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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입시로 사회신분 결정, 대학평준화로 해결" 해야
입시폐지하면 자녀 1인당 평균 사교육비 6천만원 절감
최기종 2007/12/10 15:02    

목포문학관에서 홍세화 초청 강연회가 있었다. 전교조 목포지회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철학이 사라진 시대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행동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이런 고민이 많았었다. 그래서 시원한 뻥뚤림을 바라면서 여러 강연장에 기웃거렸었다.

토요일 직장이 파하자 마자 강연장을 찾았다. 30분 정도 빨리 도착했는데 준비측에서 행사장을 여러모로 꾸미고 있었다. 길 표지를 하고 풍선을 매달고 포스터를 붙이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게다가 김밥이며 무지개떡까지 준비해서 허기진 배를 달래 주었다.

홍세화 씨와 인사를 나눴다. 작년 영암에서 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가 간 것이다. 이곳저곳 강연 다니느라고 바쁘시겠다고 하니까 그래도 이렇게 불러주면 행복하다고 넉넉한 웃음으로 답했다.

강연장에는 대다수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오랜만에 뵙는 선배들도 계셨고 깜빡 잊고 지내던 후배들이 반가웠고 엊그제 만난 동료들이 다정스러웠다. 오늘 한 50번 정도 웃은 것 같다. 인사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웃으니까 내장이 시원했다.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면 기뻐하고 웃음을 주고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지난 29일 목포문학관에서 강의 중인 홍세화씨 @우리힘닷컴

홍세화 씨의 강의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짚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홍세화 씨는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운동본부 공동대표이며 한겨레 신문 홍보대사다. 한국의 교육 현실이 광란 그 자체라며 한 번의 대학 입시로 인생이 결정되는 것은 미친 세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한국의 입시 구조가 기득권층의 확대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시를 통해서 나타나는 대학 서열 체제가 사회의 신분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라며 이것이 한국 20대 80의 사회를 만드는 특이한 모순적 구조라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 체계는 서열화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으로 왜곡되었다고 했다. 이러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유치원 때부터 초등, 중등학교에 이르기 까지 끊임없이 강요 당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80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다. 다만 그 점수가 몇 등인 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점수를 넘어서 완벽한 점수만을 원하고 있는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학교 현장은 고전 한 권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 채 암기하고 문제를 푸는 학습의 소용돌이라고 했다.

친구나 자연과도 사귀지 못한 채 좁은 공간에 갇혀서 학습노동에 학생들이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한국의 교육제도가 도마에 올랐는데 그 내용인즉 우리나라 고교생들이 밤 11시까지 학교에서 지낸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정말로 우리 학생들의 학원 생활까지 포함한다면 우리 학생들은 살인적인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본다.

대학 서열 체재 아래 교육과정은 필연적으로 상대평가를 요구한다. 모든 학생들에게 이웃 학생은 더불어 사는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하고 깎아 내려야 할 대상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학생들을 어린 나이 때부터 경쟁의 각축장으로 내몰게 되는 것이다.

교육은 사회구성원들에게 경쟁의식을 부추기는 대신 연대의식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홍세화 씨는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대학 입시가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 자아실현의 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말했다. 그것이 바로 이웃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가장 큰 수확은 '이웃에 대한 상상력'을 깨달은 것이다. 이것은 처음으로 들어보는 말이다. '이웃에 대한 상상력'이란 행위의 주체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그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어떤 처지에 놓일까 구체적으로 상상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사람만이 아니라 동식물까지 확대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이웃에 대한 배려라는 말로 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배려는 일방적인 이동인데 비하여 상상력은 쌍방 통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 단계 발전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나에게 있어서 '이웃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한 적은 드물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상상력이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반영된다면 현재와 같은 입시 위주의 교육은 없어질 것이다. 사회에서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확대되어서 현재와 같은 빈익빈 부익부나 신분 세습 같은 모순이 덜어질 것으로 여겨졌다.

학벌체제는 무한 경쟁에서 낙오하거나 패배한 구성원들에게 사회적 불평등을 받아들이도록 작용한다. 현대판 신분제인 명문 학벌에 의해서 나타나는 차별화된 삶을 당연시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학벌경쟁에서 승리한 자들은 귀족화한 사회 상층에 자리하게 된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은 학벌경쟁에서 이긴 자들이 획득하는 지위, 명예, 권력과 부를 당연한 보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홍세화 씨는 이것이 문제라고 했다. 막대한 사교육비의 지출은 투자처럼 여겨지고 경쟁의 승리자들이 누리는 특권이라는 것도 투자에 대한 당연한 대가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특권 의식 때문에 사회상층에게는 사회환원이나 사회적 책임 의식이 없다고 한다. 그들은 오로지 특권의식과 집단 이기주의로 무장한 패거리로 존재하게 된다.

