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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여신숭배와 페미니즘
김영주 2006/06/19 18:25    

[다빈치 코드]는 ‘예수의 신격화’에 종교와 권력의 결탁이라는 목적이 숨겨져 있으며,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왜곡에 남성중심주의 권력을 다지기 위한 ‘마녀사냥’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신 예수가 아니라 인간 예수를 다시 살려내고, 인간 예수의 자손을 담은 성배聖杯 막달라 마리아를 존숭하고, 베드로가 가로챈 교회의 설립과 유지에 대한 정통성을 막달라 마리아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며, 이른바 ‘여신숭배’를 말한다. 게다가 소설에 따르면 “예수는 페미니스트이다”고 하고, 여성의 출산능력을 숭배하면서 ‘섹스의 성聖스러움’을 추구하는 의식儀式모임을 그려낸다. 여신숭배와 페미니즘 그리고 섹스.

[음란서생]에서 ‘뭇남자들의 뒤틀린 음란코드’를 말했고, [원초적 본능2]에서 남자들의 권력욕이 ‘국가와 종교’로 섹스를 짓누르고 그들의 뒤틀린 음란코드를 여자에게 뒤집어 씌웠다고 했다. 지금 우리가 몸담아 살고 있는 가부장제와 일부일처제의 밑바탕에는 이렇게 아주 뒤틀린 ‘섹스에 대한 상념들’이 깔려있다. 언젠가 말한 적이 있다. “20세기의 모든 것에, 난 반항한다!” 20세기의 페미니즘도 마찬가지로 마뜩찮다. 물론 남성중심주의의 그 두텁고 드높은 철옹성을 향한 그녀들의 앙칼진 독설은 너무도 당연하다. 몇 천년동안 국가와 종교는 여자들에게 태생적으로 열등감의 멍에를 씌워 주눅을 주고 구박하며 총체적으로 짓눌렀다. 그 횡포는 인류가 저지른 그 어떤 죄악보다도 크고 깊다. 몇 천년동안의 모든 할아버지들은 몇 천년동안의 모든 할머니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그 죄값을 치러야 한다. 특히 거기에 앞장서서 나선 우두머리 할아버지들과 훌륭한 성현들은 더욱 그렇다.( 소설에서 예수가 페미니스트였다고 하는데, 그 시대상으로 보아 그가 페미니스트였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 여러분들은 아직도 성현들의 그 거룩하심은 보이고 들리면서, ‘그 수많은 할머니들’의 원혼이 구천을 떠돌며 피맺혀 서러운 울부짖음은 들리지 않는가? 천당·영생·해탈·득도? 여자로 태어난 게 그 무슨 죄 이기에, 그토록 모질게 구박하고도 털끝만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못하는 작자들이 어찌 올바른 ‘천당·영생·해탈·득도’를 얻겠는가! 어쩌면 그리도 뻔뻔할 수가 있는가? 아마 그 분이 계신다는 천당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그 할머니들의 갈퀴손에 붙잡혀 혼찌검이 날 것이다. 정히 천당에 가서 영생하거나 깨달음을 얻고 싶거든, 기존의 국가와 종교로 앞장선 그 잘난 할아버지들의 죄악부터 묻고 용서를 비는 제사부터 모셔 올려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제사는 커녕 씻김굿 한 번도 해 주지 않으니까, 마침내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그 원혼의 귀신에 씐 여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남자들만의 잔치상’을 엎어버리고 ‘여자들만의 잔치상’을 차릴 기세였다. 몇 천년 동안 할아버지들이 저지른 죄악에 피맺힌 원한을 생각하면 당연하고 당연한 일이다. [말콤 엑스]는 말했다. “Black is Beautiful!” 흑인우월주의! 20세기 페미니스트는 말했다. “Female is good, Male is bad!” 여성우월주의! 그러나 난 말한다. “ ··· ··· 낮과 밤에 선악이 없듯이, 남녀 그 자체에 그 무슨 선악이 있겠는가! 체질과 스타일이 다를 따름이다. 모시옷과 털옷 그 자체에 선악이 있는 건 아니다. 재질과 쓰임새가 다를 따름이다. 그러나 여름에는 모시옷이 좋고 털옷이 나쁘며, 겨울엔 털옷이 좋고 모시옷이 나쁘다. 남자와 여자는 같은 인간이지만 많이 다르다. 그 다른 점을 인정하고 그 역할을 구별하자. 모시옷과 털옷에도 잘 만들어진 게 있고 잘못 만들어진 게 있듯이, 그 어떤 일에도 잘 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다. 조물주가 인간세상을 주섬주섬 얼렁뚱땅 만드셔서 이토록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고 아웅다웅 다툼질로 날이 새도록 만들었으니, 이렇게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출발하자. 남자와 여자가 상당히 달라서 서로의 역할이 많이 다르며,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 게다가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세상은 이 수많은 남자와 여자들의 입맛에 낱낱이 모두 딱 맞출 수 없으며, 그래서 현실세상에서 부당하고 억울한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평등! 좋지요, 참 좋지요! 그러나 현실세상의 주어진 리얼한 모습을 보노라면 ‘꿈에서나 그려보고 말 허상’이다. 현실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부당하고 억울한 일이 깡그리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적게 일어나도록 서로 노력하고 것뿐이다. 서로의 체질과 스타일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서, 그 사회의 흥망성쇠와 그 개인의 희로애락에서 그 어느 쪽을 지나치게 우월하게 찬양하거나 지나치게 열등하게 멸시하는 일이 줄어들도록 사회시스템을 다듬고 개인마음새를 닦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따름이다. 생명을 갖는 순간 다른 생명체를 못 살게 굴어야 살 수밖에 없는 게 이 세상이치이기에, 어차피 죄 짓고 살 수밖에 없지만 그나마라도 죄를 덜 짓고 사는 길이 아닐까? 인정할 것 인정하자!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선동하고 몰아치며 방방 뜨지 말자! 뭘 그렇게도 극단적으로 사랑하고 극단적으로 저주하며, ‘극단적인 야누스’의 이중성에 빠져 자기에게만 극단적으로 집착하면서 극렬한 정신분열증에 시달리게 만드는가? 지겹다! 이 극단의 시대! ··· ··· .”


