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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인의 진도이야기


昇天 꿈꾸는 잠룡이 깨어나면
진도 군내면 용장(龍藏)리를 찾아서
박남인 2008/03/0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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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점쟁이의 예언

   세상에 역병이 번질 때 황금부처와 생명수가 나오리니 기계를 사용말고 큰 우물을 파라!
   “문 밖에 누구네 아닌가?”
   “참말로 귀신같은 점쟁이네!”
   진도 사람들은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용하다는 용장 봉사점쟁이한테 찾아갔다. 마당 앞에 들어서면 미리 일러주기도 전에 찾아오는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아맞힌다고 해서 용한 점쟁이로 소문난 할머니가 있었다.
    그 점쟁이가 하루는 무슨 예시를 받았는지 그 남편(구일채. 작고)에게 일렀다.
   “집 앞마당에 열 두자 되는 우물을 파시오!”
    “게으름을 피워서도 안되는 것은 곧 세상이 큰 병으로 고통을 당할 것이오”
    하며 반드시 황금미륵불상이 나오고 말세에 번지는 병을 고치는 생명수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괭이와 삽만 가지고 돌과 흙을 파내야만 예언이 맞아들 것”이라고 했다.
    노인은 매일 깊은 샘을 파기 시작했다. 아내의 말처럼 세상은 어지럽고 환란이 다가오는 듯 했다. 더 열심히 샘을 팠다. 손에 물집이 생기고 터져 굳은살이 박였다. 그래도 역발산 기개세로 힘이 솟았다. 숨은 용처럼 때가 되면 금빛 생명수가 승천하듯 솟구칠 것이다.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현장을 찾는 이들은 그 때가 언제일까 궁금해 하며 서원이 이뤄지기를 고대했다.
   벌써 십년도 훨씬 넘은 이야기다. 나도 너무 호기심이 올라 직접 그 곳을 찾아 확인한 적이 있다. 용장리 본 마을에서 좀 떨어진 적골이란 옛길 옆에 조그만 집과 집이 다 비칠 듯한 큰 웅덩이에 도르레가 걸려 있었다.

본 마을자리인 적골, 지금은 사당제각의 골이 되었다 © 박남인

    진도는 꿈과 같은 고을이다. 꿈은 바로 이상향을 말한다. 제주 뱃사람들이 자주 부르던 “이어도 이어도 사나”에서 신세를 한탄하며 꿈에 그리던 곳 “진도로나 갈까”가 극명하니 보여준다.
    용장리(龍藏里)는 한자로 “용을 품는다” 또는 “감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용은 예로부터 임금을 상징했다. 한양 도성에서 수천리 먼 이곳에 이런 이름을 갖게 된 데에는 역사적 사연이 깊다.
    용장리는『호구총수』(1789)의 기록에 의하면 진도군 군내면(郡內面) 27개 마을 중의 하나다. 처음 용정리(龍井里)로 마을 명칭이 나타난다. 『구한국지방행정구역명칭일람』(1912)에 다시 군일면(郡一面)에 소속된 채 용장리로 나타난다. 1895년 행정 구역이 개편될 때 기존의 군내면이 군일면과 군이면으로 바뀌면서 용장리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1914년 전국 행정 구역 폐합 때에 군일면의 용장리와 세등리 일부를 합하여 용장리라 하고 군내면에 소속되었다.
    세등리가 현풍곽씨들의 집성촌인 것처럼 용장리도 곽씨 성이 대성을 이루고 있다. 이 두 마을은 묘하게도 6.25의 피해가 큰 곳이기도 하다. 진도사람들은 6.25 당시 좌익의 세가 컸던 마을을 흔히 “진도의 모스크바”라고 불렀다.


