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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인의 진도이야기


박영상 후보에게
모든 이론은 회색일 뿐 오직 영원한 것은
박남인 2010/04/10 15:07    

진도 의신면 사천리 시냇물 ©박남인


박영상후보에게 보냅니다

꽃이 피는 길이 아니어도
땅위에 서서 흐르는 물을 보듯
내게 흘러온 노래가 있지
파릇파릇 돋아나는 수부장
벅수골 배달이 누렁이를 앞세우면
세상은 눈부시구나
저 작은 꽃망울 무리
장가 정란이 미양이 은정이
이제는 그 딸들이 동백처럼
붉은 입술로 찾아올까
아지랑이 따라 흰 광목 펼친 멧둥
서너평 돌담에 싸인 두부집
벌초쟁이 노인 냇가 동밖에 꼬마
텃밭에 단단한 겨울무수만
깨복쟁이 발목으로 서있구나
저 아래 샘축골 목고실나무는
언제나 다시 아이들 눈망울 흔들어댈까
돈짐재 상수리나무 속 집게풍댕이
떡보 힘을 자랑하던 소똥구리
빈 양은도시락에 삐비넣던 갑생이
보릿고개 어지러워 송진껌 씹으면서
소 뜯기려 먹바우 첫절재 넘어
흰 구름처럼 누워 흘렀지
울타리는 새마을돌담 둘러
대문 안에도 밖에도
싸우며 정든 또래들 대답없네
나도 어디쯤에서 오래 숨었던가
광주에서 목포로 인천으로
길 바깥 허기진 분노 태우며
그래도 나는 돌아왔네
이 봄이 차마 그리워
밀리고 밀려도 다시 드는 물결
초록의 봉오산을 오르듯
나는 비끼내 영낙없는 촌놈
무동골 쥐똥나무 울장 안에
처자식 보금자리 틀어 나는 왔네.

-비끼내 산골

의신면 접도 수품항, 갈매기섬 보도연맹사건 희생자 위령제 ©박남인


    지난 겨울은 너무 길었습니다.

    멀리 인천에서 돌아온 제 아내는 다시 직장에 복귀해 지역주민들을 위한 진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도 때 아니게 철 이른 ‘기러기아빠’의 신세를 간신히 벗어나 이곳 진도에서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진도에서 이런 저런 일과 현안을 놓고 논의와 위로와 협조를 통해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기사 누가 옆에서 이런 우리를 크게 주목하거나 격려를 해 주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사회 주류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에 불과한 처지가 아니었습니까?

    그래도 이제 이 땅에도 봄이 왔습니다. 바닷가 금갑마을을 나서 버스를 타기 위해 봄길을 걸으면 개나리꽃이 한 무더기로 피어나 반겨주고 야산의 마른 풀 위엔 진달래 참꽃이 소담하게 피어 옛 추억들을 한없이 떠올리게도 합니다. 저는 이렇듯 걷는 가운데 상상력을 피워 마음 만이라도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을 즐겨합니다. 어쩌면 이 세상이 너무 각박해서 부러 그런지도 모릅니다.

    이 봄에 진도에 살면서 진정한 ‘진도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제 자신에게 몇 번이나 되물어보면서도 그 심각성과 진정성이 내게 얼마나 사무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인지 반성도 곁들여보았습니다. 저 여린 꽃잎들이 황홀할 정도로 노랗고 빠알간 색깔을 띄고서 막 겨울강을 건너온 찬 바람에 맞서 마침내 꽃을 피워낸 그 강인함과 치열한 기다림의 자세가 내게 그만큼의 십분의 일이라도 있는지 인간적으로 부끄러움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남들은 묵묵히 자신의 책무에 업무에 임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저는 아내가 곁에 없다고, 자식도 어머니도 함께하지 못한다고 괜스레 밤잠을 뒤척이며 우리지역의 더 시린 아픔을 외면했는지도 모릅니다.

    정면에서 떳떳하게 나서지 못하고 문제에 대한 불만과 탄식이 주조를 이뤄 술잔만을 탐닉한 것은 아닌지 책임성은 회피한 채 대중의 질타에 편승해 헛된 분노만을 표출하고 앞서 나서지 못한 비열함을 지우지 못한 채 또 봄타령을 하는가 봅니다.

