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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인의 진도이야기


생사의 갈등을 민속으로 승화시킨 『진도의 전통문화』
진도학회 2008년 봄 절례회에 가다
박남인 2008/04/29 08:41    

상여를 매 본 기억이 있는가?
   꽹과리와 여러 풍물들이 앞장서 비탈진 산길을 오르는데 어깨에 걸친 수건 위로 파고드는 무게감에 땀이 번질거리고 몇 잔 술기운도 금세 풀려나는 듯하건만 장지는 뒷걸음을 치듯 멀어 보인다. 그래도 상여를 보는 사람들은 경기를 앞둔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남도의 진도에선 아예 ‘상여굿’으로 규정해 구경꾼들이 많아야 ‘호상’이라고 점수를 매겨준다. 물론 소리꾼과 풍물잽이, 상여꾼, 호상꾼들의 화음과 신명이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이제 벌써 9년째가 된 진도학회가 새 봄을 맞아 지난 4월 25일 오후 2시 진도문화체육센터에서 학술발표회를 가졌다.
   매년 진도와 관련, 다양한 민속과 문화를 재조명하기 위한 학술대회를 열고 있는 진도학회(회장 전경수. 서울대)는 제4회 진도평화제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2000년 9월 1일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제10회 학술심포지엄(주제: 珍島文化의 국제적 理解) 이 끝난 뒤 박주언(향토사학자), 이토 아비토(동경대 문화인류학 연구실) 씨 등이 전경수교수와 함께 협의한 끝에 결성을 보게 되었다. 여기에는 김상수 전 진도문화원장, 시민단체인 진도사랑연대회의 회원, 진도에서 연구해 학위를 받은 민속학자들이 함께 동참하기로 해 고무된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군 단위로서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그 전례가 없을 정도로 한 지역민과 단일지역만을 대상으로 연구한 사람, 주민들이 참여해 학회를 결성한 것은 그만큼 진도가 민속 문화의 보고라는 반증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절례회는 진도학회와 전남대 아시아문화원형사업단이 주최하고 진도군이 주관 및 후원을 하고 전남대학교와 한원그래픽스가 후원했다.
   김정례 전남대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진도학회 세미나에는 나경수 전남대교수와 김정호 진도문화원장, 김은정 전남대교수, 박주언 진도학회 부회장 순으로 발표를 한 뒤 양화석 전남대부설 아시아문화원형사업단장이 토론 좌장으로 참석한 가운데 열띤 종합토론회를 가졌다.

진도학회 절례회 © 박남인

   전경수 진도학회장은 40여명의 서울대 제자 학생 및 학부 생들을 대동하고 찾아와 인사말을 하면서 “진도사람들의 죽음과 관련된 문제의식은 국내외의 학자들에 의해 이미 오래 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이제는 진도사람들의 손에 의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차원에서 조명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면서 진도군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진도는 아시아 한반도문화의 원형
   진도의 인문학적 고찰을 넘어서 새로운 발전모색과 자긍심을 키우고 곧 미래를 담보하는 오래된 예언으로서 진도문화는 지금 우리 앞에서 진행형을 계속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진도학회는 이 과제를 가장 성실하게 수행해야 할 의무와 자격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에 볼모로 잡혀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원형성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 또 다른 발전대안을 강요받을 때 어디서 우리의 주체성을 찾고 지켜낼 수 있을지 우리는 일제강점기와 몽골침략의 후유증에 현대의 서구와 미국식 천민자본주의 문화의 무분별한 수용의 폐해가 얼마가 컸던 지를 다시 새겨야만 한다.
   오늘의 한미FTA나 개방세력의 논리는 우리의 문화나 민속이 저급하거나 세계화와 동떨어졌다는 정말 동떨어진 사고를 외국에서 주입받은 결과가 아니겠는가?