한국역사문화의 축소판인 진도

    용장마을의 유래에 대해 『진도군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 마을은 1000년경에 형성되었다. 최초의 마을 주민은 홍(洪)씨라고 한다. <이 마을은 오룡쟁주(五龍爭珠), 오룡장주(午龍藏珠)라 하여 명당이 있다고 전하면서 산세를 용(龍)으로 본다.>”
   용장리는 진도읍과 진도대교에서 20리 거리이다. 옛 사람들의 빠른 걸음으로 한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거리라고 보면 된다.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하는 행사로는 망제, 경로잔치, 동계가 있다. 망제는 음력 1월 14일에 마을의 안녕과 농작물이 잘 자라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지내는 마을 제사이다. 2005년까지는 음력 6월 1일에 농작물의 병충해 방지를 기원하는 산제를 모셨지만 다음 해 번거로움을 이유로 폐지되었다. 그러나 “마을전통 유지 차원에서라도 내년도에 다시 부활시킬 계획”이라고 곽남조(67)이장은 밝혔다. 축문엔 3위의 신을 모시는데 남지산신위, 노선산신위, 성황산신위이다. 동계안은 1772년에 시작된 마을 연말 결산록으로 천 지 인 3권이 보존되어 있다. 주로 주민 성명이 죽 열거되어 있다. 당시만 해도 홍씨 성이 자주 눈에 띈다.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설날 아침에 부녀자들이 음식을 머리에 이고 집안 어른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고 한다. 추석날 저녁에는 부녀자들이 마당 넓은 집에 모여 밤새도록 강강술래를 하며 놀았다고 한다.
   지난해부터는 ‘리민의날’을 제정 매년 6월 초하루(음력)에 잔치를 벌인다. 강강술래 윷놀이 국악공연도 한다. 노인들이 많기에 적절한 내용으로 본다.
   용장리는 현재에도 70가구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비교적 큰 마을이다. 주 소득원은 벼농사와 대파, 고추 월동배추 등이다. 가구 수와 인구수는 꾸준히 감소했다. 현재 151명에 여자가 94명으로 월등히 많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는 82명이다. 마을 구성원의 60% 이상이 노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고령자는 곽우철(남.88), 박송금 곽순월(93)씨다.
   용장리는 마을 주민의 삶의 지침을 마을 회관에 이렇게 게재하였다. △경노ㆍ효친을 우선합니다. △서로 사랑하며 친절합니다. △모범인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마을일에 헌신 참여합니다. 상두계는 15년 전 통합했다. 마을화합에는 박병욱(77)씨가 앞장서 왔다고 한다.


사상최대의 국가와 맞섰던 삼별초와 용장산성


   고려의 자주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대몽 항쟁의 선두에 섰던 삼별초 이야기다. 삼별초는 강화도나 제주도를 함께 떠올리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주된 근거지와 세력의 정점을 이룬 곳은 바로 진도요 진도 안의 도성은 또 용장산성이다.
   삼별초 진도정부는 스스로 고려 왕조의 정통성이 있음을 자부하였다. 자신들이 옹립한 왕온(溫)을 황제라 칭하며 당당한 자주국가를 표방하였다. 남해안과 영남지역까지 삼별초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속속 생겨났으며 위세를 크게 떨치기도 했다. 일본에게까지 국서(고려첩장 불심조조)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의 동아시아 정세를 읽고 있었음이다.
    원종 11년(1270) 9월 강화도에서 진도 그리고 제주도 등지로 옮겨가면서 약 3년가량 계속되었던 삼별초의 대몽 항쟁이 실질적 종언을 고한 곳이 바로 용장성 전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용장성의 둘레는 38, 741척(尺), 높이 5척이라 하였다. 성의 길이는 군내면의 용장리, 세등리, 고군면의 도평리, 벽파리, 오류리를 잇는 산등성을 따라 총 12.75km이며 높이는 4m내외이다.
   수년 전에 소설가 곽의진씨가 진도 삼별초정부를 소재로 “진도에 또 하나의 고려 있었네”란 역사극을 만들어 공연한 적이 있었다. 삼별초 체험장을 만들고 이를 영화화하자는 여론이 일었으나 당시 군의 책임자들의 무성의한 단견으로 그쳐 크게 아쉬움을 낳기도 했다. 지금도 우리의 진정한 자주성과 민중의 염원을 담을 가장 중요한 역사 포인트가 바로 삼별초일 수밖에 없지 않는가? 진도군은 내년부터 의신면 왕고개 온왕묘와 사천저수지 일대에 삼별초체험장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곳은 온왕과 삼별초가 몽골의 홍다구 개경의 김방경부대와 일대 격전을 치렀던 곳. 왕이 잡혀 죽음을 당하고 그가 타던 말까지 무덤을 만들었다고 한다. 현장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예닐곱개의 무덤이 있다. 진도문화원에서는 매년 5월 이곳에서 제를 모시고 있다.