진도를 찾은 문화인류학자 야스다히로미씨 등과 ©박남인

    그러나 박형은 비록 밖으로 내보이지 않았지만 깊은 고뇌와 성찰을 계속하며 추운 겨울을 보내온 것으로 언뜻 언뜻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아무리 풍요와 번영을 구가하는 사회라 할지라도 그 언저리에 깔린 모순과 불합리를 극복해내는데 누구나 고뇌와 깊은 통찰을 갖게 되는게 도리있는 삶이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박형은 지난 시절 오래 동안 진도에서 민주화를 위해, 불의와 모순에 대항해 싸우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해 왔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민주세력의 집권을 “잃어버린 십년”이라고 규정하며 그 기간에 직무했던 두 대통령에게 간접교살이나 다름없는 짓거리를 자행했던 것입니다. 민주화는 연속성을 잃었을 때에는 더욱 빠르게 퇴보한다는 사실을 엄중한 교훈으로 보여준 실례라고 봅니다.

    우리 진도는 어떠했습니까? 이제 인구 3만 3천명대에 이르는 꼬방동네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다문화 가정, 뜻있는 귀촌 인구 등을 제외하면 정말 공경도 힘을 잃은 쓸쓸한 ‘노인당’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진도군수를 비롯해 군의원들은 불나방처럼 비리에 탐닉해 결국 도중하차로 군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극에 달할 지경이었습니다.

    진도야말로 분명 “잃어버린 10년” 때문에 농민은 농민대로, 상인들은 또 상인들대로, 생계가 어려운 서민, 장애우들, 진학을 앞둔 학생들, 홀로사는 노인들은 그저 망연하니 하루 하루를 연명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빈익빈 부익부, 초고령사회의 한 전형이 다 이곳 진도에 집약된 듯만 합니다.

    “그렇게 해 처 먹으라고 너희들을 뽑아 주었는 줄 아느냐”며 가는 곳마다 성토장이 되었지만 공감을 얻는 대안은 쉬이 떠오르지 않은 채 “이번 만은 제대로 뽑아야 한다. 사람을 보고 뽑자. 진도의 미래를 보고 제대로 된, 사람같은 사람을 뽑자”고 외치며 다짐하는 분들의 뜻을 몇 번이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시민사회단체에 가입한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 자신이 책임을 외면할 수 없음도 인정하면서 말입니다.

    박 형은 지난 해 함께 하면서 “정치일선에 나설 일은 없다”면서 초연한 입장을 계속 고수해오면서도 이런 현실에 매우 개탄하고 이를 시급히 개선해 나갈 방도와 혁신적인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진도를 이끌어나갈 인물들은 무엇보다도 “도덕적으로 깨끗한 후보가 나서야 된다. 젊고 패기 있는 분들이 진도를 짊어지고 한 치의 흔들림없이 공정무사하게 일을 처리할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현실은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또 다시 그 나물에 그 밥격인 후보들이 안면을 내밀고 “또 다시 4년”을 외치며 호소와 강요를 번갈아 하고 있습니다. 시와 문학을 좋아하는 저도 어떻게 필설을 그려내지 못할 지경입니다.

    진도의 위기와 진도의 한숨을 유발한 장본인들이 모든 책임을 오히려 군민들에게 뒤집어씌우며 지역여당으로 행세하는 민주당의 색깔을 입으려 안달이 난 채 이전투구를 반복하는 꼴사나운 모습을 버젓이 내보이고 있습니다.

    표를 갖고도 구경꾼으로 내몰린 많은 군민들은 속상해 가슴을 치며 가슴앓이 해소를 위해 막걸리를 마시며 마음을 다잡으려 하지만 친인척, 혈연, 선후배, 동네 인연을 내세우며 다가오는 후보들의 공세에 불안감만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만은”이 “이번에만”으로 어느새 흔들리고 “에라 내가 무슨 힘이 있느냐”로 한 풀 꺾여 안절부절하면서 올바른 잣대를 놓으려합니다. 민주당은 이를 이용해 “위기에 처한 민주당에 힘을 주어 수권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 주시라”고 강단 위에서 큰 소리로 독촉하는 오만이 극해 달합니다.
    일당독점은 결국 일당독재로 이어지고 국민들은 다시 허리를 굽힌채 4년간 굴욕과 허위에 시달림을 당해야합니다.
    한나라당이 MB정권의 독선과 오만도 미웁지만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미리 김치 국물 맛을 다시는 민주당도 미웁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싸우지도 말리지도 못하는 못된 시누이당으로 전락한 그들이 무슨 희망을 다시 불어줄 것입니까?

