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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 서산ㆍ온금 지구 재개발]
목포시, 서울 뉴타운의 전철을 밟지 말기를
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2012/02/0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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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ㆍ온금 지구 재개발과 관련해 '인권재단 사람(바로 가기)'의 박래군 상임이사께서 우리힘닷컴으로 글을 보내 오셨습니다. 박래군 상임이사는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며 노무현 정부 하에서는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용산참사와 관련하여 옥고를 치렀습니다. 귀한 글을 보내 주신 박래군 상임이사께 감사 드립니다.

서울에서는 뉴타운이 골칫거리다. 지난해 10월 26일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시장의 가장 큰 골칫거리도 뉴타운이었다. 고심 끝에 지난 1월 30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뉴타운 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하였다. 서울 지역의 뉴타운ㆍ재개발ㆍ재건축 대상 사업지 천300여 곳 가운데 절반가량인 610 곳에 대해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서 뉴타운 사업은 10년만에 출구전략을 찾게 되었다. 뉴타운으로 인한 서울 시민들의 갈등, 부정부패와 비리 등으로 서울은 몸살을 앓았다. 그런 서울시가 재개발 관련한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고, 이제 재개발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보고, 가옥의 소유주 중심이 아니라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의 주거권 중심으로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었다.

서울시는 이명박, 오세훈 시장을 거치면서 뉴타운 사업 등 총체적인 재개발 난맥상을 보여왔다. 곳곳에서 세입자들의 저항이 있었고, 급기야는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추진되었던 뉴타운 지역에서 원주민의 재정착률은 20% 남짓에 머무르면서 주거환경을 정비한다는 애초의 목적이 아니라 땅 투기꾼들과 건설사의 배만 불리는 재개발의 문제점이 끊임없이 지적되어왔다. 이런 갈등과 난맥상을 원점에서 해결하겠다고 하니까 또 다른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이것은 재개발 사업이 난개발로 흐를 때부터 예상되었던 일이다. 이제 서울시는 전면적인 철거와 아파트 중심의 재개발을 넘어서 기존의 주거환경은 보완하면서 거주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시민운동가 시절의 박원순 서울 시장 ©우리힘닷컴

서울이 뉴타운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고 있는 마당에 목포시가 '서산ㆍ온금 지구 재정비 촉진계획’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통적인 전면 재개발과 아파트 중심의 재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낡은 패러다임이 아닐 수 없다. 어디서 들어본 지역이다 해서 생각을 더듬어보니 2010년 7월에 EBS 한국기행에 소개되었던 바로 그 지역이었다. <째보선창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던 온금동의 모습은 아련한 정취를 자아냈다. 유달산 밑 목포항으로 이어지는 해안가에 자리한 그 마을의 모습, 근현대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런 모습을 보고는 언젠가 목포를 가게 되면 꼭 들러서 유달산으로 올라가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 인터넷에서 그곳을 소개하는 글들을 심심찮게 보게 되니 말이다.

재개발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 번 헐어내면 그곳에 있던 역사의 흔적도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잘못된 재개발의 방식으로 인해서 하루아침에 거주하던 동네를 떠나서 집 없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그런 방식의 재개발은 재고에 재고를 거듭해서 결정해야 한다. 더욱이 세입자들이 전체 가구의 80%가 넘고, 그중의 상당수가 독거노인들이라고 하면, 이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의 재개발이어야 하지, 갈 곳 없는 그들을 강제로 내쫓는 재개발이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주거환경을 정비한다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일 수 있다. 누구나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그것은 서산ㆍ온금지구에서 사는 가옥주나 세입자나 마찬가지다. 주거환경을 개선하면서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이 쫓겨나지 않는 방식의 재개발이라고 한다면 꼭 고층 아파트일 필요는 없다. 이제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오명은 벗으면서도 유달산과 목포항으로 이어지는 역사적인 현장을 잘 보존하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 때 목포의 관문이었던 서산ㆍ온금 지구 ©우리힘닷컴

지금 목포시가 계획하고 있는 방식대로라면 전면적인 철거와 원주민의 재정착은 보장할 수 없는 재개발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굳이 목포시가 그럴 리 없다고 강변한다면, 서울의 그 수다한 재개발의 현장을 보라고 하고 싶다. 25층 고층 아파트 건설을 밀어붙이는 속내가 의심스럽지만, 만약 철거만 단행하고 다시 공사가 지연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민간에 의한 재개발 방식이 갖는 숱한 문제가 목포시 서산ㆍ온금 지구에서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민간 재개발은 필히 철거용역에 의한 폭력사태를 낳고, 세입자들은 거기에 저항하면서 싸울 것이고, 시공업체는 재개발 조합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우려 할 것이고, 분양가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올라갈 것이고, 그러면 그곳의 가옥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애초에 예상했던 이익도 보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집을 찾아 나서야 할 수 있다. 그렇잖아도 부동산 경기도 하락하고 있고, 은행권에 물린 건설사들의 PF 대금이 언제 은행을 파산으로 몰고 갈 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굳이 왜 이런 재개발을 서두르는지 알 수가 없다.

주거권은 토지와 가옥의 소유자가 세입자들을 맘대로 내보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게 아니다.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도 최소한 지금 살고 있는 그 수준의 주거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이고, 그럴 때라야 주거가 안정된다. 그러기 때문에 용산참사를 겪고 난 서울에서는 ‘강제퇴거금지법안’을 마련하고, 이를 법제화하기 위해서 국회에 발의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세입자들을 포함하여 서산ㆍ온금지구의 주민들의 주거권이 보장되면서도 그곳의 역사적인 흔적을 보존하면서 친환경적인 개발의 방식을 시와 시의회, 그리고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하는 과정부터 제대로 밟아서 재개발 계획이 세워지면 좋겠다.

요즘의 관광자원은 단지 수려한 자연경관이 있다고 해서 충족되지 않는다. 자연과 함께 살아온 인간의 역사가 함께 숨 쉬는 곳이라야 사람들이 다시 찾는 여행지가 될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이 충분한 서산ㆍ온금지구에서 사람들이 함께 엮어온 삶의 흔적을 애써 지우고 사람의 숨결을 느낄 수 없는 아파트촌을 둘러보려고 목포를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목포시가 용산참사의 아픈 기억을, 서울시장이 왜 뉴타운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했는지를 심사숙고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앞으로도 서산ㆍ온금지구를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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