여기에 덧붙여, 남자와 여자의 사랑스타일과 섹스스타일이 어떻게 서로 다르며, 남자가 여자보다 더 나은 점과 더 못한 점 그리고 여자가 남자보다 더 나은 점과 더 못한 점을 예를 들어 나열하고 나서, 마침내 20세기 페미니즘은 ‘그 동안 남자들이 파놓은 함정’에 말려들어 스스로 자기 모순에 빠져들었다며 이러쿵저러쿵 비판하였다. 그 비판이 너무 낯설었는지 아니면 20세기 페미니즘의 멍에를 벗어나지 못한 건지, 이 이야기를 들은 그 어떤 여자는 “당신은 또 달리 변형된 남성우월주의자이다!”며 비난했다. 그 말은 내가 남성우월주의라고 생각해서라기보다는 “그러니까 느그들은 몇 천년동안 여자들을 그렇게도 느그들 맘대로 멸시하고 짓밟고선, 이제 우리가 맘먹고 여자들만의 잔치상을 차려보자고 외치니까, 한풀이 제사나 한 번 지내고 화해하고 상생하자? 고로콘 못해!!! 느그들도 천년이고 만년이고 허리 부러지도록 그 꼴 당해 봐야 해! 방구뀐 놈이 매화타령 부른다더니, 해도 해도 너무한 놈들은 몰리면 꼭 ‘화해와 상생’이라는 카드를 내민다니까~. 화해? 상생? 누가 그리 좋은 말 몰라서 이렇게 막나가는 줄 아나? 근데~ 그 말을 들으면 참말로 더 분통터지고, 능구렁이처럼 느물거리는 메스꺼움이 확 치밀어 오르는 거 있지! 그래! 고롯코롬 너그러운 당신이나 당신 등골 빼서 엿 바꿔 먹지~그래?”로 들렸다. 그렇게 보자면, 나 같은 놈이 더 밉살스럽겠다. 그래서 20세기 페미니즘은 그렇게도 서릿발 치듯이 ‘남자들만의 잔치상’에 독설을 퍼부었다. 그렇다. 그녀들의 서릿발 치는 독설을 인정한다. ‘여자들만의 잔치상’이 앞으로 천년 만년 이어지더라도, 그 잘난 할아버지들의 무거운 업보 때문에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나는 ‘남자들만의 잔치상’에 동조하지 못하듯이, ‘여자들만의 잔치상’에도 동조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어느 한 쪽만의 잔치상에 그늘진 삶이 얼마나 참혹한 죄악인가를 가슴 미어지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빈치 코드]에서 레이 티빙이 말하는 ‘종교와 권력의 결탁’에 대한 비난에는 많이 동조하지만, 그걸 ‘여신숭배’나 ‘섹스의 성聖스러움’으로 연결짓는 건 또 다른 신神에 의한 권력적 도그마를 낳는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모순은 레이 티빙에게만 그치는 게 아니다. 서양문화가 그 어느 쪽에서나 ‘극렬한 야누스’의 멍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 문화의 뿌리에 박힌 천형天刑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화두는 ‘생활 속의 남녀이야기’이다. 그게 가장 어려운 이유는, 첫째 남성 안에 여성이 깃들어 있고 여성 안에 남성이 깃들어 있으며, 둘째 그 깃들어 있는 모습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서 천차만별하기 때문이며, 셋째는 기존의 사회제도와 사회통념이 내가 파고들어 캐내고 싶은 의문점들에 가까이 다가가는 걸 전혀 허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조건으로 복잡한 남녀관계를 몸소 수없이 체험하거나 실험하고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자 의견 목록
1 . 남녀가 전체적으로 봐서는 평등합니다. 임장백 2006-06-22 / 04:52
2 . 임장백님께 김영주 2006-06-22 /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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