더붙여서 학벌체제는 대학생들에게 공부를 게을리 하도록 작용하기도 한다. 대학입시로 인생의 서열이 정해졌기 때문에 그 이후에 공부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거론되는 '스카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기 때문에 그 자리만 지키면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학벌을 따라갈 수 없다는 패배감 때문에 공부를 게을리 하게 된다는 것이다.

20:80의 사회의 원인을 말하고 있는 홍세화씨 @우리힘닷컴

홍세화 씨는 파리에서 망명생활을 했다. 거기서 이주노동자로서 살아왔다. 실제로 타국에서 어려움도 많았고 물자도 풍족하지 못햇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녀들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가 공교육 체계가 잘 되어 있어서 대학까지 무상교육이 철저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파리에는 파리1대학에서 파리10대학까지 평준화가 되어 있다고 한다. 부모들은 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없이 학생들을 학교에 보내는데 홍세화 씨도 별 부담없이 자녀들을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석차나 등급과는 관계없이 절대평가에 의해서 진급이 결정된다.

시험은 기준 도달 점수인 80점만 맞으면 되고 학생들 사이는 별 경쟁이 없이 상호 인정과 더불어 함께 하는 공동체가 유지된다. 타자에 대한 상상력이 나타날 수 있는 여건이 성립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면 그 상황은 180도로 달라지게 된다.
그 때부터는 학습 성취도에 대한 평가가 철저하게 되어서 학습의 강도가 아주 높아진다고 했다. 파리 대학은 입학생이 1,500명 정도인데 2학년으로 진급할 때는 절반이 넘는 숫자가 낙제를 하게 된다고 했다. 중, 고 시절에는 공동체가 중요했고 저강도 학습으로도 진학에 별 지장이 없었는데 성년인 대학생활에서는 고강도 학습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학부모들은 80점이란 점수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 점수면 전교 석차가 몇 등인지를 따지고 꼭 100점을 맞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현실이다. 서열화로 찌들려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언론이나 사회에서 방기한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학부모들도 다른 자식보다는 자기 자식이 공부를 잘 해서 톱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서 대학에 들어 간 아이들은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지금까지 대학만 들어가면 된다는 강요된 논리 때문에 일단 대학에 들어가면 학습을 게을리 한다. 뚜렷한 목표 의식이 상실되어서 정작 자기와의 싸움까지 게을리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평생 공부를 한다는 의식이나 연구하면서 자기 완성의 길을 제대로 가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접어두고라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을 대학 간판의 억압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그래야만이 남과 경쟁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서 자기와 싸우면서 공정한 경쟁 게임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노력이 상호 비판과 견제 아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구조가 될 때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몇 달전 신정아 학력위조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이렇게 학력 위조가 벌어지고 학벌을 속이는 풍조는 신분상승의 순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구조화된 문제 때문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결과주의가 법의 정의를 무더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대학 간판이 개인의 재능과 자질을 얼마나 억압하고 있는지 말해 준다. 홍세화 씨는 이런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대학 서열 체제를 혁파해야 한다며 이것이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홍세화 씨는 사회와도 자신과도 긴장하라고 했는데 이것은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들은 사회 모순에 맞서 싸우지도 않지만 솔직하지도 않다. 20대 80으로 양극화된 사회, 사회 안전망이 부족한 사회를 보면서도 분노할 줄 모르는 것이다.

홍세화 씨는 어느 대통령 후보가 노골적으로 부자를 위한 교육정책을 내놓았는데도 분노하는 교육주체가 별로 없는 것을 한탄까지 했다.

대학평준화의 길은 험난하다. 물신주의가 팽배한 현실에서 학부모, 교사, 학생 등의 교육주체가 길게 보고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에서도 대학 서열체제의 혁파를 정책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공교육을 정상화 시키고 천민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학 간판과 명함이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여지지만 앞으로는 학벌보다는 실력이 중요한 시대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현재와 같은 학벌 위주의 신분계급이라는 사회적 모순에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교육모순에 관심과 노력이 있을 때에 학벌의 폐해로 확대 재생산되는 하층 신분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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