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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인의 진도이야기


울돌목에서 독도에 흐르다
명량대첩축제 홍보, 거북배타고 독도방문한 진도해남사람들
박남인 2008/10/08 13:11    

진도(珍島)의 최고 보배는 강인한 “자주의식”
우수영에서 거북배 타고 동해 울릉도와 독도 방문
명량대첩축제 홍보, 위난의 시대 헤쳐 나갈 민중의 힘 보여주었다!




1일 오전 8시 20분 독도 물양장에 접안, 도동항에서 5시 정각 출항해 3시간 20분이 걸렸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처음‘국군의 날’이 부활되어 남한의 수도 서울 세종로를 탱크부대가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을 시간이 다가오는 때였다.

거북배가 마침내 독도를 만났다. 죽음을 각오하고 반드시 조국을 지킨다는 불멸의 이 충무공 수호령이 인도하면서 동해바다를 가로질러 ‘바다지킴이’ 울돌목 거북배가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지난 10월 1일 오전 8시 20분 울릉도 동남쪽 200리 앞바다 외로이 떠 있는 ‘새들의 고향’ 독도를 찾았다.

울릉도 도동항에 입항하는 거북배 ©박남인

“독도에 대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우리시대의 이 충무공(김신일 분장)이 전하는 준엄한 경고를 담고서 벽파진 푸른 물결을 헤치고 울릉도 도동항을 거쳐 이날 창망한 동해바다를 지키고 있는 독도에 접안함으로서 다시 한 번 일본을 위시한 전 세계에 동해가 동해이듯 ‘독도는 우리 땅’임을 만 천하에 선포하는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라남도와 진도군 해남군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명량대첩축제(10월 11일부터 13일까지)를 앞두고 전남개발공사(사장 이동진)가 고려조선(주)에 위탁해 제조한 ‘울돌목 거북배’는 이에 앞서 9월 30일 오후 2시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 울릉군수를 비롯 많은 군민과 관광객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역사적인 접안을 하고 곧바로 도동항 광장에 마련된 식장에서 역사적인 출정 선포식을 가졌다.

바로 이어진 행사에서 진도의 젊은 국악인 이인영 씨 등이 나와 흥겨운 남도소리와 진도아리랑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흥겨운 진도장단에 절로 어깨추임이 따르고


“저기 저 아가씨 아리랑 장단에 놀고/ 여기 여러분들 진도장단에 노네”
하얀 무명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 두 젊은 여성 소리꾼은 동해바다를 누비던 오징어들이 하얗게 뱃속을 드러내놓고 가을햇볕을 받고 있는 항구의 무대에서 신명을 돋우기 시작했다.

“울릉도에 왔다가 그냥 갈 수 있나. 춤추며 노래하고 놀다나 가세”
즉흥적인 노랫말을 멋들어지게 붙이며 불러 제끼는 어여쁜 남도 여인들의 소리에 흠뻑 빠진 관광객들이 눈을 떼지 못하고 연신 박수치기에 바빴다.

독도출정식 장면(강강술래 시연) ©박남인

진도아리랑이나 강강술래 북놀이 남도들노래 이 모든 민속놀이는 강한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외진 섬마을 궁벽한 삶에 처연한 신세타령으로 떨어질 것 같은 가락이 어느새 뻘을 튕겨오르는 간재미 날개짓처럼 탱탱한 탄력으로 세상의 물살을 가르는 역동성은 보는 자들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렇다. 「벽파진 푸른 바다여 너는 자랑스런 역사를 가졌도다.」(진도 군내면 벽파마을 언덕에 세워진 이충무공전첩비 앞면 머릿글. 노산 이은상이 짓고 소전 손재형이 썼다)

이 나라가 가장 위태로운 때에 불과 열세척의 배로 파도처럼 밀려오는 왜선 133척을 물리쳤던 만고에 빛날 ‘명량대첩’의 정신이 아직도 펄펄 살아있음을 다시 확인시켜주기 위해 우리 겨레의 국토 서남해 끝에서 출발 동해 먼 바다 한 점으로 우뚝 선 독도와 만난 ‘울둘목 거북배’는 그 자체가 조국수호의 상징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충무공이 누구더라? 임금부터 맨 먼저 도성을 버리고 줄행랑을 쳐버린 임진년의 난 때 온 백성들과 함께 이 강토를 지켜내면서 “약무호남이면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 남해안의, 그 잘난 나라로부터 나리들로부터 버림받은 민초들을 다독이며 이 산하를 지켜낸 민중의 지도자를 누가 기렸던가?

