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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인의 진도이야기


꿈이로다 꿈이로다
자운 곽의진 작가 영전에 부쳐
박남인 2014/05/26 09:52    

향 따라 여백 찾아가는 길

여기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 소녀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한 사내의 지어미가 되기 앞서
한 사람의 어머니로 살기보다
그냥 진도의 딸,
진도의 어머니가 되고 싶었던 당신

때로 ‘실팍한 궁둥이’를 질퍽한 뻘밭에 내려놓거나
어느새 만 ‘백성의 민의’를 깃발로 삼았던 당신
남도의 징하게 아름다운 섬 진도에
또 하나의 고려를 세웠던 당신
‘타인의 입술’처럼 ‘향 따라 늘 여백’을 찾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고 또 걸었던 당신

생각하니 바로 당신이 길이었습니다
다시 생각하니 이 모든 길 위에 쓴 노래
언제나 고향 가는 길처럼
설레임이 가득하게 피어나던 당신
다시 생각하니
그냥 꿈이었습니까
오봉산 아침의 고요와
밤이 깊을수록 파도치던 그 격정
자운토방의 바다에 물드는
그런 꿈이었습니까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꿈이로다
하여도
당신은 나의 꿈이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그치지 않는 설레임이었습니다
밀려도 밀려도 다시 오는
그 바다의 물결처럼
돌미역처럼 질긴 인연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삼별초 십만 장병 자주정신을
700년 역사의 강을 건너오게 하였던 당신
허 소치를 묵향으로 되살리고
초의선사를 다향으로 불러왔던 당신이
왜 당신이 이제 한낱 꿈이 되어야 합니까
그래요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을 것입니다
내 이 허튼 꿈을 얼른 깨워주십시오
진도 고려의 땅에서
강강술래를 하던 저 엄매들
철없는 이 후배들의 술자리에
다시래기 한 판을 또 벌려야 하지 안겠습니까
아직도 다시 써야할 진도의 꿈이
있지 않습니까
미친 듯이 미칠 듯이 가없는 그 열망
어찌 놓을 수 있당가요

이제 우리가
당신의 꿈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법
바다가 사람을 사랑하는 법
한 시대가 또 한 시대를 뜨겁게
껴안는 법을
상처투성이로 아프게 가르쳐주신 당신

우리 모두의 꿈속에서
영면하소서.

2014년 5월에
못난 후배 박남인 올림



곽의진(郭義珍, 1947년 5월 27일 전남 진도군 분토리 출생)은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화과와 단국대학교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83년 대학교 졸업 후, '월간문학' 신인상 공모에 '굴렁쇠 굴리기'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창작집 '비야 비야', '남겨진 계절', '얼음을 깨는 사람들'을 출간하고 1990년 전남매일에 장편소설『부활의 춤』을 연재해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1995년 진도로 귀향하여 글을 쓰면서 다양한 지역문화활동을 펼쳤다. 지산면 세방마을에 거처를 마련 집필실을 '자운토방'으로 하다 임회면 죽림리 탑립마을로 옮겨 활발한 창작활동을 해왔다.
1996년 1월부터 1997년 12월까지 만 2년 동안 문화일보에 『꿈이로다 화연일세』를 연재했다.
이 작품은 남종문인화의 산실인 ‘운림산방’을 중심으로 조선조 말 대화가 소치의 생애와 예술을 그린 소설로, 전남의 전통 문화와 선비 정신을 중앙에 널리 알렸다는 평을 받았다.
동포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전남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는 (사)삼별초역사문화연구위원회 이사장으로서 진도 역사 알리기에 힘써왔었다.

주요 작품[편집]〈민 民 - 백성이여〉 (2009)
〈꿈이로다 화연일세〉 (2008)
〈실팍한 궁둥이〉 (2007)
〈초의선사〉 (2004)
〈향따라 여백 찾아가는 길〉 (2002)
〈타인의 입술처럼〉 (1997)
방송:인간극장(103세 부친과 함께 '세월가면'편에 출연)

수상:1983년 월간문학 신인상.
1998년 한국소설 문학상
2006년 전라남도 문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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