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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올림픽은 무엇으로 사는가?
지배세력의 수단, 차라리 관심 끊어야
율전 2008/08/08 19:04    

베이징 올림픽이 오늘 개막한다고 한다.

어렸을 때 난 올림픽을 즐기다 못해 올림픽으로 인해 울고 웃고 했던 것 같다. 84년 LA올림픽을 필두로, 88년 서울올림픽 때는 대학 기숙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우리 학교 체육관에서 태권도 대회가 열렸는데 정부가 학생들의 시위를 두려워한 나머지 모든 학생들을 강제로 학교 밖으로 쫓아냈다.) 선수들의 금메달 하나하나에 목을 매달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또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뀌면서 나는 더 이상 올림픽에 열광하지 않는다.

올림픽이 순수한 스포츠 그 자체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면 그나마 봐 줄만 할 일이지만 내가 아는 올림픽은 순수 스포츠 그 자체와는 거리가 멀뿐더러 많은 경우 기존의 지배세력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누리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왔거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는 히틀러의 나치가 열었던 36년 베를린 올림픽이 그랬고 48년 런던, 60 몇 년의 도쿄, 76년의 몬트리올, 80년의 모스크바, 84년의 LA, 88년의 서울과 올 해의 베이징에 이르기까지 올림픽은 늘 현실 지배세력의 권력을 공고히 하거나, 부당한 권력의 정당성을 만천하에 홍보하거나, 세계 시민들의 관심을 국가와 민족으로 분화시켜 서로에게 이질감과 차별화 그리고 적대감을 심어주는 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물론 올림픽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스포츠 제전에 비해 세계인들의 관심이 더 많이 집중되는 만큼 올림픽은 현실 지배세력에게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지배 수단으로 기능해 온 것이다.

당장 국내 상황만 보더라도 그렇다.

법으로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 공영방송사의 사장을 반 강제로 해임하기 위한 절차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도, 국무위원에 대한 검증절차인 인사청문회를 외면하고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장관을 임명하고 버티는 것도, 한나라당이 IMF를 불러왔던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보장해 줄 ‘출자총액제’ 폐지를 서두르는 것도 공교롭게(?) 올림픽과 맞닿아 있다.

인간의 정신과 육체가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모습들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스포츠가 지닌 의미 자체가 문제일 순 없으리라. 또 그것을 단지 그런 의미로만 바라보고 즐기는 것 역시 뭐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스포츠가 도구가 되고 스포츠가 현실의 도피처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배세력 이외의 사람들에게 도피처란 기껏해야 며칠 동안의, 마약 같은 흥분과 환호에 불과하지만 지배세력이 잠깐 동안 부린 술수는 그들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계속해서 옥죌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타 오를 성화는 앞으로 15일 간 전 세계를 환하게 비출 것이다. 그러나 빛의 이면에는 늘 어둠이 도사리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올림픽 혹은 그와 유사한 이벤트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현실에서 지배하기보다 지배당하는 위치에 있을 우리는, 어느새 권력이 쳐 놓은 그물에 걸려 우리의 권리와 자유 그리고 의지를 속박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차라리 올림픽에 관심을 끊는 것이 그나마 우리 스스로의 삶을 돌보는 하나의 방법이리라 생각한다.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썼던 글을 함께 올립니다>

제28회 아테네 올림픽이 시작되었다. 1896년, 13개국 311명이 참가했던 제1회 대회 이후 108년 만에 다시 아테네에서 펼쳐지는 이번 올림픽에는 202개국 16,500명이라는 사상 최대규모의 인원이 참가하여 근대 올림픽의 창건을 주도했던 쿠베르탱의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의 구호에 걸맞게 열띤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프랑스의 필립 시모노라는 사람은 현대의 인간을 호모 스포르티부스(Homo sportivus) 즉 "스포츠 하는 사람"이라 명명했다지만, 스포츠와 인간을 연관시킨 이 명칭이 반드시 현대의 인간에게만 적용될 것 같지는 않다. 올림픽만 놓고 보더라도 그 역사적 시발점이 기원전 776년(지금으로부터 2,800년 전)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1회 근대올림픽이 그리스의 상인 게오르게 하비헤리스의 후원으로 인해 가까스로 아테네에서 열린 이래 올림픽에 점점 그 음흉한 그림자를 덧씌워온 자본의 힘은 108년 만에 발상지를 다시 찾은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 정점에 달할 모양이다. 이미 그리스는 이번 올림픽에 8조 5,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 부었다 한다. 그 중 테러위협으로 인한 보안관련 비용만 1조 7,000억 원이 들었다고 하니 앞으로 이만한 비용마련이 쉽지 않은 나라로서는 올림픽 개최는 영영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으리라. 그리스만 해도 이렇게 엄청난 비용지출로 인해 올해 국가부채가 당초 263억 유로에서 400억 유로가 될 것으로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에 의해 전망되는가 하면 그로 인해 국가신용 등급마저 현재의 'A+'에서 한 단계 낮춰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받은 모양이다. 잘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비단 그리스뿐 아니다. 가까이는 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스페인이 그랬고 그 이전 21회 몬트리올 올림픽의 캐나다는 역대 최악의 국가적 적자를 내고 말았다. 그러니 국가 경제규모가 그리스에도 미치지 못하는 여타의 나라들로서는 차 후 올림픽 개최의 꿈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정작 개최국의 경제상황과는 무관하게 국제올림픽 위원회(IOC)의 입은 귀에 걸리는 모양이다. 올림픽 경기의 방영권 판매, 엠블럼이나 로고의 독점에서 오는 천문학적인 수익과 더불어 이미 10여 개의 공식 후원기업으로부터 각각 7,000만 달러에 달하는 후원금을 거둬들였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개최지 선정이나 후원업체 선정 그리고 새로이 추가되는 종목 등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새어 나오는 추문은, 자본이라는 병마에 깊이 찌든 올림픽이 내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이다.