역사의 아이러니는 눈이 부시다. 일본제국의 계급장이 선명한 박정희가 덕수 이씨 순신을 잘도 불러내어 개발독재의 선무당으로 마구 칼춤을 추게 하더니 이제 세월이 흘러 어느 시골 폐교를 앞둔 초등학교 마당가에 멀뚱하니 제대로 노려볼 것도 없는 허공만 바라보고 있다니. 언제나 그렇듯이 바로 그 옆에는 인자함이 500원어치로 한정된 세종대왕과 영 서투른 자세로 성화 봉송주자처럼 앞발을 내민 유관순누님이 함께하고 계신다. 내가 사는 임회면 용호리 앞 광석초교도 향나무 사이사이 마다 그렇게 버려져 있다. 이 학교도 이 가을이 지나면 문을 닫는다. 현실이 이렇다.

윤주식(전남개발공사 팀장)씨의 사회로 시작된 독도 출정식 행사는 먼저 정윤열 울릉군수가 이동진 사장과 거북배 선장에게 환영 꽃다발을 증정하는 순서로 시작되었다. 답례에 나선 전남개발공사 이동진 사장은 우선 “울릉군수를 비롯해 군의회와 군민들에게 특히 이곳을 찾은 많은 관광객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독도에 갈려면 조상 3대의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조국을 지켜온 신령들의 도움과 천지신명의 가호에 힘입어 반드시 독도에 입항 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께도 성원과 기도를 부탁드린다.”며 자신감을 내 보이고 “진도 해남의 바다를 가로지르며 명량해전의 역사를 더듬는 호국관광사업 홍보 차 울둘목 거북배를 이끌고 울릉도 관문 도동항에 역사적인 입항을 하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로 이어 환영사에 나선 정윤열 울릉군수는 “이 배와 함께 이충무공의 나라지킴이 혼이 함께 온 것으로 믿는다.”며 “이번에 일본의 독도망언을 조용히 잠재워 줄 것으로 확신한다.”며 “영호남이 앞장서 우리 국민이 하나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진도 해남 초등학생 2명(진도초 김해리 외 1)이 무대에 올라 “독도가 영원히 대한민국 영토”라는 독도선언을 낭송했다.


울돌목 거센 물결처럼 명량의 북소리 세계 속에 퍼져라!


2008년 ‘이순신 선발대회’에서 영예의 우승을 차지한 김신일씨가 삼도수군통제사 이 충무공 복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독도수호와 평화통일을 위해 신명을 바치겠나이다.”고 이 충무공의 소회를 다시 알리고 우리 민초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온 이 산하를 굽어 살피고 명량축제가 풍성한 잔치가 되기를 기원했다. 곧이어 박강열 이기서 박동천 등 진도북놀이팀이 무대에 올라 힘찬 몸놀림을 바탕으로 진도 사나이들의 멋이 가득한 북놀이를 펼쳐 큰 박수를 받았다. 또 해남 우수영에서 온 강강술래팀이 초등생들과 함께 공연을 마친 뒤 무대 앞마당으로 내려와 관광객들과 함께 어울려 동과 서의 화합 한마당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진도북놀이팀 사내들의 장단이 매우 힘차다 ©박남인

이번 행사에는 주경중 명량대첩 총감독, 전남도의회 의장 및 이종헌 경제관광문화위원회장, 장일 도의원도 함께 참여했다. 그러나 공동주관단체인 진도에선 일반 공모나 추천을 통한 민간인이 전혀 없어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다음날 새벽 4시. 간밤의 비도 그친 뒤라 바다는 잔잔했다. 서둘러 승선을 해 정각 5시에 도동항을 출발한 거북배는 검푸른 동해바다 물결을 타고 어둠을 헤치며 항해를 시작했다. 이런 어둠이야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다지만 오늘의 시국이 오히려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한다. 핵을 핑계삼아 ‘테러지원불량국가’의 낙인을 거두려하지 않는 未國의 속셈은 이제 밑천이 드러나고 있지만 제 발등의 불도 못 끄면서 이리저리 화약고를 점검하겠다니.

오직 파도소리만 철석거리며 세 시간 반 걸쳐 항해한 끝에 마침내 그립던 섬 강건한 돌섬, 독도에 다다랐다.

운항을 하는 동안 동이 트는 시각에 맞춰 최홍림 기자가 미리 제물로 준비한 포와 술을 뱃머리에 차려놓고 간략한 용왕제를 올렸다. 무사 도착과 귀환을 기원하는 축문을 이진영씨가 낭송하고 승선객을 대표해 이기서(진도북놀이 단원)씨가 절을 했다. 흔들리던 배도 이때부터 중심을 잡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진도 출발 때 부러 포를 만들어 준 시골집 주인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약 세 시간가량 지나자 정면에서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승선한 사람들이 탄호성을 올리는 동안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셔터가 연신 터지기 시작했다. “애달픈 국토의 막내” 울릉도에서도 81km를 달려야만 그것도 동해용왕이 허락할 때만, ‘그 섬에 가고 싶다 가고 싶다’고 3대의 염원을 쌓아야만 갈 수 있다는 돌섬무리 독도에 우리는 도착했다. 미리 연락을 받은 듯 노란 보트를 타고 독도이장님이 마중을 나왔다.

