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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이 사라졌다
아찌 2009/02/22 17:46    

용산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다. 정부와 검찰의 억지 궤변으로 일단락 된 듯하지만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건 하나도 없다.

오로지 화염병을 들었다는 사실 하나를 빌미로 공안 사건으로 급조해낸 후, 공안부에 배당하여 간첩 사건을 조작해 내듯이 정권의 입맛에 맞게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고 결론을 짜 맞추는 수사를 강행했다. 경찰과 검찰은 함께 작당을 하고는 서로에게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소설을 썼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의혹이 줄줄이 터져 나오더라도 정치 검찰의 예단에 따라 새로운 의혹과는 무관하게 짜여진 각본에 따라 수사는 그대로 진행되었고, 청와대의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해 정부는 무조건 잡아떼거나 청와대 행정관 한 사람의 실수인양 꼬리 자르기 식으로 뭉개 버리고 있다.

명백한 왜곡이 자행되는 현실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직시하면서도 이상하게 주요 언론에서는 검찰의 수사 발표 이후, 금기 사항인 양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 발표 시점을 기다렸다는 듯이 갑자기 잠잠해졌고, 언론에서 더 이상 용산 참사를 거론하지 않게 되자 숱한 의혹이 하나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스란히 그대로 묻혀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영문도 모른 채 의혹만 남기고 용산은 사라졌다.

이렇게 되가는 와중에 터진 청와대의 여론 조작 의혹 역시 소리 없는 메아리가 되어 오늘의 사건이 순식간에 어제의 사건으로 증발해 버렸다. 언론이 감시와 검증을 포기해 버림으로 인하여 거짓말로 일관하거나 잡아떼거나 숨기면 그걸로 끝나고 구차한 변명이 사실이 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조용히 끝나가는 듯한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으로 볼 때, 용산 참사는 이명박의 완전한 승리인 것처럼 굳어져 가고 있다. 이게 바로 조중동과 이명박 정권의 바람이었고 이들이 동맹을 맺어 함께 애써 외면하며 침묵을 지키자 자연히 잊혀진 사건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의 영향력이 다소 감소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회적 의제 설정은 여전히 조중동이 쥐고 있기에 이런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이라는 두 공영방송은 우리 사회의 사회적 의제를 주도하는 데는 아직 그 힘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터인데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어정쩡한 공영방송 체제에서 오히려 정치적으로 미묘한 사안은 가급적 끼어들지 않으려 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정치 세력과 이들과 정치색이 정확히 일치하며 이들의 든든한 우군의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정치 세력인 조중동과의 연합 세력이 항상 막강한 힘을 발휘하므로 이들과 관련된 정치적 사안은 깊이 치고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영방송이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하더라도 공영방송을 표방한 이상 용산 참사는 피해갈 수 없는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용산 참사는 그 어디에도 하소연 할 데가 없는 사회적 약자가 살려 달라고 호소하면서 살기 위해 발버둥친 죄로 처참한 죽음을 맞게 된 사건이다.

자신들의 난처한 입장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의 억울함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포기한다면 그건 공영방송의 책무를 완전히 포기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두 공영방송은 이런 기대를 저버리고 이제 과거의 일로 치부하고 넘어 가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문화방송은 좀 달랐던 게 사실이고 그래서 박수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검찰 수사 발표 이후에는 집회가 있었다는 사실만 짤막하게 보도하며 비판을 자제하거나 포기해 가고 있음이 노골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용산 참사는 용역들 때문에 벌어진 사건인데, 세입자를 직접 괴롭히던 작은 용역이 있고 그 용역의 배후에서 그들을 든든하게 지켜주던 경찰과 검찰이라는 더 힘이 센 용역이 있고, 맨 위에는 재벌의 용역인 이명박이 버티고 있다. 이 사건은 결국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과도 암암리에 연결되어 있는 사건인 것이다.

문화방송은 삼성과 관련된 엑스파일 사건을 피해갔다. 이번에도 역시 똑같은 길을 가려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 문화방송에 따져 묻고 싶다. 정부의 방송 개혁을 반대하며 공영방송을 사수하겠다는 목적이 대체 무엇인가? 사회적 약자들의 억울함을 철저히 외면하면서 굳이 공영방송을 틀을 지켜서 무얼 하겠다는 것인가?

문화방송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용산 참사는 우리 사회의 사회적 양심을 자처하는 시민단체들이 나서야 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여기에 참여 참여하는 시민단체가 있는지 의문이다.

대책위에 이름만 올려놓고는 다 자기 일에 바쁜지 주도적인 역할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단체가 보이질 않는다. 진보 단체가 주도하는 형태를 띠게 되면 고립될 수밖에 없는데도 이들만이 나서서 주도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

전문화의 함정에 빠져 전문화 된 자기 일만 고집한다면 뭉쳐서 얻어야 할 건 하나도 얻을 수 없다. 전략적으로 사고하며 흩어져 있다가도 연대의 힘을 발휘할 사안이라 싶으면 하나로 힘을 모아 응집된 힘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 왔던 것이 어쩌면 더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에 가깝지 않은가 되묻고 싶다.

가장 억울한 죽음인 용산 참사마저 사회적 양심 세력들이 외면해 버린다면 우리 사회에서 공통의 주요 사회적 의제로서 서로 연대해야 할 사안은 이제 없다고 봐야 한다. 이걸 연대해서 풀어 나가려는 노력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대체 무얼 가지고 연대해 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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