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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연히 비교되는 전현직 대통령의 역사인식
최고 지도자의 역사인식은 우리 삶과 일상에 반영
방학진 2009/07/03 10:25    

지난 5월 27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징용, 징병 등의 희생을 당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 100여 명이 모여 조촐한 저녁 식사자리가 있었다. 평소 사회적 무관심과 가난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이 가정의 달을 맞아 서로 안부도 확인할 겸해서 모인 자리였다. 그러나 이 날 모임은 예전과 달리 좀처럼 흥이 나질 않았다. 나흘 전 난데없이 벌이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온 나라가 패닉상태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이 날 모임을 주관한 단체에서는 모임을 연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고령인데다 다음 모임을 준비하는 것이 더 힘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모임을 진행했다. 모임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추모 영상이 상영되었는데 모임에 참석한 모두들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아버지의 위패가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강제로 합사되어 있는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이희자 대표는 “징용 징병문제 해결을 위해 저를 포함한 피해자들이 30년 가까이 일본 정부는 물론 한국정부를 상대로 싸워오면서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의 공로를 잊을 수 없다.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참여정부 들어 일제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처음 보상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들 뿐 만아니라 제주 4.3항쟁, 한국전쟁당시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 그리고 각종 공안 조작 사건 피해를 당한 과거사 관련자들도 하나같이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했다. 아마도 그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 역사문제에 가장 깊은 관심을 가진 대통령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누리집을 보면 언론정책, 균형발전, 종부세 등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쟁점 15가지를 정리해 놓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과거사’항목이다. 이는 취임과 더불어 과거사문제에 부정적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이명박 정부와 확연히 대조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삼일절 기념사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역사관을 드러냈다.

“과거의 어두운 면만 보지 말고, 밝은 면을 이어받아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뒤만 돌아보고 있기에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우리 앞에 많습니다. 언제까지나 과거에 발목 잡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을 수는 결코 없습니다. 이미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이념의 시대는 갔습니다. 투쟁과 비타협으로 갈등하는 시대도 이제 끝이 나야 합니다. (중략) 한국과 일본도 서로 실용의 자세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역사의 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길을 늦출 수는 없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역사인식은 그대로 우리들의 삶과 일상에 반영된다. 그런 점에서 과거사 문제를 다루는 단체와 관계자들에게 분명히 현 정부 집권 기간은 힘든 시간일 수밖에 없다. 이번 달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는 의미로 재임시절 일관되게 ‘역사를 직시하는 것만이 미래를 위한 길’임을 밝혀온 데 대해 높이 평가하며 그의 과거사 관련 주요 발언을 소개한다.

“친일했던 사람들이 사회 지도층으로 행세, 애국지사와 후손들을 박해”

(200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 중에서)

애국선열들이 하나뿐인 목숨까지 내놓고 투쟁했던 그 시간에 민족을 배반하고 식민통치를 앞장서 대변했던 친일행위가 여전히 역사의 뒤안에 묻혀 있습니다. 더욱 부끄러운 일은, 역사의 바른 길을 걸어 온 독립투사와 그 후손들은 광복 후에도 가난과 소외에 시달리고, 오히려 친일했던 사람들이 사회 지도층으로 행세하면서 애국지사와 후손들을 박해하기도 했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한때는, 친일 인사가 독립운동가의 공적을 심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은 3대가 가난하고 친일했던 사람은 3대가 떵떵거린다는 뒤집혀진 역사인식을 지금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를 바로 세워야 민족정기를 세울 수 있다”

(2005년 5월 31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 임명장 수여식 후 간담회에서)


친일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정에서 과거의 상처를 건드리는 아픔이 있겠지만, 역사를 바로 세워야만 우리 민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민족 공동체를 배반하지 않는 민족정기를 세울 수 있다. (중략) 진실에 근거해 정통성 있는 역사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미래를 대비한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일본이 잘못된 과거사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공정해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진실에 기초한 역사의 정리가 중요하다.

“국가권력 남용해 국민의 생명, 재산을 빼앗아 놓고 큰소리까지 치는 일 없도록 하자”

(2005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 중에서)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범죄, 그리고 이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배상과 보상에 대해서는 민·형사 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조정하는 법률도 만들어야 합니다. 더 이상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 놓고 나 몰라라 하고 심지어는 큰소리까지 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국가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의 걸림돌을 지금껏 넘어서지 못했던 것”
(2006년 4월 3일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 추도사 중에서)

아직도 과거사 정리 작업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의 걸림돌을 지금껏 넘어서지 못했던 것입니다. 누구를 벌하고, 무엇을 빼앗자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은 사실대로 분명하게 밝히고 억울한 누명과 맺힌 한을 풀어 주고,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다짐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통해 우리 국민이 하나가 되는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난날의 역사를 하나하나 매듭지어갈 때 그 매듭은 미래를 향해 내딛는 새로운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동북아 평화를 위해 일본은 역사적 진실을 존중하는 태도 보여야”

(2007년 3월 1일 3.1절 기념사에서)

역사교과서, 일본군 위안부,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같은 문제는 성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잘못된 역사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양심과 국제사회에서 보편성을 인정받고 있는 선례를 따라 성의를 다해주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국제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길이 될 것입니다.


< 필자인 방학진님은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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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의견 목록
1 . 국민, 유권자 권리를 확실히 행사합시다. 한바다 2009-07-03 / 17:16
2 . 노무현은 대안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노무현이어야 한다!! 민들레홀씨 2009-07-03 / 23:55
3 . 민들레홀씨님 .... 2009-07-04 / 08:26
4 . 바보혁명가를 위한 변명-지금의 침묵은 그가 미워서가 아니라 폭력사회를 방조한 댓가이다! 민들레홀씨 2009-07-04 / 13:18
5 . 노무현을 위한 변명-죽기직전 깨달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는 자유로운 시민의 조직이다!'-단체를 지어막자! 민들레홀씨 2009-07-04 /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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