금갑보건진료소에서 해인이 ©박남인

    누구에게나 기회는 오지만 누구나가 다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제대로 싸움을 할 줄아는 사람. 기득권을 가진 강한 자에게 더 강하게 싸워 기를 꺾어냈던 용기는 우리 사회의 약자에게 한없이 약한 연민을 보루로 삼았기 때문에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가진 것이 없어서 오히려 두려움 없이 떳떳하게 불의와 싸울 수 있었던 동력이 되었습니다.

    박 형! 고뇌가 길수록 그 결단의 빛도 더 단단할 것입니다. 시대의 요구와 짐을 기꺼이 받아들여 이제 진도군의회 의원 후보로, 그것도 무소속으로 나선 박 형에게 비록 고난의 길이 있을 지라도 가장 믿음직스럽고 깨끗한 행보로 다시 한 번 진도군민들의 빛과 소금으로 되돌아 올 것을 저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와 발맞춰 진도 안에서도 뜻있는 바르고 깨끗한 젊은 후보들이 나서 함께 그 책임을 나누려 해 기대가 큽니다. 시대는 변해야 합니다. 인간의 삶의 향이 넘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남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없지만 신망과 투명한 정신, 굽히지 않는 곧은 그 정신을 나눌 형제 벗들을 누구보다도 많이 간직한 박 형이 아니십니까!


    97세 되신 박형의 어머님과 팔순의 우리 어머님이 지난 겨울이 다 지나갔어도 아직도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오십줄에 비로소 초보 학부형이 된 아내와 저는 아침이면 아이 보내기의 즐거운 전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진도에서 고향을 지키며 살고 계시는 많은 어르신들이 더 건강하고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도록 박형의 깊은 성찰과 실천이 필요한 때입니다.

    소아과 의원 하나 없는 이 섬마을에 우리 해인이 같은 어린 아이들이 안심하고 자랄 수 있는 보배의 섬, 자연과 친구가 되는 그런 땅, 희망이 파도처럼 넘실대는 그런 고장을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광주요양병원의 모친과 아내 ©박남인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오직 영원한 것은 푸른 생명의 나무입니다.”

    벽파진에 우뚝 세워진 이충무공과 무명용사, 진도군민이 함께 한 명량대첩 전첩비를 떠 올립니다. 가장 어려울 때 배 열 두 척으로 백척간두에 선 조국을 구하기 위해 전쟁에 임한 이순신의 고뇌가 아직도 진도의 바다에 흐르고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도지사도 군수후보도 아니지만 대 함대를 향해 노를 저어가던 벽파진의 일사분란한 뱃사공의 사령역할이 그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진도의 고민과 불안을 이제 다 쓸어내야 할 때입니다. 영(young) 과 상(想)은 바로 젊은 상상력을 현실화하자는 우리 시대의 주요한 팩트로서 거론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느 위치에 있느냐가 아닌 어떤 역할과 믿음을 실천해 낼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아직은 꽃샘추위가 몇 번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박 형의 행보에도 그런 고난 역경이야 오히려 쓴 약이요 진정한 향을 담은 열매를 맺기 위한 꼭 필요한 시련의 뜀틀이라고 봅니다.

    오랜 야인생활로 그간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마시고 자신을 위해 더 채찍질 하십시오, 더 어려울수록 정도를 걷는 인간 박영상의 길을 걸어가 주십시오.

    뜨겁게 나를 부정하는 인생이 승리하는 정신을 보여주십시오.

    건승하십시오.


2010년 경인년 봄 4월 진도 금갑마을에서

    후배 박남인 올립니다.

수품리 물김위판장 ©박남인


독자 의견 목록
1 . 아~! .. 2010-04-16 / 02:39
2 . 쫌 자세히좀 올려주쑈 오거리 2010-04-16 /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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