 것이다. 물론 그 대척점에 존재했던 세력 중 민주노동당이 있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오직 민주노동당만이 그 대척점에 존재했다고 우기는 것은 곤란하다. 왜? 민주노동당과는 현실에서 거리감을 두고 있는 나(나와 유사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니까.

더불어 김철홍이 나를 영구기관에 비유한 것에 대해 일부 공감한다. 그러나 김철홍이 나에게 던진 말은 곧 그 자신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민주노동당원으로서 김철홍이 가지고 있을 법한 꿈, 즉 현실정치에서 민주노동당의 집권과, 수구세력의 극복을 위해 두 보수정당의 통합을 바라는 나의 꿈 가운데 사람들이 더 불가능하게 여기는 꿈은 어느 것일까? 전자일까, 후자일까? 김철홍의 꿈일까, 나의 꿈일까?

그러나 나는 김철홍이 가지고 있을 꿈을 매우 존중하며 반드시 그러한 날이 오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그 유명한 게바라의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키우자"라는 말을 되뇌어 본다.

김철홍이 말한 '노무현 대통령과 맨 마지막에는 항상 만난다던 그 세력들'은 나로서는 솔직히 이해를 못하겠다. 이전의 내 글에 이런 글귀가 있었던가? 아니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빌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노 대통령을 하나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수단의 활용도가 떨어지면 당연히 다른 수단을 찾을 뿐, 그와 항상 만난다는 전제는 적어도 지금의 내게는 없다. 다만, 노 대통령이 이제껏 보여 주었던 모습들로부터 탈피해 후보시절 자신의 약속들을 지키려 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수단으로서의 활용도'는 되살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다르다(수구-보수 구도를 극복해야만 보수-진보의 구도가 열릴 것이라는 나의 견해)는 나의 전제에 김철홍은 여전히 딴청을 부리고 있다. '민주당은 분명히 한나라당과 다르다'는 나의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동의하지 않는 이유를 말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김철홍은 이유에 대한 언급 대신 자신이 가지는 의문만 되풀이해서 적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그의 딴청 대신 하나의 예를 들어 내 견해에 대한 뒷받침을 하고자 한다.

지난 대선을 생각해 보자. 국민들은 세 가지의 안을 놓고 선택해야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민주노동당이었다. 당시 국민들의 선택의 대상이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똑같았는가? 같았다면 어찌하여 노 후보(민주당)와 이회창(한나라당)의 득표율이 첨예하게 갈라졌단 말인가? 김철홍의 입장에서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그것이 그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이회창(한나라당)을 선택했거나 노후보(민주당)를 선택한 대부분의 이 나라 사람들은 양자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2.비판은 왜 하는가, 대안의 대전제는 아닌가에 대해..

대안을 향한 (대)전제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러나 이미 그 전제를 내 세우지 않았는가. 후보시절의 약속을 지켜 달라는 거다. 노 대통령이 후보시절 했던 약속을 (대)전제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3.뫼비우스의 띠 - 말장난, 마찰에 대해..

'선거가 내일 모레인 현실정치의 상황에서 저 두 개의 가능성은 무엇이 다르냐'는 그의 말에서 나는 정확히 강준만 교수와 김동민 교수의 차이를 본다. 강준만 교수는 통합을 말하고 있다. 김동민 교수는 어차피 분당이 된 상황이니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준만 교수는 원칙을, 김동민 교수는 현실을 말하고 있다. 누가 옳은가? 나는 강준만 교수가 옳다고 본다.

나는 이전에 김철홍이 정대화 교수가 말하던 '총선 국면에서의 시민사회정당의 출현'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보았다. 자, 그 때 김철홍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나? 물론,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그런 생각과 나의 이런 생각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단 말인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인적 청산'이란 과녘을 관통해야 되므로 통합이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모든 것이 불가능한 것인가? 아니지 않은가. 작년 대선에서 노 후보가 어쨌던가.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누누이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결과는 어쨌나. 하지 않았던가. 그것도 대선을 불과 한 달여 남겨두고 말이다. 그것이 노 후보 승리의 결정적 원인이었음을 누가 부인할 수 있단 말인가.

더불어 나는 '인적 청산'이 반드시 통과해야 할 대전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인들끼리의 인적 청산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 무엇을 기준으로 '인적 청산'을 한단 말인가. 그것을 행할 수 있는 권리가 어디서 나온다는 말인가. 누가 부여한 권리란 말인가. 인적 청산이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민들을 통해야 한다. 그래야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일이다. 정치인들끼리의 인적 청산-마찰이란, 권력 장악을 위한 헤게모니 다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거기에 국민은 없다.

