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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인의 진도이야기


세월호와 진도
슬픔을 머금은 눈, 급치산
박남인 2014/07/0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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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팽목항에서



'슬픔을 머금은 눈' 급치산
‘잊지 말자’ 추모 전망대 후보 유력
팽목항 탈상바위와 서망항 그리고 조도등대


아무도 그곳에 가고 싶지 않다. 가고 싶다. 기억과 형상은 흔들린다. 나는 그래도 간다.
이른 아침 아내는 오늘도 팽목항으로 간다. 태풍이 곧 남해안에 상륙한다고 한다. 나는 아이를 학교버스에 태워야 한다.80일이 지났다.
다급하니 팽목항을 찾았던 자운 곽의진선생의 49제가 12일 자운토방에서 열린다고 메세지가 왔다.
그보다 앞서 지난 7일 진도경찰서 앞 마당에서 김태호 경위의 영결식이 열렸다. 많은 사람들, 가족 특히 동료경찰들이 더 슬픔을 참지 못했다.
8년 전이던가 그때부터 고인은 진도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을 위한 운전면허 강사를 자청해 커다란 호응을 얻었었다. 그런 그가 단지 승진탈락에 못이겨 진도대교에서 몸을 던졌다는 말은 믿어선 안된다.
팽목항에서 또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단 며칠이라도 지난 4,5월 경에 봉사 지원활동을 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스스로 입을 닫은 채 자기동선도 절제하며 배식을 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진료를 하고 쓰레기를 분류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이심전심의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그런 날들을 함께 해본 사람은 안다.

산에 올랐다.
아름답다 못해 가슴이 미어지는 곳, 진도 세방낙조와 달리 망망한 조도바다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지산면 급치산 전망대가 최근 여행객과 언론인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눈물겨운 사고지역과 더 가까이 자리한 팽목항을 가도 쉬이 배를 타기 어려운 현실에서 오히려 상처를 덧내게 되는 바다와 달리 이곳 급치산 전망대는 호젓하면서도 장죽수도와 조도 본섬이 눈 앞에 다가온다.
사람이야기를 아무리 외쳐도 메아리치기는 커녕 물결로도 닿지 않는 그 곳이 사람 이야기로 진물나게 빙빙 돌기만 한다.
시간이 나를 급하게 지배하지 않는다 해도 비통함이나 분노를 앞세우지 않고 우리시대를 반성하면서 저 멀리 조도면 동·서거차와 맹골도로 흐르는 바다를 멀리 바로 볼 수 있는 이곳 급치산 전망대에 오르기를 권하고 싶다.조도는 풀과 새의 섬이라고 했다. 꿩과 노루는 아직 없다. 그러나 90년대부터 느닷없이 멧돼지가 출몰했다. 무안에서 신안를 거쳐 조도 섬지역으로 헤엄쳐 온 듯하다.
무엇이든 너무 가까이 가면 상처가 오히려 덧나기 십상이다.
‘잊지않겠다’는 다짐은 사회적 구조와 모순을 치유하고 제자리로 반드시 되돌려야 한다는 유장한 물결이 온 국민의 가슴에 새겨진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슬픔만을 부여안고 살 수는 없다. 잊지않고 늘 경계하면서 아득한 슬픔이 회한이 반짝이는 바다를 보자고 한다면 급치산전망대를 찾아 잠시 머물다 가기를 권하고 싶다. 특히 멀리 진도를 애써 찾아온 여행객들은 세방낙조길을 돌아 이곳에서 서쪽의 바다와 동쪽에 옹골차게 자리한 기암의 동석산을 함께 바라 볼 수 있게 된다.
나는 접도(웰빙등산로)에 사는 장재호(숲,바다해설사)씨의 권유로 이곳 급치산을 4월과 5월 두 번에 걸쳐 다녀왔다. 이미 4월 20일 경 장재호 해설사는 자신이 직접 세월호 참사를 당한 학생들의 영령을 위로하는 현수막을 이곳 전망대 3층에 걸어놓기도 했다.
장 씨는 이곳에 세월호 참사 위령탑을 세웠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사실 국도18호선을 따라 노란 리본의 길을 따라 팽목항에 가보면 올망졸망한 섬들이 시야를 가로막아 어디가 어디인지 진도를 특히나 조도를 잘 알지 못하는 바깥사람들은 잘 분간하기가 힘들 뿐 아니라 마땅히 머물 만 한 장소도 별로 없다. 유족이나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위로가 되기보다 때로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곳 급치산 전망대에는 군의 의욕이 담겼을 매점 자리도 있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먼지가 쌓이고 실내 화장실은 물이 부족하다며 사용금지 표시가 되어 있어 아쉬움을 준다.
관리책임자는 지산면장으로 되어있지만 1년에 한 번이라도 들려 살펴보았는지 궁금해진다. 멸치잡이로 유명한 지산면 장도, 해중에 우뚝 바위손을 편 손가락섬(주지도.소두랑쇠섬), 발가락섬(양덕도), 광대도(사자섬), 가사도, 불도 등이 담묵의 남종문인화처럼 펼쳐져있는 서쪽바다를 비롯해 바위능선이 대단한 동석산과 천종사, 천하제일등산로, 소치 허련의 일대기를 썼던 자운 곽의진 작가가 한 동안 집필하며 기거했던 세방마을 등이 있지만 지산면과 진도군은 그저 세방낙조 전망대 부근만 관리할 뿐 부근에 많은 돈을 들려 시설한 급치산 전망대는 전혀 활용할 의지도 관심도 없는 듯하다.
그래가지고서야 진도군이 무슨 ‘관광진도’를 운운하거나 민속문화예술특구를 자랑할 수 있는가 안타까움을 준다. 더군다나 전망대 앞 마당에서 오르는 돌계단은 나이든 어른들도 쉬이 오르기 힘들 정도로 높고 가파르다.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미 만든 시설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여기저기 아까운 예산을 마구 뿌리듯 또 새로운 명소를 만든다고 부산을 떠는 군 관계자들을 보면 한심과 분노마저 일게 한다.

