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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미녀는 괴로워]도 신난다!
김영주 2007/01/10 13:55    

[미녀는 괴로워]가 볼만하단 사람들이 많아서 늦으막에 보았다. 재미있으면서도, 뚱뚱한 사람들의 설움을 잘 그려내고 있단다. 그런데 내 눈엔 오히려 뚱뚱한 사람들의 설움을 더 후벼 파고 그들의 상처를 다시 덧내는 걸로 보였다. 물론 이 영화는, 이 세상의 ‘외모 지상주의’를 시니컬하게 풍자하며, 우리는 그 외모보다는 ‘인간적 진실성’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영화를 왜 이렇게 삐딱하게 오해(?)하는 걸까?

우리는 그 동안 뚱뚱한 사람들을 재미꺼리로 우스개 삼는 말이나 코메디를 수도 없이 많이 만났다. 나도 그걸 아무런 생각 없이 당연하게 여겼다. 지난 5년 사이에, 내 조카애가 무지무지하게 뚱뚱해졌다. 집을 들어서면 대문에 가득 찼다. 코끼리 같았다. 온 집안이 나서서 난리를 피우고 쌩쑈를 해도 살은 전혀 빠지지 않았다. 누나 몰래 용돈을 조금씩 집어준 이유로 내 말을 고분고분하게 따르던 애가, 언제부턴가 날 실실 피하더니 마침내는 숨어서 나오질 않는다. 어느 날 붙들어 앉혀놓고 말했다. “니 하잔대로 다 할텡께, 니가 하고 싶은 말 있으먼 다 해 봐!”고 했더니, 그 앤 대문짝만한 등을 돌리고 수그려 앉은 채 말했다. “나한테 관심 꺼 줘! 글고 삼춘이 날 욕하고 때린 거보다, 날 생각꼬 해준 말이 나에겐 더 고문이야!”

그랬다. 이 애가 내 잔소리를 몰라서 살을 빼지 못한 게 아니다. 자기 스스로 이미 콘트롤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세상에 드리운 외모지상주의의 그늘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심리적 공포와 도피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 동안 내가 뚱뚱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안이했는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일반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우스개 삼아 농담하는 걸 범상하게 흘려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영화에 필요 이상으로 민감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뚱뚱한 사람이 겪어야 하는 수많은 고통을 깊이 있게 담아내지 못하고, 뚱뚱한 사람을 우스개로 그리는 흔한 코미디에 기대어 웃음을 끌어내는 상투적인 묘사를 벗어나지 못한다. 비록 그녀가 미녀로 변신하여 세상인심을 풍자적으로 비꼬며 비판하기도 하고 뚱뚱한 사람의 설움을 항변해 보기도 하지만, 그건 뚱뚱한 사람들의 메아리 없는 외침에 지나지 않는다. “미녀는 울어도 이쁘고, 비 맞아도 이쁘다”며 언제 어디서나 ‘미녀는 신난다’는 걸 재확인할 따름이다. 결국 그들에게 돌아오는 건 '마냥 그대로 썰렁한 세상'일 따름이다. 이 영화가 겉으론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세상을 풍자하며 비난하는 듯하지만, 그 시나리오나 대사 그리고 감독이 영화를 끌고 가는 모양새를 안으로 파고들어 뜯어보면 오히려 ‘외모 지상주의의 울타리’안에 굳게 갇혀 있다.

물론 이 영화의 감독이 뚱뚱한 사람을 그토록 처참하게 다루려는 게 결코 아니다. 그가 외모지상주의를 시니컬하게 풍자하고 뚱뚱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한다는 게, 뚱뚱한 사람의 맘을 깊이 살피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의 상처를 더 후벼 판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걸 혹시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리얼하게 그려냈을 따름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영화의 흐름을 몰고 가는 분위기나 그 대사들의 뉘앙스를 미루어 볼 때, 그건 사회풍자적인 리얼함이 아니라 감독 개인의 반짝이는 재치나 순발력으로 그려낸 얄팍한 연민의 ‘값싼 동정’이 기본 흐름으로 보인다.

‘값싼 동정’을 벗어나려면, 개인의 숙성된 배려로만 해결되는 게 아니다. 사회 전체를 흐르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보아내야 한다. 이 문제점을 텃치하거나 드러내지 않으면, ‘어려운 이웃의 보살핌’이 값싼 동정에 그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어두운 그늘아래 상처받은 사람들의 애환을 리얼리즘적인 풍자로 그려낸다는 게 무척이나 어렵다. 더구나 그걸 코메디로 그려내려면 그 내공은 더욱 깊어야 한다.

찰리 채플린 영화가 훌륭한 이유는, 그의 영화에 배인 씁쓸한 코메디가 웃지도 울지도 못할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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