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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인의 진도이야기


코시안은 없다
박남인 2004/12/22 22:16    

이웃집 총각이 결혼한다고 해 예식장에 갔다. 신랑은 삼십대후반으로 총각이라고 하기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시골에서는 흔한 일이다. 더구나 신부가 한국인이 아닌 동남아시아출신 여성이다. 이도 시골농촌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사회일각에서 재외국인이나 그 자식들을 흔히 ‘코시안’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확하게 정착 규정된 용어가 아님에도 달리 이를 우리말로 부를 대체용어를 찾지 못해 이렇게 부르고 있다.
농촌을 기피하는 한국의 젊은 여성들(그 부모들도 마찬가지다)을 찾지 못해 수년 전부터 종교단체를 통하거나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주로 동남아시아 여성들을 찾아 결혼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같은 문화정서와 언어를 사용하는 중국 조선족 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결혼 상대자들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은 없는 반면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동남아시아인 신부를 맞는 가정에서는 여간 큰 애로움이 뒤따르기도 한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진도사랑연대회의(의장 조정일)는 11월 29일부터 저녁시간을 이용해 이들을 대상으로 ‘기초한글학교’를 열기로 했다.
현재 진도관내에는 약 40여명의 재외국인이 있다고 한다. 이도 통계상에 올라온 숫자이고 결혼예정자나 미혼자, 일반 직장인들은 제외한 수치이다.
이들은 가정 안에서는 소위 ‘바디랭귀지’를 동원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나 일반 사회생활에서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어린 나이에 물설고 낯 설은 이국땅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눈빛이 꼭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호기심반 궁금증으로 내다볼 뿐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풀어가는데 아직은 우리사회가 적극적인 자세를 내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도 엄연히 법적으로 일정 시기가 지나면 당당한 ‘한국인’의 지위를 갖는다. 그들 사이에 생긴 아이들도 우리 한국인임이 틀림없다. 이들이 온전하게 이 사회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도움이 너무 부족한 실태다.

이번 진도사랑연대회의에서 전교조진도지부, 진도농민회, 진도환경협의회의 후원을 받아 매주 2회씩 한글학교를 여는 것은 뜻 깊은 일이다. 본인들은 물론 그들의 자녀들이 취학할 때 부모로서 최소한의 보살핌을 위한 한국어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것이 없다.

이번에 진도에서 처음으로 ‘한글학교’를 연다는 소문을 듣고 진도고등학교(교장 이기암)와 천주교 진도성당측에서도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기로 했다.
이들이 당당한 ‘진도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탁월한 포용력을 가진 진도문화’를 자랑하는 진도사람들이 큰 관심을 가져 주기를 주최단체와 관계자들은 바라고 있다.
이를 계기로 재외국인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친정식구 한 명 없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혼의 첫발을 디딘 윙웨이푸창 신부와 신랑에게 진정어린 축하를 보낸다.

이날 결혼식 주례는 진도임업협동조합의 허경옥조합장이 맡아주었다.
우리가 아직도 배타적 민족주의를 고집하거나 비교우월주의에 빠져 있을 때 서울은 지방을 식민지정책으로 도외시하고 미국 또한 우리의 후진성을 비웃으며 터부시한다는 점을 우리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진도사람들은 가장 큰 고통과 수난을 겪어왔지만 ‘해원과 상생’이라는 인류 최고의 선진문화를 일궈온 사람들이다. 내 식구 한사람이 더 늘어 함께 든든히 어깨를 걸어 나갈 수 있음을 기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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