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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송의 개발찬가
개발은 선, 규제는 악인가?
아찌 2008/02/13 14:27    

한국방송 9시 뉴스를 보면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뇌어 봤다. 개발업자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두둔하면서 개발을 막는 것은 그 어떤 것이든 다 잘못된 것이라는 식의 보도가 너무나 당연하고 빈번하게 메인 뉴스의 전파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정부에서는 해외로 나가는 골프 인구를 국내로 유인하기 위해 반값 골프장 건설 정책을 내놓았다. 그렇게 하려면 토지 비용을 대폭 낮추어야 하는 관계로 농지를 전용하여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실효성 면에서도 많은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농사를 짓는 용도로 써야 마땅한 농지를 골프장 용지로 마구 전용하여 개발할 수 있는 길을 터준다는 면에서 많은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는 정책이었다. 무모해 보이는 이런 개발 정책이 불거져 나왔을 때는 이에 따른 파장이나 문제점 등을 심도 있게 다루어 줌으로서 사회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게 유도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언론 본연의 임무여야 한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정책의 하나로 단순하게 취급하고 넘어가 버렸다. 그래 놓고는 시간이 지나도 진전이 없다면서 뜬금없이 꼭 해야 하는 일인데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몇몇 규제 조항 때문에 정책이 겉돌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이렇게 한쪽만을 대변하는 편향적인 비판을 접하는 일반 시민들은 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인식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주요 정책이 제때 시행되지 않아서 헛되게 국가적인 낭비가 초래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럼 한번 따져보자. 수요만 있으면 수요에 맞추어 무엇이든 만들어야 하는가? 수요만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요에 맞추어 공급을 해야 하는가? 공급 위주의 정책에는 문제가 없는가? 도로와 아파트는 부족해서 그렇게 많이 만드는가?

골프와 해외여행 등의 서비스 부문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어떻게든 국내로 돌려서 적자가 발생하지 않게 막아야 하는가? 국내로 돌리려는 정책을 편다고 해서 해외여행이 줄어들고 해외골프가 줄어든다는 보장이 있는가?

해외여행으로 눈높이가 높아진 사람들이 국내에 개발 위주로 흔하디흔한 인위적인 관광지를 몇 개 더 만들어 놓는다고 해서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 국내여행으로 만족하겠는가? 해외에 나가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값싼 골프 비용과 더불어 값싼 해외여행을 겸할 수 있다는 장점에다 은밀하게 매춘을 하는 재미에 빠져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 골프장을 많이 만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가?

반값 골프장 건설 정책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실제 예상했던 그런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 검증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개발을 못해 안달이다. 여기에는 개발업자의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왜 언론은 앞뒤 가리지 않고 전위대마냥 여기에 부화뇌동하는가?

인천의 송도신도시 개발에 대한 보도 역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꿈꾸면서 거창하게 시작한 개발 사업이지만 원래의 계획이 대체 얼마나 실현되었는지 의문이다.

외국 기업의 유치 실적이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러 더 이상의 진척이 없고 아파트 중심의 개발로 바뀌어 아파트만 속속 들어서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 모든 책임을 한국방송에서는 규제 탓으로 돌리는 단정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개발업자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불만을 언론이 대신하여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앵무새처럼 방송에다 중계방송 하듯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거창하게 개발사업을 벌여 외관만 화려한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채워진 도시를 하나 더 세운다고 해서 동북아의 금융허브가 자동적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탄탄한 산업 자본의 기반위에 실질적인 중심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잘 구비한 지역이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아시아에서는 도쿄나 상해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주도면밀한 준비를 거쳐 우리나라의 송도 신도시가 도쿄나 상해와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는 판단 하에 추진한 개발 사업이 맞는가? 경쟁력을 확보했거나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에라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있는가?

우리는 개발거리만 있으면 막연하게 될 수 있을 거란 믿음만 있어도 일을 추진하고 착수한다. 외국인 투자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한데 따른 필연적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여기에서도 모든 책임을 규제 탓으로 돌리고 있다. 수도권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 문제라는 것인가? 수도권 규제는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필요하기에 만든 규제이다. 그런데도 왜 서울 사람의 시각으로만 이 문제를 다루는가? 지방 사람들은 들러리인가?

수도권 규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일을 벌였다는 건가? 이를 감안하고 인정한 후에 가능한 범위와 방법을 찾고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해 가면서 시행 했어야 하지 않는가? 일단 저질러 놓고 떼를 쓰면 해결되는 건가? 공영방송이 개발업자인가?

전봇대 사건과 공영방송의 개발찬가가 겹쳐지면서 개발은 선, 규제는 악이라는 양극단으로 치닫는 사회가 연상되어 복받치는 슬픔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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