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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인의 진도이야기


비워두세 비워두세
진도실버예술단을 만나다
박남인 2008/06/05 13:06    

┗━ 관련 기사목록
평창아라리와 진도아리랑의 만남
"진도에서는 이렇게 한다!"
“비워두세 비워두세”
은빛만 냉가놓고 다 비워불세



『진도실버예술단』을 만나다

치장하지 않은 겸손의 길이 더 빛나는 삶이 있다. 인생의 가을은 그 서늘함이 오히려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오솔길 풀섶에 내린 은빛의 서리는 늘 푸름을 자랑하는 것들에게 자연의 순리를 말없이 가르쳐주는 듯하다.
가을산에 가 본적이 있는가. 맹열한 폭염이 한층 수그러든 나무들의 잎사귀는 저마다 깊은 사념의 빛깔을 물들이느라 더 격렬한 고요 속에 잠겨있는 수행자들의 모습을 보았는가. 그토록 세찬 바람에 맞서 나부끼던 7부 능선의 억새들도 어느새 은빛의 향연을 준비하느라 또 다른 햇살의 지휘를 따라 운율을 익힌다.
장수의 요건으로 알맞다는 삶의 700고지는 가장 아름다운 스팩트럼을 준비하는 능선이다. 만월의 보름을 앞둔 상현의 달은 슬쩍 연잎 하나를 구부린 청자처럼 여유와 멋이 넘쳐나는 시기이다.

진도의 실버예술단(이하 진실단)은 바로 그런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민속예술모임이다. 좀 귀가 빠진 단체로 치부하거나 외면하는 이들에겐 갈수록 그 존재가치가 중압감으로 다가오는 그런 열정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모임체이다.
진도읍 해창리 허름한 건물 속 전수관은 언제나 팽팽한 신명을 애써 억누른 가락들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또 하나의 삶의 정점을 추구하는 이들의 땀내음으로 가득 찬다.
“어허 여기서 한 번 더 부드럽게 꺾어야제” “ 자 한 번 더”

국립남도국악원 초청공연

신영복선생의 「강의」중 주역의 괘에 지산겸괘가 있다고 한다. 음효가 위에 있고 산이 아래에 받치고 있다. 넘치면 덜고 부족한 것을 채우니 지천태의 괘와 더불어 가장 상괘로 친다고 한다. 똑 같이 음효가 다섯 개나 들어가는 산지박괘는 가장 나쁜 괘로 치니 이상하지만 하나 있는 양효가 어디에 머무느냐에 따라 실로 상전이 벽해가 되는 격이다. 지나친 양의 득세가 오히려 해가 되니 가운데에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만이 가장 효율적이고 복을 가져온다는 주석이 붙어있으니 이는 진실단의 운영논리를 대변해주는 듯 하다.

진도실버예술단은 지난해 진도문화원 부설로 출발, 조오환 단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진도의 민속과 사물가락을 익히는데 여념이 없다. 흔히 예술엔 정년이 없다고 한다.
특히 민속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살펴보면 어떤 대가성에 기인하기보다는 그 민속이 생성된 시점의 사회공동체의식의 복원에 있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그런지 진도실버예술단은 면민잔치, 농협주부대학, 마을노인당 노인잔치 등에 참여 봉사공연을 주로 하고 있다.

무려 20년 역사의 무궁화 창극단(조오환 단장)과 진실단은 교도소 등을 방문해 위문공연을 선보이며, 적극적인 사회봉사활동에 나서고 있어 갈수록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 공연팀 27명은 지난 해 9월 20일 추석을 맞아 향적사(주지스님 법일) 주관으로 목포교도소를 방문해 남요민요(노부희, 고미경)와 사랑가, 진도 북놀이 춤, 진도 다시래기, 진도아리랑을 선보였다.
고미경 회원은 “어려운 분들을 찾아가 즐거움을 주는 일이 큰 보람이 되고 있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조오환 단장은 “앞으로도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무궁화 창극단과 진도실버민속예술단에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 달라”고 밝혔다. 진도는 이렇듯 바탕이 풍부하기에 공연 연출자들은 말 그대로 골라잡기에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된다.

누가 더 슬피 우는지 ‘웃기는 내기’를 하다

조오환단장은 이미 작년부터 진도닻배노래의 예능보유자가 되었음은 물론 독보적인 “진도엿타령”의 명인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예인이다.
이들 실버예술단은 작년 그 기량과 특성을 인정받아 남도의 민속문화를 조명하는 세미나(한국민요학회 제 19차 동계전국학술발표대회- 2008년 2월 15일~16일 목포대학교)에서 진도 닻배노래 “어기야소리”로 농어촌 현지에서 어떻게 민속이 전승 구현되며 단체운영의 실제 사례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지난 2008년 4월 4일(금) 19시 국립남도국악원(원장 박영도) 진악당에서 열린 초청공연은 진실단원들에게 큰 자부심과 새로운 위상을 가져다 준 기회가 되었다.
이날의 프로그램을 보면 1. 사철가, 앉은반, 북놀이 2. 조도닻배노래 3. 토속민요 “흥타령, 빈지레기타령, 둥덩애타령 4. 진도상여소리 5. 강강술래 등으로 그 구성이 풍부하고 다양한 실력을 쌓아왔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상여소리 공연 중에는 이유복씨와 정기자 단원이 누가 더 슬피 우는지 ‘울음소리’ 내기를 해 관객들이 배꼽을 잡고 웃기도 했다.

