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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인의 진도이야기


진도사투리사전에 나타난 진도말의 특징
조병현 향우 20년 이상 수집 정리, 진도문화원에서 30일 발간
박남인 2014/10/29 14:38    

진도사투리방언집 나왔다
조병현 향우(읍 송현 출신) 수십년 수집 정리해
진도군에서 발간비 지원, 박영관 문학박사 교정


진도는 소리와 예술의 섬이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진도사람들의 말 또한 그 특성이 매우 독특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인칭 접미사인 ‘바’와 ‘단이’는 어느 곳에서도 찾기 힘든 진도만의 방언이라는 것이다. 고 박병술 진도향토사학자는 ‘바’를 소(所)로 일정한 지역 방향을 지칭하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또 다른 해석은 ‘울보’ 흥보 등으로 지춘상, 전경수 교수 등이 주장한 뜻도 주목할 부분이다.

조병현 서울 향우(읍 송현 출신)는 수십년 동안 진도와 서울 향우들 사이에 남아있는 고유한 진도방언들을 수집하고 다양한 용례까지 곁들여 마침내 올 해 진도문화원의 날에 맞춰 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약 8개월여 동안 진도문화원 편집위원(박병훈, 박영관, 박정석, 박종호)들이 조병현씨와 함께 수십차례 검토를 거치면서 특히 박영관(문학박사) 문화원이사가 마지막까지 소위 ‘눈에피’가 나도록 세심하니 살펴 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이기갑 목포대교수가 뒤늦게 감수를 보면서 단순한 어휘의 변화 만이 아닌 진도사람들의 말이 어떻게 멋스럽고 맛갈스러운지 분석해 더욱 눈길을 끌게 한다.
한편 진도문화원은 이사회를 통해 짚풀 공예 전무가인 이계진(임회 상만리)씨, 조병현 씨를 올해의 진도문화상 수상자로 선정해 11월 진도문화원의 날에 시상식을 가진다.
수상자에게는 3돈의 금반지가 수여된다. 한편 박정석 문화원장은 이번행사에서 박영관씨에게 공로패를 수여한다.


『진도사투리사전』에 나타난 진도말의 특징


이기갑(목포대학교 국문과 교수)


1998년 『전남방언사전』(이기갑/고광모/기세관/정제문/송하진. 태학사)이 편찬된 이래 전라남도의 여러 지역에서 시 또는 군 단위로 방언사전이 발간되었다. 『방언사전-여수편』(이희순 2004. 어드북스), 『전라도 방언사전』(주갑동 2005. 수필과 비평사),『전남 무안 지방의 방언사전』(오홍일 2005. 무안문화원), 『담양방언사전』(황금연/강회진 2010. 담양문화원) 등이 그런 예인데, 이번에 진도 지역의 방언을 모은 『진도사투리사전』이 진도문화원을 통해 발간됨으로써 전남의 서남해 해안 지역의 말에 대한 귀중한 지식과 정보를 새롭게 얻게 되었다.

무릇 방언사전은 그 지방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토박이라야만 해당 낱말에 대한 뜻과 쓰임새를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토박이인 조병현님이 『진도사투리사전』을 편찬한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이 사전을 교열하면서 꼼꼼히 살펴보니 과연 토박이가 편찬한 사전답게 진도의 고유한 사투리가 많이 채집되어 정리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20여 년 동안 모은 자료라 하니 그 동안의 노고가 어떠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일이다. 또한 고향말에 대한 애정과 꾸준한 관심이 없었더라면 이루어지기 어려운 노작이었음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이런 힘들고 귀한 일을 말없이 해 낸 조병현님께 방언학을 전공하는 한 사람으로서 찬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물론 편찬자가 언어학 또는 사전학의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보니,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아쉬운 면이 없지는 않다. 특히 표제어의 표기 등에서 그러한 면이 눈에 뜨인다. 그러나 이 사전에 수록된 수많은 귀한 낱말과 표현들에 대한 정보는 이러한 사소한 문제를 덮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 사전을 검토하면서 진도말에 대한 몇 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었다. 우선 특이한 어휘가 눈에 뜨인다. ‘애보롯하다’(=아찔할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하여 위태롭다), ‘억딸비’(=장대비), ‘쪼꾸질’(=까부는 일), ‘우거리’(=우거지), ‘죽음에옷’(=수의), ‘배받이/배짠대기’(물고기의 뱃살), ‘비닥/비드락’(도미 새끼), ‘부대붙이다/대붙이다’(=교배하다), ‘대나다’(=발정하다), ‘목베’(=무명베), ‘목실’(=무명실), ‘몸붙이’(=패물), ‘빠독’(=몽돌) 등은 다른 지방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말들이다. 이밖에도 많은 수의 어휘들이 진도만의 독특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진도가 이웃 지역과 상당히 다른 방언을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바'와 '단이'