통합의 가능성을 말장난으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4.기우에 대해..

김철홍은 내가 진보진영을 팔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다만 내 스스로의 생각에 기대어 내 성향을 밝혔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성향에도 불구하고 현실정치상황에 대한 고려차원에서 김철홍이 말하는 <전술적> 선택을 했을 뿐이다.

하나의 예만 적시해 보자. 김철홍은 재작년 지자체 선거때와 같은 해 대선때 민주노동당이 호남에서 얻은 득표율의 차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지자체 선거때 민주노동당을 선택했던 진보적 호남 유권자들이 대선때는 노무현으로 대변되는 보수정당을 선택했던 사실에 대해서 말이다. 김철홍으로서는 기억하고 싶지 않겠지만 현실에서 그러한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었다. 나는 다만 존재했었던 혹은, 존재하는 사실만을 말했을 뿐이다.

더불어 '진보진영 = 힘들게 사는 사람'과 같이 지나치게 사람과 사물을 이분법적으로, 단지 몇 개의 틀 안으로 가두려 하지 말길 바란다. 사람은 많고 각각의 성향도 천차만별이다.

5.저 홀로 탈출 - 마찰이 없는 세상에 대해..

통합이 노 대통령의 실정을 해소, 교정하기 위한 전제가 아님을 이미 밝혔다. 통합은 정치구도의 진행,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그러함에도 되풀어 묻는 이유는 무엇인가? 남한의 권력이 대통령이 장악한 행정부와 국회가 장악한 입법부로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김철홍은 모르고 있단 말인가? 더불어 민주당이 아닌 다른 정당의 존재를 왜 모르겠는가. 다만 통합이란, 이상적 구도의 실현을 위한 현실적 선택일 뿐이다.

6.노 대통령의 실정이 분열을 불러 왔다에 대해..

사실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과거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 보여준 여러 가지 행태에 대한 반발로 인해 그로부터 멀어졌다. 다만 김철홍은 그런 상황에 대해 인식하지 않고 있었거나 아예 관심밖의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7.계급투쟁이라에 대해..

김철홍은 내가 계급이란 용어에 대한 철학적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고 공박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3가지 질문을 퍼 부어댄다. 내가 '퍼 부어댄다'고 하는 것은 그 3가지 질문이 지니고 있는 무게 때문이다. 보자.

1)계급이란 무엇인가(정의)
2)자신의 지역주의 극복방안에 대해 왜 내가 계급투쟁이라고 이해하는 지에 대한 의문
3)지역주의 극복과 계급과의 상관관계

1)번에 대해, 김철홍은 '계급'이란 용어를 고전적이거나 또는 현대적인 견해들을 빌어 몇 가지 언어의 조합으로 쉽게 풀어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더구나 철학이라는 단어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지 않다. 왜 그렇지 않은지는 김철홍 역시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그런 식의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번에 대해, 김철홍이 나에게 3번째 질문을 한 이유가 2번에 대한 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스스로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기에 3번, 지역주의 극복과 계급과의 상관관계를 나에게 묻는 것이리라.

3)번에 대한 논쟁을 통해 나는 김철홍과 지역주의에 대해 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전에 몇 편의 글을 통해 지역주의에 대한 내 개인의 생각들을 드러낸 적이 있었으나 단지 개인의 생각을 말하는데 그쳤을 뿐이다. 나 역시 상층 교섭만을 통해 지역주의가 극복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김철홍의 말대로 '기층 민중의 현실 삶과 현실 투쟁과의 연동'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철홍과 며칠에 걸쳐 몇 번의 '글 섞음'을 통해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와 벌이는 논쟁이 언제, 어느 선까지 나아갈지 아직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러한 논쟁이 서로(개인이 아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회 세력들)에 대한 이해와 공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평가해 보면 그는 다만 현재 남한의 정치구도 속에서 나보다 조금 왼편에 서있고 나는 그보다 조금 오른편에 서있을 뿐이다. 물론 김철홍이 엄밀한 계급적 잣대를 들이댄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 소통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듯 하다. 생경한 단어들의 부딪힘과 논리들의 뒤엉킴이 어지간히 글 쓰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도 당혹감을 안겨 주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당혹감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곳 우리힘이 그런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데 대해서 매우 만족한다. 우리힘이 비로소 '소통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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