마을 다목적회관과 게이트볼 구장 © 박남인

   이곳 용장리 출신 주요 인물을 대략 살펴본다.
   곽온(郭㬈,1871~1933): 학문이 독실하고 행실이 근엄하여 향리교화에 힘썼다. 서예에 능하여 비문이 많이 남아있으며, 문묘장의를 역임하였다.
   박해양: 본관은 무안, 호는 경암(敬庵).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달성했다. 특히 주역과 풍수지리에 능했으며 문묘장의를 역임하였다.
   곽종익: 호는 소매(小梅). 두 차례 좌수(座首)를 맡았고 군내면 집강을 두 차례 지냈다.
   조천령: 본관 창녕. 조의생(曺義生)의 후손으로 임진왜란 때 공을 세워 선무원종공신이 되었다.
   곽섬: 집안이 가난했으나 부모 봉양이 극진하였다. 노모가 병이 들어 백약이 무효하자 손가락을 잘라 노모를 살리니 며칠을 더 살았다 하여 칭송이 높았고, 1903년 표창을 받았다.
   곽충로: 현풍인. 광주사범강습과 수료. 진도군 초대교육감. 진도군수 역임. 이충무공전첩비 건립과 진도군지(76년판) 집필편찬. 전첩비는 용장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벽파리에 세워져 있다. 벽파는 84년 진도대교가 놓아지기 전까지 진도의 관문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충무공은 아들 d회와 함께 이곳에서 머물며 왜군들을 물리칠 전략을 짜느라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조극현: 59년 동국대 법학과 졸업, 제4대 박희수 제5대 이남준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역임했다. 진도군 수산업협동조합장으로 19년(6선) 재임했다. 제6대 전라남도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다.
    여성으로 밀양박씨가 있다. 곽윤배(郭允培)의 처로 청상과부가 되었으나, 수절하면서 자식들을 잘 키워 집안을 일으켰다. 열녀로 칭송되어 동리에 비가 세워졌다. 이 외에도 외무고시 합격자 박원섭(외무부), 곽진현교장, 공학박사 곽원재(유한양행 연구실)씨와 현 진도군임협조합장을 하고 있는 박영준씨 등이 있다.
   역대 이장으로는 곽문기, 박춘환, 박진준, 박준승, 조규식(01) 임정기(03) 곽재설(05) 곽남조(07~현재) 등이다. 현재 부녀회장엔 최진화, 노인회장에 곽남춘 씨가 맡고 있다.

천 지 인 동계안을 펴보는 곽남조 용장이장 © 박남인


꿈이 서린 전설속으로 들어가다


▲오룡장주(五龍藏珠), 오룡쟁주(午龍爭珠) 이야기


   옛날부터 용장마을에 오룡이 장주(藏珠)하고 있는 명당 중의 명당이 있다고 전해오고 있었다. 약 200년 전에 일지승(一指僧)이란 도승(道僧)이 있었는데 진도로 들어왔다가 노환이 생겨 진도 읍내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 조그마한 여막(旅幕)을 운영하던 황무내미란 사람이 자기 집에 묵게 하고 극진히 간호해 겨우 죽음을 면하게 하였다.
   이 은혜에 감격한 일지승(一指僧)이 황씨를 불러 “내 은혜 갚을 길이 없으니 내가 보아둔 오룡장주나 가르쳐 주고 가겠다.” 하고 “다만 내가 걷기 어려우니 가마를 준비하라.” 하였다. 황씨가 일지승을 가마에 태우고 용장을 향하여 길을 재촉하여 가는데 지금의 오일시까지만 가면 가마를 타고 있는 노승이 의식을 잃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도로 진도 읍내로 가마를 돌려 오는데 석현(石峴)만 넘으면 의식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그러기를 수십 번, 결국에는 용장에 가지 못하게 되자 일지승은 “네 복이 아닌 것을 하늘이 막으니 하는 수 있느냐?”하면서 섬을 떠나고 말았다. 그 오룡장주는 쓰지도 못하고, 그 때문에 오일시는 ‘무내미'라 했다고 전해진다.

▲지심뫼에 얽힌 전설


   지심뫼는 여러 동네에서 거의 같은 내용으로 전한다. 용장리 동부에 서향으로 돌출한 산이 있다. 옛날에 한 도사가 이 산이 뾰족하니 돌출되어 있어 이 산을 주산인 관음봉 밑에서 단절하여 옮기고자 하였다. 해서 둔전 저수지 밑의 방조제 자리로 옮기기 위해 현칭 ‘목넘어'를 잘라서 산을 회초리로 “가자, 가자 어서가자.”하고 짐승 몰듯이 때려 모니 산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막 움직이려는 찰나 애기를 배서 배가 섬덩이 같은 여자가 이를 보고 “어허, 산이 다 걸어가네.”하고 소리쳤다. 도사가 깜짝 놀라 돌아보니 과연 이와 같았다. 도사는 대단히 낙심하여 “요망스런 계집년, 보기를 말거나 보려거든 애기나 배지 말았거나.” 하면서 회초리를 집어 던지고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지산면 계암(繼岩)의 예와 마찬가지로 이 산으로 막으려던 자리에 방조제가 축조되어 당시 도사의 한을 풀었다고 할 수 있으니,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물 창고 ‘맘바등' 전설


