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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넘어 ‘저팬 프렌들리’로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첫 고객이 된 우리나라
방학진 2009/03/06 01:56    

한국은 그동안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1호와 2호를 각각 1999년과 2006년에 성공적으로 쏘아 올리며 항공우주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고 있다. 2004년 노무현대통령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체결한 ‘한-러 우주기술협력협정’으로 한국은 우주산업 강국인 러시아와 파트너쉽을 이루면서 적극적인 기술이전도 약속받은 바 있다. 그러한 파트너쉽의 일환으로 2008년 4월에는 이소연 씨가 한국인 최초로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날아올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36번째로 우주인 배출한 나라가 되었고 우주 개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더불어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이제 국민들에게 ‘아리랑’ 몇 호라는 인공위성 이름은 전혀 낯설지 않다. 그리고 2011년에는 아리랑2호의 후속 위성으로 국가수요와 상업적 위성 영상 제공을 목표로 개발 중인 고해상도 지구관측위성인 아리랑3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이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지난 해 10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리랑3호의 발사용역 제공업체 선정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 업체로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 용역에는 독일과 러시아가 컨소시엄을 이룬 유로콧도 응모했으나 최고 점수를 획득한 미쓰비시 중공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한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미쓰비시가 유로콧에 비해 약 20% 정도 저렴한 비용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항우연의 한 연구원은 미쓰비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발사체 제작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선정 당시에는 이렇다할 관심을 끌지 못한 업체 선정 문제가 새롭게 주목을 끌었던 것은 지난 1월 일본의 아소 총리 방한 무렵에 보도된 요미우리신문 보도 때문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아리랑 3호 위성 발사 사업자로) 애초 러시아 로켓으로 발사 예정이었지만, 이 대통령이 (미쓰비시 중공업으로) 교체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물론 17년째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관련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청와대와 정부의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어느 쪽에서도 아직 속 시원한 대답은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관련 단체들이 특히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미쓰비시라는 회사의 과거 전력 때문이다.미쓰비시 중공업은 1944년부터 나고야 항공제작소에서 12살에서 15살의 조선 소녀 300여명을 ‘조선인 근로정신대’란 이름으로 강제 동원해 노역을 시키면서도 임금과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지금껏 피해자들의 의해 소송을 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전범기업이다. 조선인들의 강제노역을 통해 미쓰비시는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원들의 공격용 비행기도 악명이 높았던 ‘제로센’ 비행기도 바로 나고야의 공장에서 제작했다. 지금도 그 나고야공장에서는 비행기대신 로켓이 제조되고 있는데 바로 인공위성 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로켓 부품이 이 공장의 주력 제품으로 바뀐 것이다. 전투기와 자동차로 명성을 날린 미쓰비시는 이제 일본 정부와 손잡고 우주산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값싼 비용을 무기로 해외 마케팅을 벌인 결과 이번에 아리랑3호 발사용역을 처음으로 수주한 것이다. 즉 한국이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첫 고객이 된 셈이다.

미쓰비시가 저렴한 발사비용을 무기로 용역을 땄다고는 하나 군사, 안보와 직결되는 우주항공산업의 특성상 단순히 비용 절감차원에서 미쓰비시를 선정한 것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이러한 우려는 일본이 작년 5월 제정한 ‘우주개발기본법’을 생각한다면 더욱 커진다. ‘우주개발기본법’에서 우주개발전략본부라는 조직을 두고 총리가 본부장을, 관방장관이 부본부장을 맡도록 하면서 일본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하는 우주개발을 추진’을 명문화하고 있을 정도로 일본 정부 스스로 우주산업이 곧 군사 활동과 의 관심이 큰 분야이다. 동북아에서 군사대국화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일본에게 이번 아리랑3호 발사 용역을 맡긴 것은 그야말로 그들의 침략본성에 더욱 용기를 북돋아주는 꼴이 되어 버렸다.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행태는 정부가 나서서 재계와 함께 나치에 협력한 기업들이 기금을 모아 나치시절 강제노역자들을 위한 보상기금을 설립한 독일 정부와 독일 기업들의 모습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독일의 경우 2000년 정부와 기업들이 협력하여 100억마르크(약 6조원)를 모아 민관 합동으로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재단>을 설립해 나치시대 강제노역을 했던 100여 개국 166만 6천명에게 우리 돈으로 약 5조 3660억원을 보상금 지급했다. 여기에는 폭스바겐 등 이름난 독일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참가하고 있다. 사실 독일정부는 1956년 ‘독일연방보상법’과 그 이전에 체결된 ‘런던채무조약’을 통해 강제노역자들에 대한 법적 보상 책임은 이미 면제받은 상태였지만, 끊임없는 보상 요구를 결국 수용한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독일은 베를린 인근에 나치 당시 강제노동수용소로 사용됐던 자리에 ‘나치강제노동센터’를 개관하는가 하면 여성강제수용소 자리에도 역시 기념관을 개관해 성고문 등을 비롯한 나치의 잔학상을 그대로 교육하고 있다. 물론 독일정부와 기업들이 100% 자발적으로 이러한 일련의 조치를 취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역사 문제를 경제문제와 결부시키지는 않는다.

한일 과거사 문제를 들먹이면 일본의 비협조로 한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처럼 국민에게 겁을 주는 현 정부의 모습을 보면 경제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역사도 정신도 헐값아 팔아넘긴 저 1965년의 굴욕적인 협정의 책임자가 연상된다. 이번 한일회담 때 아소 총리와 함께 방한한 캐논, 도요타, 신일본제철, 도시바 회장 등은 과연 빈손으로 돌아갔는지 아니면 미쓰비시처럼 어떤 선물을 받고 돌아갔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재일동포 이양수 씨가 독도를 일본영토에서 제외한다는 일본 현행법령 두 건으로 발견했는데도 정부 반응은 시큰둥한 것을 보면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더해 ‘저팬 프렌들리’임이 확실해 보인다.

2월 3일 일제시대 미쓰비시중공업에 끌려가 원폭 피해를 당한 징용피해자들이 부산에 연락사무소를 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부산고등법원에 제소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재판에서 한국 법원은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한국 법원마저 일본 전범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제 일제시대 피해자들은 어디를 행해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


< 필자인 방학진님은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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