잘가시오 잘가시오 오시던 길 다시 가시오 상여소리

사실 진실단은 무대공연을 지향하는 편이 아니다. 무대는 관객과 공연자간의 소통을 방해하는 벽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들이 주로 하는 상여소리나 닻배노래 강강술래 등은 마을 빈터나 마당, 장터가 제격이다. 진도삼별초 온왕제 때는 산 속에서 걸궁을 하고 상여가 나갈 때는 깊은 산골을 호상꾼이 되어 만장을 앞세워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그런다고 가락을 놓칠 리는 없다. 그래서 이들의 가장 큰 매력은 친화력이다. 시골 장터풍경을 탁월하게 묘사한 신경림의 시처럼 이들은 좀 모자란 듯하면서도 천진하며 은근히 탈속한 멋을 간직하고 있다.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시 「농무」중에서)


실버예술단은 진도문화원 부설 문화학교의 회원들은 수년 동안 문화학교에서 배운 민속예술을 2006년도 여름철에 진도읍 장터와 십일시 장터에서 열 두 차례 공연한 것을 계기로 장터 굿패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되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죽죽 땀이 흐르는 삼복더위에 그늘도 없는 장터 앞 빈 터에다 진도울금막걸리에 안주까지 펼쳐놓고 오가는 장꾼들에게 진도소리를 선사하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구경꾼들이야 그늘 아래 거저 주는 수박 먹으랴 어깨장단을 맞추랴 하면서도 자리를 뜰 줄 몰라 했다.
“나와서 노래 한 자루만 하면 막 상품을 퍼 준께 얼릉 나오쇼”
기다렸다는 듯이 동네 아짐씨들이 담박질해 온다.
“나는 소개나루에서 왔소” 장단이 스르릉 걸리기도 전에 소리가 앞장질을 한다.

읍내 5일장에서 장굿으로 신명을 내고 있다

진도 민속예술의 공연활동을 통하여 진도의 특성을 선양하고, 노인 문화 정착과 진도 민속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목적삼아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재작년 10월 10일 실버민속예술단의 창립총회를 열어 초대 이사장에 김정호 진도문화원장을 추대하고 단장은 조오환 선생이 부단장은 문승춘, 정기자씨가 맡았다.
이사에는 서민술 박용순 이유복 조기석 이재심 박화자 정순엽님 등 6명이며 감사는 박금산 신정례씨가 선출되었다.
단원으로 한철진, 하동심, 박옥자, 김국자, 김명례, 이설자, 박상례로 구성되었고, 농악분과장에 차재경, 북춤분과장에 고미경으로 임명하였다.

진도실버예술단은 또 작년 진도 임회면 용호리의 “호구동액맥이굿”을 재발굴해 남도문화제에 첫 출전에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들은 조도닻배노래보존회와 별도로 닻배노래 기능을 연마해 올해는 그들을 대신하여 제31회 진도 신비의 바닷길행사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매년 진도문화원에서 어르신들이 살맛나는 신명나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땡땡땡 실버문화학교”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참가를 원하는 분들은 (542-1108) 진도문화원 사무국으로 연락하면 된다. 진도문화원은 올해 “시니어클럽”을지정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독립법인으로 옥주 시니어클럽(우리말로 어르신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신청사업은 사영소리, 만장만들기, 상여꾸미기 짚,풀공예 등을 하게 된다.

신비의바닷길 축제 닻배노래하는 조오환 단장

“찾아가는 공연” 참여 확대 필요하다
회원들의 한 가지 아쉬움은 진도군에서 시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예술단”공연이 진도군립예술단에 국한되지 말고 참여의 문호가 더 넓게 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생업에 종사하면서 취미를 살려 민요의 고장 진도의 이미지를 이어가는데 앞장서고 있는 실버예술단이 진도를 찾는 많은 문화관광객가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공동체도 공동의 경비를 충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작년부터 진도에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강습 및 공연을 하고 있다. 그 중 메리안씨는 조오환씨가 6개월 이상 개인지도를 해 전남지역 다문화가정 문화축제에 진도북춤을 갖고 출연,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지난 해 12월 7일 광주에서 열린 남도뮨화관광 외국인 장기자랑에서 진도북놀이춤으로 대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열정과 완성의 경계색이 바로 은빛이 아닐까? 우리는 완성을 추구하되 완성을 쉬이 자부해서는 위험하다. 차면 기우는 것이 달의 속성만은 아니지 않는가? 예술의 경지에 어디 완성이 있을 것인가?

마을굿을 재현하는 것도 우리는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속과 미신 속에도 엄연한 민족의식이 오롯하니 깃들어있기 마련이다. 단순한 형식의 변형에만 불신의 눈길을 보낼 것이 아니라 변화를 가져온 시대적 요구와 그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깊은 안목이 있을 때 우리의 민속과 예술이 진정한, 건강한 민중성을 이끌어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너무 현학적이고 기능적 집착은 오히려 외면을 받을 우려도 있다. 판소리가 점점 우리 곁을 떠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마을풍물은 사라지고 사물놀이 공연풍물만 대우받아서는 못자리 물이 마르게 될 뿐이다.
“마을굿이 살아야 진정한 축제가 이뤄진다”는 김정호 진도문화원장의 지론을 실천하는 단체가 더 많아지고 더 가까이 우리 곁으로 올 때 진도는 산정을 향해 나부끼는 억새밭처럼 무성한 민속의 고장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독자 의견 목록
1 . 님 덕분에 ...진도를 배웁니다. 한용현 2008-06-09 / 20:43
2 . 진도군에서 상장 하나 수여해야 할 것같소 목포오거리 2008-06-11 /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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