   진도학회는 벌써 9년째 진도에서 진도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발표회를 열고 있다. 어느 해에는 진도의 마을을 통해서 진도발전의 양상과 특성을 찾아내 주민들의 참여와 기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진도 소포리에서는 “이탈리아 빵과 진도 떡의 만남”을 주제로 직접 만든 떡을 시식하면서 진도의 특산물을 주 재료로 한 제조과정을 듣고 감탄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탈리아에서 온 깔리아리대학 지네타 무루교수가 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지산면 소포리는 단순히 화염을 굽던 소개나루 마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서민문화의 대표마을” (주민 김병철)이라는 타이틀을 당당히 흔들어댄다.
   2005년에 진도학회는 “친환경농업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주제로 진도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군내면 만금리의 고만술, 군내 연산리 김종복, 미국 스톨러사연구소 연구사 윤수영씨 등이 참여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과제가 몇 가지 남아있다. 이런 성실한 발표와 제안들이 제대로 정책과 프로그램으로 이행되지 않는데 아쉬움이 너무 크며 군민들의 참여율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매번 학회 발표회가 열릴 때마다 전경수회장은 본인의 연구비를 털어 제자들을 이끌고 대 여섯 시간을 소비해가면서 진도를 찾지만 정작 진도에서는 별 대접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년에 몇 번 그 많은 학생을 진도에 풀어 돼지 막을 치우게 하거나 논농사일 거들게 하는 그것이 바로 문화인류학의 엄숙한 선서요 첫걸음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주며 민박을 통해 주민소득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는 수십 년 전 진도 임회면의 어느 한적한 해안마을에서 홀로 어렵게 문화인류학을 연구했지만 늘 “진도가 내 스승이요 은인”이라며 기꺼이 진도를 찾는데 주저함이 없는 것으로 더 유명하다.
   현재의 진도학회 구성은 전경수회장에 나경수 박주언 이인곤 이평은씨가 부회장을 하고 있다. 또 김진일 한원그래픽스 대표가 사무국장을 맡아 학회 발표집 제작에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김만용 진도고 교사가 간사를 맡아 행사를 이끌고 있다.

역사적 고증잣대보다 민중들의 문화 인식 중요
   이날 08년 첫 절례회 첫 발표자로 나선 나경수교수는 “생사관으로 본 진도의 민속”에서 이승과 저승의 겹치는 공간에는 “통과의례 절차가 중시된다”며 진도와 같은 “섬은 육지부에 비해서 죽음에 대한 노출이 심하다”고 지적하며 이를 극복하는 다양한 민속이 발달되었을 것으로 보았다.
   진도에는 삶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가 의외로 사이좋게 상존하고 있다면서 그 사례로
1)풍물이 등장하는 상여소리,
2)슬픔에 잠긴 상주를 웃겨야 하는 해학이 강조되는 다시래기
3)노래하며 상여를 이끄는 여성 호상꾼
4) 관을 매장하지 않는 생장 풍속과 세시풍속에서 잡귀잡신을 응대하는 거릿제와 반대로 귀신을 잡아가두는 여제를 예로 들었다. 이 외에도 진도읍 서외리에서 전승되고 있는 여성들로만 구성된 “도깨비굿”, 민간신앙에서의 저승길을 닦아주는 진도씻김굿과 주인없는 귀신을 살피는 조상단지의 가정신앙 등을 살펴보았다.

종합토론회 © 박남인

    ‘진도 도깨비굿’은 김정호 문화원장의 탁월한 지적처럼 한국 “난타의 원조”에 해당할 수 있는 민속 문화로 볼 수 있다. 집안에 소리나는 것은 모두 들고 나와 한바탕 난리굿을 친다. 그리고 마을의 여성들이 한데 모여 피 묻은 속 고쟁이를 작대기에 끼워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밖으로 나가 내던져버리고 다시 마을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오는데서 절정에 이른다.
   또 최근의 왜덕산 논란에 대해서도 “역사가 전설이나 신화에 의해서 얼마든지 개변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전설 자체를 하나의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며 민중 역사에 대한 기억방식인 전설을 문화자원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에 방점을 두었다.

당산을 허물고 사당과 제각을 불러온 새마을운동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정호 진도문화원장은 “진도의 사당”에 대한 조사 고찰을 소개하면서 진도에서 70년대 이후 가히 폭발적으로 사당과 제각이 늘어난 이유는 다름 아닌 마을 공동체의 붕괴와 당제 및 당산의 소멸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즉 당시 사회에서 군부정권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새마을사업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종법의 붕괴와 가족의 핵가족화에 따른 종중조직의 새 질서를 의미한다고 살폈다.
   그러면서도 “진도는 조선시대에 양반이 거의 없어 사당을 함부로 지을 처지가 못되는 곳” 이라며 진도군지(76년 판)의 누락(40여 개)과 그 이전의 부풀려진 기록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진도에는 행정마을 수(242마을)보다 훨씬 많은 259개가 현존하며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정호원장은 “양반촌에도 새마을사업으로 인해 사당이 증가했는지 와 기독교와의 상관관계, 집성촌, 산성촌 서당 동네 등의 변화 과정을 연구하면 훌륭한 논문자료가 될 수 있을 것” 이라고 참석한 서울과 광주에서 온 학부생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발표자들-박주언 김정호 © 박남인