진도의 접미사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표준어 ‘-보’에 대응하는 것이다. ‘-보’는 ‘꾀보’, ‘울보’, ‘뚱뚱보’에서 보듯이 그 사람의 특성이나 특징 또는 행위를 잘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접미사이다. 그런데 진도에서는 이 ‘-보’에 대하여 ‘-바’와 ‘-단이’의 두 접미사가 대응한다. ‘-보’는 남자의 경우이며 ‘-단이’는 여자에게 쓰이는 말이다. 그래서 ‘뺀잭바’와 ‘뺀잭단이’는 모두 뱁새눈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나, ‘뺀잭바’는 남자, ‘뺀잭단이’는 여자를 가리키게 된다. 마찬가지로 머리가 곱슬머리인 남자는 ‘꼬시락바’, 여자는 ‘꼬시락단이’라고 부른다. 진도와 이웃한 신안 지역에서도 성별에 따라 접미사 ‘-수’(남성)와 ‘-니’(여성)가 구별되어 쓰여 비슷한 양상을 보이나, 구체적인 접미사의 형태가 달라 특별하다. 전남의 내륙 지역에서는 성별에 따른 이러한 접미사의 대립이 없이 모두 표준어처럼 ‘-보’가 쓰인다.
한편 이 ‘-바’와 ‘-단이’는 어머니의 친정 지명에 붙어 아이의 속된 이름으로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꿀테’가 외가인 아이가 아들이면 ‘꿀테바’, 딸이면 ‘꿀테단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것이다. ‘-단이’ 대신 ‘심이’라는 접미사가 쓰이기도 한다. 이처럼 외가 지명에 접미사를 붙여 아이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은 신안 지역에서도 확인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진도의 종결어미 가운데에서도 흥미로운 것들이 몇 가지 눈에 뜨인다. 우선 ‘-음시다’는 말할이의 의지를 나타내는 종결어미이다. 그래서 ‘내가 금방 나옴시다’라고 하면 ‘내가 금방 나오겠습니다’의 뜻이다. 즉 ‘-음시다’는 ‘-겠습니다’와 같은 뜻을 나타내는 진도말이다. 이밖에도 ‘-습닌짜’나 ‘-습딘짜’와 같은 어미가 있다. 이것은 모두 표준어의 ‘-습니까’와 ‘-습디까’에 대응하는 진도말인데, ‘-습니꺄’와 ‘-습디꺄’에서 구개음화와 /ㄴ/ 첨가가 일어나 생긴 어미이다. 일반적으로 구개음화는 단어의 첫머리에서 일어나는 법인데, ‘-습니꺄’와 ‘-습디꺄’의 경우는 어미의 끝 음절에서 일어난 것이 흥미롭다.