이곳 전망대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운치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며칠 전 연합통신 진도 주재기자가 이곳을 찾아 찍은 사진을 올린 것을 보았다. 그도 여기에 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나 또한 광주 지인들과 이곳에 오른 적이 있다. 그 사람들이 가자고 해서 올랐지만 참 쑥스럽고 내 손을 둘 데가 없었다. 소주 한 잔이 그리웠을 뿐이다.

우리나라 영화계어서 거장으로 불리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불의 딸’(작가 한승원)의 촬영지이기도 하며 진도(지산면)출신 작가 김상렬씨의 소설 '진도씻김굿’의 배경마을이 바로 이곳 지산면 가학마을과 세방리 이다.

이러지만 진도군 관광문화 담당이나 지산면에서는 어디 작은 푯말 하나도 세워놓지 않고서 그저 생색내기 자랑만 하려고 한다. 이래서야 진도가 무슨 한국민속문화의 정수, 서남해안의 보배섬이란 자화자찬에 빠진단 말인가. 어떤 문화도 지속성을 갖기 위해 남다른 흡입성을 가져야 한다, 알지 모르게.
그저 세월만 흐른다. 우리는 무엇을 찾아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배하는 그 무엇을, 그 무게를 잊기 위하여 너무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닐까. 새로움은 각성이다. 첫마음 그것일 것이다.

이제라도 진도군은 이곳 주변을 재정비하고 전망대 앞 야산의 수목들을 간벌해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이제라도 지력산 동백사 전설과 가사 5군도와 연계하는 아름다운 스토리텔링을 개발, 더 많은 진도방문자들이 이곳을 찾아 가슴에 맺힌 울분이나 답답함을 한 숨에 쓸어 내릴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앞으로 칠팔월 여름철부터 가을까지 전남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진도 현장방문을 하는 학생, 단체 등에게 미리 이곳을 알렸으면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실종자들이 다 돌아오게 되면 세월호 인양작업이 계속될 바다를 멀리 바라 볼 수 있는 이곳을 찾을 이들이 분명 늘어날 것이다. 군이 미리 앞을 내다보면서 발빠른 행정을 필쳐주기를 바랄 뿐이다.


동거차아리랑

떴네 떴네 가방이 떴네
동거차바다에 신발이 떴네
아리아리랑 서리서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부른다 불러 네 이름을 부른다
팽목항에서 목이 메어 너를 부른다
아리아리랑 서리서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팽목 바다는 왜 이리 푸른가
저 물결 구비마다 눈물이로구나
아리아리랑 서리서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잊지 말자 잊지를 말자
가만히 있으란 말도 잊지 말자
아리아리랑 서리서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동거차 바다에 큰배가 떴네
꽃다운 청춘 학생들이 두둥실 떴네
아리아리랑 서리서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비가 오네 팽목항 비가 오네
오지않는 내 자식들 비를 맞네
아리아리랑 서리서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붉은댕기 다홍치마 동백꽃따서 머리에 꼿고
쌍고동 소리만 기다린다네
아리랑 쓰리랑 아라리요~
진도나 팽목항 생성화났네

(2절)
일엽편주 달빛실고 정처도없이 떠나는 배야
이제나 가면 어느때 오나
아리랑 쓰리랑 아라리요~
안산에 부모들 몸부림치네
(하춘화 진도아리랑 개사)


그대여, 언젠가 내게 물었지요.
도대체 어떤 희망을 가져야 하나요.
팽목항에 가서 바다를 보았지요
오지 않는 배 하나를 기다렸지요
밤이 오고 노란 리본이 조용히 흔들립니다
산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

여기 급치산에 올라 조용히 서쪽바다를 바라보자.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섬들을 그저 바라보자.
누군가 말을 걸어올 것이다.
우리는 이제 답해야 한다.
당신은 무슨 답을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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