   이 외에도 김은정교수가 “진도 상레복식의 종류와 형태”에 대해 소개하면서 “무교적 세게관에서 보면 이승의 죽음은 곧 저승에서의 환생”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서 ‘상례에 착용하는 복식은 지역사회의 풍습을 반영’한다고 했다.
   진도에는 상을 당했을 때 유족들이 입는 상복, 씻김굿 복식, 다시래기 복식, 상여가 나갈 때 입는 복식 등으로 나뉘며 특히 출상 전날 밤에 이뤄지는 씻김굿이나 다시래기에 착용하는 복식은 망자의 왕생극락을 염원하는 죽음의 끝에서 마을사람들이 죽음을 승화시키는 축제문화의 일부라고 해석했다.
   네 번 째 발표자로 나선 박주언(향토사학자)씨는 진도세계평화제의 회고와 전망을 통해서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특별한 전승장군들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패전국의 장수 병사 등 신분의 지위고하를 제한시키지 않는 말 그대로 평등평화를 추구하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앞둔 진도의 상장례
   그러면서 이들의 원혼을 달래고 영혼의 화해를 시도하는 위패의 병렬 배치나 8대나 되는 출상행렬 등이 이곳 진도에서 전사한 여러 나라의 수중고혼들을 싣고 길닦음 천과도 같은 진도대교를 오고가는 장관을 이루는 것에 있다고 보여진다.
   또 전경수 진도학회 회장은 진도의 상장례 전반을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받기 위해 2008년 제8회 국제학술회의 주제를 3년차 동일소재로 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그는 진도에서 벌어지는 축제의 내용과 형식이 다음선거를 의식한 진행방식으로 치러지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고 공무원들의 의식이 “군수중심의 축제준비나 형식 구성 및 지원방식에 고정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오후 4시 30분부터 양화석교수 사회로 시작한 종합토론에는 진도에서 박병훈 전문화원장이 참여하고 김용서(전남대), 김용의(전남대), 장춘석(전남대)교수가 참여해 열띤 토론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병훈씨는 “이런 뜻 깊은 행사에 진도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꼭 필요하다. 바깥에서 온 사람들보다 더 적은 인원이 참여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변명이라면 이는 봄 농사철이 터지고 제31회 영등축제(박주언씨는 다시 그렇게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를 준비하고 홍보의 부족도 한 몫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진도의 호상풍습과 왜덕산의 진위를 반복해 반론을 추궁하듯 해 토론문화의 본성과 맞지 않게 어색함이 없지 않았지만 이도 또한 진도의 한 목소리임은 분명하다.
   진도학회에서 매년 열고 있는 국제학술회의는 2000년 “진도문화의 국제적 이해”로 개최하고 매년 지역 중요현안을 주제로 삼고 있다.
   진도학회는 현재 평생회원, 일반회원 기관회원 등을 년중 모집하고 있다. 일반회원은 연회비 2만원에 학회간사 이메일(mykim23@naver.com)로 접수를 받고 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밝히는 학문
   우리나라 최초로 놓인 사장교인 진도대교를 질베로 삼아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듯 상여행렬이 다리를 건너는 모습은 분명 장대하면서도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한 스펙타클을 이룬다.
   진도학회는 진도의 과거를 통해 진도의 미래를 전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인류의 미래 열쇠가 또는 운명이 다른 데 있지 않고 우리의 과거, 인류의 전통문화에 숨어있음을 간파한 또 다른 선지자들이 바로 그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올바른 예언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본인들의 연구정신도 필요하지만 대중들의 염원이 열정으로 가득해 질 때만 손대의 방향이 제대로 잡힐 것이 아니겠는가.
   삶과 죽음의 이분화가 강해지면서 인간관계나 사회 국가간의 긴장과 불화가 심해지는 요즘 상생과 해원을 통해 그 수많은 죽음의 공포를 물리치고 시대의 화해를 이끌어냈던 진도사람들의 삶의 철학이 깊이 담긴 진도의 민속은 세계문화유산으로서 결코 손색이 없다고 보여 진다.
   오늘도 진도의 고을 어디선가 진도만의 풍성한 가락에 얹혀 꽃상여가 나가고 있을 것이다. 색동옷 단장을 한 동남동녀가 청사초롱을 들고 앞장서 인도하는 결혼예식이 현세에 국한된 의식이라면 검은머리 파뿌리가 되어 또 다른 영생의 세계로 ‘찾아’ 떠날 때의 의식 또한 신세계를 향한 교향악이 울리는게 하등 이상할 게 없지 않겠는가.
   언제고 곧 나를 태워갈 그 상여가 얼마나 흥겨운지를 지팡이 짚고 일부러 구경나오는 진도의 노인들의 그 아슴아슴한 눈빛에 천년의 진도가락이 깊이깊이 각인되어 극락을 인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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