진도말에서 높임의 조사로 쓰이는 ‘이람짜’의 존재 역시 흥미롭다. ‘이람짜’는 위에서 설명한 ‘-습닌짜’나 ‘-습딘짜’에서 보듯이 ‘-이랍닌짜’에서 축약된 말이다. 따라서 형태로만 보면 표준어의 ‘-이라 합니까’와 같은 것이다. 이것은 반말의 어미 뒤에 붙어 높임을 나타내는 말로서 예를 들면 ‘그라지람짜’와 같이 쓰인다. 이 말을 표준어로 바꾸면 ‘그러지요’ 또는 ‘그렇습니다’와 같이 될 것이니, 이 ‘람짜’는 표준말의 ‘요’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말인 셈이다. 전라도 방언에는 표준어 ‘요’에 대응하는 조사로 이미 ‘이라우’가 있으며, 진도에서도 이 ‘이라우’는 널리 쓰이는 말이다. 다만 그 발음이 ‘이라우’가 아닌 ‘이라’처럼 끝 음절 ‘우’가 약화되어 발음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이라우’는 원래 지정사 ‘이라’에 결합한 하오체의 어미 ‘-오’가 조사로 바뀐 것이다. 즉 ‘이라오’가 ‘이라우’로 형태도 바뀌고 그 문법적 자격도 바뀌어 반말에 붙어 높임을 나타내는 기능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진도말의 ‘이람짜’ 역시 지정사 ‘이라’에 어미 ‘-ㅂ니꺄’가 결합한 ‘-이랍니꺄’에서 구개음화와 /ㄴ/ 첨가가 일어나 ‘이람닌짜’가 되었고, 이것이 다시 축약 되어 오늘날의 ‘이람짜’와 같은 형태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형태 변화와 함께 그 기능도 어미에서 조사로 바뀌어 반말을 높이는 기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라우’는 지정사 ‘이라’에 어미 ‘-오’가 결합되어 생긴 것이고, ‘이람짜’는 ‘이라’에 어미 ‘-습니꺄’가 결합하여 생긴 것이다. 어미 ‘-오’에 비해 ‘-습니꺄’가 일반적으로 더 높은 존대를 나타내므로 조사로 바뀐 ‘이라우’와 ‘이람짜’에서도 이러한 높임의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즉 ‘이라우’보다 ‘이람짜’가 상대를 더 존대하는 느낌을 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라지라’를 표준어 ‘그렇지요’로 대응시킬 수 있다면, ‘그라지람짜’는 ‘그렇습니다’ 정도로 대응시켜야 될 것이다.

완도 지역에서는 진도의 ‘이람닌짜’와 같은 기능의 조사로 ‘이람니여’가 쓰이는데, 이것은 진도의 ‘-습니꺄’ 대신 ‘-습니여’가 결합한 차이가 있을 뿐, 내포문 안의 지정사에 의문형 어미가 결합되어 축약된 형태라는 점에서 완전히 동일한 것이다.

진도의 어미 가운데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을 든다면 허락을 나타내는 ‘-다꾸나’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간다꾸나’는 표준어의 ‘가려무나’ 정도로 옮길 수 있는 말인데, 여기에서 보듯이 ‘-다꾸나’는 ‘-려무나’에 대응되는 진도의 어미인 셈이다. 형태 ‘꾸나’가 붙은 표준말 ‘-자꾸나’를 ‘-자’와 비교해 보면 친밀감이 더 드러난다. 그것은 마치 ‘-렴’과 ‘-려무나’에서 드러나는 차이와 같다. 그렇다면 표준말의 ‘꾸나’나 ‘우나’와 같은 형태들은 친밀감을 나타내는 말이라 할 수 있는데, 진도에서 쓰이는 ‘-다꾸나’의 ‘꾸나’도 이런 기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도의 ‘-다꾸나’에서 ‘꾸나’를 제외하고 ‘-다’만으로는 허락을 나타낼 수 없으므로 ‘-다꾸나’ 전체가 허락을 나타내는 어미라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진도의 ‘-다꾸나’는 표준어의 ‘-렴’보다는 ‘-려무나’에 대응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간단하게 살펴보았듯이 진도말에서는 전남의 내륙뿐만 아니라 이웃한 신안이나 완도와도 다른 독자적인 단어나 문법적 형태들이 상당히 확인되었다. 이것은 진도가 이웃한 지역과 언어적 영향을 주고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독자적인 면도 가지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번에 발간된 『진도사투리사전』을 꼼꼼하게 들여다본다면 여기에서 언급된 것보다 훨씬 다양한 진도말의 특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진도는 전남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로서는 쉽게 찾기 어려운 지역이다. 그러므로 이 『진도사투리사전』은 진도를 찾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진도말의 모습과 특징을 소개하는 데 훌륭한 지침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진도를 고향으로 둔 이들에게야 두말할 것 없이 이 사전은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중한 추억의 선물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독자 의견 목록
1 .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박상협 2017-11-17 /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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