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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미장원
박남인 2012/11/13 12:58    

흐린날을 잡아 미장원에 간다

돌담길 골목 건너 옛 책방을 마주보는 곳
수다스런 여인들의 입내가 닿기 전
문을 밀치면 오래 된 시집이 나풀거리듯
아직 바닥에는 듬성한 머리칼이 보이고
쑥스러운 아라비아 숫자의 가격표
간밤의 허튼 욕망과 흐트러진 상념을
싹둑 잘라내 줄 것 같은 기대로
높고 둥근 의자에 오른다

조급한 시간들을 털어내고 잠시
누군가에게 마음 놓고 기대 인다는 것
아무도 남은 날들을 헤아리지 않지만
점점 숱이 줄어지는 머리칼을 감지하는 것은
더 슬프다 겨울 동백이 툭 툭 떨어지는
울림이 가위질 속으로 스며든다

귀밑머리부터 하나씩 희끗해지는 것은
가득한 열망 때문에 얼마나 밤을 뒤척이다가
맞은 아침 서릿발을 보는 듯하다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사랑하고
모두가 다 편두통에 불과하다며
오래된 연인처럼
열손가락을 다해 주물러대는 동안
나는 다시 소년의 꿈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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