그런데 자본에 오염되어 비명(그것이 즐거운 비명이던 괴로운 비명이던 간에)을 지르는 것이 올림픽 개최국이나 올림픽 기구만은 아닌 듯하다. 이미 그 병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오염시키고 나아가 올림픽을 관람하는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옮아 있다는 생각이다.

아마추어리즘이 사라진 올림픽에서의 상위입상 특히, 이미 상업화 된 종목에서의 상위입상은 그 자체가 곧 부와 명예의 보장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상업화의 규모가 클수록 즉 자본의 규모가 클수록 보장되는 부와 그에 뒤따르는 명예도 동반 확장된다. 심지어는 그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미 잘 다듬어서 상품화 된 선수의 올림픽 입상을 위해 자본은 그를 남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조건을 붙여 올림픽이라는 시장에 출전시키기도 한다. 물론, 그를 통해 더 큰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말이다. 26회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나이키사가 제공한 수억 원짜리 '황금신발'을 신고 뛰어 200m와 400m를 동시에 석권했던 마이클 존슨은 그에 관한 작은 예라 할 수 있겠다. 더구나 그러한 공식이 일반화 된 지금에 와서는 되려 진짜 올림픽 정신(?)을 구현한 선수마저도 자본의 도구로 전락한다. 27회 시드니 올림픽 100m 자유형에서 개헤엄을 선보임으로써 올림픽 정신의 귀감(?)이 되었던 무삼바니의 뒤늦은 상품화 역시 그에 관한 한 예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마이클 존슨의 예에서, 올림픽 속에서 자본주의가 평상시 그들이 부르짖는 평등의 가치인 '기회의 균등'마저도 왜곡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 무삼바니의 경우는 자본주의가 그 필요에 따라 개인을 어떻게 상품화시키고 유통시켜 부를 축적하는 지를 잘 보여주는 실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투자된 자본이 몇 십 배 혹은 몇 백 배로 그 몸집을 불려 나가는 과정은, 올림픽이라는 자본이 펼치는 마술에 현혹된 우리들의 몫으로 남는다.

히틀러와 '검은 9월단' 이래 현대 올림픽의 또 다른 병폐가 되어 버린 인종주의, 국가주의, 배타적 민족주의도 이렇듯 위대한 자본의 힘 앞에서는 쉬이 무릎을 꿇는다. 펩시콜라를 올림픽 시장에서 밀어낸 코카콜라는 코크의 고향 미국에서, 미국의 영원한 스포츠 라이벌 러시아에서, 서유럽에서, 아시아에서, 심지어 아프리카의 오지에서도 스포츠에 목말라하는 대중들의 목을 축여주고, 농구를 즐기는 세계의 청소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나이키사의 에어조던으로 발을 감싼다. 삼성의 디지털 카메라는 경기 중간 중간의 박진감 넘치는 순간을 수천 분의 일초까지 잡아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며, 손에 땀을 쥐는 경기 일랑은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으며 지켜봐야 제 맛이 난다. 그 사이 자본은 투자된 량의 몇 십 배로 튀겨져 소리 없이 자본가의 품으로 금의환향한다.

물론, 이러한 자본의 움직임이 올림픽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올림픽에는 그 위세가 덜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작부터 자본의 때가 끼어 있었건 말았건 간에 그나마 순수하게 유지되어야 할 아마추어들의 경쟁에까지 끼여들어 확대재생산을 펼치는 자본의 추악함이 내내 못마땅한 올림픽 개막일이다. 이미 올림픽은 아마추어들이 겨루는 순수한 스포츠축제가 아니라, 자본이 펼쳐 보이는 화려한 무대 위에서 자본에 고용된 선수와 적정 가격보다 훨신 비싼 관람료를 낸 관객이 기묘하게 하나되어 놀아나는 한 판 연극이 된지 오래다.

독자 의견 목록
1 .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한바다 2008-08-10 / 11:24
2 . 드디어 이명박, 정연주 해임 메트로 2008-08-11 / 11:00
3 . 노태우 정권을 스승삼아.. 메트로 2008-08-11 / 11:02
4 . 요즘 언론사 성향을 보면 메트로 2008-08-11 /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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