최홍림씨와 독도이장(가운데), 진도군청담당직원 ©박남인

크게 동도와 서도로 나눠진 독도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며 그 곳에 서 있었다. 거센 바람과 물결로 오히려 온갖 잡념을 다 깎아내 마침내 득도에 오른 수도승처럼 한 치의 군더더기 없이 호연한 기로 맞이한 화엄의 돌덩어리는 그러나 깊은 숨결로 우리를 껴안아 반겨주었다.

경비대원들의 마중과 환영을 받으며 새로 만들어진 물양장에 오른 우리는 잠시 감격에 젖었다. 나는 떠오르는 시상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슴의 뜨거운 피의 맥박을 내재율로 가락삼아 한수를 단숨에 새겨 넣었다.

          바다에 쓰다


          나 이렇게 여기 섰노라

          조국의 심장같이 더운 햇덩어리
          동해바다 아침 둥실 띄어 올리며
          독도는 오늘도 이렇게 눈 부릅떠 있노라
          칠천만 배달겨레의 갈채와 격려
          쉬임 없이 밀려와 적시나니
          오천년 푸르른 역사의 혈맥
          뿌리를 찾아 자맥질하던
          안용복의 뜨거운 의기
          풀잎 하나 감히 건들소냐
          오늘은 또 남해의 성웅
          이 충무공 사즉필생 거북배
          보라
          흩어지는 물보라 망발
          다시 일만 년이 흐른 들
          한 발자욱이라도 흔들림 없이

          나 이렇게 여기 섰노라.

                                        - 진도 박남인 동해바다에 쓰다


아 독도 ©박남인



행사대원들과 참여자들은 모두 독도(동도)에 올랐다. 최 기자와 나는 본 행사와 무관하게 준비해 온 진도홍주(진도홍주보존조회 제공)를 김성도 독도이장과 강석경 독도경비대장에게 전달했다. “나라사랑의 뜨거운 피가 함께 담긴 이 진도홍주를 마시면서 진도사람들의 자주 호국정신을 떠 올려주십시오”하자 “아 그 유명한 진도홍주! 정말 감사합니다.”며 감격해 한다.

행사 대원들과 일행들은 미리 준비해 온 울돌목 바닷물과 독도 바닷물의 합수의식을 통해 독도가 동해의 첨병으로 굳건히 우리 영토를 지키고 있다면 진도와 벽파진 푸른 바닷물에는 모든 외세를 물리치고 위난의 조국을 붙잡아 일으켜 세운 ‘민초’들의 면면한 기상이 오늘도 흐르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감동스런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이 충무공의 준엄한 경고가 거친 바람을 가르고 더 멀리 동쪽 바다를 건너 일본 시마네현을 건너 뛰어 제국의 향수에 취해 비틀대는 일본의 우익들에게 칼처럼 꽂혀대는 순간이다.

다시 북이 울린다.
“단 한 놈도 이 땅에 발을 붙이게 하지 말라!”
독도 물양장에서 다시 한 번 강강술래와 북놀이가 펼쳐졌다. 독도 바닷물을 한 병 담았다. 외로울수록 더 맑아지는 경지를 체득할 날은 언제일까. 니 땅이네 내 땅이네 하는 사적 소유감을 훌훌 털어내고 여기야말로 말 그대로 ‘새들의 고향’이며 어부들의 휴식처로 누리는 그런 세상을 나는 꿈꾼다. 지배와 복속이 아닌 푸른 신호등으로 자리하는 날을 그리는 내가 속없는 사람일까? 그러나 오늘은 이 돌섬처럼 나도 단단해져야 한다. 상대는 아직도 제국의 단꿈에서 벗어나지 못한 왜놈들이 아닌가.

바다보다 더 큰 조국사랑이 넘실대는 동해바다의 든든한 초병 독도를 향해 다시 손을 흔든다. 우리 모두가, 가장 어려울 때 가장 단호한 결단으로 우뚝 서는 독도가 될 것임을 다짐하면서 울릉울릉 감격의 바다를 건넌다.

독자 의견 목록
1 . 독도 사진에서 가슴이 뭉클..... 그날이오면 2008-10-09 / 19:30
2 . 좋은 글입니다. 한바다 2008-10-10 / 15:44
3 . 거북선은 자랑스럽다. 그러나 그이후가 걱정이다. 모니터 2008-10-13 / 06:43
4 . 독도 그냥 2008-10-23 /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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