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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인의 진도이야기


사람의 등대
박남인 2009/01/28 16:12    




우리는 언제나 타오른다
한 겨울밤 올라갈 길을 잃었을 때
지상의 아슬한 방벽들이 어깨를 풀고
청계천 휘황한 불빛에 스러지면
동아줄을 놓친 오누이가 마침내
하늘의 태양과 달이 되듯
우리는 우리의 내일을 심지삼아
침묵마저도 철저하니 소진하여 타오를 수밖에 없다
꿈이 넘칠수록 일렁이는 불안의 그림자
강물을 따라 한없이 드리워지는데
밤의 끝으로 떠밀린 선택
2009년 1월 20일 세밑의 찬 바람
행인들의 발걸음 떠밀어대는 그 순간
전격투입 고공낙하로 짓누르는
개발전사들의 눈빛이 먼저 타올랐다
불의 눈에서 튀어나온 불이 옮겨 붙자
재빨리 카메라 셔터의 불빛이 반짝인다
누구에게로 점화되는지 모른 채
마구 불꽃을 터트리는 또 다른 벽의 아들
검은 제복들의 계급장 아래
통과의 세례를 받고 화상을 지운다
우리는 언제나 타오른다
여름화산의 폭발같은 기억들의 저쪽
전태일이 바로 이쯤에서
우리들 가슴에 화엄처럼 타올랐다
6월의 거리마다 성냥곽을 이루거나
고공의 크레인에서 할활 지피던 한없는 물의 불
매웁게 말라버린 산골 고추들의 함성
기억하는가

단 한번도 변하지 않는 그 벽의 법칙에 기대여
우리들은 언제나 타오른다
은밀한 어둠이 압력을 가할수록
우리는 우리의 꿈으로만 타오른다
너무 친근한 벗이었던 절망
나무처럼 나무처럼 스러지며 보았던 햇살 하나
우리들의 아침은 더욱 찬란함을 믿기에
때로는 희망도 기다림도 불쏘시개로 던지면서
우리는 우리를 태워 세상을 연다.



*설날 저녁 용산역 현장을 다녀왔다. 차가운 공기속엔 깨어진 꿈의 파편들이 날카롭게 흐르고 있었다. 조세희작가의 말씀처럼 우리는 30년 저쪽으로 퇴화되어버린 것일까? 묵념을 하고 묵묵히 돌아섰다. 희망이 철거당한 내 어머니가 누워계신 목포의 한 병원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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