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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인의 진도이야기


숭어는 어디에서 오는가
박남인 2016/10/25 14:38    

숭어회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구름이 그린 달빛도 먹먹한 밤
병원 앞에서 부검을 겁박하던
경찰들이 철수했다고
분향소 천막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침 지나서 전화를 받고
티브이 뉴스에 박혔던 가물가물한 눈이
겨우 방향을 틀었다
“여보 어젯밤 숭어 생각나?”
숭어라니
내가 한 번이라도 세상을 거슬러 올랐던가

“냉장고 야채칸을 열어봐”
그래 잠의 뻘 속에 묻힌 기억이 조금씩 드러났다
정말로 큰 숭어 한 마리가
등허리를 굽힌 채 잠들어 있었다
밤새 거실에서 배중손의 칼을 꿈꾸다
움츠려 잠들었던 미몽에
신문지를 깔고 칼을 들었다

장미의 칼은 붉은 문양보다 서툴렀다
굵은 비늘을 힘겹게 벗겨냈다
헛방질 비루한 절구질의 간밤이 떠올랐다
칼은 너무 녹슬었다
다시 생각하니
내 손이 너무 후들거렸을 뿐이다

비늘이 튀어가는 바닥에 시가 있었다
며칠 전 신문을 깔아놓았었다
카프카의 기억(허수경) 그리고 남사당
노천명은 친일과 부역의 지느러미가 있었다

숭어와 나는 한겨레가 아니다
잘 빗겨지지 않는 꼬리 쪽에
계엄을 선포하듯 미소를 칼에 실었다
아내는 풍성한 저녁을 기대했다
붉고 하얀 얼룩의 결
어슷비슷 연설문자에 밑줄을 친다.
마침내 양 쪽을 다 도려냈다

거실바닥이 반짝이는 비늘로 얼룩졌다
뉴스에 나오는 안경 쓴 최순실을
최진실로 오독해 사망 처리한다
뼈다귀에 달린 속창들이 다 들어난다
오늘 밤에도 아내의 깊은 개옹을
힘차게 파고 들 수 있을까?



독자 의견 목록
1 . 멋진글 김민정 2017-11-17 / 21:52
2 . 와우 영도 2018-09-18 /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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