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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송두율 교수의 '말바꾸기'를 생각한다.
율전 2003/10/01 19:20    

유명인사들 중에 말바꾸기를 한 사람을 여럿 보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세인들의 평가가 일정하지 않음 또한 여러 번 보았다.

86년 민추협 의장이었던 YS는 "DJ가 연금에서 풀리면 그에게 대통령 후보를 양보할 것"이라 했으나 나중에 자신이 했던 발언을 뒤집고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85년 민추협 고문이던 DJ는 "직선제가 이루어지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결국 다음 다음 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 말았다.


양자 모두 똑 같이 말바꾸기를 한 것이다.

물론 YS나 DJ나 그런 그들의 말바꾸기가 이후 87년 양김의 분열로 군정종식을 더 일찍 끝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는 데서 비판받아 마땅한 행위였음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똑 같은 실수를 저지른 양자에 대한 비판의 정도는 달랐다. YS에 대한 비판이 일시적이었던 반면 DJ에 대한 비판은 비판의 도를 넘어 그의 이미지자체를 심히 왜곡시키는 시발점이 되었다.

6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는 "자신은 군인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할 것이며 곧 민간정부에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는 '민정이양 선언'을 하여 동요하던 민심을 안정시켰다. 그러나 이듬해 그는 스스로 군복을 벗어 던지고 대통령이 되어 정권을 거머쥐었다. 말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DJ의 말바꾸기에 대해 지금까지도 열심히 비난을 가하는 대다수의 박정희 추종자들이 박정희의 이런 말바꾸기에 대해서는 단 한번이라도 비판하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박정희의 그런 말바꾸기가 이후 전두환, 노태우에 이르기까지 30년 동안이나 자행된 군부통치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데서 그의 말바꾸기는 YS나 DJ의 말바꾸기에 비할 바가 아님에도 말이다.

물론, 유명인사들의 말바꾸기 행태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판은 최소한 당사자가 내 세우는 이유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그의 그런 행동이 사회 전반에 끼치는 파급효과에 대한 판단을 근거로 해야 할 것이다. 아무런 평가나 판단이 없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비판만 해서는 안 될 것이며 또한 사람에 따라 비판의 잣대가 달라도 안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송두율 교수가 말을 바꾸었다고 타박을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옳은 지적이다. 당연히 송교수의 해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자. 말을 바꿀만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송교수가 말을 바꾸었을까! 그에 대한 해명도 듣기 전에, 그의 말바꾸기가 내포하고 있는 분단이라는 역사적 상황에 대한 고려도 없이 그의 말바꾸기 자체에 대해 도덕적 비난을 가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

그의 말을 믿었던 한 개인으로서의 배신감이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배신감이 곧 그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근거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가 쓴 책 몇 권을 읽으면서, 나는 그 정도의 시대사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단지 해묵은 이데올로기의 덫에 걸려 조국에 발을 디디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더불어 어쩌면 그의 귀국은 자신에 대해 이 쪽 저 쪽에서 덧 씌워 놓은 몇 가지 환상들을 스스로 깨트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도 싶다. 그런 그의 노력에 대해, 적어도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자부한다면 그의 정직한 해명이 있을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오히려 그에게도, 우리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독자 의견 목록
1 . 송두율 교수 기자회견 전문 / [펌] 관련 기사 2003-10-02 / 15:31
2 . 송두율 교수를 포용해야 한다. 율전 2003-10-02 / 16:37
3 . 그가 좌절하지 않기를 빌며 벽앞에서 2003-10-02 / 21:02
4 . 송두율 교수 입장을 들으니 지난 날이 생각나서. 임장백 2003-10-03 /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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