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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보고서’에 발끈한 6개 사립대학 총장님들
일부 대학 총장들의 인식 수준을 개탄한다
방학진 2010/01/21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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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 ©우리힘닷컴

국회는 4대강과 노동관계법 문제로 유래 없는 파행을 겪고 있었고, 텔레비전은 온통 연말 시상식 중계로 정신이 없던 12월 28일, 6개 사립대학 총장들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4년 반 동안 조사․작성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보고서’의 시정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대통령을 비롯한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 제출했다.

6개 대학은 이화여대, 고려대, 서울여대, 상명대, 성신여대, 연세대다. 연말연시 수많은 뉴스들에 묻히기는 했으나 이들 대학 총장들이 연명해 작성한 청원서 내용을 보면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을 책임지는 분들의 인식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하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기록을 위해 청원서 전문을 옮겨본다.


2005년 활동을 시작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위원회가 2009년 11월 27일에 활동을 종료하면서 그동안의 조사결과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보고서의 따르면 국내 주요 사립대학의 설립과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했던 주요 인사들 대부분이 친일행위자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위원회의 보고서가 민족교육에 대한 공헌의 유무와 관계없이 친일행위자로 매도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본인들은 관련대학의 총장으로서 심히 유감을 금할 수 없는 바입니다.

이들 인사들은 민족적 고난의 시기에 고등교육기관을 설립하여 교육의 초석을 다지고 민족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인재 양성에 매진하여, 해방 이후 오늘에 이르는 한국사회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습니다. 오늘날의 한국이 있기까지 험난한 길을 헤쳐 온 사립대학들이 제공한 수준 높은 교육은 간과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 위원회의 보고서는 주요사립대학들의 토대를 닦은 인사들을 일괄적 잣대로 무리하게 재단하고 폄하하여, 한국사회에 미친 공헌에 대해서마저 부정적 판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나아가 일제하의 혼란 속에서 학교를 지켜온 이들의 역할을 폄하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유수한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들 대학의 위상에도 심각한 위해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본 총장들은 동 위원회의 보고서가 해당 대학의 앞날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며 조사결과에 대한 조속한 시정을 청원하는 바입니다.

2009년 12월 28일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이배용, 고려대학교 총장 이기수, 서울여자대학교 총장 이광자, 상명대학교 총장 이현청, 성신여자대학교 총장 심화진, 연세대학교 총장 김한중



6개 대학 총장들이 청원서에서 전개하고 있는 논리체계는 아주 단순하다. 우선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자기 대학의 설립․발전에 기여한 인사들을 폄하하여, 한국사회에 미친 공헌에 대해서마저 부정적 판정을 내리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유수한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성장하고 있는 자기 대학의 위상에도 심각한 위해를 가하고 있으니 대통령과 관계 장관들이 보고서 내용을 시정해 달라는 것이다.

순서대로 반론을 해보자. 우선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설치 근거인 관련 특별법은 벌써 2004년 3월에 제정되었고, 이 위원회는 법에 의해 ‘친일반민족행위 조사대상자를 선정하고 친일반민족행위를 조사하여 결정’을 하도록 법률에 기능이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위원회가 특정 대학 인사들을 폄하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나아가 위원회는 조사대상자의 해방 후 행위에 대해서는 판단할 어떤 법적 근거 또한 없다. 정부 소속 위원회가 운영되는 기본적인 작동원리조차 6개 대학 총장들은 모르는 모양이다. 만약 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이 불만이라면 이는 행정소송 또는 또 다른 법 제정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둘째, 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으로 인해 해당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는 데 심각한 위해를 가하고 있다는 주장은 아무리 인과관계를 찾으려 해도 이치에 닿지 않는 엉뚱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다. 만약 위원회 보고서를 모두 백지화시킨다면 해당 대학들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언제든 발돋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셋째로 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을 대통령과 관계 장관들이 무슨 권한과 능력으로 시정할 수 있을까. 대통령과 관계 장관들이 위원회에서 활동한 전문연구인력보다 깊은 역사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기라도 한 것일까.

이들 총장들이 말하는 ‘민족적 고난의 시기에 교육의 초석을 다지고 민족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인재 양성에 매진’한 인사들은 과연 누구일까. 바로 김활란(이화여대), 김성수(고려대), 고황경(서울여대), 상명대(배상명), 이숙종(성신여대), 백낙준(연세대)이다. 김활란과 김성수는 이미 우리힘닷컴 지면을 통해 친일행적을 일부나마 다룬 바 있으니 이번호에서는 부족한 지면이나마 고황경, 배상명, 이숙종, 백낙준이 ‘민족적 고난의 시기에’ 어떤 말과 글로써 누굴를 위한 ‘인재 양성에 매진’했는지 잠시라도 살펴보자.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백낙준 편©우리힘닷컴


배상명 : (지원병) 떠날 때에 ‘목숨 달아날 때까지 나라를 위하여 일하라’고 격려해 준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 독자라도 婿養子드릴 셈 잡고 虛心으로 나라에 바치는 각오가 서야 하겠습니다. ‘스물한 살까지만이 내 아들이란’ 경지에 도달할 날이 머지않아 올 줄 압니다. … 라디오에서 지원병의 어머니가 전사한 아들을 야스꾸니신사에서 대면하는 방송이 있었는데 대단히 감격적이더군요. (좌담회 ‘징병령과 반도 어머니의 결의’ <조광> 1942년 6월)

고황경 : 대동아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되는 이때에 …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 大戰(태평양전쟁-글쓴이 주) 1년 동안 우리는 국가에 대한 무한한 감사를 알게 되는 동시에 그 보답할 길은 몸과 맘을 국가를 위해 바칠 것이라는 것과 물자를 지극히 애호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지혜있고 명예스러운 특권인 동시에 이 전쟁을 완수시키는데 힘이 되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大戰 1년간에 배운 것, <半島の光> 1943년 1월)

이숙종 : 군국의 여성을 길러⦆낼 조선교육계의 책임은 더욱 큰 것은 물론⦆나로서도 교육자란 입장에서 그 책임과 함께 광영을 느꼈습니다. 학교 교육이란 단지 지식의 함양에 치중하던 과거의 폐단은 근년에 와서 정신과 육체가 일체가 된 황국신민연성에 주력하여 그 성과를 크게 보고 있거니와 이제로⦆부터는 더욱⦆더 떳떳한 군인의 아내가 되고 군국의 여성될 강하고 품성이 아름다운 여성을 길러내기에 전교육계는 힘써야 될 줄 압니다. (중략) 美만을 찾던 여성도 이제는 건강하고 투쟁력 있고 의지가 굳은 즉 군인의 아내 군인의 어머니가 될 굳세고 고결한 여성이 앞으로 더욱 더 많이 교육에 의하여 배출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굳게 해야 할 진충보국의 결의, <매일신보> 1942년 5월 12일)

백낙준 : 6월 둘째 주일은 우리교회의 어린이날이다. (중략) 우리 일본의 어린이들은 천황의 赤子요 국가의 자녀이다. 이 나라에 나고 자라고, 이 나라를 위하여 살고 또한 죽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본 어린이들은 君國을 위하여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는 천황의 적자인지라, 언제든지 황송하고 감격한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사설- 어린이날’ 기독교신문 1942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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