용장마을 동쪽의 망바위-마로해역과 시아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 박남인
    맘바등은 용장 서편에 있는 흑색의 큰 바위이다. 옛적에 그 바위에 신선이 살았다. 그 바위 속에 큰 창고가 있어 진물보물이 가득 있었다. 이 보고의 출입은, 도선(道仙)이 가지고 있는 ‘억달새' 같은 풀로 주문을 읽으면서 탁 때리면 큰 암문(岩門)이 열렸다고 전한다. 지금은 신선이 잠적했기 때문에 열지 못하며 장차 신선이 나타나서 암문을 열 것이라고 용장 사람들은 믿고 있다.
    오룡 초등학교의 주산의 대암석을 「망(望)바위」라 전한다. 삼별초 당시 왕온군사가 이 바위에 올라 수송하는 세곡이나 보물을 징수하기 위해 망을 보던 터였다고 한다. 이 바위에 오르면 동남쪽인 마로해와 북방 시아(時牙)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선체를 발견하면 벽파항에 신호로 연락하여 곧 출동할 수 있게 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건강장수마을로 지정되다


   용장리는 남양 홍씨가 1772년 입촌 향조로 알려졌다. 잎새 무성한 느티나무가 반촌의 그림자를 아직도 드리우고 있다. 마을유적유물로 동계안과 용장산성, 공덕비 2기, 추모비 1기, 열녀비 1기, 그리고 입석 3기가 있다. 현재 주요성씨는 밀양박씨와 현풍 곽씨를 꼽을 수 있다. 창녕조씨, 무안박씨, 김해김씨 등도 제법 살고 있다. 특이한 것은 정년을 한 향우가족들이 속속 귀향한다는 것이다. 벌써 다섯 가구가 된다니 살만한 곳임을 입증한다고 본다.
   용장마을 세시풍속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반촌으로서의 성격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월유두 풍속과 관련 용장마을은 반촌이기 때문에 유월유두를 쇠지 않는다고 했다. 유월유두는 민촌의 세시풍속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음력 10월에는 각 집안별로 시제를 모시는데 마을에는 훈효사, 은모사, 숭효사, 남지사, 엄지사, 영추사, 장성사 등 많은 수의 제각이 있다.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되어 게이트볼 구장이 작년에 들어섰다. 5천 여만원의 사업비를 투입, 완공된 게이트볼 구장은 휴게실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진도군은 게이트볼 구장 준공에 이어 ▲찜질방 설치 ▲전통문화교실 운영 ▲고추 가공시설도 실시할 계획이다. 지명유래 중 관아터로 추정되는 옥밭과 적골(원 마을자리) 등이 있다.
   지난 2월 16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진도를 방문 주민들로부터 이순신 장군 전첩비 탁본을 선물로 받고 삼별초의 대몽항쟁 근거지였던 용장산성을 방문해 이장과 주민이 미리 준비한 느티나무를 기념 식수하기도 했다. 삼별초와 명량해전에 해박한 지식을 현장에서 자랑하기도 해 문화해설사로 나선 허상무씨가 머쓱해 질 지경이었다고 한다.
   왜 이 시점에 영암 해남과 좀체로 눈길조차 주지 않던 진도까지 불편한 노구의 몸으로 찾게 되었는지 세간에서는 말이 많았다.
   나는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을 때 "진도 신비의 바닷길"축제에 꼭 참석해 달라고 장문의 편지 기고를 한 적이 있다. 아무런 답이 없었다. 가장 극적인 열림괌 만남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신비의바닷길에 김대중대통령이 참석한다면 남과 북, 동과 서, 좌와 우의 대립을 넘어서는 화합과 해원의 뜻이 온 국민에게, 전 세계에 넘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대했던 때를 오래 전 넘기고 기대감을 지워버린 이 때 찾아온 그를 부러 보고싶은 생각은 전혀 일지 않았다.
    나는 생각한다. 그 또한 오랜 동안 민중들의 염원이 담겼던 대상이 아니었던가? 삼별초의 뜻과 기상은 아직 재 조명되지 못하고 계승도 미약하기만 하다. 그러나 변질은 없다.

   진도의 용장성은 과거보다 미래를 준비할 사람들이 찾아야 할 곳이다. 살아서의 꿈은 욕망이 지배하지만 삶 건너의 꿈을 기약하는 이는 왜 진도와 삼별초의 뜨겁고 푸른 꿈과 만나야 하는가를 그 현장에서 깨달아야 한다. 덧없고 또 덧없는 생이 얼마나 질기에 땅과 산과 산이 만나는 바다에서 다시 길이 열리는 이치를 홀연히 죽비하나 없이 거저 얻어가는 곳.
   용은 이제 우리의 기상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시련은 얼마나 아름다운 경험이며 빛나는 승전고의 죄임줄이 되어 우리를 더 크게 울리고 또 울리고 있음을 확인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
   그래서 지금이 3월이다. 더디게 오는 저 봄의 전령이 찾아오는 3월속으로 진도가 흘러든다.


참고자료: 향토문화전자대전. 진도군지. 진도통계연보(2007). 진도군 마을굿(나경수 서해숙 외). 한국역사연구회(강봉룡). 인터넷카페 「용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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